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87
나 혼자 무한 보급! 187화
사이타마 주둔지 생존자 캠프 책임자.
현시점에선 도쿄 인근 자위대 생존 자의 최선임.
“어……
하지만 그런 명함 따위 눈앞의 광 경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바보 같은 표정으로 눈만 깜빡거리 던 이시다 나오토 일등육좌가 물었 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희를 돕고 싶으시다고 요? 무상으로?”
“거기에 대해선 제가 설명드리겠습 니다. 육좌님.”
고개를 끄덕이는 민수 옆에서 켄지 가 나섰다.
등뒤에 착륙한 아크라이트가 뿜어 낸 콧바람이 그의 옷깃을 펄럭였다.
“여기 계신 김민수 대표님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플레이어십니 다. 현재 한국은 김 대표님의 조력 하에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안정을 찾아간다는 게 그러니까 무슨 의미인지……
“한국 임시정부를 후원하시는 게 여기 김 대표님이십니다. 현재 정부 기능이 빠른 속도로 복구되고 있으 며 군경이 서울 일대에서 치안을 회 복하고 있습니다.”
이쯤 말했으면 증거를 보여줘야 한 다.
메고 있던 가방을 푼 켄지가 그의 앞에서 그걸 열어보였다.
“이, 이건……!”
“네, 총입니다.” 블래스터 돌격소총 한 정. 탄창 5 개.
모듈형 권총 세 정과 탄창 10개.
세상이 이 지경이 된 후 처음 구 경하는 총이었다.
가방 속 총기들의 둔탁한 광택에 나오토가 침을 꿀꺽 삼켰다.
“보시다시피 대표님께선 총기를 시 작으로 생존에 필요한 모든 무기류 와 물자를 보급할 수 있는 스킬을 갖고 계십니다.”
“새, 생존에 필요한 거라면……
“기름이나 피복류도 포함입니까?”
“물론입니다. 단, 어디까지나 여기 계신 대표님의 통제를 따라주신다면 말입니다.”
방긋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켄지.
티 한 점 없는 그 미소가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웠다.
떨리는 손으로 눈가를 매만지던 나 오토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대표님?”
“말씀하시죠.”
“우리끼리 좀…… 회의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대표님의 제안은 감사 드립니다만 저희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라는 게 필요해서……
“저희는 시간이 없습니다.”
단호하게 민수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곧 최종 시나리오가 시작될 거고, 그 안에 최대한 많은 플레이 어를 집결시켜야 합니다. 오래 기다 려드리기 힘듭니다.”
“끄응•…”
“그리고 이런 간단한 의사결정에도 하루씩이나 잡아먹는 집단은 신뢰하 기 힘듭니다. 정 힘드시다면 저희도 딴 데를 알아볼 테니……
“아, 아뇨! 아닙니다! 결정하겠습니 다. 네! 시, 십 분만 시간을 주십쇼!”
행여 도망갈까 허둥지둥 손사래를 치는 나오토.
직후 몸을 돌린 그의 주변으로 측 근 간부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거 어떡하죠? 믿어야 하나?”
“믿고말고 어쩌고 할 게 아닙니다. 총 보셨잖아요? 어디선가 총 나올 구석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한데…… 그 렇다고 지금 저거 넙죽 받아먹기에 는 그렇잖아?”
“그냥 말 잘해서 돌려보냅시다. 저 거 너무 수상해요.”
“그렇다고 뺄 거야? 구더기 무서워 서 장 못 담그게?”
누군가가 꺼낸 말에 곳곳에서 버럭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어차피 상황은 최악이고, 여기서 더 안 좋아질 것도 없어. 그런데 저 양반은 그냥 아무것도 안 묻고 다짜 고짜 우리를 도와준다잖아? 그것도 총까지 보여주면서.”
“정말로 총을 주기나 하겠습니까? 게다가 자기들 통제를 따라달라는 것도 좀 수상한데요.”
