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78
나 혼자 무한 보급! 178화
“엎드려 경배하라!”
보무도 당당하게 날갯짓하며 외치 는 황금 드래곤.
망연자실한 시선들이 머리를 가린 거대한 그림자의 주인을 우러러봤 다.
“위대한 아카라트의 초월자께선 당 신의 백성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으 신다!”
“아, 아카라트……r
“본래대로라면 무익한 싸움으로 사 라졌을 목숨이나, 초월자께서 그대 들을 긍휼히 여기시어 당신이 세울 새로운 왕국에 봉사할 기회를 주셨 다! 찬양하라! 위대한 아카라트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 다.
명길과 정훈이 멍청한 표정으로 서 로의 얼굴을 돌아봤다.
‘설마 벌써 네 번째 시나리오가 시 작된 건가?’
그게 아니고서야 설명이 안 된다. 적어도 갑자기 날아와 이상한 소리 를 떠들어대는 드래곤을 설명할 방 법은 그것뿐이었다.
‘대체 언제 시작된 거지? 시작한다 는 메시지도 뜬 적 없고, 게다가 랭 킹 정산도 진행되지 않았는데?’
아크라이트를 올려다보는 명길의 눈에 공포가 차올랐다.
정말로 기습적으로 네 번째 시나리 오가 시작된 거라면 이러고 있을 때 가 아니다.
일단 드래곤은 돌려보내고, 저기 있 는 군인들이랑 얘기를 해봐야 한다.
맞서지 않으면 망할 판이니 일단은 이쪽이 양보해서라도…….
“•…”잠시.”
“ o 으9”
—-9 T그 •
“초월자께서 그대들을 직접 보길 원하신다.”
쿠우웅!
대답도 듣지 않고 고도를 낮춘 아 크라이트가 지면에 착륙했다.
워낙에 덩치가 크다 보니 내려앉는 것만으로도 주변이 뒤집혔다.
사방으로 강풍을 뿜어내며 얌전하 게 접히는 거대한 날개.
얌전히 고개를 낮춘 아크라이트가 지면에 목을 바싹 붙였다.
“아카라트의 초월자를 직접 뵙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다. 엎드려 예 의를 표하라. 초월자께서는 대자대 비하며 자애로우신 분이니, 원하는 것을 갈망한다면 그분께서도 돌아보 시……”
“아, 조용히 좀 해!”
그때, 아크라이트의 뒷덜미에서 날 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꾸물대며 목 뒤에서 일어나는 그림 자가 셋.
그중 가장 앞에 선 남자가 아크라 이트의 비늘을 탁탁 두들기며 역정 을 냈다.
“무슨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해? 누 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나 그러려고 온 거 아냐.”
“아아! 자애로운 초월자의 자비에 영광을! 하오나 초월자시여. 저들은 당신의 눈조차도 마주칠 수 없는 하 등한……
“거, 아카라트가 줄 세우고 급수 나누는 건 나랑 상관없어! 앞으로 내 앞에서 그딴 소리 하지 마!”
“원하신다면!”
공손하게 대답한 아크라이트가 조 심스럽게 눈을 감았다.
툴툴대며 혀를 찬 남자가 황금 비 늘을 타고 사뿐하게 착지했다.
“후우!”
아크라이트의 목 뒤에서 나타난 이 들의 외양은 각양각색이었다.
백색 코트에 금발을 한 남자.
커다란 지팡이를 든 금발 여자.
시커먼 도복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노인.
‘저 사람들이 드래곤의 주인……
그리고 정황상 금발 남자 쪽의 직 급이 제일 높아 보인다.
NPC인지 뭔지 몰라도 제발 이상 한 시비만 걸지 마라.
그렇게 애써 마음을 단단히 먹은 명길이 입을 열려던 그때.
“아하하하하! 이거 죄송하게 됐습
니다.”
갑자기 싹싹한 미소를 지으며 금발 남자가 명길을 향해 다가왔다.
영문을 몰라 하는 명길의 손을 낚 아챈 그가 껄껄 웃었다.
“아이고, 이게 이럴 의도가 아니었 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저 녀석이 좀 말이 안 통하거든요. 아니, 말은 잘 통하는데 이게 제 의 도가 100% 반영되는 애는 또 아니 라서.”
“어, 어어, 그, 그런가요……?”
“그렇게 무서워 떠실 필요 없습니 다. 보니까 거기 사장님…… 아, 사 장님 맞나? 아무튼, 사장님이 여기 대장 되시는 분 같은데. 맞나요?”
“이, 일단은 그렇습니다. 일단 “김명길 권한대행이십니다!”
옆에서 듣던 정훈이 이때다,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흥분한 정훈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 아갔다.
