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85
나 혼자 무한 보급! 185화
방법을 찾았으니 남은 건 실행뿐이 다.
다음 날 해가 뜨기 무섭게 민수는 바로 실험에 착수했다.
“다나. 어제 말해줬던 거 다시 한 번 브리핑해 줘.”
[본함 아이젠하이드는 아카라트에 서 운용하는 모든 종류의 함대들에 기함으로 배치되는 함정입니다.]뻥 뚫린 천장으로 비치는 햇살 속 에서 들려오는 다나의 대답.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슬쩍 발밑을 굽어봤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현재 위치는 안양천변.
하안사거리의 방어를 아크라이트에 게 맡긴 채 잠시 아이젠하이드를 여 기로 옮겼다.
혹시라도 전함이 추락하거나 하는 상황에 대비한 조치였다.
물론 다나는 절대 그럴 일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의 사태라 는 게 있는 법이다.
‘마음만 같아선 저기 인천 앞바다 까지 가지고 가고 싶지만, 그러기엔 좀 시간이 걸리니……
[원정, 식민, 호위 등 함대가 마주 칠 수 있는 각종 작전 상황에서 아 이젠하이드는 모든 종류의 서포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본함에 지하 공격용 드릴 등이 장비되어 있는 것 도 그 때문입니다.]“그건 됐어. 아무튼 전함을 굴릴 방법이 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본함은 함대 기함으 로서 휘하 함정들의 무인 운용 또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민수의 얼굴이 헤벌쭉 찢어졌다.
“맘에 들어. 아주 맘에 들어.”
“……나 민수가 뭐 갖고 이렇게 좋 아하는 거 처음 봐.”
“햣하! 누님은 모르실 겁니다!”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젓는 예진 옆 에서 병운 3인방이 언성을 높였다.
우르르 민수를 향해 몰려든 세 남 자가 민수와 함께 어깨동무를 했다.
“형님! 그러니까 그거 아닙니까? 스타크래프트! 와! 배틀크루저! 캐 리어!”
“야, 근데 캐리어 뽑으면 인터셉터 는 누가 모는 거야?”
“가위바위보해서 진 새끼 먼저 태 우자! 형님, 콜?”
“그거 알아요? 캐리어 인터셉터는 무인조종이 라는데.”
“그럼 묶어서 내보내면 되죠! 진 새끼 완전 좆되겠네!”
“••••••바보들••••••
지난 번 아크라이트 건만 그렇고.
대체 우리 팀 남자들은 왜 이런 상황만 되면 지능이 급락하는 걸까.
예진이 한숨짓는 사이 네 남자의 이야기는 끝 간 데 없이 급발진하고 있었다.
“좋아! 그럼 캐리어든 뭐든 모함 먼저 뽑는 걸로 합시다!”
“야! 장수찬! 서태환! 들었지? 진 새끼는 인터셉터에 묶어서 쏘는 거 다!”
“저 새끼 또 지랄병 도졌네. 말하 는 것만 들어보면 꼭 지가 다 이긴 것 같아.”
“형님! 저 새끼 웃는데요?”
“냅둬요. 태환 씨 인터셉터에 묶어 서 쏘는 꿈이라도 꾸나 보죠.”
그렇게 한 바탕 낄낄대며 농담을 주고받은 후.
얼른 아이젠하이드의 외부 마이크 를 활성화한 민수가 지상에 있는 환 일을 향해 외쳤다.
“환일 아저씨! 현장 통제 잘되고 있죠?”
“잘은 되고 있는데…… 너 진짜 그 거 할 거냐?”
“전함 건이요? 그거야 말씀드린 대 로……
“지금 하안사거리에 소문 쫙 퍼졌 어. 보급관이 고척 스카이돔으로 데 스스타 지으러 간다고.”
“안양천으로 온 거 보니까 데스스 타는 아닌 모양이네.”
그거 만들면 우리 다 죽어요.
민수를 포함한 네 남자가 열심히 고개를 내저었다.
“데스스타는 아닌데 아무튼 전함은 만들 겁니다.”
“그것도 개쩌는 우주전함이에요! 환일 아저씨한테 입장료 받아야지!”
“저저 김병운이 저 위아래도 없는 새丁!…… 하아, 됐다. 그 우주전함인 지 뭔지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욱해서 욕지거리를 박으려다가 가 까스로 참는 환일.
