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 65. 후반야(後半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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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지 않아, 한바탕 돌풍 같은 전투가 끝이 났다.
이봉웅뇌의 대활약에 힘입은 무림동맹의 압승이었다.
너무도 압도적이어서였을까.
장내에는 전투 직후의 적막감과 혈향만이 감돌았다.
하지만 정적은 오래가지 못했다.
덜커덩, 기이이이잉.
묵직한 수레바퀴가 다시금 소란스레 구르기 시작했기에.
보통의 수레가 내는 음향이 아니었다. 우마차보다 백 배 이상은 무거운 거체가 움직이며 내는 굉음.
끼이이익.
곧 귀갑신차의 바퀴는 소음을 내며 이봉과 이웅, 그리고 주주 앞에 멈춰 섰다.
그러더니-.
끼리릭, 끼리릭, 끼리릭, 끼리릭.
특이한 기관음과 함께, 귀갑진차의 육중한 양옆면에 각각 두 개씩의 사각형 실선이 생겼다.
사각형의 높이는 각기 사람의 키만 했고, 그 모양 그대로 문이었다.
쿵! 쿵! 쿵! 쿵!
곧, 네 개의 커다란 철문이 절도 있게 아래쪽으로 떨어지듯 열렸다.
그 안쪽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장치가 된 조종간이 보였고 그것들을 바쁘게 조작하고 있는 두 명의 젊은 사내들이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 해맑은 인상의 청년과 굴리면 데굴데굴 구를 듯 동글동글한 귀염상, 바로 이뇌 알라봉대와 기대몽이었다.
문이 다 열리자, 둘이 일시에 바깥을 향해 외쳤다.
“다 쓸었으면 빨리빨리 탑니다들. 그놈들이 금세 쫓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 그래. 계속된 저, 전투 때문에 귀, 귀갑진차도 많이 마, 망가졌어. 얼른 수리 아, 안 하면 크, 큰일 날지도 몰라. 그, 그리고 새, 새롭게 가, 강화할 거, 것도 있고.”
그랬다.
전투가 끝났으면 떠나는 게 마땅하다. 알라봉대의 말마따나 자신들은 쫓기는 입장이었으니까.
하지만 천소소는 둘을 향해 고개를 저어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왜냐하면 만정문의 대제자가 다가온 까닭이었다.
“대체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은혜를 갚는다라.
천소소는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는데 낙락히 미소지었다. 만정문 대제자 아내의 볼록한 배를 보니 단유성에게 들었던 말이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잘한 일에 대한 보상은 이미 그 일을 했다는 사실이에요.”
그러곤 다시금 죽립을 눌러쓰며 몸을 돌렸다.
“…….”
분명 그녀의 등은 좁았는데, 만정문의 대제자와 그녀의 부인에게 보이는 그 등은 너무도 넓고 듬직했다.
대제자는 살아남은 자신의 아내와 사제, 사저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침묵 속 빠른 눈빛 교환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대제자는 그 직후 망설임 없이 천소소에게 물었다.
“같이 타도 되겠습니까?”
그 의미는 너무도 명확했기에, 천소소가 다시금 몸을 돌렸다. 이어서, 그녀의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눈매가 생존한 만정문도들을 하나하나 훑었다.
현재 무림동맹의 업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요한 건 딱 두 가지.
한 가지는 방금처럼 정의맹과 오룡회를 무찌르는 것. 그중에서도, 이미 정의맹의 기관지가 된 에 기재된, 후백재, 후십패, 후삼십파 등을 암살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녹색창 자체가 이제 정의맹의 한 기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과 등은 그 기관지가 되었고, 정의맹과 오룡회의 극심한 검열을 받고 있었기에 자공과 그 일파에 거스르는 그 어떠한 내용이나 인물도 실릴 수가 없었다. 너무도 당연하게도 정의맹회에 가입하거나 개심하지 않은 그 누구도 에 기재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무림동맹의 입장에서는 살생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무림동맹의 동료를 늘리는 일이었다.
대정화전쟁의 결과로 무림맹과 황군 등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고, 그 결과 무림동맹은 질적으로는 몰라도 수적으로는 정의맹과 오룡회에 압도적으로 뒤졌다.
천소소가 지금 만정문도들을 이렇게 예리하게 살펴보는 것 자체가 바로 그런 두 번째 주요한 업무였다.
이윽고 천소소는 대제자를 향해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차승인이었다. 이제 귀갑진차에 이들이 타면 그들에 대한 이차검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녀의 결정에, 장기후, 초려혜, 이시홍 등은 두 말 하지 않고 곧장 그들을 데리고 귀갑진차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천소소는 끝까지 남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마침내 무림동맹의 모든 구성원들이 귀갑진차에 오르고 천소소가 마지막으로 귀갑진차에 타려할 때였다.
여태껏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자들 중 몇몇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하지만 천소소는 냉랭히 죽립을 눌러쓴 채 그대로 귀갑진차에 올랐다.
“출발.”
쿠르르르르르-.
곧장 기관이 작동하며 네 개의 철문이 모두 닫히고 귀갑진차가 출발했다.
그때 만정문의 대제자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아까 그들 중 몇몇이 무림동맹에 합세하려는 것 같았는데…….”
천소소는 눈짓으로 부상자의 치료를 명하고는, 나지막이 답했다.
“무도한 칼과 도에, 이웃의 목이 베이는 데도 침묵하는 자들에게 내어줄 자리는 없어요.”
저쪽 구석에서 무적신비패에 묻은 피를 닦고 있던 장기후가 거기에 첨언했다.
