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86
나 혼자 무한 보급! 186화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 무섭게 민수는 준비한 컨테이너 한 개와 함께 서울로 향했 다.
“우와, 쩔어! 이얏호오오! 육지 좆 까! 나는 개쩌는 드래곤에 타고 있 다고!”
“신나는 거 알았으니까 소리는 좀 안 지르면 안 될까요?”
“형님! 앞으로 이거 탈 기회 있으 면 제 자리 하나만 마련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평생 개처럼 모시 겠……
“병운 씨. 내려서 잠깐 나 좀 볼까 요?”
“……죄송합니다.”
살짝 노려보는 예진의 시선에 입을 꾹 다무는 병운.
앞자리에서 실없이 킬킬 웃는 사 이, 뒷자리에 앉아 있던 예진이 물 었다.
“그러고 보니 서울에 임시정부가 있다고 했었지?”
“일단은. 물론 대통령은 아니고 행 안부 장관인가 하는 사람이 권한대 행을 맡고 있었어.”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아? 순 순히 협조해 줄 상이야?”
“안 하면 어쩔 건데? 말 안 들으 면 그냥 보급고 철수하면 그만이 야.”
“••••••하긴.”
지금 그들을 먹여 살리는 건 오직 민수뿐이니까.
고개를 끄덕인 예진이 재차 입을 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 내리고 왔 어? 그쪽 힘을 빌려서 병력을 대규 모 징발한다며?”
“일단 식량 수급할 식당이랑 주유 소 한 개 보급고 지정해서 유류보급 만 활성화시켰어. 식량에 유류까지 줬으니까 자기들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겠지.”
“겨우 이틀인데 많이 모였을까? 아 무리 많아봐야 뭐 몇 천 명 정도 아냐?”
“나도 큰 기대는 안 해. 어차피 아 직 약간이나마 시간 말미는 있으니 까, 서울 인근에 흩어진 군 병력만 어떻게든 수습해도……
“초월자시여.”
그 때, 잠자코 있던 아크라이트가 느닷없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지상에서 특이한 움직임이 관측되 었습니다.”
“수상한 움직임?”
“지금 즉시 확인하겠습니다.”
기우뚱 자세를 바로잡은 아크라이 트가 지상을 향해 목을 뻗었다.
아크라이트의 시야가 담은 지상의 정경이 화면 속에 떠올랐다.
전방위 스크린으로 그 정체를 확인 한 병운이 펄쩍 뛰며 고함을 질렀 다.
“저, 저거……!”
“군용 차량……
온갖 쓰레기와 잔해가 널린 대로.
그 위를 보무도 당당하게 질주하는 여섯 대의 군용 트럭.
K-511. 일명 두돈반이라 불리는 녀석이다.
침을 꿀꺽 삼킨 병운이 전방의 민 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차가 굴러다닌다는 건, 저게 그 임시정부 차량일까요?”
“주유소를 빼앗긴 게 아니라면 아 마도 그렇겠죠.” 그리고 어지간히 바보가 아닌 이상 에야 주유소를 뺏길 리는 없다.
총을 백여 정이나 쥐어줬는데 설마 주유소를 뺏겼을까.
‘임시정부가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 한 모양이군.’
그렇다면야 내 입장에선 더 고맙 다.
일단 화물차부터 굴린다면 일단 그 목적은 병력 수송일 테니까.
빙긋 웃은 민수가 외쳤다.
“아크라이트. 그저께 갔던 광화문 방향으로. 최대한 빨리.”
“알겠습니다. 꽉 잡으십시오.”
쿠우우웅!
굉음과 함께 속도를 올린 아크라이 트가 지상을 향해 빠른 속도로 곤두 박질 쳤다.
하강을 넘어 추락하는 것에 가까운 오싹함이 오금을 엄습했다.
민수를 비롯한 세 사람이 이를 꽉 깨물며 버티는 사이.
