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79
나 혼자 무한 보급! 179화
“민수, 방금 한 말 진심이에요?”
그렇게 세 남자와의 흉흉했던 미팅 을 마친 후.
아크라이트 옆으로 돌아오기 무섭 게 엘레나가 물었다.
“뭐가요?”
“정통성 어쩌고 한 거요. 설마 진 짜로 대통령 같은 거 하려는 건
“국민의 총의가 따르지 않는 대통 령이 대통령인가? 그냥 왕이죠. 그 건.”
“하지만 어쨌든 권력을 쥐겠다고 말한 건 확실한……
“뭘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농 담이에요. 농담.”
근심스런 엘레나의 질문에 민수가 손사래를 쳤다.
하긴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이긴 하다.
총 한 자루 앞세우고 정통성 어쩌고 하면 당연히 그런 의도로 들리겠지.
하지만 단언컨대 그런 욕심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난 애초에 그런 거 해먹을 그릇도 안 되고, 그런 귀찮은 일에 심력 빼 앗길 생각도 없어요. 내 그릇은 딱 우리 캠프까지예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런가요.”
민수의 해명에 안심했다는 듯 엘레 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 조금 걱정했어요. 갑자기 민수 가 변한 것 같아서.”
“ 변하다뇨?”
“갑자기 권력에 욕심을 내고, 그걸 로 사람들을 겁박하는 것 같아 서…… 그걸 보니까 왠지 조금, 당 신이 멀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 요.”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녀라면 할 법한 고민이다.
무거운 표정으로 민수가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런 거에 제일 질색할 사람이긴 하지. 엘레나는 말이야.’
그녀의 어머니인 루시부터가 그런 사람 아니었는가.
어떻게든 권력을 놓지 못해 아등바 등하다 결국 파멸하고 말았지. 아마 그녀는 방금 전 내 모습에서 그녀를 발견했으리라.
권력의 맛을 알고 끝도 없이 타락 해가는 그런 모습.
이 자리에서 오로지 그녀만이 할 수 있는 걱정이다.
“이해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당 신이 있잖아요.”
“제가요?”
“이렇게 걱정스러울 때마다 제 옆 에 딱 붙어서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사람이요.” 내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구 나.
순간 엘레나의 두 뺨이 살그머니 빨개졌다.
“앞으로도 기탄없이 그렇게 말해줘 요. 내가 변할 것 같거나, 무섭게 느껴질 때 기탄없이 말해서 절 멈춰 줘요. 절 멈출 수 있는 건 당신들뿐 이에요.”
“당신들이요?”
“지금 여기 없는 사람들도 포함이 죠. 예진 씨, 은비, 그리고 다른 사 람들도.”
“표정이 왜 그래요? 내가 뭐 말실 수라도 했나?”
“몰라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샐쭉 돌리는 엘레나.
어느새 얼굴에 이만한 심술이 가득 붙어 있었다.
도와달라고 했더니 저렇게 반응하 는 건 또 무슨 심보람.
그렇게 입술을 비죽 내밀고 있는 사이, 이번엔 옆에 있던 갈중혁이 입을 열었다.
“귀인이시여. 그럼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어르신.”
이 어르신이 갑자기 충고라니.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싶어 민수 가 얼른 귀를 기울였다.
“엘레나 소저의 걱정에도 일리는 있다고 봅니다. 무릇 권력이란 것은 사람을 쉽게 타락시키는 법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천하를 논하는 선비들은 언제나 스스로를 경계하고, 절제하 고, 돌아봐 왔습니다. 과욕을 부리지 않고 스스로의 분수를 깨달아 그 겸 허함을 바탕으로 천하를 다스려왔지 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까지 그래야 하는 걸 까.
잠시 말을 고르던 갈중혁이 이윽고 결심한 듯 말했다.
“……겸손이 과하면 그 또한 오만 이며, 겸허가 지나치면 그 또한 탐 욕인 법입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천명을 받들어 어지러운 천하를 다 스려야 할 자가, 스스로의 검박함을 지키기 위해 천명을 등지고 천하를 외면한다면 그 또한 죄일 것입니다.”
“천명 (天命)……
갈증혁이 말한 단어를 입으로 굴려 봤다.
모래를 씹은 듯 참으로 질감마저 까끌까끌한 단어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말은 즉 제가 권력을 탐하는 게 옳다고……?”
