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
나 혼자 무한 보급! 002화
좀 깐깐하긴 했지만 그래도 돈은 잘 주던 점장님이 죽었다.
심지어 점장님을 죽인 건 녹색 피 부의 고블린이라는 괴물이었다.
“상태창.”
[플레이어 명 : 김민수]
[직업 : 보급관]
[보유 코인 : 1이
[보유 스킬]
[무한의 보급고 (Lv.1) – 당신이 지 정한 일정 영역 1개를 보급고로 설정 합니다. 설정된 보급고의 모든 물자는 그 즉시 최상의 상태로 복원되며, 소 모되는 즉시 무제한으로 보충됩니다.]
닭 모가지 한 번 비틀어본 적 없 던 자신은 삽으로 그 괴물을 때려죽 였고.
그렇게 고블린이란 놈을 죽이기 무 섭게 눈앞에 이상한 게 떠올랐다.
“경매장.”
[경매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경매장에서 플레이어들은 필요한 물 자를 구매하고, 또 상호 간 물자를 교 환할 수 있습니다.]
[부디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세요. 이 세계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당신의 장 비뿐입니다.]
[원하시는 항목을 선택해 주세요.]
[무기류] [방어구류] [악세사리류] [소모품류] [생필품류] [기타]
“후우.” 이 모든 상황의 충격을 이겨내고 현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약 12시간 이 걸렸다.
편의점 카운터에 앉은 민수가 천장 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게 뭔데?”
휴대전화는 진작 권외고, 유선전화 도 끊긴 지 오래.
이 사달이 날 때까지 경찰차 사이 렌 소리 한 번 못 들어봤다.
심지어 그렇다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전날 내려놓은 셔터 틈으로 민수가 바깥을 살폈다.
“키 껙껙!”
“킥키직!”
편의점 앞을 배회하는 고블린이 총 다섯 마리.
저런 놈이 바깥에 얼마나 더 있을 지 알 수 없다.
암담한 예측에 머리를 감싸 쥐며 민수가 중얼거렸다.
“X발. X됐어. X발……
저런 게 몇 마리나 있을지 모르는 데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전화가 안 되니 바깥과 연락을 취 할 수도 없다.
경찰도 119도 안 보이니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고립.
지금 자신은 이 편의점에 갇힌 것 이다.
‘아니, 아니! 부정적인 생각은 관두 자.’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인 생각을 해 야 한다.
X된 건 X된 거고, 앉아서 죽을 날 만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일단 살아야지. 그래! 살아야 해!’ 평소에도 침착하단 소리 자주 듣던 민수답게 회복은 빨랐다.
가까운 매대로 다가간 민수가 딱 하나 남은 카스텔라를 집어 들었다.
“••••••이야.”
번쩍!
텅 빈 카스텔라 매대가 빛과 함께 도로 가득 채워졌다.
어젯밤에 몇 번 시험해 봤지만 볼 수록 신기한 광경.
감탄하며 이리저리 매대를 살피는 민수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도움말 – 당신의 스킬 무한의 보급 고는 당신이 지정한 보급고의 모든 물자를 무제한으로 보충할 수 있습니 다. 풍족하게 먹고 사용하십시오. 어 차피 무제한입니다!]‘일단 굶어 죽을 걱정은 없겠네.’
이 편의점에서 버티고만 있어도 어 떻게든 살 수는 있다.
먹을 것, 마실 것, 생필품까지 뭐 든 무한으로 리필되는 것 아닌가.
대충 생각해도 전례 없이 사기적인 능력.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여기서 죽치 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저 바깥의 고블린 놈들이 가게로 쳐들어오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 당장 바 깥에 다섯 놈 있지 않은가.
만약 저놈들이 내 존재를 눈치채고 여기로 밀고 들어온다면?
‘그것만은 안 돼.’
어떻게든 자위수단을 확보하는 게 절실했다.
재빨리 경매장 화면을 연 민수가 중얼거렸다.
“무기류.”