순식간에 광화문 인근에 도착한 아 크라이트가 날개를 쫙 펼쳐 제동했 다.
“도착했습니다. 초월자시여.”
“어이구……
정부청사 일대를 바라보던 민수가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뱉고 말았다.
엊그저께 보고 온 황량한 풍경 따 윈 온데간데없었다.
정부천사 인근을 가득 메운 온갖 잡다한 천막들의 바다.
그 틈새마다 꾀죄죄한 차림의 생존 자들이 주저앉아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드,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드래곤 이 쳐들어왔……?!” “전원 동작 그만! 조용히! 적이 아 니다! 우리 편이야! 우리 편 드래곤 이라고!”
“지금부터 총구 하늘로 향하는 새 끼는 즉결처형이다! 우리 다 뒤지는 꼴 보기 싫으면 당장 방아쇠에서 손 떼! 이거 명령이다!”
느닷없는 드래곤의 등장에 지상은 난장판이 된 지 오래였다.
도망가는 이. 그 사이에 끼어 우왕 좌왕하는 이. 고래고래 소리치는 이.
별 수 없다는 듯 민수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앞으로는 차라도 타고 다녀야 지. 아크라이트. 화물은 저 건물 주 차장에 내려놓고 옥상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날개도 펄럭이지 않고 주차장 쪽으 로 고도를 낮추는 아크라이트.
기겁하는 병사들을 피해 컨테이너 를 내려놓은 황금 거체가 옥상으로 날아올랐다.
길게 뻗은 아크라이트의 목을 타고 하나둘씩 옥상으로 내려앉는 민수 일행.
그리고 잠시 후, 옥상 줄입문이 벌 컥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들 어 왔다.
“서, 선생님. 오셨습니까?”
“아이고. 권한대행님. 오랜만입니 다.”
“오래간만이라뇨. 그런 말씀 안 하 셔도 됩니다. 선생님.”
껄껄 웃으며 민수가 내민 손을 명 길이 얼른 덥석 붙잡았다.
지난 이틀 동안 이 젊은이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다만 그 이유는 민수가 해코지를 할까 하는 걱정 따위가 아니었다.
“처음 오신 날에 있었던 그 불미스 러운 사고 때문에 얼마나 걱정을 많 이 했는지 모릅니다. 혹시라도 선생 님이 저희한테 실망하셔서 다시는 안 오시는 건가 싶은 마음에……
“어휴. 그런 말씀하시지 마십쇼. 제 가 어떻게 국가를 손절하겠습니까? 요즘 세상에 저만한 애국청년이 없 을 텐데요. 하하하!”
“그럼요. 그럼요! 자자, 여기서 이 러지 마시고 일단 안으로 드시죠.”
굽실대며 얼른 민수의 옆으로 붙는 명길.
그 뒤를 따르는 예진과 병운을 따 라 남은 병사들이 졸졸 따라붙었다.
누가 보더라도 상전이 민수라고 밖 에는 생각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거북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던 병 운이 예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누님. 저 대통령 비서실장 하고 싶다고 말씀 좀……
“진짜 맞을래?”
더 이상 깝치다간 죽을지도 모르겠 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병운이 붕붕 고개를 저었다.
장황하게 인사나 받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청사의 회의실로 향하기 무섭게 민 수는 즉시 회의를 소집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네.”
상석에 앉은 민수의 선선한 대답에 회장이 충격에 사로잡혔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정환. 손을 바 르르 떠는 덕유.
벼락 맞은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는 군이나 경찰 간부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압권은 민수의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명길이었다.
“저, 정말 되돌릴 수 있는 건가 요……?”
“그렇습니다. 권한대행님.”
“저,정말…… 정말이겠죠……?”
말까지 더듬으며 명길이 떨리는 얼 굴을 감싸 쥐었다.
‘게임’은 고장 났고, 이제 최종 시 나리오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면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
이 ‘게임’이 시작되기 이전, 희생자 들까지 포함해서.
