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6
나 혼자 무한 보급! 106화
까앙
“흐아아아압!”
기합성과 함께 시커먼 검기가 갑옷 입은 병사를 갈랐다.
피를 뿌리며 두동강 나는 병사의 시체를 걷어차며 은비가 눈을 부릅 떴다.
“확실히 오크보단 좀 베는 맛이 질 기긴 하네!”
“은비야, 정신 똑바로 잡아라!” 고함과 함께 달려든 환일의 양손검 이 풍차처럼 휘둘러졌다.
길이만 Im를 넘기는 양손검이니 위력은 말할 것도 없다.
은비의 옆구리를 노리고 달려들던 병사가 검과 함께 세로로 쫙 쪼개졌 다.
“무, 무림인이다! 무림인이 나타났 다!”
“무림인과 내통하고 있었다니! 처 음부터 우릴 기만할 속셈으로 접근 했었군!”
“거, 눈깔 달렸으면 똑바로 봐라! 이게 무공으로 보이냐?!” 푸른 검기 맺힌 양손검을 들이밀며 버럭 고함치는 환일.
그 사이에도 두 사람의 검은 사이 좋게 불꽃 사이에서 춤추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병사들을 쪼개고 가르 는 검고 푸른 검기 두 줄기.
순식간에 세 명의 병사들이 더 당 하자 비로소 놈들의 분위기가 변했 다.
“……보통내기가 아니군.”
우물쭈물대는 병사들을 헤치며 커 다란 갑옷덩어리 두 개가 나타났다.
위압적인 은빛으로 번쩍대는 갑옷. 관절마다 푸르게 빛나는 발광부.
일전에 보던 것보다 훨씬 두터운 마도기갑을 걸친 기사들이 등에 진 철퇴를 꺼냈다.
“병사들은 물러나라. 놈들은 우리 가 직접 상대할 것이다.”
“네, 네!”
“그리고 이 길로 천공성까지 후퇴 하여 즉시 보고하라. 보급을 책임지 던 하얀 옷 토인이 무림인과 내통하 고 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황녀 전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기사들이 지시에 얼른 고개를 끄덕 인 병사들이 후다닥 물러났다. 다급히 그쪽을 돌아본 은비가 검을 쥔 손을 꽉 쥐었다.
“쫓아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가라 그래. 퇴로는 나브랑 다른 친구들이 막고 있을 거다.”
“하긴……
“기사는 몰라도 병사 정도라면 몇 명이건 그 친구들 선에서 정리할 수 있어. 문제는……
지금 기사들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쪽이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 슬쩍 뒤꿈치 에 힘을 주는 환일.
긴장된 대치상황 속에서 철퇴를 든 두 기사가 입을 열었다.
“의외로군. 무림인들이라면 하잘것 없는 겁쟁이들 천지인 줄 알았더니, 이런 실력과 기개를 갖춘 무인이 있 었나?”
“그러니까 난 무림인 아니라니까 그러네. 젊은 친구가 말귀를 못 알 아먹어……
“뭐, 거짓말을 하고 싶거든 얼마든 지 하거라.”
자못 당당한 대사와 함께 두 기사 가 자세를 낮췄다.
흉흉하게 빛나는 철퇴 앞에서 공교 롭도록 똑같은 표정을 짓는 기사들.
그들을 바라보던 은비가 비로소 고 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쟤들 쌍둥이였네?”
“이제 알았는가?”
“나는 세일 그레버. 여기는 내 동 생인 제일 그레버.”
무슨 매스게임 하는 것마냥 똑같은 동작을 취하는 쌍둥이 기사들.
그중 왼쪽에 선 형, 세일이 어색할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제국의 위대한 정복을 지지하는 영광을 허락받게 된 제국군 유일의 쌍둥이 마도기사다.”
“중원의 무인들이여. 그대들의 고 강한 무력은 익히 목격한바.”
“그대들은 제국의 마도기사가 인정 한 호적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 다.”
그렇게 한창 장광설을 주절대며 조 금씩 쌍둥이가 다가오는 사•이.
환일의 옆구리를 쿡 찌른 은비가 슬쩍 눈짓했다.
경계를 늦추지 않은 와중에도 의미 심장하게 움직이는 눈동자.
한 발 늦게 그녀의 의도를 깨달은 환일이 씩 웃었다.
‘ 왼쪽?’
