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63
나 혼자 무한 보급! 163화
“분위기 좋네.”
끝도 없이 펼쳐진 어두운 공간 속.
눈앞에 펼쳐진 세 개의 스크린을 살펴보던 IB가 웃었다.
“그래, 이래야지. 이래야 악명 높은 척살용 시나리오의 이름값이 살지.”
지금껏 다들 너무 쉽게 상황을 넘 겨왔다.
회귀자는 그 위용이 무색할 정도로 쉽게 빈틈을 허용했고.
플레이어들이 회귀자의 진실에 접 근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 했다.
굳이 원칙을 깨고 시나리오에 개입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제 이 상황은 더 이상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로는 통제할 수 없었다.
‘그래도 놀랐는걸. 보급관 플레이어.’
눈웃음을 지운 IB가 가장 왼쪽의 스크린을 응시했다.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 는 평범한 인상의 청년.
장난꾸러기 물약으로 모습을 바꾼 보급관, 김민수다.
그를 노려보는 IB의 눈에 서늘한 살기가 맴돌았다.
‘조금 더 빨리 조치를 해야 했어. M, 그 교활한 년이 이런 방법을 동 원하다니.’
두 번째 시나리오의 보상을 빙자하 여 그에게 모든 장비류를 몰아줬다.
공중요새. 지상용 요새 건축 장비.
그리고 온갖 장비류에 더해 변신 물약까지.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변신 물 약은…… 놀랍군. 어마어마한 변수 야.’
그냥 첩보용으로나 쓰이던 도둑 관 련 직업 플레이어 전용 보상.
하지만 거기에 무한 보급 스킬이 결 합되니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었다.
상층부 보상을 거의 독식한 회귀자 가 일방적으로 보급관에게 놀아났다.
아니, 놀아난 것 정도가 아니다.
놈은 본격적으로 회귀자에 대한 반 격 태세까지 준비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화력. 무제한의 물량 동 원 능력. 준수한 지휘 및 작전 수행 능력. 거기에 본신의 전투력도 낮지 않아.’
그야말로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대체 누가 저런 플레이어를 견제라 도 할 수 있단 말인가.
혼자서 서버 최강의 집단을 꾸리 고.
자기 휘하의 플레이어들을 서버 내 의 탑 랭커로 육성하며.
심지어 비플레이어들을 모아 군대 까지 꾸릴 수 있는 밸런스 브레이커 다.
‘이러니 보급관을 빨리 견제해야 했던 거야.’
스크린 속 민수의 얼굴을 노려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사실 이런 사태는 IB 또한 처음 겪 어보는 일이었다.
여태껏 보급관 플레이어는 확인되 는 족족 재빠르게 배제되었다.
이렇게 충분히 성장한 보급관을 상 대하는 것 자체가 전무우무다.
하지만.
“뭐. 그래 봐야 버러지 수준 어디 안 가지.”
따악!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세 개의 스크린이 크게 확장됐다.
새까만 공간을 덮은 스크린들은 각 각 다른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김민수와 왕 웨이.
한창 혼란스러운 얼굴로 갑론을박 을 토해내는 광명시 플레이어들.
그리고 머리를 맞단 채 무언가를 의논하는 갈중혁과 알리아.
“어때? 버러지. 그간 자기가 뭐라 도 된 줄 알았겠지?”
그 중 민수가 떠오른 스크린을 향 해 IB가 손을 뻗었다.
날카로운 검은색 손톱이 스크린 속 민수의 얼굴을 꿰뚫고.
그 얼굴을 노려보는 IB의 눈에 가 학적인 살기가 맴돌았다.
“아카라트의 권능을 손에 넣으니 정말로 자기가 그 위대한 문명의 후 손이 된 줄 알았겠지?”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 버러지.
네가 그 힘을 가지게 된 건 어디 까지나 우연이야.
“넌 위대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아. 짓누르면 터져 죽는 버러지일 뿐이 지.”
그러니까 어디 한 번 발버둥 쳐봐라. 얼마나 근사하게 터져 죽을지 궁금 해서 못 견디겠거든!
“멋지게 발버둥 쳐보라고. 플레이 어 김민수!”
가학적인 미소가 하얀 얼굴 가득 번졌다.