“그런 작자들은 기회주의자지. 언제든 우리가 불리하다 싶으면 눈 감고 침묵한 채 저쪽으로 투항하지 않겠수?”
“…….”
만정문 대제자가 보기에도 옳았다.
그는 잠시 자신의 부인과 사제들을 챙기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중요한 걸 묻지 않아서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장기후가 히죽 웃으며 답했다.
“밤에 어디로 가겠소?”
“네!?”
천소소가 자신의 어깨로 장기후의 어깨를 툭 치며, 오해할 만한 장기후의 농담을 정정했다.
“한바탕 힘을 썼으니 쉬어야겠죠.”
“…….”
“집에서.”
그렇게 귀갑진차는 환각동진(幻覺動陳)에 휩싸인 채 어둠 속으로 완전히 동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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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뒤.
피풍의로 전신을 휘감은 천소소가 한 마을로 들어섰다.
대로를 걷는데도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만치 한적한 동네였다.
그녀는 피혁점에 들렀다. 그리곤 곧장 포목점에 들렀다. 이내 전장과 표국을 거쳤다가 마지막에는 마을 외곽에 있는, 불당에 도착했다.
다 쓰러져가는 불상 두엇만이 놓여있는 불당.
우스운 상황이긴 하지만 정의맹의 주축인 소림이 득세하면서 불도는 죽었다. 여기 이 볼품없는 불당의 꼬락서니처럼.
“음냐음냐, 마하반야 바라밀다…….”
누운 채 반야심경을 읊던, 주계를 범한 승려가 취한 듯 옆으로 굴러 드러누웠다.
그때-.
빠그작.
벌집이 바스러지는 것 같은 작은 소리가 났다.
무림동맹의 상층부만 통과할 수 있는 밀마(密嗎)를 다 끝냈다는 의미였다.
취한 승려를 지나친 천소소가 익숙하게 본존불 뒤편으로 돌아들어갔다.
그녀의 자취가 거기서 끊겼고, 취한 승려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제자리로 데굴 굴러 돌아갔다.
다시금 벌집 바스러지는 소리가 났고 모든 게 한적한 상태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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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지하밀실.
야명주 같은 게 있지도 않았음에도 밝았다.
모두 일명 내공학, 줄여서 공학이라는 기대몽의 학문과 진법학, 줄여서 진학이라는 알라봉대의 학문이 집대성된 결과물들이었다.
이 초대형 지하밀실의 정체는 무림동맹의 지하 본거지 중 하나였다. 본래는 무림맹주에게만 전승되는 비밀피난처 중 하나였는데, 그걸 기대몽과 알라봉대, 천기자 등의 생존한 기관진학의 천재들이 개보수 및 개축한 것이었다.
천소소는 익숙하게 그곳의 통로를 가로지르며 이것저것 명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저쪽 다른 쪽에 대규모 기관이 작동하며 귀갑진차가 가라앉듯 들어섰다.
맹주인 천소소는 일종의 선봉.
그녀가 밀마를 모두 해제하면 귀갑진차까지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하밀실은 어찌나 넓은지 귀갑진차를 들일 수 있을 정도였다. 곧, 귀갑진차에 타고 있던 인원들이 하차했다.
알라봉대와 기대몽을 필두로, 일제히 각자의 업무로 돌아갔다. 특히, 새로 합류한 만정문과 선선향문 출신 사람들을 검증해야 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인원충원이 가장 급선무였기에.
천소소는 그런 그들에게 간단하게 몇 가지 당부만 하고는 곧바로 한쪽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통로 양편으로 여러 개의 방이 그녀의 곁을 스쳤다.
그 안에서는 부족한 머릿수를 보충해줄, 갖가지 기묘한 기관과 진, 장치들, 무공들이 연구되고 있었다.
비록 지난 태삼대전이 개최되지 못했지만, 그때 전국과 새외 각지에서 정사마의 건축가와 기관진학자, 무학자 등의 전문가들이 모였었다.
그중 다수가 알라봉대와 기대몽의 천재성에 감화되어 무림동맹에 합류했고, 지금도 이 지하밀실 이곳저곳을 개조하거나 귀갑진차 및 여러 가지 공학들을 실험하고 연구하고 있었다.
“기환팔진도(奇幻八陣圖)를 여기에 이만큼 비틀어 새기면 수레바퀴의 마찰력이…….”
“아무리 보아도 귀갑진차는 너무 크오. 무력이 낮은 무인들을 전선에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우마차 크기의 전술성이 뛰어난 새로운 소형진차를 만들어야…….”
두 명의 천재가 가지고 온 변화는 가히 혁신적이었다.
천소소는 귓가에 들려오는 뜻 모를 말들을 흘려들었지만, 확신했다.
모르긴 몰라도, 저들이 꼽는 천하최고의 기재는 용초랑이 아니라는 것.
그들에게 최고의 천재는 둘 중 한 명일 수밖에 없었다.
알라봉대와 기대몽.
비록 지금은 전쟁 중인지라, 무기 개발에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었지만…….
전쟁만 끝이 난다면, 그 모든 공학기술력이 생활로 돌려질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무림강호에 공학혁명이 일어나게 되리라.
‘전쟁만 끝이 난다면…….’
그렇게 어느덧 천소소는 통로 맨 끝에 도달했다.
그러자 어딘가 숨어있던 안내자가 한 명 나타나 다시금 그녀를 안내했다. 여기서부터는 기관진식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들어설 수 없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따라 안쪽으로 안쪽으로…… 미로 같은 통로를 한참을 돌아가자, 지하 한 구석에 작은 밀실 하나가 나타났다.
그녀가 홀로 들어섰고-.
쿵.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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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다 모였군요.”
무한 레벨업 in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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