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64
나 혼자 무한 보급! 164화
지상에 남는 것은 은비, 재욱, 태 준. 그리고 사카모리 남매.
나머지 플레이어는 모두 미궁으로 내려가 민수를 쫓는다.
그들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승부 수였다.
미궁 15층 이하로는 아이젠하이드 의 드릴도 닿지 않는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더 이상 서로 에게 간섭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민수 씨한테서 연락 왔어요. 지하 미궁 20층부터는 웨이포인트라는 걸 쓸 수 있다네요.”
“웨이포인트?”
“5층 단위로 설치된 텔레포트 장치 요. 먼저 내려간 플레이어가 웨이포 인트를 작동시키면, 다른 플레이어 가 웨이포인트를 통해 뒤를 쫓을 수 있대요.”
그러니만큼 단단히 각오해야만 했 다.
완전무장을 마치고 대기 중인 지도 부 플레이어 앞.
마도기갑의 죔쇠를 점검한 예진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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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저런 제한 사항은 있지 만요. 1번만 사용할 수 있고, 5층 단위로만 이동할 수 있고, 오직 내 려가는 것만 가능하다네요. 올라오 는 건 불가능하고요.”
“아니 무슨……
“아 씨. 디아블로 웨이포인트도 사 용은 무제한인데.”
“들어보면 용도가 뻔하네요.”
이야기를 듣던 켄지가 고개를 끄덕 였다.
쌍방향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편리 한 물건은 아니다.
제대로 된 사용이 거의 불가능한 불편하기 짝이 없는 물건.
굳이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뿐이다.
“더 많은 플레이어를 미궁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군요. 쉽게 지상과 오갈 수 있게 하면 미궁 공 략 난이도가 낮아지니까.”
“뭐, 그렇겠죠. 아무튼, 한 번 들어 가면 클리어할 때까지 못 올라온다 고 보면 돼요.”
고개를 끄덕인 예진이 답했다.
“하긴 언제는 이 ‘게임’이 우리 편 이었던 적이 있었나요? 그냥 있는 걸 있는 만큼 써먹는 게 중요한 거 죠.” “편하게 생각하자고요. 웨이포인트 를 쓸 수 있다고 하면 우리는 전투 력을 거의 온존한 채로 민수 씨를 쫓을 수 있어요. 싸울 일은 많이 없 을 거예요.”
사실상 도보로 이동하는 건 16층 부터 20층까지.
그리고 거기서부턴 20층부터 50층 까지 중 5층 단위 구간뿐.
수십 층의 미궁을 겨우 10층까지 단축할 수 있다.
도착하자마자 회귀자와 일전을 준 비해야 입장에선 이것도 감지덕지 다.
“아무튼 다들 이해하신 줄로 알겠 습니다.”
“10분 동안 마음의 준비라도 갖추 시죠.”
그렇게 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 에 선 예진.
잠시 자유가 된 플레이어들이 얼떨 떨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는 가운데.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뜻밖에도 켄지 였다.
“야마다 씨.”
“왜지?”
“뜻밖이네요. 이제 돌아갈 줄 알았 는데.”
“그래 보였나?”
야마다의 대답에 켄지가 고개를 끄 덕였다.
사실 이제 야마다는 한국에 볼 일 이 없다.
보급고 지정된 편의점을 통해 이런 저런 보급 물자도 챙겼다.
민수만 만나지 못했을 뿐, 그는 이 미 자신의 용건은 다 달성한 셈이 다.
“그런데도 굳이 미궁 공략에 동참 하시 겠다니……
“내가 젊었을 때부터 주먹패로 살 았지만 말이야.”
“ 네?”
“그래도 원칙 같은 건 있어. 결정 적인 순간에 도와준 은혜는 언젠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거지.”
야쿠자가 하기에는 너무 의리 넘치 는 발언이다.
아니, 어쩌면 또 야쿠자다운 대답 같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켄지 앞에서 야마 다가 씩 웃었다.
“물론 그것도 사람 봐가면서 해야 하는 거지만 말이야. 그리고 내가 봤을 때, 그 보급관은 은혜를 입은 사람을 절대 그냥 두지 않아.”