새카만 공간 안에 오로지 광기 어 린 웃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 *
민수의 연락으로 잠깐 호전되나 싶 던 분위기가 다시금 급반전했다.
다시금 아이젠하이드의 통제실로 올라온 플레이어들이 긴급회의를 시 작했다.
“민수 불러오면 안 될까?”
“네?”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야 할 것 같 아.”
재열이 꺼낸 한 마디에 예진을 비 롯한 좌중이 침묵에 휩싸였다.
얼굴로 와닿는 동료들의 시선이 따 끔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가 못 할 말을 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허리를 편 재열이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여기엔 민수가 필요해. 몬스터 레이드는 그렇다고 쳐도, 여 기 있는 비플레이어들을 통솔할 방 법조차도 없다고.”
“아저씨.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 요?”
“이봐, 곽 사장!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우리 광명시 플레이어들의 결속 력을 너무 우습게 보……
“그 결속력이 누구 때문에 만들어 진 건데?”
날카로운 지적 앞에서 대답은 돌아 오지 않았다.
그래, 다들 이럴 줄 알았지.
비록 말은 않지만 다들 생각하는 건 같은 거다.
“전부 민수야. 이 하안사거리, 광명 시 캠프, 지도부 플레이어들. 이 모 든 걸 유지해 주는 건 민수야.”
“그 녀석이 물자, 전기, 수도까지 책임져 주기 때문에 우리는 일말의 걱정도 없이 단결된 힘을 보여줄 수 있었어. 그 녀석은 이 캠프의 모든 것이야.”
그리고 이 말은 즉.
“반대로 말하면, 민수가 없는 하안 사거리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거 죠?”
“평시라면 민수가 자리 좀 비운다 고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거야. 한두 번 있는 것도 아니니 불안해하지도 않겠지. 하지만 지금은? 당장 내일 자정에 몬스터가 쳐들어오는 비상사 태 앞에서는?”
그야말로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은 더더욱 그 러하다.
“민수가 죽었다는 소문이 지금도 솔솔 새어 나오고 있는 마당이야. 그 판국에 우리 외의 비플레이어들 과 신규 플레이어들을 통제하는 게 가능하겠어? 정말 그게 될 거라고 생각들 해?”
“재열 아저씨.”
“아니, 절대 안 돼! 너희들 나브 때 기억 안 나? 겨우 사흘 자리 비 웠는데, 그것만으로도 반쯤 난장판 이 됐어! 빨리 현실을 깨달으라고! 여기는 민수 없으면 안……?!”
꽈아앙!
“예, 예진아!”
냅다 날아든 예진의 철퇴가 재열의 발치 앞을 가격했다.
강철 바닥이니 흠집이라도 갈 리는 없지만, 그래도 위압감은 어디 안 간다.
발끝 바로 앞에 내리찍힌 철퇴를 보며 재열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재열 아저씨. 머리 좀 식히세 요.”
“ 예진아.”
“틀린 말씀 하신 건 아니지만, 지금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네요.” 철퇴를 거둔 예진이 우묵한 눈으로 재열을 응시했다.
“그게 안 되는 일임에도 가능하게 해야만 해요. 민수 씨는 그걸 믿고 우리에게 이 캠프를 맡긴 거니까 요.”
“예진아. 책임감은 이해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말 안 듣는 녀석들은 쥐어박으면 그만이고, 그사이 꼬여 드는 날파리 들은 우리 선에서 쫓아내면 되는 거 예요. 이게 뭐가 어렵죠?”
태연한 대답에 오히려 할 말이 없 어 졌다.
무언가 대답하려는 듯 우물거리던 재열이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
“여태껏 해왔던 대로 하면 되는 거 예요. 단지 적이 더 거칠고, 무계획 적이고, 강해졌다는 것만 다를 뿐이 죠.”
“이젠 좀 다들 깨달으세요. 민수 씨가 바보라서 우리한테 캠프를 맡 겼을 것 같아요? 강해진 건 민수 씨만이 아니에요. 우리도 강해졌고, 그 이상으로 강하게 결속되어 있어 요. 이 하안사거리 집단이라는 이름 아래서.”
이제 좀 알 것 같다.
이 사람들에게 뭐가 부족한지.
“민수 씨가 해낸 게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모든 시나리오 를 민수 씨 혼자서만 한 게 아니에 요.”