‘세상을 원래대로 만들 수 있는 마 지막 기회……
더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무슨 희생을 치러서라도 최종 시나 리오를 클리어해야 한다.
얼굴에서 손을 뗀 명길의 표정에 비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 이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권한대행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물자는 선생님께 의지해야 하지만 저희에겐 인력이 있습니다. 동원 가 능한 모든 병력을 총동원해서 선생 님의 최종 시나리오 도전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오 서장님! 강 중령 님!”
“네!”
벌떡 일어난 정훈과 덕유가 우렁차 게 외쳤다.
“군경 측에서 동원 가능한 장정들 의 숫자가 어느 정도 됩니까?”
“군 측 3300여 명, 경찰 측 2500 여 명, 양측 합쳐 추산 7000여 명 가까이 됩니다.”
“겨우 그것 밖에 안 됩니까? 더 늘릴 수는 없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민간인들과 함 께 속속 저희 쪽으로 유도하고 있습 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통제하기가 힘들다 보니 더 이상 인원을 늘리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두 남자가 설명 을 이어나갔다.
“선생님께서 지원해 주신 소총 100여 정은 최대한 비 플레이어 인 원들에게 돌리고, 플레이어들과 함 께 인근 생존자 캠프의 치안을 유지 하고 있지만 역시 그 수가 너무 적 습니다.”
“서울 내에 남아 있는 생존자들만 추산 수십만에 달합니다. 이만한 인 원들을 겨우 수백여 명의 무장 인원 들로 전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합 니다. 게다가 그 중에 플레이어도 있다 보니……
“이틀 전 기준 684,753명.”
멋대로 말을 끊은 민수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문가를 향해 걸어가는 그를 따라 당황한 명길과 휘하 군경 간부들이 조르르 따라붙었다.
“그게 지금 서울 시내에 남아 있는 생존자 숫자입니다. 저 드래곤, 아크 라이트가 직접 스캔해서 카운트한 거니 아마 틀림은 없을 겁니다.”
“……70만 명도 안 되는군요.”
“1년 좀 안 되는 동안 세 개의 시 나리오가 진행됐고 치안유지를 포함 한 모든 법질서가 마비된 상태였습 니다. 당연한 일이죠.”
게다가 플레이어라는 명백한 초인 들까지 등장한 상황.
실질적인 무질서 정도는 아마 이들 의 체감 이상일 거다.
그러니만큼 이들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
그들이 세운 법과 권위를 뒷받침할 수 있는 힘을.
불 꺼진 엘리베이터 앞에서 민수가 손가락을 딱 튀겼다.
“저도 여기 맨손으로 온 거 아닙니 다.”
“맨손이 아니라고요?”
“아크라이트가 가지고 온 컨테이너 있죠? 그게 여러분들게 드리는 선물 입니다.”
띠잉.
갑작스레 전기가 들어온 엘리베이 터의 문이 활짝 열렸다.
사정을 모르는 몇몇 간부들이 놀란 나머지 감탄을 터뜨렸다.
그들을 무시한 채 엘리베이터에 타 고 1층으로 내려간 민수가 밖으로 나섰다.
“힘을 원하신다면 확실한 걸 드려 야죠. 예진아! 준비는?”
“벌써 끝났어.”
가뿐하게 대답하며 손을 흔드는 예 진.
그녀의 앞에는 흑철색의 갑옷 한 대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있었다.
군경 및 비 플레이어들을 무장시키 기 위해 새로 설계한 마도기갑.
비 플레이어의 사용을 감안해, 예 진의 것보단 상당히 다운그레이드된 물건이다.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옆에 있던 병운을 돌아봤다.
“병운 씨. 한 번 보여줘봐요.”
“넵!”
우렁차게 대답한 병운이 활짝 열린 마도기갑의 등판 안으로 몸을 집어 넣었다.
얼른 팔다리를 끼워 넣기 무섭게 철컥거리며 닫히는 등판.