‘뭔지는 몰라도 NPC가 아니라 플 레이어다! 이쪽을 적대할 생각은 전 혀 없어! 그렇다면……?!’
일단 설득을 하자.
이쪽이 정부 관계자인 걸 밝히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시고 지금은 권한대행을 맡고 계십니다! 선생님. 보시다시피 지금 권한대행께선 크나 큰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아아, 네. 위협……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 디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저 폭도들이 감히 대한민국 정부를 향 해 칼끝을 겨눴……?!”
“그럼 그러지 않게 하면 되겠네 요.”
“네?”
그게 뭔 소린지 물어볼 틈도 없었 다.
금발 남자가 옆에 있던 노인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르신. 저쪽 지휘관 데리고 와주 실 수 있으신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귀인이시여.”
정중하게 답한 검은 옷의 노인이 있는 힘껏 바닥을 밟았다.
꽈르르르릉!
발바닥에서 방출된 기운이 망치처 럼 바닥을 후려쳤다.
지진이라도 난 듯, 금이 가며 덜그 럭거리는 지면.
짐승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린 노인 이 군인들을 향해 포효했다.
“무릇 강물과 우물물은 섞이지 않 는 법! 무림과 조정은 서로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하나, 천하의 이치가 땅에 떨어졌는데 어 찌 내버려 둘쏘냐!”
“히, 히이익!”
“조정의 병사들이 민생을 돌보지 아니하고 도리어 섬겨야 할 조정을 향해 역심을 드러내니 실로 죽어 마 땅하다! 뭣들 하느냐! 네놈의 괴두 를 끌고 와 이 앞에 무릎 꿇려라!”
귀청이 떠나갈 듯한 굉음.
아니, 굉음을 넘어 언령에 가까운 고함.
그 압도적인 기세에 수백 명의 병 사가 움츠러들었다.
고양이 앞의 쥐새끼처럼 우물쭈물 눈치를 보는 사이
병사들을 헤치며 누군가가 저 뒤에 서부터 달려왔다.
“허억, 허억! 차, 찾으신 게 저라 면……
“네 이놈! 역도 놈이 어느 안전이 라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느 냐!”
“히 이익!”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남자가 재빨리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군복 가랑이에서 역겹게 풍겨 나오 는 지린내.
이마에 쓴 전투모의 중령 계급장이 처량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용건을 마친 노인이 금발 남자를 향해 정중히 고개 숙였다.
“분부하신 대로 했습니다. 귀인이 시여.”
“겁을 너무 주셨는데…… 뭐, 어쩔 수 없나.”
가볍게 고개를 저은 남자가 짝짝 손뼉을 쳐 주의를 끌었다.
“자자! 어째 첫 만남이 좀 흉흉했 지만,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해 부 탁드리겠습니다. 이런 세상에 막 이 전처럼 예의 깍듯이 차리고 그러는 것도 좀 힘들지 않겠습니까? 하하 하!” “그, 그렇죠…… 네. 그렇죠.”
“하하하. 거기 권한대행님께서 이 해해 주신다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 군요. 아, 성함이 김명길이라고 하셨 죠?”
금발 남자가 얼떨떨해하는 명길의 손을 맞잡고는 연신 흔들어댔다.
일단 하는 행동을 보니 NPC가 아 닌 건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이 사람을 어찌 대해야 좋단 말인가.
속으로 탄식하는 명길을 향해 금발
남자가 상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 김민수입니다. 일단은 보급 관…… 이죠.”
“ 일단은?”
“지금은 그거보다 더 쩌는 게 됐거 든요.”
* * *
아직 스스로를 보급관이라 밝히긴 했지만, 사실 이제 민수는 보급관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제는 플레이어로서의 직 업이 사라지기도 했고.
이전의 보급고 스킬마저도 사라졌 으니 이젠 어디 가서 보급관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차라리 보급관 쪽이 이해 하기 쉽겠지.’
초월자니 뭐니 하는 것보단 이쪽이 더 이해하기 쉽다.
더불어 이상한 오해를 막는 효과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분위기를 대충 수습한 후.
민수가 향한 곳은 정부청사 내에 위치한 구내식당이었다.
“해당 시설의 상태 조정. 모든 설 비 및 보급 상태를 최상으로.”
[명령을 수행합니다.]“아, 혹시 식사도 준비할 수 있나? 분량 무한으로.”
[제공 가능한 식량 중 임의의 종류 를 무작위 선별합니다.]“음…… 고기반찬 위주로.”
[명령을 접수하였습니다.]번쩍!
“시, 식사가……?!”
민수의 손에서 시작되어 구내식당 을 휩쓰는 황금빛.
한 발짝 뒤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놀라서는 털썩 주저앉았다.
“이, 이게 뭐란 말인가?”
“식사가…… 밥이…… 약탈의 흔적을 걷고 빠른 속도로 복구된 구내식당.
