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52
나 혼자 무한 보급! 152화
칭호가 변경되면서 새로운 기능도 얻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 었다.
“이틀만입니다. 어르신.”
하안사거리로 돌아와 켄지와 미즈 키를 소개한 후.
민수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미궁에 있던 갈중혁을 소환하는 것이었다.
“귀인이시여. 건강하게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얘기라면 들었습니다. 바다 건너 왜인들의 땅에서 사술사 남매를 포 섭하셨더군요.”
꾸벅 고개를 숙인 갈중혁이 빙긋 웃었다.
민수가 무슨 생각으로 그들을 데려 온 건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각각 인형과 강시를 부리는 사술 사라. 둘 다 귀인께서 하시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건 뭐 그 사람들 하기에 달렸 죠. 그런데 어르신.”
“말씀하십시오.”
“그거 썼습니다. 지난 시나리오에 서 보상으로 얻은 제 스킬북.”
민수의 설명에 갈중혁이 깊게 웃었 다.
손자의 성장을 지켜보는 할아버지 같은 흐뭇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러하시군요. 어떠셨습니까?”
“죽을 뻔했어요. 딱 한 번 썼는데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고요. 메시 지창은 저더러 아직 준비가 안 됐다 면서 꺼지라고 성화였고.”
“그 말씀이신즉슨 일단 사용 자체 에는 성공하셨다는 거지요?”
“네. 총알 한 발 쏘니까 갑자기 수 백 발이 되더라고요.”
그거면 되었다.
은은하게 웃은 갈중혁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 힘이 본 래의 주인을 찾았군요.”
“그게 아카라트의 권능인가요?”
“정확히는 제가 스스로 가정해 본 아카라트의 권능이지요. 어디까지나 이론뿐인지라 저 스스로도 자신은 없 었습니다만, 귀인께서 증명해 주셨군 요. 제 연구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 호오.” “메시지창이 귀인께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하였다고 하셨죠? 그게 바로 그 증거입니다. 만약 그것이 아카라트의 권능이 아니었다면, 오 히려 아무런 문제 없이 스킬의 형태 로 제 절초를 사용하셨을 겁니다.”
말 그대로 ‘스킬’이기에.
딱히 ‘게임’의 존립에 아무런 영향 도 끼치지 않는.
그저 조금 셀 뿐인 필살기이기에.
“메시지창이 귀인께서 그걸 사용하 는 걸 막았다는 건, 역으로 말해 제 가 깨달은 무학이 아카라트의 권능 에 다다라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 다.”
“……언제쯤 그걸 완전히 제 걸로 다룰 수 있을까요?”
“깨달음을 얻으신다면 가능하지 않 을까요?”
“아, 어르신. 제발 좀.”
무협 소설 같은 알쏭달쏭한 동양철 학 따먹기는 사양이다.
난 지금 당장 이 힘이 필요하다.
최대한 빨리 이걸 손에 넣어서 회 귀자 자식을 조져 버려야 한다.
“허허. 그리 보채실 거 없습니다. 세상만사 다 때가 있는 법이지요. 솥에 불도 때지 않고 쌀알을 부어 넣은 채 밥이 되길 바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좀 알려주시죠. 결국, 어르신 이 얻으신 깨달음 아닙니까?”
“그것이 말로 전할 수 있었다면 제 가 자살 기도까지 하면서 스킬북 보 상을 드리려 할 이유도 없지 않겠습 니까?”
“끄응……
“다 그런 겁니다.”
그렇게 답하고 신선처럼 빙그레 웃 는 갈중혁.
쉽지 않다는 생각에 멋쩍어진 민수 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긴 그래. 보챈다고 될 일이었으 면 이럴 필요도 없었지.’
천마신공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말로도 필설로도 형용할 수 없기에 그것이 깨달음인 것.
그의 말마따나 애초에 남에게 알려 줄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결국,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줄 O]
그렇게 생각하며 민수가 아쉬운 입 맛을 쩝 하고 다실 때.
“……귀인이시여.”