[무기류를 선택하셨습니다.] [적절한 무기류를 구매하여 스스로를 지키십시오. 잊지 마십시오. 생존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무슨 게임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투덜거린 민수가 눈앞에 뜬 경매장 화면을 살폈다.
‘일단 지금 구매 가능한 건 1급 무 기뿐.’
메뉴 자체는 10급까지 준비되어 있지만, 지금은 1급 빼고 전부 닫힌 상태.
물론 등급은 아무래도 좋았다. 민 수의 눈이 가장 위에 뜬 무기를 살 폈다.
[나무 몽둥이]
[등급 : 급]
[질 좋은 카람토 산 원목을 가다듬 어 만든 나무 몽둥이. 저등급 몬스터 에게도 유효하지만, 그래 봐야 몽둥이 일 뿐이다.]
[구매가 : 10코인]
“이거 완전 게임 아냐?”
설명만 보면 영락없는 게임 그 자 체다.
투덜거린 민수가 가장 밑에 있는 무기를 살폈다.
[축복받은 강철 장검]
[등급 : 1급]
[말라락 산 강철을 솜씨 좋은 대장 장이가 두드려 만든 장검. 초보자가 쓰기에는 이것만 한 물건도 드물다.]
[가격 : 1500코인]
“워우. 씨.”
지금 있는 10코인으로는 엄두도 못 낼 물건.
재빨리 미련을 버린 민수가 경매장 화면을 닫고는 고민했다.
‘일단 코인을 벌어서, 무기건 방어 구건 일단 좋은 거로 산다. 그래야 활로가 보여.’
그리고 추정컨대 코인을 벌 수 있 는 방법은 저 바깥의 고블린들을 죽 이는 것뿐.
문제는 나무 몽둥이 하나 들고 덤 비기엔 너무 막막하다는 거다.
어떻게든 안전하게 코인을 벌 방법 이 없을까. 그렇게 한참 민수가 고 민하던 그때였다.
“••••••맞다!”
문득 카운터의 담배 매대를 발견한 민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허둥지둥 담배 매대의 담배를 몽땅 끄집어내고, 뒤이어 민수의 손이 카 운터의 라이터들을 모조리 꺼내 들 었다.
‘그래. 밑져야 본전이다! 어차피 무 한 리필이잖아!’
군대 있을 때 겪은 흡연자들의 욕 망은 민수의 상상을 초월했다.
곧 죽어도 담배는 피워야 한다고 성화를 부리던 그 니코틴 중독자들.
세상이 이 지경이 됐다 해도 그 흡연자들까지 싹 다 사라졌을까.
만약 내가 생각하는 대로라면, 어 쩌면 이건……
“경매장.”
그렇게 30분 후. 비로소 작업을 마 친 민수가 경매장을 불렀다.
눈앞에는 고무줄로 묶은 담배와 라 이터 세트가 정확히 100개.
떨리는 손을 그 위에 올린 민수가 중얼거렸다.
“이 물건들, 경매장에 올릴 수 있 어?”
[품목 담배와 라이터 세트. 수량 총 100개.] [경매장에 올린 물건은 다시 회수하 실 수 없습니다. 유의해 주십시오.] [가격을 설정하시지 않았으므로 최저 가가 책정됩니다. 개당 가격 10코인 으로 올라갑니다.]“전부 다 올려줘.”
‘됐다!’
득의만만한 민수가 주먹을 불끈 쥐 자, 빛과 함께 담배와 라이터 세트 가 모조리 사라졌다.
비로소 살길이 열렸다는 생각에 민 수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래. 사람 그냥 죽으란 법은 없 지!’
잘만 풀리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약 30분 정도 기다려봤지 만, 담배와 라이터 세트는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
거기서 잠시 미련을 접은 민수는 일단 자기 힘으로나마 주변 탐색을 시작했다.
“후우.”
처음 받은 10코인을 털어 산 나무 몽둥이를 들고 편의점 뒷문을 열었 다.
살짝 셔터를 들어 올려 밑으로 기 어 나오자, 캄캄한 건물 복도가 민 수를 맞이했다.