‘콜.’ “그대들의 이름을 밝힐 영광을 허 하노라. 그대들의 패배는 우리의 영 광이 되어 명예의 전당에 그 영광된 이름을 새기게 될 것이니.”
슬그머니 두 사람의 발끝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목표는 한창 주절대는 쌍둥이 중 형 쪽.
“이를 불명예라 생각하지 말라. 제 국의 적수가 되는 것은 아주 큰 영 광이니 라.” 눈치 못 채도록 슬그머니 발뒤꿈치 에 힘을 주고 조금씩 무릎을 낮추며 달려들 준비를 갖춘다.
그 와중에도 쌍둥이의 장광설은 끝 날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 중.
‘내가 정면. 아저씨가 살짝 오른쪽. 아저씨가 선공, 내가 후공, 그리고 마지막 일격은……
오케이. 견적 나왔다.
그렇게 확신을 얻은 은비의 입가에 미소가 감 돈 순간.
“그대들의 이름을 밝히라. 우리가, 그리고 제국이 그대들의 이름을 기 억……”
“조져!” 순간, 환일의 몸이 한 발 먼저 세 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처할 틈도 없 었다.
방어조차 하지 못한 세일의 갑옷 위로 드리워지는 푸른 방어막.
검기 씌운 환일의 양손 검이 방어 막을 두들기자, 방어막이 눈에 띄게 얇아졌다.
“뭐……?!”
“은비야!”
뒤이은 외침에 따라붙은 건 한 발 늦게 돌진한 은비.
땅을 박차고 날아든 시커먼 검기가 세일의 머리를 후려갈기자.
유리 깨지는 굉음과 함께 세일을 보호하던 방어막이 산산이 박살 났 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단 두 방 에 마도기갑의 방어막을……?!”
“이젠 말 돼!”
서걱!
“형 니이이이이 이이이 임!”
뒤이은 환일의 양손검이 세일의 머 리통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의 단면을 더듬다가 무너져 내리는 마도기갑.
비틀대는 덩치를 뻥 걷어찬 은비가 사납게 미간을 구겼다.
“이 자식들은 싸우는데 뭔 말이 이 렇게 많아? 무슨 파워레인저라도 되 시나? 조만간 뭐 변신 합체도 하겠 다?”
“이, 이 쓰레기 같은 놈들! 아무리 토인이라 해도 명예가 있는 법인 데…… “그 명예 죽어서 많이 찾아라! 우 린 살아서 똥 밭에 구를 테니!”
까앙
재차 휘둘러진 환일의 양손 검이 홀로 남은 제일을 후려쳐버렸다,
단 일격에 눈에 띄게 옅어지는 푸 른 방어막.
믿어지지 않는 광경에 경악한 제일 이 허둥지둥 철퇴를 고쳐 잡았다.
“……좋다! 그렇게 짐승이길 원한 다면 짐승처럼 다뤄주지!”
“거, 무섭기도 해라!”
날카롭게 받아친 은비가 환일과 함 께 좌우로 흩어졌다.
이걸로 상황은 2대 1.
장비는 물론이고, 수적으로도 이쪽 이 우위다.
은비와 환일의 입가에 짠 것 같은 미소가 감돌았다.
“이 오빠가 뭘 모르네! 원래 싸움 이란 건!”
“강한 놈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 는 놈이 강한 거다!”
마교도 서은비, 기사 이환일.
둘 모두 정정당당하게 싸울 마음 따윈 처음부터 없었다.
한편, 민수와 아리사의 대치 현장.
“•…”호오.”
그새 상황을 인지한 지원군이 아리 사의 뒤에 따라붙었다.
마찬가지로 두툼한 마도기갑을 차 려입은 기사 둘.
그리고 처음 보는 로브 차림의 남 자 둘.
슬쩍 엘레나 쪽을 돌아보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마법사들이에요. 저희도 오늘 처음 보네요.”
“많이 강해요?”
“화력은 저보다 약한데 좀 성가셔 요. 불덩이 같은 걸 쏴대더라고요.”
그렇다 그거지.
고개를 끄덕이는 민수의 손에 소총 이 쥐어졌다.
“엘레나. 예진 씨 데리고 물러나 요.”
“하지만……
“마음만 받을게요. 부상자 둘이나 달고는 못 싸워요.”
할 말은 많았지만 무엇 하나 뱉을 수 없었다.
결국 입술을 꽉 깨문 엘레나가 예 진을 질질 끌며 사라졌다.
이렇게 상황은 1대5.