그렇게 분위기가 수습된 후, 민수 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지상 통제 인원들한테 전달합니 다. 주변에 들어오는 일반인 없게 해주시고 만에 하나의 사태가 일어 날 경우에는 즉시 현장에서 이탈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장비는 제가 채워드릴 수 있지만 목숨은 안 그럽니다. 목숨이 제일 중요하니 목숨을 제일로 행동해 주 십쇼. 그럼……
시작해 볼까.
박수를 짝 친 민수가 관리자 메뉴 를 열며 외쳤다.
“크렐라일급 전투모함 1척. 모든 상태 최상. 최적. 최고로 설정해서 소환.”
[명령을 수행합니다.]“다나. 확인되는 즉시 무인 함대 운용 프로그램 작동시켜.”
[현재 대기 중입니다.]우우우우웅!
여태까지 힘을 써오면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우렁찬 굉음.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 황금빛의 포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장을 내려다보던 모두의 입에서 감탄이 새어 나왔다.
“오오오……
“와아아……
순식간에 크기를 불려가는 황금색 의 포말.
허공에서 길쭉하게 길이를 늘려간 그것이 금새 형체를 갖추었다.
화려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든든한 함체.
그 위에 성채처럼 불쑥 솟은 육중 한 브릿지.
갑판을 살짝 넘기며 불쑥 솟는 거 대한 활주로.
[크렐라일급 전투모함 1척 확인. 무인 함대 운용 프로그램 작동합니 다.]쿠르르르릉!
빛이 사라진 후, 잠시 기우뚱거리 나 싶던 황금의 함체가 굉음을 토해 냈다.
하부의 마나 스러스타마다 순차적 으로 뿜어지는 푸른 빛.
이윽고 비틀대던 함체가 완전히 자 세를 갖추고는 서서히 고도를 올렸 다.
[크렐라일급 전투모함. 일반적인 다대다 함대전 외에 일대다 함대전, 이외 각종 특수 작전을 단독으로 수 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최신예 전투 모함입니다.]“훌륭해……
웅장한 기세와 함께 떠오른 전투모 함이 아이젠하이드와 나란히 섰다.
길이는 아이젠하이드보다 조금 작 은 약 300m.
하지만 지면을 뒤덮은 그림자의 기 세는 결단코 아이젠하이드에도 밀리 지 않았다.
[크렐라일급 전투모함은 단함으로 도 대단히 강력한 함정입니다. 하지 만 효율적인 호위함 배치를 통해 그 전투력을 훨씬 배가시킬 수 있습니 다.]“어떻지?”
[작전 목적에 따라 추천하는 함대 구성이 달라집니다. 브리핑을 진행 할까요?]“바로 하지.” 하늘을 날아다니는 공중전함. 그야 말로 남자의 로망.
라비안 차원제국의 멋대가리 없는 천공성 따위가 비빌 게 못 된다.
저 웅장한 자태만 봐도 배가 불러 오는 것 같았다.
흐뭇하게 웃으며 민수가 입을 열었 다.
“나 지금 몸 달아서 못 견디겠거 드 ”
결국 함정은 추가로 3대만 더 뽑 는 걸로 일단락을 지었다.
갑자기 흥이 식은 게 아니라, 향후 전개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최종 시나리오가 어떤 물건이 될 지는 아무도 몰라. 일단 지금은 최 소한의 전력만 갖추고 나머지는 시 나리오 시작된 이후에 다시 생각해 보자고.”
“내 생각엔 4대만 있어도 지구정복 까지 가능할 것 같은데……
“어허. 그건 닥쳐보지 않으면 모르 는 거야. 다나. 추천하는 함종 있 어?”
[파드라스급 순양함을 추천합니다. 강력한 주포와 지상 공격용 마나 캐 논을 갖추고 있어 공대공, 공대지 양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 다.]“좋아. 그걸로!”
그렇게 추가로 3척의 순양함이 아 이젠하이드의 옆에 섰다.
길이 200m를 살짝 넘기는 순양함 이 순식간에 3척.
그렇게 최소한의 함대를 갖춘 민수 는 바로 하안사거리로 돌아왔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 하늘에서 위압적인 황금빛을 빛내 는 황금 함대.
거기에 아크라이트까지 더해지니 예진 말마따나 지구정복도 가능할 기세였다.
물론 정말로 지구정복을 할 생각은 아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남아 있으니까.
사거리로 돌아오기 무섭게 민수는 바로 다음 작업을 시작했다.