파괴된 식탁과 의자가 순식간에 도 로 이어 붙고.
뒤이어 배식대마다 따끈한 식사가 가득 걸렸다.
하얀 쌀밥에 국은 육개장.
반찬은 제육볶음, 소시지, 닭볶음 탕.
심지어 저 구석에 후식으로 놓인 오렌지 주스까지.
“이야. 진짜 고기반찬으로만 꽉꽉 채웠네. 먹다가 탈 나는 거 아닐까
몰라.”
“저, 저기. 선생님? 이거……
“병력들 불러서 교대로 먹게 하세 요. 아, 양껏 먹어도 되니까 자율배 식으로 합시다. 어차피 양은 무한이 니까.”
“무, 무한?!”
기겁해서 주저앉는 명길과 정훈, 그리고 중령.
그렇게 해서 때아닌 점심이 시작되 었다.
“바, 밥이다. 밥이야……!”
“야! 돼지 새끼 얼마나 처먹게? 작 작 퍼가고 꺼져!”
“아니, 이거 막 먹어도 된다니까? 먹어도 먹어도 양이 안 줄어!”
“이 새끼는 뭔 개소리를 진지하 -1…… 지, 진짜네?!”
식사가 나온다니 분위기야 말할 필 요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싸우던 것도 잊고 경 찰과 군인이 한데 엉겨 밥을 퍼먹었 다.
“잘들 먹네.”
한창때 장정들이니 먹는 양이야 말 할 것도 없었다.
가져오는 식판마다 밥이나 반찬이 고봉으로 높이 쌓여 있었다.
진짜 무한 보급 능력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다.
새삼 혀를 내두른 민수가 눈앞의 세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뭣들 하세요? 제 눈치 보지 말고 드세요. 다 식겠네.”
“V 흐흐……”
—9 T그 ‘d •
“감사합니다. 선생님.”
식당 한구석의 작은 테이블.
마찬가지로 식판 하나씩 갖다 놓고 있던 세 남자가 일제히 숟가락을 들 었다.
저기 장정들보단 덜하지만, 그래도 퍼온 양이 만만치 않다.
하긴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니 다들 식욕이 동하시겠지.
가져온 캔 커피 하나를 마시는 사 이, 가장 왼쪽의 중령이 입을 열었다.
“저기, 선생님.”
“아, 거기 중령님. 그러고 보니 성 함이……?”
“강덕유라고 합니다.”
공손하게 대답한 남자, 강덕유가 씹던 밥을 꿀꺽 삼켰다.
“선생님. 조금 전에 보급관이라고 소 개하셨는데…… 혹시 군인이십니까?”
“아뇨. 민간인이에요. 전역한 지 얼 마 안 되긴 했지만.”
“그렇군요…… 그럼 방금 보급관이 라 하신 건?”
“일단 플레이어로서의 직업이 보급 관이라는 거죠. 뭐, 이젠 그마저도 아니긴 하지만.”
고개를 저은 민수가 바로 그 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부터 좌우의 눈치를 보며 밥 을 먹던 명길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 네, 네! 말씀하십쇼. 김민수 선생님.”
“그…… 권한대행이라고 하셨죠? 그러니까 대통령 대리 같은 거.”
“그렇습니다. 원래는 행안부 장관 이었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돼서……
“군말 없이 권한대행이라 하시는 걸 보니 청와대 상황은 확인하셨겠 군요.”
“……식사하시는 와중에 말씀드리 기엔 좀 그렇군요.”
알 만하네.
인상을 찌푸린 민수가 혀를 내둘렀다.
‘뭔진 몰라도 아주 호되게 당한 모 양이네. 대통령이고 국무총리고 뭐 물어볼 것도 없겠고.’
뭐, 지금 와서 생존자 찾아봐야 무 슨 의미가 있을까.
중요한 건 대한민국의 국체를 칭할 이들이 남아 있긴 하다는 거다.
친절한 미소와 함께 민수가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아무튼, 잘 하셨습니다. 저도 권한 대행님께서 보내신 문자를 받고 여 기의 존재를 확인했으니까요.”
“그, 그렇습니까? 그런데 어디서 오신 건지……?” “광명시입니다. 금천구 바로 밑의 거기요.”
“광명? 거기까지 문자가 가던가 요?”
“네?”
“아니, 이게 좀 말씀드리기가 뭐한 데……
뒤이은 명길의 고백은 이러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 클리어된 직후.
명길과 그를 따르는 이 초소형 정 부는 상황 수습을 결의했다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엄두도 못 냈을 일 이 가능해지면서였다.
“엄두도 못 냈을 일이라됴?”
“이겁니다.”
옆에 있던 정훈이 주머니에서 뭔가 를 꺼내 건넸다.