“네.”
“저는 깨달음을 얻었습니까?”
느닷없이 갈증혁이 질문을 입에 담 았다.
고개를 갸웃한 민수가 대답했다.
“얻으셨으니까 절초를 펼치신 거 아닙니까? 퀘스트 로그로 하신 말씀 도 다 기억합니다.”
“제가 뭐라고 했던가요?”
“유한이 있기에 무한이 있는 것이 라고.”
“확실히 그런 말을 하긴 했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선선히 고개를 젓는 갈증혁.
천마라기보단 도사 같은 풍채에 짐 짓 냉엄함이 깃들었다.
“저는 깨달음을 얻었으나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네?”
“깨달음이란 경지. 경지란 단계 혹 은 관문. 하지만 무릇 만물이란 물 과도 같지요. 천하란, 우주란 경계도 희미하고 단계도 무의미한 자연체입 니다.”
“지금 무슨 말씀을……?”
“무엇을 얻어야 한다. 무엇을 깨달 아야 한다. 그런 것에 너무 구애되 실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을 발전시키나 동시에 지체시 키기도 하는 그것.
목표점. 향상심. 승부욕. 올라가고 자 하는 그 모든 것.
“단계 없는 우주에서 단계를 찾으 려 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 지입니다.”
질문하러 불렀더니 오히려 머리만 더 복잡해진 것 같다.
짐짓 심각한 얼굴로 민수가 오만상 을 찌푸렸다.
‘그게 뭐야? 깨달음을 얻었는데 깨 달음을 얻은 게 아니라니?’
아카라트의 권능이란 게 실은 양자 역학이었나?
두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니. 슈뢰 딩거의 고양이도 아니고.
그래도 갈중혁이 허튼소리를 한 건 아닐 터.
아무래도 이건 꽤 오랜 시간 고민 해야 할 것 같다.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민수가 힘껏 고개를 뿌리쳤다.
“……하아. 됐어요. 나중에 생각하
죠. 아무튼, 돌아왔으니 슬슬……
“형니이이임!”
그때, 아이젠하이드의 엘리베이터 를 타고 병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옆에 있던 갈중혁에게도 꾸벅 고개 를 숙여 보인 그가 얼른 민수를 향 해 달려왔다.
“형님. 지금 혹시 바쁘신가요?”
“보다시피 한가한데요.”
“지금 빨리 미궁 16층으로 내려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16층?”
거긴 또 언제 내려간 거야?
고개를 갸웃하는 민수 앞에서 병운 이 심각한 얼굴로 외쳤다.
“정찰 나갔단 애들이 이상한 걸 발 견했어요. 형님도 한번 보셔야 합니 다.”
드릴이 뻗은 건 15층까지니, 16층 으로 가기 위해선 걸어야 했다.
15층까지 드릴 엘리베이터로 내려 간 후.
병운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에서 민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뭐야?”
“보시다시피 일단은 함정…… 같은 데.”
허탈한 얼굴로 대답한 예진이 발밑 을 내려다봤다.
눈대중으로 짚은 깊이는 약 5m.
폭은 7m. 길이는 15m가량.
널찍한 통로 한복판에 웬 직사각형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보니까 17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을 막는 함정인 것 같아요.”
“그냥 구덩이 아니에요? 밧줄 내려 서 넘어가면 되지 않나?”
“그게…… 하아. 이거 좀 볼래요?”
고개를 저은 예진이 바닥에서 돌멩 이를 주워다 던졌다.
시커먼 구덩이로 한없이 떨어지는 돌멩이 한 개.
그렇게 추락하던 돌멩이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침입자 발견.〉 갑자기 함정 벽에서 쏘아지는 보라 색 빛줄기.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돌멩이가 시뻘겋게 융해되었다.
“어……
철퍽!
마그마처럼 융해된 돌멩이가 함정 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무슨 각설탕도 아니고, 돌이 한 방 에 녹아내린다.
황당한 위력에 민수가 입을 쩍 벌 렸다.