“준비 다 됐어?”
“일단은 이 정도인데…… 사거리의 도로마다 줄줄이 늘어선 트레일러 다섯 대.
그중 한 대에 올라선 민수가 트레 일러의 내부를 살폈다.
“ 흐음.”
신비한 푸른빛으로 빛나는 트레일 러 속 기계뭉치.
예진이 획득한 에테르 기관 제작 스킬로 건조한 마도기갑 생산 시설 이었다.
원래는 아이젠하이드의 사령실에 설치되어 있던 물건.
그것을 철수시킨 뒤, 미리 지시해 서 확보해 둔 트레일러 내부로 옮겨 놨다.
물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하나 뿐이었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없어. 플레이 어들의 머릿수는 불릴 수 있어도 질 적인 성장까지 기대해선 안 돼.”
“그렇지.”
“결국 중요한 건 장비의 질이야. 실력이 딸리면 장비로 압도해야지.”
그리고 이 마도기갑은 그 장비빨에 최적화된 물건이었다.
성능도 모자란 데 없으면서 튼튼하 고, 무엇보다 다루기 쉽다.
말마따나 사지만 멀쩡하면 누구든 지 다룰 수 있는 물건인 것이다.
“게다가 성능도 너랑 우리 플레이 어들이 직접 검증했지. 의심의 여지 는 없어.”
“얼마나 보급할 거야?”
“될 수 있는 한 많이. 그러니까 다 섯 대나 준비하라고 했지.”
일단 서울에 한 대 갖다놓고, 나머 지도 상황을 봐서 보급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곳 중 하나는 미국.
아크라이트만 있으면 1시간 미만으 로 왔다갈 수 있으니 시간적 문제도 없다.
‘다른 나라야 속수무책으로 털렸다 지만 그래도 미국은 좀 다르지 않을 까?’
어쩌면 미국은 대통령이 살아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일이 곱절은 더 편 해지겠지.
아무튼 그 또한 아직은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친 민수가 트레일러에서 내려오며 물었다.
“샘플 준비됐지?”
“인원까지 전부. 즉시 행동 가능 해.”
“좋아. 시작하자.”
예진의 뒤를 따라 트레일러 뒤로 돌아가자, 그녀 말대로 이미 준비가 끝나있었다.
회색빛의 마도기갑을 걸친 신규 플 레이어 10명.
각자의 발치에 놓여있는 버스터 기 관총.
허리춤과 등에 주렁주렁 매달린 탄 통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부무장으로는 산탄총 지급됐지만 기본은 기관총이야. 마도기갑의 근 력 강화 효과가 좋아서 혼자서도 기 관총을 들고 쏠 수 있겠더라고.”
“탄약 엄청 써대겠구만. 보급선 유 지할 방법부터 찾아야겠네.”
“뭐, 그건 민수 네 영역이지. 아무 튼 인원들도 재열 아저씨가 빡세게 선별했어. 전부 군필이고, 실사격에 서도 성적이 가장 좋았던 인원들이 야.”
“좋았어.”
꼼꼼한 예진답게 완벽한 일처리다.
흐뭇하게 웃은 민수가 그들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자, 총 드세요. 시작합시다.”
“네!” 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얼른 기관총 을 집어드는 인원들.
철컥철컥 장전하는 플레이어들을 이끌고 민수가 미궁 입구로 향했다.
‘여긴 여전하군.’
아이젠하이드의 지하 공격용 드릴 을 타고 지하 1층으로 직행.
문을 열고 나서자 특유의 퀴퀴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게임’ 진행이 아예 멈추면서 사라 지지 않고 방치되었던 미궁. 계륵 같은 곳이지만, 지금은 유일 한 실전 훈련의 장이다.
하나 둘씩 나오는 플레이어들을 돌 아본 민수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이 미궁에서 훈련하시며 동시에 다른 플레이어들 의 훈련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훈련을요?”
“뭐 스킬 레벨을 올리라거나 무슨 군대마냥 훈련 교관을 맡으라는 게 아닙니다. 마도기갑과 기관총은 강 력한 무기지만 그걸 다루는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돌발 상황에 대처 하는 방법 같은 건 스킬이 아니라 경험의 영역이죠.”
남은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몇 달. 짧으면 일주일 미만.
그 시간 동안 플레이어들을 정예병 으로 길러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 다.