명백한 열세임에도 민수의 얼굴에 떠오른 여유로운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고맙기도 해라. 일일 쫓아갈 수고 덜게 한 자리에 모아주셨네.”
“역적 놈이……
“말 똑바로 하시지? 내가 무슨 충 성맹세를 바친 적도 없는데.”
날선 대화를 주고받으며 얼른 상대 와 이쪽의 거리를 잰다.
전방에 아리사와 마도기사 둘이 삼 각 대형.
그 뒤에 마법사 둘이 포진한 정석 적인 전면전 대열.
정면으로 들이받으면 무의미한 힘 싸움만 벌어질 테니.
여기서 선택해야 하는 건…….
“하아아아앗!”
후방 공략.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아리사의 워 해머를 발견한 순간.
재빨리 자세를 낮춘 민수가 중얼거 렸다.
“섬광의 문양!”
푸욱!
“커 헉!”
번쩍 빛이 솟구친 순간 사라지는 민수의 신형.
민수의 머리를 노린 아리사의 워해 머가 허망하게 허공을 가르는 人I■이.
빛과 함께 뒤에 나타난 민수의 총 검이 마법사의 목덜미를 꿰뚫었다.
‘이걸로 한 놈!’
총신을 타고 흐르는 뜨뜻한 선혈.
하지만 머뭇거릴 틈이 없다.
걷어차서 총검을 뽑고 고개를 돌린 순간, 남은 한 명의 마법사가 지팡 이를 겨눴다.
“반역자에게 죽음을!”
화르르르륵!
불길을 뿜으며 날아오는 농구공만 한 화염구 세 개.
기세를 보니 설령 피한다고 해도 타격이 들어올 거다.
얼른 견적을 낸 민수가 화염구들을 향해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세 발!’
타다당!
조종간을 연사로 놓고 정확히 세 번 쐈다.
불꽃과 함께 날아가는 고스트 버스 터즈 특수탄 세 발.
푸른 꼬리를 끌며 날아간 탄두가 정확히 화염구에 명중하자.
날아오던 화염구들이 그 자리에서 동시에 냅다 폭발해버렸다.
“아아아아악!”
“무, 무슨!”
“마법을 요격해?! 저건 대체 무슨 기물……?!” “다 방법이 있지!” 그 사이 섬광의 문양을 재차 발동 한 민수가 마법사 앞에 나타났다.
난데없는 화염구 폭발에 휘말려 온 몸이 불타고 있는 마법사.
망설임 없는 민수의 총검이 다시금 마법사의 목덜미를 관통했다.
“게륵……
“마법사 별거 없네. 이럴 줄 알았 으면 시작부터 화력으로 조질걸 그 랬어.”
피를 토하며 나자빠지는 마법사를 걷어찬 뒤, 총검을 도로 보관함에 넣었다.
채 10초도 지나기 전에 마법사 두 명이 당했다.
위축되어 움찔대는 아리사와 마도 기사들을 노려보며 양손을 옆으로 뻗은 민수가 눈을 부릅떴다.
“내 탓하지 마라. 따지고 보면 이 게 전부 다 너희 황녀 전하 탓이 야.”
“어, 어……
“그 여자가 플레이어 학살 건만 안 말했어도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 어.”
민수의 양손에 빛과 함께 하얀 권 총이 나타났다.
뉴욕에서 얻은 최대 성과. 방어막 관통 효과를 가진 에테르 권총.
공포에 떠는 기사들을 향해 민수가 그 총구를 겨눴다.
“그러게 누구든 선을 지켜야 하는 건데 말이야.”
“퇴, 퇴각하……?!”
퍼버벙!
겁먹은 아리사의 외침보다 빨리 폭 음이 터지고.
파란 불덩이로 화한 마도기사가 맥 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슨 조화를 일으킨 건지. 어째서 방어막이 무력한 건지.
그런 건 생각할 틈조차도 없었다.
앗 하는 사이 다시금 쏟아진 광탄 세 발이 다른 한 명의 기사를 불태 워 버렸다.
“그렇게 기사도니 명예니 하시면 서, 자기 쫄리니까 냅다 도망갈 생 각부터 하시나?”
“다, 다가오지 마라!”
“싫어.”
펑!
“아아아아악!”
푸른 광탄에 얻어맞은 순간 아찔하 게 깎여나가는 방어막.
어떻게든 반항하려 팔을 휘저어댔 지만, 그사이 또 한 발의 광탄이 날 아들었다.
