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5
나 혼자 무한 보급! 105화
그렇게 빛의 길을 타고 날아가듯 미끄러지길 한참.
천천히 속도를 줄인 빛의 길 위에 서 주저앉은 일행들이 멈춰섰다.
[고속 이동 모드 종료. 이용해 주셔 서 감사합니다.]“헥, 헥…… 거 친절도 하셔라.”
“그, 근데 주인님. 이것들 다 뭐 야?”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던 일행 중,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나브가 물었 다.
민수의 옆에 시립해 있는 키 2m 남짓의 기계 인형들.
얼굴 한복판에 박혀 있는 손바닥 넓이의 커다란 렌즈.
전신을 감싼 하얀 장갑에서 신비로 운 분위기가 한껏 뿜어지고 있었다.
“주인님이 이런 거 갖고 있는 건 처음 보는데.”
“혼자서 파밍 좀 했어. 이거저거 많이 나오더라.”
“그 던전을 또 혼자서 돌았어? 에 잉, 치사하기는.”
환일의 투덜거림을 흘려들으며 민 수가 기계 인형을 툭 건드렸다.
끼릭 고개만 돌려 민수의 얼굴을 비추는 렌즈.
뒤이어 민수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도움말 – 아카라트 기계병은 강력 한 소환수입니다. 한 명 한 명이 플레 이어와 동등하게 취급되며 플레이어의 장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플 레이어 토큰을 획득하여 스킬 레벨을 올리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이 깡통 한 명 한 명이 플레이어 와 동급……
도움말을 읽어 내린 민수의 눈이 경악으로 부르르 떨렸다.
플레이어와 같은 성장성을 지니며, 플레이어의 장비를 사용 가능한 소 환수.
심지어 플레이어와는 달리 어쨌든 소환수다.
설령 파괴된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재소환할 수 있다.
‘이거 진짜 정신 나간 물건이네.’
정찰병의 반지도 그렇고 생명 동력 장치도 그렇고.
아카라트 관련 장비는 무엇 하나 굉장하지 않은 게 없다.
물론 지금은 마냥 감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얼른 정신을 차린 민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경매장. 모듈형 산탄총 6개, 표준 슬러그 탄 탄창 60개.”
[192000코인이 차감되었습니다.]경매장 화면을 뚫고 산탄총과 탄창 이 가득 쏟아졌다.
구경하던 이들의 경악스러운 시선 은 나 몰라라 한 채 민수가 기계병 들에게 지시했다.
“기계병 전원. 산탄총 1개에 탄창 10개씩 챙겨.”
〈알겠습니다. 순례자여.〉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 기계병들이 산탄총과 탄창을 챙겼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익숙한 자세 로 장전까지 마치는 기계병들.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가까운 출구 를 가리켰다.
“좋아요. 갑시다.”
“그래.”
민수와 6기의 기계병을 따라 일행 들이 통로를 빠져나왔다.
좁은 출구를 빠져나와 자연 동굴 안을 걷길 잠시.
이윽고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자, 매캐한 연기가 민수의 코를 찔렀다.
“ 저건……
“이런 개자식들을 봤나.”
그 사이 칼을 뽑아 든 은비가 빠 득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숲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커다란 마을.
망루는 파괴되고, 반쯤 무너지다시 피 한 성벽들.
몇 채인가 연기를 뿜으며 불타는 건물들.
그리고 그 주변을 포위한 3기의 강철 거인들.
“저기가 예진 언니 있는 거점이라 는 거지?”
“그래.”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성벽도 무너진 거 보니까 자칫 잘못하 면……
끼 아아아아아아아아악 !
그런 은비의 근심을 걷어내려는 건 지.
마을 한복판에서 갑작스레 불꽃의 새가 날아올랐다.
온몸이 불덩이로 이루어져 있는 살 아 있는 화염의 새.
날개를 퍼덕대며 달려든 새가 가까 운 마장기의 몸통에 충돌했다.
“……와우.” 꽈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무너진 마장기가 고철 이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생긴 건 새지만 위력은 폭탄이나 다를 바 없다.
입을 쩍 벌리는 은비 옆에서 민수 가 소총을 굳게 쥔 채 대답했다.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저런 거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한 명뿐 일 텐데.”