전신의 관절에 빛이 돌아오고, 번 쩍 눈을 빛내며 마도기갑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오오……
“가, 강화복……?”
그 와중에 용케 알아본 간부 몇몇 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명길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은 이미 완전히 얼어버린 상태.
그대로 몸을 돌린 민수가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마도기갑이라는 겁니다. 시나리오 를 클리어하면서 얻은 보수로 이 장 비의 생산시설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도기 갑……
“생긴 건 온라인 게임에나 나올 법 한 갑옷이지만 내용물은 SF 영화의 강화복입니다. 마력을 이용하므로 이론상 동력은 무한, 거기에 뛰어난 근력 강화 기능과 강력한 방어력 또 한 보유하고 있습니다.”
쿠웅!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듯 병운의 마 도기갑이 바로 옆의 경차를 향해 주 먹을 내질렀다.
움푹 패여 찌그러진 채 벌렁 나동 그라지는 경차 한 대.
사람 크기의 기계가 내는 것이 불 가능한 괴력이다.
휘둥그레 눈을 뜬 덕유의 입가에서 침이 흐르기 시작했다.
“서, 서, 선생님. 저, 저, 저거…… 설마 저희한테 보급하시려는 겁니 까?”
“그러려고 가져온 겁니다만.”
“부디 군 쪽에 최우선 배치해주십 시오! 저흰 저게 절실히 필요합니 다!”
그럴 수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덕유가 애원하기 시작했다.
득달 같이 날아오는 정훈의 날선 시선도 아랑곳 않고 그가 졸라댔다. “지금 서울 전역으로 차량을 보내 생존자들에게 상황을 전파하고 있습 니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차 량과 그 안의 기름을 노린 약탈자들 이 우리 병력들을 습격하고 있습니 다!”
“강 중령! 자꾸 새치기하지 마세 요! 선생님. 저희 쪽에도 최소한의 분량을 배정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캠프 내 치안 유지 과정에서 우리 장정들의 손해가 막심합니다!”
“선생님! 필요한 게 있다면 말씀만 해주십시오. 뭐 공적인 지위를 원하 신다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뭐 가 필요하신가요? 원하신다면 병력 이라도 붙여드리겠습니다!”
이야, 이 분들 난리 났네.
이런 시커먼 아저씨들 구애는 사양 인데.
거의 물어뜯을 기세로 덤벼드는 세 남자의 모습에 민수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진정들 하세요. 충분히 보급해 드 리겠습니다.”
“아무리 많아도 부족합니다! 선생 님, 부디 생존자 수색 쪽에……!”
“그것도 내부 치안 유지가 받쳐줘 야 가능한 겁니다! 선생님, 경찰 쪽 에도……
“아니, 그러니까 몇 대 더 가져가 려고 그렇게 맘 상하실 필요 없다니 까요?”
“네••••••?”
이해를 못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세 남자.
그들에게서 등을 돌린 민수가 컨테 이너에 손을 올렸다.
“본 시설. 생산 시 투입 자원 0으 로 설정. 유지보수 상태 불변.”
[명령을 수행합니다.]짧은 메시지창과 함께 컨테이너를 휩쓸고 지나가는 황금빛.
그와 동시에 옆에서 대기하던 예진 이 얼른 생산 설비를 작동시켰다.
쿵! 쿠궁! 쿵!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마도기갑 한 기가 조립되어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 과정에서 기계 안에는 동전 한 닢 밀어넣지 않았다.
얼아 빠진 명길 일행과 간부들을 돌아보며 민수가 두 손을 번쩍 들었 다.
“짠! 공짜가 됐네.”
“이거 말고 더 필요한 거 있으세 요?”
할 말을 잃은 좌중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 * *
소총에 더해 기관총과 예비 탄약을 넉넉하게 지급.
임시 탄약고 겸 요새로 사용될 건 물 몇 채에 전력을 복원.