“야마다 씨……
“뭐, 무제한의 물자를 가진 놈이잖 아? 이렇게 좋은 관계 쌓아두면 앞 으로도 큰 힘이 되겠지. 난 계산적 인 남자거든.” 어깨를 쭉 펴며 껄껄 웃는 야마다.
하지만 켄지는 그런 야마다의 대답 을 믿지 않았다.
겨우 은혜 좀 입히자고 저 지하까 지 목숨 걸고 쫓아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기 입으로는 계산적이라 하지만, 이미 그의 행동은 계산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치?”
“대표님은 관대하신 분이니까요. 아, 이번 기회에 조직 생활도 청산 하시는 게 어떠신가요? 하시는 것만 보면 대체 왜 키무라 밑에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라.”
“원래 이 바닥도 마냥 맘대로는 안 되는 거지. 그리고 그건 좀 생각해 보려고.”
그렇게 두 남자가 오랜만에 좋은 분위기로 대화하는 사이.
다른 한구석에서는 뜻하지 않은 광 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기. 환일 씨?”
“오, 오빠. 뭐라고 말 좀……
뚱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환일 과 태준.
그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영 은과 수아.
미묘한 분위기가 계속되던 중, 먼 저 환일이 입을 열었다.
“한태준이.”
“네.”
“……정말 지상에 남을 건가?”
태준의 지상 잔류는 전적으로 그의 의사에 의한 것이었다.
본래 예진의 계획대로라면 지하로 갔어야 했지만.
한사코 지상에 남겠다며 본인이 억 지를 부렸다.
“자네도 알고 있지? 지상이 지하보 다 훨씬 위험해.”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하에 있는 동안 지상은 매일 자정마다 몬스터들에게 시달려 야 해. 한 번 내려가면 결판이 날 때까지는 올라올 수도 없어.”
“••••••네.”
나직하지만 평소 같은 분노는 없는 목소리.
내색은 안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약 간의 미안함조차 느껴졌다.
그리고 그러는 이유가 충분히 짐작 이 갔다.
고개를 끄덕인 태준이 옆에 있던 수아의 어깨를 힘있게 끌어안았다.
“오, 오빠!”
“수아가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씁쓸한 얼굴로 환일이 고개를 저었 다.
“정말 괜찮겠나?”
“수아가 있는 곳이 제가 있을 곳이 고, 수아가 없는 곳에 제가 갈 이유 는 없습니다.”
“수아는 제가 이 ‘게임’에서 버틸 수 있게 하는 이유입니다. 장인어른 따님, 멋진 사람입니다. 남자가 목숨 한 번 걸어보기에 아깝지 않아요.”
수아는 미궁 공략조에 들 수 없었 다.
애초에 본인의 전투력이 애매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즉 이제부터 수아는 위험한 지상에 노출되게 된다는 뜻.
그렇다면 자신의 선택은 하나뿐이 었다.
“수아, 반드시 지켜보겠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몸 건강하게 돌 아오십시오.”
말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서는 넙죽 큰절을 했다.
평소 같은 핀잔이나 역정은 어디에 도 없었다.
못마땅한 얼굴로 흠흠 헛기침을 하 는 환일.
그 옆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영은.
그 광경을 바라보던 예진의 입가에 도 옅은 웃음이 걸렸다.
‘저 집안도 이제 좀 정리가 되는 것 같네.’
말세가 된 세상에서 기묘한 인연으 로 엮인 가족.
한동안 서로 삐걱대고, 감정도 안 좋았지만.
그래도 함께 싸워온 시간들은 그들 을 진짜 가족으로 만들어놓았다.
한동안 간섭하지 않고 지켜본 게 정답이었다.
마지막으로 깊게 웃은 예진이 입을 열었다.
“10분 지났습니다.”
“슬슬 이동하죠.”
짧은 외침과 함께 다시금 주변 시 끌시끌해졌다.
서로 악수를 나누는 사람들. 각오 를 다지는 사람들.
모두가 나름의 각오를 다지고 헤어 지려던 중.
몸을 돌리려던 태준의 등을 향해 갑자기 환일이 외쳤다.