“엘레나 언니겠지? 그 언니도 스킬 노가다 빡세게 했나 보다.”
“그런 것 같네. 아무튼, 아직까진 버티고 있는 것 같지만……
성벽도 무너지고 망루도 파괴되고 건물도 타고 있다.
슬슬 버티기도 한계에 다다랐을 터.
여기 서서 구경이나 하고 있을 틈 따윈 없다.
“다들 준비됐죠?”
“네!”
“오랜만에 우리 식구들 얼굴이나 보러 갑시다.”
철컥!
힘껏 장전 손잡이를 당겼다 놓는 민수.
잔뜩 찌푸린 그의 눈에서 사나운 살기가 번뜩였다.
“참고로 포로는 필요 없습니다. 다 쓸어버리세요.”
* * *
“헉…… 헉……!”
숨이 막힌다.
들이마시는 공기가 뜨겁다. 식도마저 익어버린 듯 목구멍이 따 끔하다.
“커헉, 컥……!”
눈앞이 흐리다.
뭔가가 흘러내려 눈을 찌른다.
이건 땀일까? 아니면 피인가?
“헉, 허억…… 큭!”
“놀랍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헐떡이는 예진.
그 앞에 번뜩이는 갑옷을 입은 누 군가가 우뚝 섰다.
곳곳의 관절부에서 빛나는 정체불 명의 발광부.
움직일 때마다 나직하게 들려오는 기계 소리.
그리고 그 위에서 번뜩이는 오만하 기 짝이 없는 표정.
“마도기갑도 없고, 하다못해 무공 이라는 그 하찮은 잡기술조차 없으 면서. 오로지 자신의 힘과 기술만으 로 마도기사에게 대항하다니.”
“허억, 헉…… 내세울 게 장비빨 밖에 없는 것한테 지면 쪽팔려서.”
“건방지기는!”
까앙!
“큭!”
거칠게 휘두른 워해머를 힘겹게 철 퇴로 막아냈다.
파란 스파크를 튀겨내며 몇 발짝이 나 도로 밀려나는 예진.
거칠어진 숨을 다잡는 그녀를 향해 기사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래 봐야 얼마나 더 버틸까? 한 방? 두 방? 세 방 정도 견디면 마 땅히 제국군 사령부의 명예의 전당 에 이름을 올리기 합당할 것이다.”
“크윽……
“비록 토인이나 그대는 명예로운 적수라 불리기 합당하다. 그런 의미 에서 나를 소개하지. 나는 아리사 티어젤. 아나스타샤 황녀 전하를 섬 기는……
“ 엘레나!”
화르르르륵!
거친 예진의 고함과 동시에 그녀의 뒤에서 불줄기가 쏟아졌다.
화염방사기처럼 직선으로 내리꽂히 는 화염 세례.
다급히 손을 들어 얼굴을 막은 기 사, 아리사가 노성을 터뜨렸다.
“기사가 그 성명을 밝히는 틈을 노 려 기습을 가하는가! 토인이라 한들 명예도 없나!”
“명예는…… 지랄! 하나뿐인 목숨 다루는데 그딴 게 뭔 소용이야!”
“이 건방진……!”
“예진! 이쪽으로! 빨리!”
아리사가 속수무책으로 화염 줄기 를 얻어맞는 人}이.
예진의 등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 좋게 몇 번은 버텼지만, 이쪽이 힘으로 어쩔 상대는 아니다. 재빨리 견적을 낸 예진이 얼른 뒤 를 향해 몸을 굴렸다.
“허억, 허억!”
“예진. 괜찮아요?”
거지꼴이 다 된 예진을 가까운 그 늘에 눕힌 엘레나가 물었다.
오랜 격전으로 파리해진 그녀의 얼 굴을 올려다보며 예진이 힘없이 웃 었다.
“나보단 엘레나가 더 걱정인데.”
“지금 남 걱정이나 할 때예요? 지 금까지 몇 번이나 죽을 뻔했는지 알 기나 해요?”
“다들 죽도록 싸우는데 그럼 몸 사 리겠어요?”
“예진!”
“……무리하지 말고 일단 퇴로부터 찾아보죠.”
엘레나의 샐러맨더와 악전고투를 벌이는 아리사를 노려보며 중얼거렸 다.
엘레나의 정령 소환, 재욱의 치유 스킬로 버텨왔지만, 이것도 한계다.