“물자 퍼주는데 아무 대가도 없으 면 그게 더 수상하지 않아? 차라리 저렇게 대놓고 나오는 게 더 낫지.”
“최종 시나리오니 뭔지 하는 건 또 무슨 헛소리랍니까? 우리는 들은 적 도 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데 저거 완 전 사기꾼 냄새가……
“다들 할 말 끝났냐?”
무겁게 나오토가 입을 열자 좌중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이 캠프의 실질적 결정권자는 그.
밑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결국 결정하는 건 그였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 만…… 난 일단 이거 받는 게 옳다 고 본다.”
“역시 그렇습니까?”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이상한 소리 만 늘어놓는 게 좀 수상하긴 하지 만, 어쨌든 도움을 주겠다는 걸 마 다할 입장은 아니지. 그리고……
힐끔 고개를 돌린 나오토가 아크라 이트와 시선을 마주쳤다.
머리통 크기만 웬만한 집채에 버금 가는 초거대 황금 드래곤.
감정 없는 그 눈동자에 나오토의 등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저딴 게 덤벼들면 우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못 버틴다.
단언컨대 저놈이 콧바람만 불어도 우리는 먼지처럼 싹 쓸려 나갈 것이 다.
저런 놈을 끌고 다니는 시점에서 상대는 우리를 배려할 이유가 없다.
말 안 들으면 무시하고, 덤벼들면 냅다 쓸어버리면 그만.
하지만 그럼에도 일단 자제하고 우 리에게 제안이라는 걸 한 걸 보면.
“……우리한테는 선택지가 없다. 수락하면 대박. 아니면 쪽박이지.”
“그럼……?”
“받을 수 있을 때 받아먹자고. 괜 히 몸값 떨어지기 전에.”
그렇게 의견을 수렴한 나오토가 몸 을 돌려 민수 앞에 섰다.
여전히 민수의 등 뒤에서 번뜩이는 황금 드래곤의 비늘.
그 위압스러운 광경에 새삼 전율하 며 나오토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선 생님.”
“슬쩍 엿들어보니 결정이 내려지신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약속대로 물자를 제
공해 주신다면 저희는 선생님의 “제 부하가 되라거나,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고개를 저은 민수가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저희가 원하는 건 필요 최소한의 강제력뿐입니다. 최종 시나리오 도 전 시 병력 동원에만 힘을 실어주신 다면, 저희는 당신이 무엇을 하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물론 원활한 활동을 위해 일단 주 변 치안과 안정적인 물자 보급선을 확보하시는 걸 주천합니다. 자,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신가요?”
“필요한 거는……
반사적으로 대답하려던 나오토의 입이 덜컥 멈췄다.
당연하지만 필요한 물건은 산더미 만큼 많다.
가장 시급한 건 총기. 식량. 연료.
시설 복구를 위한 건축 자재. 발전 기 등의 발전 장비.
‘하지만……
그런 당연한 거 말고, 다른 게 필 요하다.
지금이 아니면 받아낼 수 없는 뭔 가 크고 대단한 거.
그리고 어쨌든 나오토 또한 육자대 에 소속된 자위관.
땅개 출신이 막연히 상상할 수 있 는 크고 대단한 거라면 역시.
“……전차.”
“네?”
“전차가 필요합니다. 튼튼하고 잘 나가는 걸로.”
“으하하하하!”
경쾌한 폭소와 함께 지면을 내달리 는 흑철색 기갑차량의 행렬.
도로의 쓰레기와 잔해들을 짓밟으 며 강철의 파도가 아라카와 강을 넘 었다.
“육좌님! 측방 무장 인원 접근 확 인! 전부 빨간 옷입니다!”
“빨간 옷? 그 살인마 약탈자 집단 이군! 전부 쏴버려!”
“쏴라아아아!”
쾅쾅쾅쾅쾅!
일제히 포탑을 돌린 경전차들이 시 퍼런 마력포를 쏘아냈다.
한 때 도쿄 북부를 공포로 몰아넣 었던 빨간 옷 약탈자 집단.