“……한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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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을 포함한 주변의 모두가 깜짝 놀라 환일을 돌아봤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들이 영 부 담스러운지.
겸연쩍은 얼굴로 헛기침을 해대던 환일이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몸조심하게. 무리하지 말고.”
“장인어른……
“……거! 이 정도로 쓰러지는 허약 한 놈한테 어떻게 수아를 맡기겠나! 내 지켜볼 거야!”
붉어진 얼굴로 버럭 역정을 내는 환일.
이 판국에도 솔직하지 못하지만,
누가 그 태도를 지적할 수 있을까.
놀라서 굳어있던 태준의 얼굴이 그 순간 환해졌다.
다시 한 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태준이 외쳤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수아, 세상 끝까지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거, 오버는. 그리고 아직 허락한 거 아니라니까!”
“두 분 어르신께서도 몸 건강히 돌 아오시길 여기서 기원하겠습니다. 부디 무리하지 마시고 무사히 돌아 와 주십시오!”
“……나, 나도!” 옆에서 가만히 듣던 수아가 허둥지 둥 환일 쪽을 향해 달려왔다.
목적지는 환일의 옆에 오도카니 서 있던 영은.
냉큼 달려온 수아가 권갑으로 둘러 싼 영은의 손을 덥석 맞잡았다.
“아줌마. 아, 아니. 이게 아니지.”
“……새, 엄마.”
이건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너무 깜짝 놀란 영은의 등골이 꼿 꼿하게 펴졌다.
“솔직히 좀 어색해요. 애초에 우리 모녀다운 일은 하나도 못 해봤잖아. 말은 엄마라고 불렀지만 사실 우리 엄마 같지는 않아.”
“수아야……
“하지만 그래도 노력해 볼게요. 우 리 오빠랑 아빠도 화해했잖아. 그, 그러니까 나도 노력해 볼게. 나도 어디서 새엄마 욕 안 먹이게 열심히 효도할게. 그러니까……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졸졸 흐르다 끊어지는 목소리.
딱딱한 권갑을 맞잡은 수아의 눈에 살짝 눈물이 돌았다.
“……우리 아빠, 지켜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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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세고, 발 냄새도 좀 나고, 머리도 좀 벗어지다 말았지만…… 그래도 그런 아빠 사랑하는 거잖아 요. 그러니까 아빠…… 다치지 않고 돌아오게 해줘요.”
“•…”그래.”
권갑에 떨어진 눈물을 닦아냈다.
맞잡은 수아의 손을 세게 흔들며 영은이 빙긋 웃었다.
“약속할게. 환일 씨, 네 아빠…… 털끝 하나 다치는 일 없을 거야.”
네.”
“돌아오면 다 같이 모여서 맛있는 거라도 먹자. 민수한테 부탁해서.”
딸의 손을 놓고 몸을 돌리는 어머니.
그렇게 잠깐의 해후가 끝났다.
뜻밖의 훈훈한 분위기에 주변의 긴 장된 분위기도 많이 풀어졌다.
흐뭇하게 웃은 예진이 다가오는 환 일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잘 생각하셨어요. 아저씨.”
“……거 쑥스럽게. 빨리 가자. 민수 가 기다리겠네.”
“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대답한 예진이 방금 전부터 침묵을 지키던 은비를 돌아봤다.
재욱의 혼신을 다한 치료 덕에 전 보단 혈색이 많이 좋아져 있었다.
그런 은비를 바라보던 예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무사하라던가 몸조심하라던가, 그 런 인사는 안 할게.”
“끝나고 보자.”
“ o ” =•
서로의 생존을 확신하는 이들의 인 사.
담백하게 대답하는 은비의 어깨를 두들겨주고 예진이 걸음을 옮겼다.
환일을 위시한 플레이어들이 그녀 의 뒤를 따랐다.
미궁 15층으로 이어진 엘리베이터 앞.
가장 먼저 그 안으로 발을 들이며 예진이 외쳤다.
“15층으로!”
마지막 던전 공략이 시작되었다.
* * *
카일의 던전 공략 속도는 비상식적 이었다.
길을 잘 찾는다, 헤매지 않는다 수 준이 아니다.