애초에 저런 대병력을 상대로 지금 껏 버틴 것 자체가 기적이다.
“어차피 이쪽은 5명뿐이에요. 적당 히 소란피우고 빠지면 놈들도 우릴 못 찾을 거예요.”
“여긴 개활지에요! 나가면 숲이고, 마땅히 숨을 데도 없다고요!”
“그럼 다시 숲에 불이라도 놔야죠! 어차피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다 죽 을 판……?!”
퍼엉
그때, 시뻘건 불꽃을 뿜으며 샐러 맨더의 형체가 허물어졌다.
불꽃으로 시뻘겋게 달궈진 채 허공 을 붕붕 휘젓는 워해머.
샐러맨더의 몸통을 관통시킨 쇳덩 이가 절그럭거리며 다가왔다.
“훌륭한 재주를 가지고 있구나.”
“아, 아……!”
“게다가 귀도 길고. 이 땅의 토착 종인가?”
빨갛게 달궈진 해머를 어깨에 짊어 진 아리사가 웃었다.
광기의 영역까지 치달은 가학심이 그녀의 입가에서 빛났다.
“아주 좋은 샘플을 얻었군. 넌 내 전리품이다. 네 육체는 해체한 뒤 연구를 거쳐 제국의 새로운 힘으로 활용될 것이다.”
“저, 저리 꺼져. 꺼져……!”
“물론 그 전에.”
거기서 불현듯 해머를 고쳐 쥐는 아리사.
바닥에 힘없이 늘어진 예진을 노려 보며 그녀가 강하게 땅을 박찼다.
“그 명예를 모르는 원숭이의 머리 부터 박살 내야겠지만!”
“안 돼애애애애!”
다급한 엘레나의 외침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비록 걱정해 주는 마음은 고맙지 만, 아마 그녀는 저 기사를 막지 못 할 것이다.
정령 소환도 슬슬 한계에 달한 것 같으니 말이다.
맥이 탁 풀린 얼굴로 예진이 눈을 감았다.
‘끝인가?’
이 영문 모를 ‘게임’이 시작된 이 래.
매일 같이 발버둥 치고, 날뛰고, 죽을 듯이 싸워왔다.
딱히 착하진 않지만, 누군가의 도 움이 되고 싶었다.
어쩔 수 없이 맞서 싸워 피를 홀 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 고 싶었다.
‘그랬는데……
결국, 마지막은 이런 꼴이다.
현실은 내 생각 이상으로 거칠게 흘러갔고.
내겐 이 현실을 거스를 힘이 없었 다.
강한 힘도, 특수한 직업도, 뛰어난 재주도 없었다.
그래도 나름 대장 노릇도 하며 스 스로가 좀 더 나은 사람이라 생각했 지만.
나 따윈 그저 이 ‘게임’에 널린 한 낱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다.
‘ 하하.’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마음을 놓아버리자 거짓말처럼 몸 이 편안해졌다.
쿵쿵대며 다가오는 기사의 발소리 가 멀게 느껴진다.
곧 저 망치가 내 머리를 부숴버릴 터.
어차피 여기서 죽을 운명이라면, 이렇게 안 아프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
“?!”
콰아아아앙!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외마디 폭음이 예진의 귓 가를 찔렀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이 소리.
수십 번을 들어왔던, 이 너무나도 반가운 폭음.
순간 포기한 채 늘어져 있던 예진 의 몸에 힘이 돌아왔다.
‘설마•…”?!’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아리사.
저 멀리 내팽개쳐진 워해머.
바닥에 남은 시커먼 폭발의 흔적.
그리고.
“우리 예전에 이런 적 있지 않았어 요?”
비로소 귓가에 들려오는 저 목소 리.
너무나도 반가운…… 그 남자의 목 소리.
“오픈 베타 때 말이에요. 오크 몰 이 사냥하다가 삐끗했을 때, 내가 그때 예진 씨 구해줬잖아.”
“……아, 아……!”
“물론 그때보단 지금 상황이 더 심 각하긴 한데.”
열기를 머금은 바람 아래서 휘날리 는 하얀 코트.
한 손에 들린 은빛 리볼버. 다른 한 손에 들린 소총.
그 뒤를 따라 달려오는 6기의 하 얀 기계 인형.