그 세력이 강성할 때는 야쿠자나 자위대, 경찰들도 피해 다녔다고 한 다.
하지만 그들 또한 수십 대의 기갑 차량 앞에서는 한낱 솜사탕만도 못 한 존재였다.
“명중 확인! 전멸! 전멸입니다!”
“으하하하하! 그래, 이거지! 이게 바로 옳게 된 나라지!”
전차 앞에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나오토의 눈에 눈물이 맴돌았다.
말세가 도래하면서 그간 얼마나 많 은 설움을 당해왔던가.
한낱 야쿠자 패거리와 국가가 세금 으로 키운 자위관이 똑같아졌다.
권위도 위엄도 없이 범죄자 상대로 도망만 쳐야 했던 나날이었다.
‘하지만 드디어!’
이제 우리에게 권위가 돌아왔다.
아니, 권위를 뒷받침할 힘이 돌아 왔다.
총. 식량. 연료. 그리고 이 전차.
한낱 날붙이 따위로는 흠집도 못 내는 이 전차.
이 전차만 있다면 이제 범죄자 놈 들 따위 겁내지 않아도 된다!
“이 더러운 살인마 약탈자 강간마 새끼들! 잠깐 세상 망가졌다고 저들 세상 온 줄 알고 날뛰었겠지‘? 좋은 시절 다 갔다! 이 쓰레기 같은 놈들 아!”
“유, 육좌님. 일단 진정하시고 “진정은 무슨 진정! 자, 이대로 도 쿄도청까지 돌진이다! 오늘 해가 지 기 전에 도쿄도청을 탈환하고 대책본 부를 수립한다! 돌격! 돌겨어어억!”
부르르르릉!
거칠게 털털대는 마력 엔진의 굉 음.
눈앞에 걸리는 모든 걸 짓밟으며 도쿄 땅에 상륙하는 기갑 웨이브.
그렇게 물경 50대에 달하는 경전 차와 장갑차가 도쿄에 상륙했다.
애초에 목적 자체가 과시이니 숨길 이유 자체가 없었다.
온갖 야단법석을 떨며 나타난 기갑 차량 행렬에 곳곳에서 사람들이 고 개를 내밀고 있었다.
“……옛말에 그런 말이 있었는데.”
그리고 하늘에서 그런 그들을 내려 다보는 이들이 있었다.
까마득한 높이까지 날아오른 아크 라이트의 콕피트 안.
스크린 속으로 보이는 지상의 장관 에 민수가 혀를 내둘렀다.
“사람의 본성을 확인하려면 조그만 권력을 하나 줘보라고.”
“켄타스 경전차는 아카라트의 정찰 병들이 운용하던 주력 차량입니다. 고작 저 정도 가지고 전능감을 느끼 다니. 지도자치고는 그릇이 작은 사 람이군요.”
“아니, 아크라이트. 그러니까 이 게…… 하. 됐어. 관두자.” 그래,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 냐.
고개를 저은 민수가 조종간을 당겼 다.
“아무튼, 돌아가자. 마냥 여기서 구 경만 하고 있을 수도 없지.”
“알겠습니다.”
그 길로 얼른 속도를 높여 사이타 마의 주둔지로 돌아왔다.
예상은 했지만 이미 주둔지 주변은 한창 요란을 떨고 있었다.
곳곳에서 남은 전투식량이나 물자 등을 옮기는 사람들.
도쿄도청 운운한 걸 보니 아예 도 쿄로 거점을 옮기려는 모양이다.
미리 마련된 연병장 한복판에 아크 라이트를 착륙시키자 바로 켄지와 미즈키가 달려왔다.
“아, 대표 오빠!”
“수고 많으십니다. 대표님. 육좌님 은 잘 가고 계신가요?”
“텅 빈 도로에서 분노의 질주 찍고 계시네요. 속도 보니까 오늘 점심 먹기도 전에 도쿄도청까지 닿을 것 같습니다.”
