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1
나 혼자 무한 보급! 021화
레벨도 스테이터스도 없는 ‘게임’ 이지만.
그렇다고 성장요소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이 ‘게임’의 성장요소는 모두 스킬 로 일원화되어 있다.
스킬을 획득하고, 이 레벨을 올림 으로써 플레이어는 강해진다.
‘그것도 엄청난 수준으로.’
생전 닭 모가지 한 번 비틀어본 적 없던 자신이 칼 한 자루 들고 8 명을 썰어버릴 수 있게 할 정도.
즉, 장비와는 별개로 스킬이 생존 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는 그 스킬을 성장시킬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있 었다.
“후우.”
볼펜으로 빽빽하게 표시한 지도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예진에게 받은 이 일대 던전 정보 를 모두 이 지도에 기록했다.
이것만 있으면 훨씬 효율적인 동선 으로 플레이어 토큰을 수급할 수 있 을 것이다.
‘물론 완벽하진 않겠지만.’
보름을 훌쩍 넘긴 지금 시점에서 100% 정확한 지도라고는 할 수 없 다.
이미 누가 공략한 던전도 제법 될 거다.
하지만 어쨌든 다른 플레이어보다 정보전에서 앞서나가는 건 분명한 사실.
세상이 게임이 됐어도, 정보는 아 주 귀한 무기이다.
‘자, 그리고 다음으로.’ 지도를 접어서 보관함에 넣은 후.
흠흠 목청을 가다듬은 민수가 말했 다.
“경매장. 우르 토끼 레이드 보상 다 꺼내.”
와르르르르!
민수의 한 마디와 함께 보상들이 쏟아졌다.
환일에게서 한 장 받은 우르 토끼 가죽이 무려 9장.
그리고 장난감 큐브 같은 정육면체 보석이 한 개.
“이건 뭐지?”
생긴 것만 보면 완전 장난감인데.
고개를 갸웃하며 집어 들자, 그 옆 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우르 토끼 마석]
[등급 : 없음]
[우르 토끼의 체내에서 추출한 마석. 강력한 마법적 촉매제로서 가치가 높 다.]
[가격 : 비매품]
‘재료 아이템 같은 건가?’ 환일에게서 이런 게 나왔다는 얘기 는 못 들었으니.
아마 일정 이상 기여한 플레이어에 게만 주는 보상이 아닐까.
어쨌든 보아하니 당장 쓸 데는 없 는 것 같았다.
그 고생을 하면서 잡은 것치고는 좀 시시한 결과였지만.
‘뭐. 그래도 얻을 거 다 얻고 위업 정산도 남았으니.’
별 미련 없이 마석과 가죽을 보관 고에 밀어 넣었다.
이걸로 우르 토끼 레이드의 보상 정산은 완료.
그렇게 작업을 마친 민수가 고개를 들어 문가를 바라봤다.
천천히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빛과 함께 손에 잡히는 권총 두 정.
생긴 게 희한해서 꼭 장난감처럼 생기긴 했지만.
예진의 말대로라면, 어쩌면 이 지 구상 마지막 남은 총일지도 모른다.
‘너무 겁내고 있던 걸지도 몰라.’
손에 들린 총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졌다.
여태까지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 식하며 이 총의 존재를 숨겨왔지만, 이제는 그런 배부른 고민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사람은 물론이고, 몬스터 또한 급 격히 강해지고 있다.
사거리의 오크 레인저는 물론이고, 단독필지의 우르 토끼까지.
‘당장 이 문밖에 어떤 위협이 있을 지도 모르는데.’
그때도 닥치지 않은 가능성을 겁내 며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위협을 겁낼 것인가?
‘겁내지 말자.’
이 세상은 ‘게임’이 되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위험을 즐길수록 보상이 쏟아지는 게임.
겁내고 두려워하며 우물쭈물해 봐 야 달라지는 건 없다.
‘감수해야 한다.’
이제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그렇게 각오를 마친 민수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 손에서 시커먼 권총이 빛나고 있었다.
좀 있으면 해가 떨어지니 오래 돌 아다닐 수는 없었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민수는 일단 주변의 던전들부터 순 차적으로 클리어했다.
“키끼직!”
“키기직!”
던전 정리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 다.
던전으로 들어가서, 무작정 달려들 고, 보이는 대로 전부 쏴대면 그만. 권총 두 자루의 화력을 앞세운 던 전 공략은 공략보다는 작업에 더 가 까뭤다.
‘최대한 빨리 던전들을 선점해야 한다.’
다섯 번째 고블린 주술사의 머리통 에 바람구멍을 내고 몸을 돌렸다.