“뭐…… 제가 더 할 말은 없고.” 그리고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기다려 마지않던 그의 멋쩍은 얼굴.
“잘 버텼어요. 예진 씨.” “민, 수•••••• 씨•…”!”
한 달을 훌쩍 넘긴 시간이 지나.
패배를 앞둔 이들 앞에, 보급관이 나타났다.
* * *
“목표 설정한다.”
바닥에 쓰러진 예진을 보자 머리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오싹하게 굳어진 얼굴로 민수가 기 계병들에게 지시했다.
“갑옷 입은 놈들은 다 죽여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충직하게 답한 기계병들의 산탄총 이 기사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빗발치는 슬러그 탄의 탄두. 사방 에서 솟구치는 비명.
한바탕 난장판이 된 전장을 헤치며 민수가 예진을 부축했다.
“아이고, 꼴 좀 봐. 아주 시체가 다 됐네.”
“나, 나보단…… 엘레나랑 수찬 이……
“지금 남 걱정이나 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은데요. 수찬 씨!”
“역시 형님이야! 우리 구하러 와줬 구나!”
“하하하하하! 그럼 그렇지! 너 왜 안 오나 싶었다, 민수야!”
저 멀리서 수찬과 재열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운찬 거 들어보니 저 둘은 걱정 할 필요 없으리라.
고개를 저은 민수가 예진을 일으켜 다 엘레나에게 넘겼다.
“오랜만에 보자마자 미안해요, 엘 레나. 예진 씨 좀 부탁할 수 있을까 요?”
“네, 네! 저, 그런데 정령은……?”
“이쪽도 놀고만 있진 않았어요. 게 다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들 한 가락 해서.”
까아앙!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 있던 마장기의 머리통에서 굉음이 터졌 다.
마장기의 머리를 관통한 아이스 볼 트 세 발.
머리를 당하고 뒤로 벌렁 넘어가는 마장기를 본 민수가 휘파람을 불었 다.
“태준이 형 물 만났네. 그보다 무 슨 아이스 볼트 위력이 저렇게 “민수 씨! 뒤!”
그때 민수의 옆통수로 찌르르한 격 통이 전해졌다.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오는 어린애 몸통만 한 크기의 둔기.
종류는 워해머. 열기로 인해 달궈 져 있는 상태.
그 주인이 누군지는 확인할 필요조 차도 없었다.
“헛차!”
“네 이노오오음! 김민수우우우우!”
악에 받쳐 일그러진 얼굴로 아리사 가 연신 워해머를 휘둘렀다.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힘이 실려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뿐.
종이 한 장 차이로 그 틈을 요리 조리 빠져나가는 민수의 모습에 아 리사가 얼굴을 구겼다.
“이제야 알겠다! 황녀 전하께 충성 을 바치는 척하면서 뻔뻔하게 황자 측과 내통하고 있었군!”
“그걸 이제 알았냐? 머리는 뒀다가 뭐에 써먹는지 모르겠네!”
“이, 이…… 네 이놈! 제국을 배신 한 죄는 엄히 다스…… 악!”
타앙
슬쩍 품으로 파고든 뒤, 산탄총 두 개를 꺼내 품에 대고 갈겼다.
방어막에 맞고 사방으로 튕겨대는 산탄의 파편들.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리는 아리 사를 노려보며 민수가 산탄총을 거 뒀다.
“그건 내가 할 말이지. 한 명 찾아 내겠다고 여기 사는 사람들 씨를 말 려버리겠다는 미친년인데. 최소한의 상호신뢰조차 먼저 저버린 건 어느 쪽이지?”
“이…… 이 썩어빠진 자식! 황녀 전하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뭐어? 황녀가 알면?”
냅다 얼굴을 구긴 민수가 혼 블래 스터의 탄창을 한 번 꺼내 돌렸다.
끼리리릭 돌아가던 탄창을 재차 튕 겨 총 안에 밀어 넣은 후.
무섭게 아리사를 쏘아보며 민수가 그 총구를 겨눴다.
“이 꼴을 보고도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시나?”
“뭐, 뭐?”
“황녀는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도 모를 거야.”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 주자면.
“너흰 살아서 집에 못 간다고.”
총구 뒤, 민수의 얼굴이 섬뜩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