“그분, 너무 기분 내시는 것 같은 데…… 근심스러운 얼굴로 켄지가 눈매를 찡그렸다.
총리관저도 파괴되고, 관청가인 카 스미가세키도 어째서인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별수 없이 다른 대안을 찾 다가 발견한 게 이 주둔지.
하지만 어째 굴러가는 꼴을 보니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기갑장비를 요청한 건 좋지만 받 자마자 벌써 저 난리라니. 만약에 더 힘 실어줬다가 무슨 사고라도 쳐 버리면……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요?”
“자, 이거 받아요.”
보관함에 넣어놨던 물건을 꺼내 켄 지와 미즈키에게 각각 건네줬다.
무전기와 휴대폰을 반씩 섞은 것 같은 휴대용 통신기기.
의아한 얼굴로 그걸 들여다보자 그 바로 옆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초극성 단방향 통신장비]
[등급 : 6+급]
[지정된 단일 대상과의 단방향 무선 통신을 지원하는 휴대용 통신기. 상대 가 설령 통신기를 휴대하고 있지 않 아도 연락이 가능하다. 지형을 가리지 않는 장거리 송신이 최대 장점.]
[특이 사항 : 지정된 특정 대상을 향 해 단방향 무선통신 가능. (대상 지정 : 아크라이트)]
[주의 사항 : 오로지 송신만 가능.]
[가격 : 비매품]
“아크라이트와 연결된 통신기입니 다. 호출하면 지구상 어디에 있건 수십 분 내로 아크라이트가 도착할 거예요.”
“이걸 저한테 주신다는 건…… 저 희를 남겨두시겠다는 거군요.”
“남아주셔야 합니다. 마냥 현지 세 력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어요. 누군 가는 남아서 최소한의 억지력이 되 어줘야 하죠.”
한국 임시정부는 몰라도, 외국은 사정이 다르다.
이쪽도 바쁜 몸인지라 해외의 사건 사고에 일일이 대응할 시간이 없다.
게다가 어쨌든 현지 세력에게 어마 어마한 힘을 쥐어준 상황이다.
식량이나 연료는 둘째 치고, 장비 류 같은 경우는 특히 위험하다.
만에 하나 그걸로 허튼짓하려고 들 면 어마어마한 사고가 터질 것이다.
“마침 두 분 조국이기도 하고, 특 히 오빠분은 침착하고 냉정한 성격 이시니 그 육좌인가 하는 양반을 잘 제어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띄워주시니 부끄럽군요. 그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표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거기 동생분도 오빠를 도와주십시오. 인 형술사에 사령술사 조합이니 어디 가서 당할 일은 없겠죠.”
“네.”
고개를 끄덕이고 통신기를 품에 넣 는 사카모리 자매.
그렇게 용건을 마친 민수가 아크라 이트를 향해 돌아가며 생각에 잠겼 다.
‘이걸로 대충 일본 쪽은 정리가 될 것 같고……
어쩌다보니 마도기갑 대신 기갑차 량을 지원해줬다.
조금 뜻밖이긴 하지만, 추가 보급 이 필요 없다는 점에선 차라리 이게 나을 수도 있다.
게다가 전차가 굴러다니는 상황 자 체가 주는 충격도 상당하다. 실제로 도쿄로 진군하는 와중 마주 친 약탈자들은 반항할 엄두조차 내 지 못했으니까.
‘전차라는 장비 자체가 주는 위압감 이 상당하지. 생각해 보면 심리전 용 도로는 전함보다 나을 수도 있겠어.’
한국으로 돌아가거든 임시정부 쪽 에 슬쩍 말이나 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크라이트의 콕 피트에 몸을 실었다.
날갯짓 한번 없이 둥실 떠오르는 황금 드래곤의 거체.
발밑에서 경외감 어린 시선들이 그 모습을 올려다보는 가운데.
품에서 꺼낸 수첩에 삭선을 좍 그 은 민수가 볼펜 끝을 깨물었다.