“그럼……?”
“우리도 이 ‘게임’의 주역이에요. 보급관 김민수를 도와서 이 거지발 싸개 같은 ‘게임’의 마지막까지 향 하는. 우리는 그 사람의 병사고 동 료예요. 그가 등을 맡길 수 있는 사 람들이 요.”
이 사람들에겐 실감이 부족하다. 정말로 자신들이 이 ‘게임’의 주연 이라는 자각이 부족하다.
보급관 김민수는 이들을 강한 플레 이어로 만들어줬지만.
그 반대급부로 이들에게서 신뢰와 자신감을 앗아갔다.
하긴 모든 걸 자기 혼자서 해치우 는 사람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만.
“재열 아저씨뿐만이 아니라, 모두 가 알아야만 해요.”
이제는 우리도 밥값을 해야 한다.
그 남자가 먹여준 만큼. 키워준 만큼. 위기 앞에서 단결하여 든든한 배경 이 되어줘야 한다.
“우린 더 이상 병풍이 아닙니다.”
“민수 씨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면서 박수만 쳐대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요.”
“그래. 언니 말 한 번 잘했네.”
그 때, 느닷없는 목소리가 엘리베 이터 쪽에서 울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는 시선들에 목소 리의 주인공이 피식 웃었다.
“표정들이 다들 왜 그래요? 무슨 귀신 보는 것 같네.”
“으, 은비야!”
“너 벌써 다 나은 거야?”
“낫기는 무슨.”
태환의 다급한 질문에 은비가 어깨 를 으쓱했다.
파리하게 질린 얼굴에 가득한 병 색.
어딜 봐도 멀쩡한 사람의 그게 아 니다.
애써 허세 부리듯 고개를 세게 저 으며 은비가 말을 이었다.
“그냥 걸어 다닐 만하게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한참 멀었대요. 나 치 료하다가 재욱이 오빠가 탈진으로 뻗어버리는 바람에 좀 시간이 걸 리…… 윽!”
“으, 은비야!”
갑작스레 아랫배를 잡은 채 고개를 숙이는 은비.
기겁한 예진이 얼른 달려가 그런 은비를 부축했다.
좁은 이마에 식은땀이 가득 맺혀 있었다.
힘겹게 예진을 밀어낸 은비가 이를 꽉 깨문 채 중얼거렸다.
“……뭐, 그래도 이만하면 버틸 만
하네. 생각보다 그렇게 심각하진 않 은걸.”
“은비야. 무리하지 마. 너 환자라 고.”
“제 발로 일어나서 여기까지 걸어 오는 환자 본 적 있어? 완벽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나았어.”
“서은비, 언니 하는 말 들어!”
“할 말 끝나면 안 시켜도 병실 들 어갈 거야.”
고통이 얼추 가시자 태연한 척 몸 을 일으켰다.
자신을 근심스런 시선을 바라보는 플레이어들.
그들 앞에서 애써 허리를 편 은비 가 잠깐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하아…… 좋아. 지금 회의하 시는 거, 방금 전 그 방송 때문이 죠?”
“그, 그래.”
“잘됐네요. 다녀오세요. 여긴 제가 지킬게요.”
“서은비!”
옆에 있던 예진이 기겁하여 언성을 높였다.
아니, 몸도 다 낫지 않은데 싸우겠 다고?
심지어 말하는 거 들어보니 여기 혼자 남을 작정인 것 같은데?
“너 지금 제정신이야? 몸도 만신창 이인데 싸우긴 뭘 싸워! 그러다가 너 죽어!”
“죽기는 무슨. 현직 천마가 이런 데서 죽으면 천마 이름이 아깝지.”
“지금 우리 농담하는 거 아냐! 넌……?!”
“그럼 뭐? 대안 있어?”
한결 차분해진 은비의 지적.
그 잠잠한 눈빛 앞에 예진이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지금부터 오빠 따라서 저 미궁 끝 까지 회귀자 쫓아가야 해. 그놈 얼 마나 강한지 다들 겪어봐서 알잖 아?”
“반 쪼개서 누구는 어디 지키고 누 구는 쫓아가고 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가용 가능한 전력을 총 동원해서 날 잡아다가 몰아쳐야 해. 그리고……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단 지금 자신은 이 캠프의 베스 트 전력이 아니다.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해진 상황.