‘전기도 다 꺼져 있네. 수도는 나 올까?’
몽둥이를 쥔 채 주춤주춤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창밖으로 비치는 햇빛 탓에 주변을 살피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맞은편 복도 모퉁이에 다다르자 그 너머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키 끽.”
U | 99
얼른 코너에 몸을 붙이고 그 너머 를 살폈다.
낡은 단검을 쥔 채 복도를 서성거 리는 고블린 한 마리.
어제 새벽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말 볼수록 못생긴 놈이었다.
몽둥이를 쥔 민수의 손에 힘이 들 어갔다.
‘잡아야 한다.’
도망간다. 숨는다. 뭐 그딴 선택지 는 의미가 없다.
이 지랄이 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면 이젠 이런 일에도 익숙해져야 한 다.
두근대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살금 살금 놈의 뒤로 다가간다.
아직 놈은 이쪽을 눈치 못 챈 듯 하다.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잰걸 음으로 다가가서는.
“뒈져라!”
“키 껙!”
놈이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민수의 몽둥이가 놈의 상판대기에 작렬했 다.
손을 통해 느껴지는 뼈 부러지는 거북한 감각.
오만상을 쓰는 민수의 앞에서 얼굴 이 함몰된 고블린이 털썩 주저앉았 다.
“키륵••••••
검붉은 피를 왈칵왈칵 토해내던 놈 의 시체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쿵쿵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그 모습을 노려보던 민수의 귓가에 목 소리가 들려왔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1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역시!’
이놈들을 잡아야 코인이 들어온다.
비로소 조금 자신감을 회복한 민수 가 조심스럽게 1층 복도 수색을 재 개 했다.
“킥!”
“키끼직!”
“키르륵!”
당초 고전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 리, 1층 정리는 수월했다.
날쌘 몸놀림과는 달리 생각보다 놈 들의 감각이 둔한 탓이었다.
조심스럽게 이동하다가 놈들을 발 견하면, 숨어 있다 다가가서 뒤통수 만 갈기면 끝.
그런 작업을 열 번 정도 반복하니, 드디어 1층의 모든 고블린을 정리할 수 있었다.
“후욱, 후욱……
후문을 거쳐 정문, 계단 출입문까 지 단단히 잠근 민수가 한숨을 내뱉 었다.
이걸로 일단 1층의 안전은 보장된 셈.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 은 없었다.
“상태창.”
[플레이어 명 : 김민수]
[직업 : 보급관]
[보유 코인 : 1이
‘이거 뭔가 잘못됐어.’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떨어지는 게 1 코인.
그나마 드랍률은 100%라는 게 천 만다행.
이 계산대로라면 몽둥이 하나 사려 고 해도 고블린을 10마리나 잡아야 한다.
겨우 몽둥이가 이런데, 그 위의 무 기나 장비들에 손이나 댈 수 있을 까?
“이거 완전 개X망겜이네.”
잠깐 풀어지나 싶었던 기분이 도로 나락까지 치달았다.
가까운 벽에 기대앉은 민수가 막막 한 한숨을 토해냈다.
“다른 무기 사려면 대체 노가다를 얼마나 해야……
[경매장의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그때 갑자기 민수의 눈앞에 메시지 가 떠올랐다.
다급히 경매장을 열자, 이윽고 민 수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떠올랐다.
[담배와 라이터 세트 1개 판매되었 습니다.] [현재 10코인 인출 가능합니다.]“파, 팔렸다!”
그럼 그렇지! 민수의 주먹이 꽉 쥐 어졌다.
한편 그 시각. 도덕산 캠핑장.
“아, 씨! 좀 쉬었다 갑시다!”
“쉬었다들 가요!”
몇 시간이나 도끼질을 해대니 절로 팔에서 힘이 빠졌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김병운을 시작으로 몇 명의 플레이어들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여보! 나 물 한 모금만. 활질 이 거 처음 해보는데 빡세네.”
“엄마아. 나도 물 좀……
“얘가! 좀만 참고 집에 가서 마셔! 자, 여보. 빨리 마셔요.”
