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0
나 혼자 무한 보급! 020화
“어휴. 민수, 그사이 좋은 거 찾았 네?”
화장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환일이 넉살 좋게 외쳤다.
하얀 후드티의 옷자락을 어색하게 툭툭 턴 민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때요? 잘 어울려요?”
“역시 젊은 애라 그런지 뭘 입어도 옷빨이 사네. 근데 그거 이 집에서 난 거야?”
“아뇨. 그 토끼 잡고 나온 보상이 에요.”
“아, 그래?”
어쩐지 이런 집에서 나오긴 좀 젊 어 보이는 옷이다 싶었지.
납득한 환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그거참 신통방통하네. 잡으면 옷도 주고 무기도 주고 물약 도 주고……
“솔직히 목숨 걸고 옷 한 벌 빼입 었다 치면 완전히 밑지는 장사 아닌 가요?”
“맨입으로 시키는 것보단 낫잖냐.” 하긴 그것도 그렇다.
적어도 보상은 제대로 준다는 점만 큼은 현실보단 나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기지개를 쭉 켠 환일이 몸을 돌렸다.
“아무튼, 이렇게 된 거, 집이나 좀 둘러보자. 부엌 쪽 아직 안 뒤졌 지?”
“네.”
“같이 한 번 뒤져보자. 난 저기 찬 장, 넌 저기 다용도실.”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부엌을 향해 다가가는 환일.
찬장 뒤지는 달그락 소리가 들려오 는 사이 민수가 슬쩍 소매를 걷었 다.
오른손 손목 즈음을 가린 까만 문 신.
꼭 빗살무늬 토기 같은 그 문신을 바라보자, 바로 옆에 메시지창이 떠 올랐다.
‘허어.’
[섬광의 문양]
[등급 : 무등급]
[백아군락의 오크 주술사들이 만들어 낸 강력한 주술 문신. 착용자에게 섬 광 같은 이동속도를 부여한다.]
[특이 사항 : 1일 3회에 한해 착용 자에게 5초간 고속 이동 부여.]
[특이 사항 : 섭취 시 문신 형태로 정착. 착용자 귀속.]
[가격 : 거래불가]
‘대박이다……
레인저 사냥으로 얻은 위업 보상의 실체였다.
이것만 있다면 그 어떤 위험한 상 황에서도 안전하게 탈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상 목숨 세 개는 번 거나 마 찬가지 였다.
비록 물약과는 달리 무한 보급이 적용되지 않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하루 세 번이면 긴급탈출용 을 위한 보험으로는 더 이상 요긴할 수 없다.
‘위험을 감수한 가치가 있었어.’
사실상 여기까지 오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소매를 내린 민수가 다용도실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아저씨도 받으셨죠? 레 이드 보상.”
“아, 그거? 안 그래도 화장실 있었 을 때 한 번 까봤는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환일이 매고 있던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살가죽 한 점 없이 깨끗하게 발라 놓은 털가죽 한 점.
이게 뭔가 싶어 받아들자 그 옆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우르 토끼 가죽]
[등급 : 없음] [셀만 왕국 북부 검은 산맥에서 자 생하는 맹수, 우르 토끼의 가죽. 질기 고 튼튼하며 체온 유지 효과가 탁월 하다. 부호들 사이에서 고가로 거래되 는 사치품 중 하나.]
[가격 : 비매품]
“그냥 가죽이네요?”
“딱 그거 한 점 나오더라. 나 참. 뭐라도 나올 줄 알았더니.”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환일이 투덜댔다.
“설명만 보면 비싼 거라는데, 당장 쓰지도 못하는 털가죽 갖고 다녀봐 야 도움도 안 되고.”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나중에 쓸 데 생길지.”
“됐어. 그냥 너 가져라.”
환일의 대꾸에 민수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무리 쓸모없어 보이는 보상이라 지만.
그래도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모르 는 거 아닌가?
“그 털가죽 한 장 갖고 있어봤자 누구 코에 붙인다고. 난 보관함도 없어서 그런 거 갖고 다니면 거추장 스러워.”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괜찮고말고. 애초에 네 거나 마찬 가지야. 내가 그놈 잡을 때 한 게 뭐가 있어?”
태연하게 대답한 환일이 어깨를 으 쓱하며 웃었다.
“이런 계산은 확실히 해야 하는 거 야. 그래야 인덕이 생기고 사람이 붙지. 부담 갖지 말고 가져가.”
“……정 그러시다면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죽을 받아 챙 겼다.
말이야 계산이니 뭐니 하지만.
일단 손에 들어온 걸 놓는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닐 거다.
‘비록 가죽 한 장이지만……
그래도 이런 작은 호의가 고맙기도 하다.
특히 이런 험난한 말세에는 더욱 더.
* * *
목표한 금천구청역까지는 말 그대 로 코앞이었다.
복잡한 골목길을 헤치며 걷길 잠 시.
드디어 두 남자 앞에 목적지가 모 습을 드러냈다.
“저기구만.”
“그러네요.”
안양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너머. 고가도로 밑에 위치한 지하철역.
그리고 그 바로 옆의 거대한 유리 벽 건물.
환일의 목적지이자, 민수의 경유지 인 금천구청이었다.
잠시 그곳을 바라보던 환일이 물었다.
“그럼 우린 여기까지인가?”
“뭐, 가는 길 배웅은 해드릴게요.”
“그렇다면 나야 고맙지.”
싱겁게 웃은 환일이 앞장서서 다리 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딸 만날 생각에 한껏 들뜬 발걸음.