그럼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은 하나뿐.
“누구 하나 남아서 집 봐야지. 그 리고 분위기 보니까 그건 내 몫이 될 것 같고.”
“은비야……
“여기서 지면 지구 멸망이라며? 부 상이고 뭐고 가릴 틈이 없어. 싸울 수 있으면 최대한 맞서 싸워야지.”
냉정한 현실 인식에 모두가 할 말 을 잊었다.
하물며 누가 등을 떠밀어서 시킨 것도 아니다.
상처를 입었음에도 여기 남아서 싸 우겠다고 자청하는 은비.
대체 누가 저 각오를 막을 수 있 단 말인가.
“자, 이걸로 제가 할 말은 끝났어 요.”
그렇게 꿀 먹은 벙어리가 된 플레 이어 앞에서 은비가 짝 박수를 쳤 다.
비틀대는 걸음으로 그들 앞에 선 은비.
잠시 목청을 흠흠 가다듬은 그녀가 한층 커진 목소리로 물었다.
“다들 기합 빡세게 넣자고요! 지금 이 시각에도 민수 오빠는 그 회귀자 쫓아서 미궁 바닥을 헤매고 있으니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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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를 끝낼 방법은 하나뿐이 에요. 오빠가 가지고 있는 그 복안 인지 작전인지를 성공시켜서, 한발 빠르게 미궁의 바닥까지 다다르는 것.”
그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지 못하면 남는 미래는 멸망뿐.
이 자리의 누구도 그러고 싶은 마 음은 없을 거다.
조용한 좌중을 휙휙 쓸어보던 은비 가 씩 웃었다.
“그래서 다들 어쩌실 건가요?”
[도예진 : 그래서 지상에는 은비가 남기로 했어요.]
[도예진 : 더 남아봤자 한두 명 정 도. 나머지는 전부 민수 씨 따라갈 거 예요.]
[서은비 : 빨리 끝내고 오누. 오빠!]
[서은비 : 나 죽는 꼴 보기 싫으면 B 히 이쪽이 대책을 강구하던 사이에, 이미 지상의 플레이어들은 해결책을 내놨다.
단체 채팅방으로 돌아온 대답에 민 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결정을 했구만. 예진 씨도, 은비도.’
은비가 부상을 입었다는 얘기는 들 어서 알고 있다.
그러니만큼 지금 어떤 상황인지 또 한 얼추 유추해낼 수 있었다.
‘이런 작전이라면 당연히 은비가 최선봉에 섰어야 했다. 그런 은비가 지상에 남는다는 건……
부상이 생각보다 깊다는 의미.
적어도 미궁에서 회귀자와 싸우지 는 못할 정도로.
‘몬스터 웨이브가 어떤 식으로 진 행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은비와 몇 몇 플레이어들만 남겨둬도 될 만큼 만만하지는 않을 거야.’
시간을 끌면 끌수록 지상의 은비에 게 걸리는 부담이 가중된다.
최대한 빨리, 속전속결로 끝을 내 야 한다.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 그 안에 어떻게든 이번 시나리오를 끝낸다.’
“형님. 확인하고 왔습니다.”
“뭐 해요?”
“아주 제대로 곪아 떨어졌어요. 옆 에서 손뼉을 쳐도 안 일어나던데 요.”
꼭 그렇게 위험한 방법으로 확인을 해야 하나.
눈살을 찌푸린 민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tu rd ZA I •
“지하 미궁 시설 관리 메뉴 확인.”
[몰디바-말로 규격 훈련용 지하 미 궁 시설 관리 권한 확인.] [플레이어 김민수 님. 접속을 환영합 니다.]
상투적인 인사말이 담긴 메시지창 이 지나간 후.
민수의 눈앞에 환한 메뉴 화면이 떠올랐다.
행여 카일이 깨지 않을까 힐끔힐끔 어둠 너머를 살피는 시선.
잔뜩 목소리를 죽인 민수가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20층 웨이포인트를 활성화하겠다.”
[명령 확인되었습니다.] [현 시각을 기해 20층 전역의 웨이 포인트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빙고.”
현재 위치, 미궁 20층.
미궁의 바닥까지, 앞으로 3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