“일본 끝냈으니, 다음은 중국인 가?”
왕웨이 씨가 바빠지겠네.
그렇게 일본 쪽을 마무리 짓고 향 한 곳은 중국 충칭.
땅덩이가 하도 커서 걱정했지만, 뜻밖에도 대다수 상황은 일본과 비 슷하게 굴러갔다.
“그럼 왕웨이 씨. 뒷일은 부탁드리 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제가 할
“최대한 많은 생존자와 플레이어들 을 끌어들여 미궁 위주로 무장시켜 주세요. 이 큰 나라에 대고 다 작업 하는 건 무리니까, 일단은 여기부터 시작합시다.”
“네!”
각종 보급고를 지정한 뒤 현지 세 력을 포섭.
뒤이어 왕웨이를 감시역으로 붙여 두는 것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아크라이트 호출용 통신장비를 들려준 상태.
그렇게 동아시아 전역에 기반 구축 을 완료한 뒤.
다음 목적지로 출발할 준비를 갖추 기 위해 민수는 즉시 하안사거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금 이게 뭐 하는 거 예요?”
“얘기 들었습니다. 형님! 또 미국 가신다면서요?” 눈치 따위 안 보고 우렁차게 외치 는 병운 3인방.
그들 옆에는 그새 소문 듣고 몰려 온 지도부 플레이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환일과 영은, 수아에 태준. 멋쩍게 머리를 긁고 있는 준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갈증혁에 심지어 야마다까지.
하나 같이 기대 가득한 면면들에 민수가 푸욱 한숨을 뱉었다.
“……지금 이 상황이 제가 생각하 는 그게 맞나요?”
“이번엔 아크라이트도 두고 가신다 고 들었습니다. 그럼 뭐 볼 것도 없 이 전함 타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민수야, 사람 한 번 살린다 치고 마음 좀 써봐라. 벌써 이 동네에서 1년 가까이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아니, 여러분이 다 자리 비우겠다 고 덤비면 여긴 어떡하라고……
심지어 하나 같이 지도부 플레이어 만 모여있다.
일 터지면 제일 먼저 달려가야 할 사람들이 지금 뭐하자는 건가?
지끈거리는 이마를 누르며 민수가 입을 열었다.
“하아아. 수행원 차원에서 몇 명 데려가긴 할 겁니다. 대신 선발
“저기. 민수야.” 그 때, 살살 눈치를 보던 예진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너 또 제비뽑기 내지 가위바위보 로 하자 그 말하려고 했지?”
“어. 그게 왜?”
“혹시 괜찮으면 그 인원, 내가 뽑 아도 될까?”
“……Hi”
갑작스러운 변수 등장에 좌중의 얼 굴이 굳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농담으로 흘려들었 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민수와 예진은 두 사람이 직 접 공인한 연인 관계.
즉, 따지고 보면 지금 예진은 이 캠프의 사모님쯤 되는 위치다.
‘아니, 하긴 예전부터 사실상 부대 장 느낌이긴 했지만……
‘이거 잘하면 넘어갈 각인데? 안 돼!’
‘민수야! 마누라 이쁜 건 알겠지만 젊어서부터 잡혀 살면 힘들어! 정신 차려라, 인마!’
“그러던가.”
“……iiiir
아무도 듣고 싶지 않던 동의가 결 국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말았다.
하나 같이 하얗게 질려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플레이어들.
그들을 묵묵하 마주보던 예진이 조 용히 고개를 저었다.
“……다들 미안해요. 이번만큼은 양보 좀 해주세요.”
“네?”
“은비야.”
예진의 부름에 저만치 뒤에 있던 그림자가 비척비척 걸어 나왔다. 하얗게 질려서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얼굴.
우묵하니 크게 뜨인 눈동자가 불신 으로 일렁거린다.
그 까만 눈에 자신을 얼굴을 비추 며 예진이 살풋 웃었다.
“민수 미국 갔다 오는 동안 호위 좀 부탁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