“와 씨. 이건 뭐……
“민수 씨 오는 동안 이런저런 편법 많이 찾아봤지만 무리였어요.”
마찬가지로 갑갑한 얼굴을 한 예진 이 한숨을 토했다.
“이 위로 외나무다리라도 놓아보려 했고, 병운 씨가 쓰는 부운보도 동 원해 봤고요.”
“다 어떻던가요?”
“사격 각도는 함정 위까지 포함되 고, 병운 씨는 세 걸음도 가기 전에 타죽을 뻔했죠.”
“아니, 그럼 어떻게 빠져나가라 고?” 듣다가 황당해진 민수가 언성을 높 였다.
아니, 난이도를 떠나 일단 공략하 라고 있는 미궁 아닌가?
파훼 불가능한 함정이 나와 버리면 우리더러 어쩌라는 건데?
“사실 파훼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당장 저기 쓰여도 있고.”
“ 진짜요?!”
“단지 그게…… 아. 모르겠어. 직접 보고 판단해 봐요.” 자포자기한 예진의 손가락이 복도 구석을 가리켰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커다란 석판 하나가 서 있었다.
재빨리 그 앞으로 달려가자 그 바 로 옆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 피 를 바쳐라.] [순결한 용의 피라면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충분히 갈증을 채워준다면 이 악마 는 그들 앞에 길을 내어주리라.]“순결한 용의 피? 설마……
“아마도 저거 말하는 거 같아요.”
강철로 감싼 예진의 삿대질이 함정 아래를 가리켰다.
아주 노골적으로 선명하게 그어진 함정 벽의 시뻘건 선 한 줄.
대충 높이는 함정 바닥에서 약 3m 가량.
상황을 파악한 민수의 얼굴에서 핏 기가 싹 가셨다.
“……미친 거 아냐? 설마 저기까지 피를 채우라고?”
“그러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 저 높이만큼 피를 채우려면……
가로 7m. 세로 15m. 채워야 하는 높이는 약 3m.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약 315m3.
그리고 이를 리터로 환산하면.
“315,000 2……
“그래도 용이면 덩치도 크겠죠? 한 마리 잡을 때마다 피가 몇천 리터씩 은 흐를지 모를…… 아, 내가 뭐래.”
자기가 생각해도 재미없는 농담에 예진이 투덜댔다.
사람 피도 아니고 용 피라니.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둘째 치 고, 용은 대체 어디 있는 건데?
“민수 씨. 어떡할래요?”
“어쩌긴 뭘 어째요? 사람 피도 아 니고 용의 피라잖아요.”
사람 피면 병원이라도 찾아가서 수 급할 수 있을 텐데.
용의 피는 당최 어디서 구해야 하 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너무 황당한 조건이라 오히려 확신 만 생겼다.
이건 절대 정석대로 풀라고 존재하 는 함정이 아니다.
어딘가에 반드시 이 함정을 파훼할 방법이 있을 거다.
“지도부 플레이어들 오늘 밤에 교 대하거든 전부 아이젠하이드로 올라 오라고 전해줘요. 여기 머리가 몇 개인데, 맞대고 있다 보면 뭔가 아 이디어가 나오겠죠.”
“알았어요. 그리고?”
“그리고는 무슨 그리고요? 우리는 그사이……
타앙
대뜸 산탄총을 꺼내 갈기자, 사방 에서 보라색 레이저가 쏟아졌다. 산탄 알갱이들이 어둠 속에서 고열 에 증발해 사라진다.
그 섬뜩한 광경에 몸서리치며 민수 가 입술을 씹었다.
“이 X 같은 거 뚫어볼 편법이나 궁리해 봅시다.”
맨땅에 헤딩하다 보면, 하다못해 힌트 정도는 나오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였다.
그날 밤이 되도록 민수와 예진은 끝내 함정을 돌파할 실마리를 얻지 못했다.
“모래를 쫙 뿌린 다음에 병운이네 가 한 명씩 업고 넘어가는 건 어떨 까?”