“누군가는 쥐어야 하는 것이니 말 입니다.”
“하지만 어르신. 말씀드렸다시피 제 그릇은……
“그릇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 아닙 니다. 설령 귀인이시라 해도 그것만 큼은 귀인께서 하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다.
영웅호걸의 피도 따로 없다.
모든 것은 시대가, 역사가 만들어 낸 것.
무릇 전란은 범인도 영웅으로 빚어 내는 법이다.
“한낱 한량에 불과했던 한신은 한 고조의 휘하에서 그 지략을 인정받 아 천하를 거꾸러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한 황실의 후손이 후일 크게 떨 치고 일어나 다시금 천하를 삼분하 나, 결국 그의 본질은 탁현 누상촌의 돗자리 장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호걸이라 자칭하는 이는 많았으나, 그들 모두가 시대의 선택 을 받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받았다는 건가 요?”
“그것은 저 또한 모릅니다. 하지만 선택받을 수 있는 게 귀인뿐이라는 건 확신합니다.”
팔을 벌린 갈중혁이 주변의 폐허를 가리켰다.
무너진 콘크이트 더미들. 죽어버린 도시의 시체.
주인 없는 문명의 흔적들이 다시금 그들의 주인을 찾고 있다.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잊혀진 체계 를 다시 세우길 갈망하고 있다.
“이 잔혹한 ‘게임’으로 인해 천하 의 백성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땅 에 사는 이들의 능력으로는 지금의 환난을 감내할 수 없으니, 이제는 천명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제 능력도 결국 ‘게임’에서 파생된 거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손에 넣으신 것은 귀인의 능력과 기지이지요.”
민수의 부정에 갈중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긴 아직은 젊은이이니 저 운명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이것을 외면해선 안 된다.
그가 이 운명을 외면하는 건 그 자체로도 하나의 죄다.
‘누군가는 고통 받는 이 천하를, 우주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눈앞에 있는 이 한 명의 초월자뿐.
그 자리에 부복한 갈중혁이 고개를 숙였다.
“귀인이시여. 시대가 영웅을 부르 고 있습니다.”
“천명을 받들어 영웅이 되어주십시 오.”
저토록 비장하게 말하니 더는 반박 할 게 마땅치 않았다.
시선을 돌린 민수가 옆에서 우물쭈 물하던 엘레나와 눈을 마주쳤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근심스러운 얼굴.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건 내가 하는 말뿐이겠지만.
그래도 눈치가 있으니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감을 잡았을 것이다.
“하아.”
작게 한숨을 쉬고 하늘을 올려다봤 다.
폐허를 뜨겁게 비추는 저 드높고 밝은 태양.
무너진 문명의 흔적들을 비추는 그 림자.
광활한 붕괴의 흔적들을 바라보던 민수의 입가에 헛웃음이 떠올랐다.
“돌겠네. 천명이라니.”
이게 무슨 삼국지도 아니고.
정말 나더러 대한민국의 왕이라도
되라는 건가?
그렇게 두 시간 정도 기다렸을 즈 음.
드디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마친 세 남자가 민수 앞에 나타났다.
“그래, 다들 얘기 잘 하고 오셨나 요?”
“••••••네.”
무거운 표정으로 명길이 고개를 끄 덕였다.
민수가 먼저 자리를 비켜준 이유는 간단했다.
어떻게든 셋 사이에 최소한의 서열 은 정하고 오라는 것.
위아래도 없는 조직에겐 지원도 해 줄 수 없다는 민수의 단호한 의지 덕이었다.
“생각보단 빨리 정하셨네요. 그래, 그럼 어떻게 됐습니까?”
“……최선은 선생님께서 저희를 흡 수하시는 겁니다.”
“그 건은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이상한 말이 나오기 전에 얼른 명 길의 제안을 거절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무리 힘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명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애초에 이제 나에게 감투 따윈 무 의미하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조직을 장악하 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 감투 따윈 자신에게 있어 거 추장스러운 짐일 뿐.
하물며 굳이 그런 걸 탐내봤자, 정 통성은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체계를 재건하건 이용하건, 그 시 작은 그 체계의 정통성을 존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말씀드렸다시피 전 빠지겠습니다. 애초에 제가 진심으로 그럴 마음을 먹었으면 지금 세 분 머리가 목 위 에 남아나기나 하겠습니까?”