여섯 군데, 일곱 군데, 여덟 군데.
순식간에 지도에 표시한 인근 던전 들을 차례대로 휩쓸고, 그 와중에도 주변 상가 건물들을 살피는 걸 잊지 않았다.
‘어쩌면 특수 보급고가 있을지도 몰라.’
최대한 빨리 던전들을 선점하여 플 레이어 토큰을 벌고.
특수 보급고로 스킬을 획득하여 최 대한 성장시킨다.
성장요소라고는 장비와 스킬밖에 없는 지금.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이상 적인 안전책이었다.
그렇게 해 떨어질 때까지 약 십여 개의 던전들을 클리어했을 즈음.
‘오!’
가까운 상가 건물을 살피던 민수의 눈이 번뜩 뜨였다.
내린 셔터 틈으로 햐얀 빛이 새어 나오는 1층의 안경점.
얼른 달려가 문고리를 잡자, 민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안경 전문점 – Lv.2]
[분류 : 특수 보급고]
[점령 시 획득 가능 보상 : 간파 Lv.1 (12시간 이상 점령 시)]
‘ 간파라.’
이름만 봐도 뭔가 좋은 느낌이 든 다.
무언가를 눈치채거나 감정하는 종 류의 스킬인 걸까.
그 와중에 그 특수 보급고가 안경 점이라는 건 좀 재미없는 농담 같았 다.
싱겁게 웃은 민수가 문고리에 손을 얹고 중얼거렸다.
“보급고 지정한다.”
[해당 시설을 보급고로 지정하시겠습 니까?]‘ 음?’ 이제 와서 의문문?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패턴 에 당황해서는 잠시 손을 떼었다.
동시에 민수의 눈앞에 득달같이 새 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개인 스킬 보유 개수 상한을 앞두 고 있습니다.]
[최대 스킬 보유 개수 : 5개]
[현재 스킬 보유 개수 : 4개]
[도움말 – 스킬의 최대 레벨과 최대 보유 개수에는 일정 상한선이 존재합 니다. 이는 추후 다양한 방법으로 향
상시킬 수 있습니다.]
‘제한이 있는 거였네.’
하긴 생각해 보니 이상한 일은 아 니다.
특수 보급고로 주는 스킬을 모조리 다 받아먹을 수 있다면.
당연히 보급관이 이 ‘게임’의 최강 직업 아니겠는가.
‘물론 물자 보급만으로도 최강 직 업에 가깝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이 ‘게임’ 나름의 밸런스 패치인 모양.
그렇다면 여기서부턴 신중해야 한 다.
간파 스킬이라고 하면 좋아 보이지 만, 나중은 모르는 법이다.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스킬은 하나 뿐.’
어쩌면 이 주변에서 다른 특수 보 급고를 찾을 수도 있고, 거기서 어 떤 스킬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
좋아 보인다고 무작정 덥석 받아먹 을 수는 없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마음을 정한 민 수가 문고리에서 손을 떼었다.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일단 이 일대의 특수 보급고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벌써 급한 마음에 조급하게 굴 필 요는 없다.
최대한 많이 둘러본 후, 천천히 결 정하자.
그렇게 정한 민수가 땅거미 내려오 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 다.
“오늘 밤은 자던 데서 자야겠다.”
거기 분식집이 생각보단 지낼 만했지.
그렇게 마음을 정한 민수가 빠른
걸음으로 왔던 길을 돌아갔다.
* ♦ *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대충 식 사를 마친 후.
싱크대에서 양치질까지 마친 민수 가 입을 열었다.
“경매장. 마지막 남은 위업 보상 좀 보자.”
철그렁!
경매장 화면을 뚫고 길쭉한 무언가 가 바닥에 떨어졌다.
붉은 기가 도는 나무로 짜 맞춘 칼집.
검은 가죽을 꼼꼼하게 감아놓은 은 빛 손잡이.
꽤 고급스러운 만듦새에도 불구하 고, 민수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 였다.
“하필 칼?”
심지어 단검조차도 아니다.
날 길이만 어림잡아 Im는 되는 명 백한 장검.
생긴 건 그럴듯하지만, 썩 도움 되 는 물건은 아니었다.
오만상을 쓰며 칼을 집어 들자, 그 옆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설원의 뼈 장검]
[등급 : 2급]
[우르 토끼의 넓적다리뼈를 가공하여 만든 가볍고 단단한 장검. 마법적 처 리 또한 가해져서 은은한 한기를 내 뿜는다. 실력 있는 검사의 손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무기이다.]