의사 출신 생존자들이 사용할 의료 시설 확보.
“해당 시설. 모든 물자 무한. 상태 및 손상률 0로.”
[명령을 수행합니다.]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안정적으로 물자를 보급할 보급창 확보.
정부청사에서 가장 가까운 쇼핑몰 에 도착한 민수가 얼른 시설을 복원 시켰다.
“시설 복원 완료. 모든 물자 무제 한으로 설정했습니다.”
“시설 복원됐다! 전 병력은 사전 지시대로 고지 및 진지를 점령하 라!”
“박 대위! 애들 데리고 옥상 확인 해서 기관총 진지 작업 시작해!”
“노는 소대장들 전부 가전 코너로 가서 제품 확인들 해! 제품 사양 지 시받았지?” “건전지 들어가고 라디오 기능 붙 어 있으면 된다! 확인하는 대로 보 고해!”
마도기갑으로 무장한 수백명의병 사들이 우르르 쇼핑센터 안으로 몰 려갔다.
삽시간에 군인들로 가득해져 야단 법석이 된 쇼핑센터 안.
고개를 갸웃한 민수가 옆에 있던 명길을 향해 물었다.
“가전 코너로는 병력들 왜 보내시 는 건가요‘?”
“전국 단위 상황 전파 조치 중 하 나로 라디오와 건전지의 전국 배급 이 결정되었습니다.”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명 길의 기세는 처음 봤을 때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허리도 꼿꼿하고, 목소리도 망설임 없이 힘이 넘친다.
무기력했던 권한대행의 모습 따윈 온데간데없었다.
“비록 아이템을 써서 잠깐이나마 휴대폰 권역을 복구하긴 했지만, 일 시적인 조치고 범위도 짧았습니다. 서울권을 간신히 커버하는 게 한계 였죠.”
“그래서 방법을 바꿔서 라디오를 전국에 보급하기로 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마음만 같아선 선생 님의 도움을 받아 발전소를 복구시 키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너무 위험하죠.”
함부로 송전망을 건드렸다간 큰일 난다.
전력 인프라가 거의 박살나서 자칫 잘못했다간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 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라디오를 전국
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건전지만 같이 보내주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고.
게다가 발전소는 몰라도 라디오 정 도라면 어떻게든 해볼 여지가 있었 다.
“생존자 중에 방송 엔지니어가 있 어서 다행히 방송장비라면 어떻게 해볼 여지가 생겼습니다. 물론 라디 오 중계국을 복원하는 건 선생님께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만……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잘 생각하 셨습니다.”
나의 존재를 확실하게 염두에 넣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괜히 눈치 본다고 빼는 것보단 이 렇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게 낫다.
흡족한 얼굴로 민수가 고개를 끄덕 였다.
“아무튼 전국 단위 보급이라면 멀 리 보고 계시겠군요. 일단 지방의 상황도 파악해야 하고……
“인천, 수원, 의정부에도 보급기지 를 건설하고 장기적으로는 전국 주 요 거점 도시에서라도 어느 정도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걸 목적으로 하 고 있습니다. 유선통신은 지금 복구 중이고요.”
“알겠습니다.”
세세한 건 그의 몫. 나는 밀어만 주면 된다.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몸을 돌렸 다.
“일단 이걸로 서울 쪽 수습될 기반 은 마련된 것 같군요. 전 이만 가보 겠습니다.”
“광명시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 렇다면 저희 병력들도……
“아뇨, 아뇨. 광명시는 그냥 들렀다 만 가는 거예요.” 서울도 광명시도, 이제 나 없어도 웬만큼 잘 돌아갈 동네다.
아이젠하이드와 황금 함대, 아크라 이트도 있으니 방어 걱정도 없다.
‘즈 ,
본격적으로 밖으로 나다녀도 된다 는 거다.
씨익 웃은 민수가 입을 열었다.
“여행을 가보려고요.”
“여행이요?”
“ 일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