“전 여러분이 재건할 정부의 물주 노릇으로 충분합니다. 그 이상의 역 할은 불필요합니다. 괜히 제 욕심을 자극해서 불상사가 일어나는 건 자 제해 주십시오.”
노골적인 협박에 세 남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자기 말로는 욕심 안 부리겠다고 하지만, 세 남자가 듣기에는 그 의 도가 전혀 달랐다.
‘귀찮게 자기까지 올라올 일 만들 지 말라는 건가.’
무슨 일이 터지건 자기들 선에서 해결해라.
물자 포함해 필요한 건 이쪽에서 지원해 준다.
대신 그 어떤 종류의 내분도 용납 하지 않겠다.
총 들고 윽박지르는 것보다 더 무 서운 협박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용납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얼른 서로의 눈치를 살핀 세 남자 중 명길이 앞으로 나섰다.
“……그럼 선생님을 제외한 지휘체 계 현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고 통수권자는 권한대행인 김명 길.
오정훈과 강덕유는 각각 1대대와 2대대를 지휘한다.
현재 양측 전력은 군인과 경찰이 각 500명씩.
이들을 한데 섞은 후 반으로 나눠 절반씩 맡아 이끈다.
선발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이 과정은 제비뽑기로 이루어진다.
“왜 굳이 제비뽑기죠?”
“파벌화를 막고 서로의 지휘권에 어느 정도의 제한을 두기 위함입니 다. 한쪽이 폭주한다 해도 휘하 병 력의 완전한 장악이 불가능하도록 요.”
“안전장치라면 납득하겠지만, 비상 시에는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할까 요?”
“어차피 위급 시에는 자기 상관 찾 아가게 돼 있습니다. 피차 병력 숫 자가 적으니 가능할 것 같더군요.”
그렇다 그거지.
자기들이 감수하고자 하는 디메리 트니 그거까진 뭐라 하지 않기로 했 다.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자리에서 일 어났다.
“좋습니다. 그럼 준비하시죠.”
“준비라됴?”
“대충 각이 잡혔으니 다음으로 필 요한 건 물자 아니겠습니까?”
뒤이어 민수가 지시한 것은 병력 차출이 었다.
경찰과 군대에서 각 50명씩, 실력 괜찮은 이들을 차출할 것.
“다 모아왔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정훈과 덕 유의 행동은 재빨랐다.
순식간에 소집되어 정부청사 앞에 도열한 총 100명의 병력.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누구 하나 구 시렁대며 떠드는 이가 없었다.
“병사 간 기강은 확실하게 잡아놨 습니다. 적어도 선생님께서 걱정하 시는 문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 니다.”
“잘 하셨습니다. 그럼……
나도 슬슬 시동 좀 걸어볼까.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민수가 입을 열었다.
“관리자 메뉴.”
짧은 메시지창과 함께 민수의 눈앞 에 금색 윈도우가 떠올랐다.
얼핏 보면 경매장과 비슷해 보이지 만, 그 내용은 확연히 달랐다.
1급부터 10급까지 모든 장비가 개 방된 화면.
주의 깊게 그 화면들을 노려보며 민수가 휙휙 손가락을 놀렸다.
‘어디, 어디…… 아. 여기 있구만.’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흠흠 목청을 가다듬은 민수가 손가 락을 들어 화면을 가리켰다.
“블래스터 돌격 소총 100정. 철갑 탄 1000 탄창.”
[명령을 수행합니다.] 와르르르르!“이, 이거……?!”
“소, 소총!”
갑자기 쏟아지는 총기 소나기에 장 내가 발칵 뒤집혔다.
놀란 와중에도 덕유의 표정이 특히 나 가관이었다.
무슨 멜로 영화라도 보고 온 양 눈에 눈물까지 그렁그렁해 있다.
옆구리만 쿡 찌르면 당장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아낼 기세였다.
“서, 서, 서, 선생님! 이거 설 마……?!”
“알면서 왜 물어봐요? 병력 무장하 려고 드리는 겁니다.”
“드, 드디어……!”
감격한 얼굴로 덕유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세상에서 총이 모두 사라진 지 벌 써 얼마나 지났을까.
그런데 드디어 다시금 우리가 총을 들게 되었다.
군복만 입은 양아치 무리가 아니 라, 진짜 군대 노릇을 하게 된 것이 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건 이제부터 말씀드릴 겁니다.”