유리 깨지는 굉음과 함께 완전히 날아가는 방어막.
이제 자신을 지켜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겁에 질려 바닥을 기는 아리사를 발로 뒤집은 민수가 권총을 들이밀 었다.
“내가 보통은 이렇게 화내는 사람 이 아닌데.”
“ 컭!”
우악스럽게 내지른 민수의 총구가 아리사의 주둥이에 쑤셔박혔다.
그 사이 이빨이라도 부러진 건지 피가 튀지만, 알 바 아니다.
겁에 질려 눈물 흘리는 아리사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민수가 눈을 부 릅떴다.
“이건 진짜 가만 듣고 못 넘기겠더 라. 이 쓰레기 자식들.”
“커헑, 컭……!”
“뭐? 전리품? 해부? 아무리 그래 도 그렇지, 기사라는 것들이 산 사 람을 그따위로 취급해?” 최대한 이 ‘게임’에 감정이입 안 하려고 했다.
아무리 현실이 되었다 한들 결국 이것은 게임.
한낱 몬스터의 발버등에 울고 웃고 하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젠 슬슬 그러기가 힘들어진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래서 예진과 엘레나를 구하지 못 했더라면.
“너희가 뭐가 기사야? 사람 몸 가 지고 장난감 놀이하는 식인종 새끼 들이지.”
“어, 허어얽, 걹!”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라.”
보란 듯이 입에 넣은 권총의 방아 쇠를 천천히 당겼다.
방아쇠가 당겨질수록 사색이 되는 아리사의 얼굴.
여전히 분노가 가시지 않은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민수가 중얼거렸 다.
“너희가 죽고 못 사는 황녀랑 황 자, 세트로 보내주마.”
퍼엉
푸른 폭발이 기사의 머리를 집어삼 켰다.
시기적절한 개입으로 황녀 측 병력 은 전원 격퇴했다.
아리사를 포함한 마도기사와 마법 사들은 이쪽이 처리했고.
남은 마도기사 둘은 환일과 은비가 해치웠으며.
도주를 시도하던 병력 또한 나브와 나머지 일행들이 전부 처치했다고 한다.
“그래도 거점이 불타는 건 못 막았 네.”
“그러게요.”
태준의 허탈한 중얼거림에 대답한 민수가 주변을 돌아봤다.
완전히 불타서 거뭇거뭇한 흔적밖 에 남지 않은 예진의 거점.
하긴 엘레나가 있는 시점에서 예상 할 수 있던 결과였다.
“보아하니 마법사란 것들도 불덩이 를 쏴댔다고 했지? 처음부터 거점을 불태우려고 보낸 게 분명해. 설령 잘못돼도 다시는 재기할 수 없게.”
“차라리 잘 된 걸 수도 있어요. 기 왕 이렇게 된 거……
“민수 씨.”
말을 이으려던 민수를 막은 것은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검댕과 피딱지를 미처 다 닦지 못 한 초췌한 얼굴.
오랜만에 다시 본 그녀의 초라한 몰골에 민수가 가늘게 눈을 떴다.
“……다친 데 없어요?”
“그냥 좀 넘어져서 까진 정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럼 다행이네요.” 힘 빠진 예진의 모습을 보자 문득 죄책감이 솟아올랐다.
희귀 직업도, 이렇다 할 재주도 없 는 그녀다.
아무리 최선의 엔딩을 위한 선택이 라고는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너무 심한 짐을 지워줬던 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예진 씨가 감당할 수 없었 던 걸지도 몰라.’
내 의도를 잘 캐치하는 것과는 별 개로, 그녀는 평범한 플레이어다.
이 ‘게임’에서 빛날 구석은 어디에 도 없다.
그리고 내 지시라는 건 대체로 목 숨 걸고 수행해야 하는 것들뿐.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녀의 희생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미안해요. 일이 이렇게 될 줄 은 몰랐네요.”
“민수 씨가 사과할 일은……
“일단 우리 거점으로 가죠. 가서 식사라도 합시다.”
허둥지둥 말을 끊은 민수가 몸을 돌렸다.
언제나 당당했던 그의 어깨가 오늘 따라 조금 늘어져 보인다.
저 어깨를 누르는 건 책임감일까. 아니면 스스로도 모를 감정일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예진의 눈 에 살짝 광채가 돌아왔다.
“……그러지 마요. 민수 씨.”
나 아직 포기 안 했으니까.
자기도 모르게 예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