플레이어가 된 가장들을 챙기는 아 내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곳곳에서 나오는 물병과 주전부리 들을 바라보던 병운의 옆으로 그림 자 둘이 주저앉았다.
“어우! 빡세. 이러다 진짜 돌아가 시겠네.”
“고블린한테 죽느니 이러다 죽는 게 낫지. 태환아. 나도 물 좀.”
“물은 없고 맥주는 있는데. 술 먹 고 싸우면 안 되지 않냐?”
“어허! 이 장수찬 님을 뭐로 보고! 맥주야 그냥 음료수지.”
“허이고, 지랄 났다. 그럼 맘대로 해.”
김병운. 서태환. 장수찬.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세 사람 은 도덕산 캠핑장에 놀러 왔다가 플 레이어가 되었다.
대체로 나이 지긋한 가장들뿐인 생 존자 사이에서 젊은 장정인 셋의 활 약은 독보적이었다.
경매장에서 급한 대로 10코인을 주고 산 무기들을 휘두르며 세 사람 은 캠핑장 생존자들의 선봉에 섰다.
“야. 근데 솔직히 너무한 거 아니 냐? 고블린 1마리 당 1코인씩 떨어 지는데 무기는 제일 싼 게 10코인 이나 한다고.”
“완전 X망겜이야. X망겜. 영자 일 안 하냐?”
“우리 생각 한번 해보자. 한 명이 벌어서는 답 안 나와. 여러 명이 벌 어서 그 코인을 몰아줘야 한다고.”
“저기 아저씨들이 그 말 귓등으로 나 들을 것 같아? 우리끼리라면 모 를까.”
그 덕에 지금껏 사망자 한 명 없 이 버텨오긴 했지만, 슬슬 그것도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옥신각신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는 태환과 수찬 사이에서 병운이 중얼 거렸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싶다.”
“담배? 나도 없는데.”
“나도 똑 떨어졌어.”
공교롭게 셋 모두 흡연자였고, 셋 모두 담배가 없었다.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쉴 새 없이 줄담배를 피워댄 결과.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세 남자 중 병운이 가장 먼저 짜증을 터뜨렸다.
“아, 이 X 같은 상태창 새끼 진짜. 먹을 거랑 물은 팔면서 왜 담배를 안 팔아?”
“그나마도 제대로 된 거 아니래. 저기 아저씨가 사 먹어 봤는데 아무 맛도 안 난다더라.”
“물도 이상한 비린내 난다고 하고. 2코인 주고 사 먹을 건 아니래.”
“야! 경매장! 너 진짜 이러기냐?! 먹을 것도 X 같은 거 파는데 담배 라도 팔아줘야……?!”
[요청하신 상품이 1건 검색되었습니 다.]“……어?”
순간 병운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경매장 화 면. 병운의 눈이 부르르 떨리기 시 작했다.
“……야. 담배 판다.”
“ 뭐?!”
“담배 지금 팔고 있어. 라이터도 붙여서.”
뒤이어 허둥지둥 경매장 화면을 연 태환과 수찬이 팍 얼굴을 구겼다.
“미쳤나? 담배에 라이터 붙여서 10코인이나 받아먹어?”
“야, 병운아. 이러지 말고 그냥 가 까운 편의점 털자. 가면 산처럼 쌓 인 게 담배인데 뭐 하러 담배를 이 돈 주고 사……
“갈 자신은 있고?”
“가는 길에 고블린이 몇 마리나 있 을 줄 알고? 그리고 만약 이거보다 더 센 놈 나오면?”
할 말이 없었다.
슬슬 눈치를 보는 두 친구 사이에 서 병운이 입을 열었다.
“나 20코인 있다.”
“난 17코인.”
“난 21코인.”
“내가 급하니까 4코인 내고, 너희 는 3코인씩.”
이만하면 다들 솔깃할 거다.
미간에 주름을 잡고 고민하는 친구 들 사이에서 병운이 물었다.
“콜?”
첫 호구 탄생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