하지만 설령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 도 최소한의 실전감각은 가져야 했 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이 정도지.’
미궁 1층 정도면 마도기갑만 입고 있어도 부상당할 걱정은 없다.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은 훌륭한 표적 역할을 해줄 수 있다.
필요한 건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험과 순발력.
체력 따위는 기대도 안 하고, 그럴 수도 없다.
엄한 눈을 한 민수가 10기의 마도 기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부 디 책임감을 갖고 임해주십시오. 아 시겠습니까?”
“네!”
“아니, 아니. 그렇다고 경례는 붙이 지 말고.”
이 아저씨들 벌써부터 군대 기분 내네.
일제히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경례 를 붙이는 플레이어들을 보며 민수 가 고개를 저었다.
* * *
함대 결성. 장비 보급. 이외 기타 보급물자 정비.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 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왔다.”
현재 시각 밤 12시.
나직한 민수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사거리의 허공에 균열이 가기 시작 했다.
녹은 타르처럼 균열의 틈새에서 뚝 뚝 흐르는 검은 물질.
볼수록 역겨운 광경에 내심 구역질 을 참는 사이.
검은 물질들이 순식간에 뭉쳐지며 칼라일의 모습을 갖췄다.
“다시 뵙습니다. 초월자 김민 A…… 어머나.” 인사를 위해 고개 숙이려던 칼라일 의 시선이 하늘에 뜬 황금의 함대를 향했다.
달빛을 머금고 위풍당당하게 빛나 는 황금빛의 함대.
묘한 눈으로 그것들을 올려다보던 칼라일이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아카라트의 황금 함대. 설마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뽑느라 힘 좀 썼지. 왜? 마음에 안 드나?”
“확실히 보기 편한 광경은 아닙니 다만…… 그보다 놀라울 따름입니 다. 저걸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 했거든요.”
아카라트의 핵심 병력이던 황금의 함대.
한때는 저 함대에 맞서 싸우던 적 도 있었다.
아카라트가 멸망한 이후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하던 광경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칼라일의 얼굴 이 복잡미묘하게 흐려졌다.
“비로소 실감이 가는군요. 비록 태 어난 차원은 다르지만, 당신은 의심 의 여지가 없는 아카라트의 적장자 (펴長子)라는 것을요.”
“우리는 다시 한 번 아카라트에 대 적하는 거군요. 아니, 대적조차도 아 니지요. 이전의 아카라트와 다를 바 없이 타락한 우리를, 그 아카라트가 벌하러 찾아온 것뿐……
나는 스스로 벌을 청하고 있다.
한 때 우리가 몰락시켰던 그가, 우 리를 벌해주길 바라고 있다.
대체 어찌하여 우리는 이런 모습이 되었단 말인가.
이 ‘게임’을 막 손에 넣었던 우리 는 이러지 않았을 텐데.
슬쩍 눈가까지 스며 나오는 서러움 을 털어버리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황금 함대를 복원하여 제게 보여 주시는 것은…… 그렇군요. 마음의 결정을 내리신 거로군요.”
“그래. 우리는 최종 시나리오에 도 전하겠다.”
“그 의향 받들겠습니다. 아카라트 의 초월자여.”
긴 치맛자락을 살짝 잡아 올리며 칼라일이 고개를 숙였다.
어느덧 슬픔이 묻어나던 그녀의 표 정은 무덤덤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 었다.
“곧 준비가 되는 대로 당신에게 보 여드리겠습니다. 아마 그리 오랜 시
간이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당신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 다. 초월자여. 당신의 앞길에……
거기서 잠시 칼라일의 말문이 멈췄 다.
그에게 무운을 빌어주는 게 옳은 일일까.
그는 우리를 벌하러 올 이. 우리를 단죄할 이.
그렇다면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 는 말은.
“……행운이 함께하기를.” 꿀렁!
그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칼라일의 모습이 검은 물질이 되어 사라졌다.
허공의 균열 틈으로 검은 물질들이 모습을 감췄다.
묵묵히 그 모습을 올려다보는 민수 의 옆으로 예진이 다가왔다.
“……갔네.”
“그래. 이제 돌이킬 수 없지.”
결국 질러버렸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이제 남은 시나리오는 단 하나.’ 그리고 남은 결말도 둘 중 하나.
지구를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거 나.
아니면 여기서 전부 죽거나.
“……내일 아침에 출발할 거야.”
“어디로 가게?”
“서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남은 건 총력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