“아저씨! 그러다가 한 방에 둘 다 죽어요! 일타쌍피도 아니고!”
“자동차는 어때요? 보니까 폭도 좀 넓은데. 점프대 하나 쌓아놓고 자동 차로 밟아서……
“돌멩이도 마그마로 만드는 레이저 가 있는데 자동차라고 버티겠어? 그 리고 애초에 차는 어떻게 반입하게?”
“분해해서 엘리베이터로 반입하면 되죠! 그리고 차도 좀 보강 처치하 고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작전 회의에서 도 이렇다 할 의견은 나오지 않았 다.
아이젠하이드 내부에서 개최된 지 도부 플레이어들의 긴급회의.
저녁으로 쌓아놓은 빵 무더기를 사 이에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근데 모래 아이디어는 괜찮은 것 같은데. 쫙 뿌리면 레이저들이 모래 요격하느라 정신없을 거 아냐?”
“그거 시험하려면 사람 목숨 하나 걸어야 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라고.”
“사카모리 씨. 인형술사랬죠? 혹시 이럴 때 쓸 만한 인형 같은 거 없 어요?”
“대형 골렘이라면 시간만 조금 주 시면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런 레이저 앞에서 골렘이라고 버틸 수 있을지……
옥신각신 오가는 플레이어들 간의 의견 교환.
이런저런 아이디어는 많지만, 확실 한 건 없다.
작게 한숨을 뱉은 민수가 입을 열 었다.
“다나. 이것도 아카라트의 시설물 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혹시 내 권한으로 이걸 통제할 수 는 없어?”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해당 시설물은 요새로 설계되었기에, 사용 권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최심 부로 내려가야만 합니다.]결국, 답이 없다는 거다.
쩝 하고 입맛을 다신 민수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주 못 넘어가는 건 아니야.’
당장 내게는 섬광의 문양이 있다.
잘하면 한 번, 많아도 두 번이면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혼자 저 너머로 넘어가 봐 야 의미가 없지.’
어쨌든 내 최고의 무기는 지금껏 키워온 플레이어들.
이 사람들 없이 혼자 넘어가는 건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섬광의 문양을 동원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섬광의 문양 사용 제한은 하루 3회.
결국, 아무리 용 써봐도 하루에 한 명, 잘하면 두 명이 한계다.
‘지도부 플레이어만 잽싸게 옮긴다 고 해도 보름 가까이 걸릴 거다. 그 리고 그때 즈음이면……
회귀자 자식이 이 함정을 넘을 거 다.
그 자식은 아마 이걸 넘을 방법을 알고 있겠지.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되면 끝이다. 우리가 보름 넘게 이 함정에 발목 이 잡혀 있는 사이.
그 회귀자 자식은 자신의 미래 지 식을 활용해서…….
“••••••아.”
“음? 왜 그러냐? 민수O……
“아! 아아아!”
느닷없이 벌떡 일어난 민수가 고함 을 터뜨렸다.
깜짝 놀라 움찔대며 물러나는 플레 이어들.
그 앞에서 자신의 이마를 짝짝 때 리며 민수가 환호했다.
“하! 망할! 이런 병신 머저리가 있 나! 이 좋은 방법을 왜 진작 못 떠 올렸지?!”
“뭐, 뭐?”
“민수야. 혹시 뭐 아이디어 떠오른 거야?”
“물론이죠! 이거 넘을 방법 있어 요!”
일단 하나는 확실하다.
이 함정은 편법으로 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 편법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모르는 거지!’ 왜 굳이 우리가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가?
완벽한 미궁 공략 가이드가 돌아다 니고 있는데!
“지금 저 밑에 미궁 완전 공략본이 다리 달려 돌아다니고 있잖아요.”
“뭐, 뭐?”
“그거 설마…… 회귀자?”
“그래요. 회귀자!”
그놈도 이건 몰랐을 거다.
민수의 입가에 득의한 미소가 걸렸 다.
“회귀자를 이용하는 겁니다. 우리
들의 미궁 공략집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