“……네, 네?”
“아니, 이봐요. 그럼 제가 이거 공 짜로 드렸을 것 같나요? 세상에 거 저가 어디 있어.”
태연자약한 민수의 대답에 잠깐 훈 훈해지나 싶던 분위기가 급랭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늘어선 채 서로의 안색을 살피는 세 남자.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쪼 는지 모르겠다.
껄껄 웃은 민수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뭐 이상한 거 시키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그, 그럼……?”
“그냥 부탁 하나 드리려는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권한대행도, 경찰도, 군대도 있다.
이제 정부를 유지할 최소한의 조건 은 갖춰졌다.
이들이 총을 든 이상 웬만한 어중이 떠중이는 이들 앞에서 기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이 힘을 좋게 써보는 것.
천명은 몰라도, 선한 영향력 정도 는 끼칠 수 있지 않겠는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민수가 입을 열었다.
“최대한 많은 생존자를 긁어모아, 정부 조직 재건할 준비를 해주십시 오.”
66 | „
정통성이 있고, 정통성을 지킬 힘 이 있다.
이제는 일어나야 할 때다.
남은 일은 해가 지기 전에 전부 마무리되 었다.
소총과 탄약 불출까지 살뜰하게 마 친 후.
민수는 종횡무진 광화문 일대를 돌 아다니며 거대한 보급창을 세웠다.
“이만하면 됐겠지.”
주유소를 보급고로 지정하여 유류 수급이 가능하게 하고.
식량은 정부청사의 구내식당을 이 용하기로 했다.
급하게 정한 거긴 하지만 이걸로 식량과 연료는 확보 완료.
게다가 총기도 보급됐으니 이제 나 름 강력한 무력 또한 갖췄다.
설령 무슨 일이 터져도 이 정도면 충분히 방어해낼 수 있으리라.
“최단 사흘에서 최장 일주일 정도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식량에 연료면 충분하죠? 일단 주 변 안전부터 확보하고, 전기나 통신 망 복구 등은 나중에 천천히 생각합 시다.”
“살펴 가십쇼!”
인사를 받으며 아크라이트 안으로 몸을 숨기는 민수 일행들.
이윽고 두둥실 떠오른 황금 드래곤 의 뒷모습이 빠르게 멀어졌다.
작아져 가는 아크라이트의 뒷모습 을 향해 정훈과 덕유가 힘차게 거수 경례를 붙였다.
그렇게 아크라이트가 시야에서 완 전히 자취를 감춘 후.
슬그머니 손을 내린 두 남자가 서 로의 얼굴을 돌아봤다.
“……이게 꿈인가요?”
“그런 말 하지 마십쇼. 부정 탑니 다.”
꿈이면 깨지 말아야 한다.
이런 꿈에서 깨면 억울해서 잠도 못 잘 거다.
힘껏 고개를 내젓는 두 남자 사이 에 명길이 슬쩍 끼어들었다.
“두 분 보십시오.”
“권한대행님.”
“저걸…… 저걸 보십시오.”
저녁 식사 시간을 맞이한 정부청사 건물.
그 주변에선 때아닌 평온한 분위기 가 펼쳐지고 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늘어져 있는 병사 들,
어디서 주워온 공으로 공차기에 열 중하는 경찰들.
서로 담배를 물고 마주 앉아 자기 무용담 자랑에 여념 없는 젊은이들.
“저런 광경…… 이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밥을 먹고, 쉬고 싶을 때 쉬고, 가끔은 저렇게 허풍 도 치고…… 저런 광경, 이제 다시 보긴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그 남자가 나타나며 모든 게 달라 졌다.
맥없이 세상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 던 이들에게 무언가가 생겼다.
반짝이는 눈에 가득한 충족감.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저 빛나는 얼굴들.
그것을 굳이 이름 붙이자면.
“희망이 돌아왔습니다. 우리에게.”
“ 희망••••••
“우리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욕심은 없지만, 의무감은 있다.
탐욕은 없어도 정의감은 있다.
어쨌든 나 또한 국민의 녹을 먹는 자.
이렇게 희망이 돌아왔다면, 나 또 한 가만있을 수는 없다.
“우리끼리 회의 시작합시다. 국무 회의입니다.”
“국무회의……
“대한민국 살려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대답하며 힘껏 웃는 명길.
보급관이 뿌린 희망이 중년의 마음 에 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