[특이 사항 : 검신 전체에서 한기 발 출. 접촉 혹은 자상 시 가벼운 동상 효과 부여.]
[가격 : 비매품]
‘그래도 2급 장검이니 성능은 괜찮 아 보이는데……
살짝 칼집에서 빼보자 드러나는 새 하얀 칼날.
시험 삼아 손을 올려보니 확실히 서늘한 감촉이 느껴진다.
분명 좋긴 하지만, 당장 쓰기는 힘 든 계륵 같은 놈이었다.
아쉬운 눈으로 장검을 이리저리 둘 러보던 끝에.
결국, 한숨을 쉰 민수가 장검을 보 관함에 집어넣었다.
‘그래. 뭐, 언제나 대박만 나겠어?’
가끔은 이런 날도 있겠지.
생각해 보면 오히려 지금까지 너무 잘 먹은 거다.
하여튼 팔건 쓰건, 쓸모는 나중 가 서 생각해도 될 거다.
그렇게 마지막 정산을 마친 민수의 시선이 펼쳐놓은 지도로 향했다.
‘어디 보자. 오늘은……
볼펜으로 지도에 그려진 O자들을 하나씩 이었다.
시간 낭비 없이 던전을 공략하기 위한 최선의 동선 선정.
곰곰이 고민하며 선을 긋던 민수가 문득 인상을 찌푸렸다.
‘생각보단 공략된 던전이 적단 말 이지.’
플레이어가 자기밖에 없는 것도 아 니고 여기까지 오면서 줄초상 나는 플레이어들 한두 번 본 것도 아닌 데, 이상하게 공략된 던전들의 수가 적다.
심지어 그리 강하지도 않은 고블린 만 있는 던전인데도 그렇다. 던전이라는 단어에 지레 겁먹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굳이 던전을 공략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 건가?
‘……다들 현상유지만을 원하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이쪽이 훨씬 그럴듯한 가정이다.
플레이어 두셋쯤 모이면 오크도 무 리 없이 잡을 수 있다.
경매장에서 식량을 구매할 수 있으 니, 크게 모험을 할 이유 또한 없다.
사태가 터지고 벌써 보름이 지났다.
당혹과 혼란도 지나고, 어느 정도 는 다들 적응이 끝났을 타이밍.
다들 자기 나름의 규칙과 법도를 만들어가도 이상할 건 없다.
‘그리고 어쩌면……
자기처럼 어떻게든 자위 능력을 갖 추려는 괴짜는 제외하고 대다수 플 레이어가 그럭저럭 현상 유지하는 쪽을 택한다면.
쓸데없이 위험 감수하지 않고 안전 을 도모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세력화.”
O자로 가득한 지도를 노려보며 손 가락을 톡톡 짚었다.
사실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언젠 가는 일어났을 일이다.
위기상황에서 뭉치려고 하는 건 인 간의 본능 아니겠는가.
‘공권력도 맛이 갔으니 자기들 나 름대로 규칙 같은 걸 세우려고 하겠 지.’
단지 그게 어떤 집단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일대의 치안이라도 확보하려는 자경단일지, 아니면 폭력으로 군림 하려 드는 머저리들일지.
‘일단 좀 지켜보자.’ 아직은 제 코가 석 자다.
일단 자기 앞가림은 하게 된 뒤에 생각해도 급할 거 없겠지.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 짓고, 지도 를 챙긴 채 가게를 나섰다.
고개를 들자 보이는 살짝 구름 낀 하늘.
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보던 민수가 쯧 하고 혀를 찼다.
“비가 오려나?”
올 때 오더라도 오전 동안은 좀 안 왔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앞을 향해 발을
떼려던 그 순간.
디이이이잉-!
도오오오옹-!
느닷없는 종소리가 민수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핸드드릴로 귓구멍을 후벼 파는 것 같은 끔찍한 두통.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신음하던 민 수가 비척비척 가까운 골목으로 숨 어들었다.
‘또, 또 뭐야?’ 귓구멍을 틀어막고 한참이나 가빠 진 숨을 몰아쉬었다.
딱 몇 초 만에 몰아닥친 두통과 구토감의 폭풍.
가까스로 그 고통을 참아낸 민수가 고개를 뒤로 젖힌 순간.
“뭐••••••
그 눈앞에 황당한 광경이 펼쳐졌 다.
파란 하늘에 새겨진 커다란 빛의 문자.
보란 듯이 깜빡이는 그 문자의 내 용은.
[오픈 베타테스트 종료까지]
[앞으로 D-1 이
“오픈 베타……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