정말 카일의 움직임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
“저쪽으로 가면 몬스터들이 무제한 리스폰 되는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복도 벽을 두들기더니 비밀통로를 찾아내고.
“이 앞에는 용암 함정이다. 징검다 리를 잘못된 순서로 밟으면 발판이 꺼지면서 용암에 빠지게 되지.”
“네, 넵?”
“걱정 마라. 순서대로만 밟으면 된 다. 지금부터 내가 밟는 순서를 잘 보고 기억하도록.”
힌트도 없는 함정의 돌파 방법을 술술 읊고 있으며.
“형님, 보니까 미로 같은데요. 혹시 길 아십니까?”
“모른다. 가로세로 길이만 1km에 매 시각 배치가 달라지는 미로야.”
“그럼 이거 어떻게 하시게요?”
“별거 있겠나? 힘으로 뚫는다. 잠 깐 비켜봐.”
“네, 네? 형님! 자, 잠깐…… 우와 아아악!”
그러고도 안 되는 물건은 그냥 힘 으로 때려 부숴서 뚫는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지……?’
옆에서 그 광경을 보던 민수 입장 에선 돌아버릴 것 같은 광경이었다.
회귀자 설정이니 빠를 줄은 알았지 만, 이건 정말 정신 나갔다.
함정이고 몬스터고 무엇 하나 발목 조차 못 붙잡고 있었다.
‘이 자식 상대로 미궁에서 추격전 걸었다간 뼈도 못 추렸을 거야.’
그렇게 파죽지세로 미궁을 파고들 기를 하루.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카일과 민수 일행은 미궁 25층에 발을 들였다.
[현 시각을 기해 25층 전역의 웨이 포인트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이제 반쯤 왔군요.”
웨이포인트 알림 메시지를 휙 넘기 며 민수가 중얼거렸다.
현재 일행들이 모닥불을 피워둔 곳 은 미궁 25층 인근의 공터.
강행군에 피로를 호소하던 왕웨이 는 벌써 곪아 떨어져 있었다.
나직하게 그의 코 고는 소리를 듣 던 카일이 말했다.
“그보다 빨리 자두도록. 오늘 불침 번은 나부터 시작이다.”
“알겠습니다. 형님.”
“세 시간 정도 있다가 깨우면 되겠 지? 그렇게 알아둬라.”
깨진 손목시계를 힐끔 들여다본 카 일이 담요를 끌어 올렸다.
냉큼 드러누운 민수 또한 담요를 끌어다 목까지 덮었다.
마땅한 깔 것도 없는 곳이니 잠자 리가 편할 리 없었다.
쑤시는 등과 허리를 꿈틀대며 뒤척 이길 몇 분.
카일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문득 민수가 물었다.
“형님.”
“왜지?”
“이러고 있으니까 왠지 쓸쓸하지 않습니까?”
내뱉은 민수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이 판국에 외로우니 뭐니, 그딴 소 리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쯤은 그의 속내를 알아보고 싶기도 했다.
보채지 않고 기다리길 잠시.
타닥거리는 모닥불을 바라보던 카 일이 작게 한숨을 뱉었다.
“그런 건 모르겠다.”
“그런가요? 역시 저희가 있기 때문 입니까?”
“개소리. 난 너희한테 그 정도로 정 준 기억은 없다.”
아, 어련하시겠어.
하긴 저래야 냉혹한 회귀자 컨셉이 살지.
그리 생각하며 입술을 비죽거리던 중, 갑자기 카일이 말을 이었다.
“그냥…… 좀 더 본질적인 문제다.”
“본질적인……?”
“여기 있으면 이상할 정도로 마음 이 편하다. 마치 집에 있는 것 같 아.”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어영부영 말을 마치며 고개 를 돌리는 카일.
하지만 민수는 그런 그에게 굳이 더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집에 있는 것 같다고?’
딸깍.
이불 속에서 버튼 누르는 소리가 아주 작게 울렸다,
주머니에 넣어둔 녹음기를 매만지 며 민수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야 그렇겠지. 왜냐면 너는……
단순한 회귀자도, 인격을 씌운 시 뮬레이터도 아니니까.
정말로 너의 집은 이 거대한 미궁 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