탱탱볼 크기의 파랗고 투명한 구슬.
표면에 손을 대자 미미한 전기 충 격이 느껴진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에 바로 옆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아청룡의 뇌옥주]
[등급 : 6급]
[아직 청룡이 되지 않은 이무기, 아 청룡이 체내에서 키우는 내단. 1000 년의 수행으로 이 내단을 키워 토해 내면 그 순간 아청룡은 진정한 청룡 이 된다. 막대한 가치를 가진 물건이 니만큼 이무기 사냥꾼들의 주된 표적 이기도 하다.]
[특이 사항 : 작동 시 3시간 동안 주변 100m 내에 전력 발출. 전력량 이나 전압 등은 일정 범위 내에서 조 정 가능.]
[주의 사항 : 재사용에 24시간 소요.]
[가격 : 비매품]
“미궁 탐사 중에 손에 넣은 겁니 다. 이거라면 그럭저럭 전기를 다시 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죠.”
“좋은 걸 얻으셨네요.”
“감사합니다. 아무튼, 이걸 변전소 에 설치하니 예상대로 전기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긴급 재난 문자도 그때 보낸 거지요.”
다만 그 문자가 전국에 퍼지리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애초에 전력망이 복구된 곳은 어디 까지나 서울의 극히 일부분.
전적으로 서울 내의 정부 관계자들 을 결집하기 위한 용도였다.
“어쩌면 다른 관계자가 살아 있을 지도 모르고. 하다못해 국회의원이 몇 명인데 그중에 한 명도 못 살아 남았을까 싶기도 했고……
“그런데 문자를 보내니 막상 쳐들 어온 게 저기 중령님이고요?”
“……면목 없습니다.”
낭패한 얼굴로 덕유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우연치 않게 태양열 충전기를 갖고 있던 간부를 통해 문자를 받았고.
상황이 파악되기 무섭게 휘하 병력 과 함께 여기로 향했다.
하지만 하늘에 맹세코 거기에 사심 은 없었다.
“선생님. 들어주십시오. 이런 세상 아닙니까? 어떤 놈이 전력망을 복구 시켜서 정부를 사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부터 드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강 중령님 말조심하세요. 무슨 뚫 린 입이라고 변명을 주절주절……
“아니, 이봐요! 서장님! 난 협조하 려고 했어요! 거기다 대고 강짜 부 린 건 그쪽이지!”
“그럼 갑자기 쳐들어와서 권한대행 님 보자는 사람을 제가 믿어야겠습 니까?”
“그 말 그대로 돌려드리죠! 그럼 제가 그쪽 제안은 따라야 했습니 까?!”
말문 트인 지 얼마나 됐다고 순식 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사색이 된 명길의 맞은편에서 민수 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저 혼자 비무장 상태로 정부청사 까지 걸어오라고요? 경우가 없어도 정도껏이지, 세상이 이런데 그럼 누 가 그딴 명령을 따르겠습니까?”
“그래도 따라야죠! 군인이 명령권 자에 복종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 까? 심지어 여기 계신 건 권한대행 님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나 마찬가지라고요!”
“하! 군대도 없는 대통령이 무슨 대통령이라고……
“뭐야‘?!”
“지, 진정들 하세요! 선생님 앞에 서 뭐 하는 짓입니까?!”
멱살잡이라도 할 것처럼 흉흉해지 는 분위기.
어떻게든 말려보려 명길이 일어났 지만, 그나마도 의미가 없었다.
팔뚝까지 걷어붙이며 명길을 사이 에 두고 일어나는 두 남자.
동시에 내뻗은 두 남자의 손아귀가 서로의 멱살을 잡기 직전.
느닷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민수가 식탁 위에 뭔가를 던졌다.
“자자, 거기 아저씨들.”
“네?”
“일단 이거 먼저 보시겠습니까?”
퉁!
“이, 이, 이거……?!”
민수가 던진 물건을 확인한 세 남 자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식탁 위에서 검게 번질거리는 시커 먼 권총 한 자루.
세상이 이 모양이 된 후 처음 목 격하는 총이다.
순식간에 얼굴이 파랗게 질린 세 남 자를 바라보며 민수가 입을 열었다.
“권총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죠?”
“이, 이걸 대체 어디서……?”
“알 거 없고. 자, 두 분 모두 상황 파악 안 되시는 것 같으니 교통정리 들어가겠습니다.”
꼭 이딴 식으로 매를 벌어야 하는 건가.
다 큰 어른들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양옆의 군인과 경찰을 바라보는 민 수의 눈이 서늘하게 식었다.
“보다시피 나한텐 총도 있고. 군대 도 있고. 손가락질 한 번에 광화문 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드래곤 도 있는데.”
“이제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누구한 테 있지?”
더 말할 필요조차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