고개를 저으며 웃은 민수가 그의 뒤를 따랐다.
“아, 그렇지. 이것도 인연인데 나중 에 시간 되면 우리 집에 놀러 와 라.”
“그래도 돼요?”
“헤어지기 전에 주소 적어줄게. 내 가 저기 휴먼시아 살거든. 집에 먹 을 건 없지만 그래도 술은 많아. 내 가 담근 것도 있으니까 넌 안주만 구해 오……
투웅!
“컥!”
“?!”
그때, 잘 걸어가던 한일의 몸이 갑 자기 뒤로 튕겨 날아갔다.
깜짝 놀라 몇 발짝 물러나는 민수.
그런 그를 지나쳐 날아간 환일이 몇 바퀴나 바닥을 굴렀다.
“뭐, 뭐야‘?!” 어찌나 세게 날아갔는지 코피까지 흐르고 있었다.
피로 물든 얼굴을 당혹으로 일그러 뜨린 채.
냅다 양손 검부터 뽑아 든 환일이 주변을 둘러봤다.
“미, 민수야. 조심해라! 아무래도 주변에 뭐가 있……?!”
“••••••아뇨.”
“뭐?”
“이거 그런 거 아니에요.”
아주 잠깐이지만 분명 똑똑히 목격 했다.
다리 중간을 지나려던 환일의 몸을 튕겨낸 것.
허공에서 잠깐 파랗게 반짝였던 그 모습은 분명…….
천천히 다가가 허공으로 손을 뻗었 다.
나직이 내뻗다, 갑자기 덜컥 멈추 는 손바닥.
동시에 푸른 파문이 민수의 손바닥 을 중심으로 번졌다.
“이, 이건 또 뭔……
코피를 닦을 생각도 않고 환일이 입을 벌렸다.
갑자기 허공에서 멈추는 손바닥. 동시에 퍼지는 투명한 파문.
이건 마치.
“벽……9”
“그거 맞는 것 같아요.”
짧게 대꾸한 민수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무섭게 치뜬 그의 눈앞.
투명한 메시지창이 그런 그를 조롱 하듯 떠올랐다.
[현재 지구-117 서버의 모든 채널 간 이동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채널 간 이동금지는 추후 해금될 예정입니다.]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아무래도 동네 간 이동이 차 단된 것 같아요.”
“ 뭐?!”
“대충 시군구 별로 막아놓은 것 같 네요.”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있는 곳 또한 서울이지만.
애초에 이 ‘게임’이 인간들의 행정 구역 따위를 신경이나 쓸까.
아무튼 중요한 건, 서울로 넘어가 는 길은 완전히 막혔다는 거다.
잔뜩 인상을 구긴 민수가 바드득 이를 갈았다.
“이런 제기랄……
“샹!”
버럭 고함을 치며 일어난 환일이 냅다 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투웅! 빛의 파문과 함께 바닥을 나 뒹구는 환일.
놓쳐 버린 양손 검을 주워든 그가 다시금 벽을 향해 돌진했다.
“들여 보내줘! 들여보내달라고 개 새끼들아!”
“아저씨, 진정하세요!”
“이 쌍놈의 새끼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막지 마! 우리 수아, 수아 보러 갈 거다!”
부딪치고. 튕기고. 일어나고. 다시 부딪치고.
구르고. 구르고. 끊임없이 구르다. 다시 일어나고.
바닥을 한 번 구를 때마다 어김없 이 피범벅이 되지만.
그러고도 환일의 무모한 돌진은 멈 추지 않았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그 처참 한 돌격.
결국, 보고 있던 민수조차 눈을 감 은 끝에.
“허억, 허억……
피투성이가 된 환일이 바닥에 대자 로 뻗어버렸다.
거칠게 들썩거리는 볼록 튀어나온 술배.
고개를 저은 민수가 그에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
“어떡하실 거예요?” “……딴 길 찾아볼 거다.”
벌떡 일어난 두 눈은 코피보다 붉 게 물들어 있었다.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대며 환일이 중얼거렸다.
“여기만 길은 아니잖냐? 어딘 가…… 어딘가 샛길 같은 게 있을 거야.”
“냉정하게 판단하세요. 이 ‘게임’이 그렇게 안 허술하다고요. 뒤진다고 샛길 같은 게 나올 리가……
“시도도 안 해보고 돌아갈 수는 없어.”
“아저씨!”
“내 딸이 저기 있다고!”
환일의 삿대질이 투명한 벽 너머를 가리켰다.
인적 없는 역사와 구청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내 딸이 저기 있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그럼 아비가 돼 가지고 아 그렇구나 하면서 돌아 가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난 포기 못 한다. 절대 포기 못 해! 무슨 고생 하면서 여기까지 왔 는데, 이딴 거 때문에 포기할 것 같 아?!”
핏발 선 고함이 연신 텅 빈 다리 위를 울렸다.
코피와 분노로 얼룩진 아버지의 얼 굴.
그 고집스러운 표정을 들여다보던 민수가 나직이 탄식했다.
‘될 리가 없어.’
빈틈을 찾아? 샛길? 개구멍?
그런 게 통할 만큼 이 ‘게임’이 만 만했으면 지금 세상이 이 모양이 됐 을 리도 없다.
해보지 않아도 결과가 뻔히 보이는 바보 같은 도박.
하지만 지금 자신에겐 그걸 말릴 명분조차도 없었다.
‘자식 찾으러 가는 부모를 어떻게 막으라는 거야?’
자식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에 합리 나 이성 따윈 기대할 수 없다.
혈육의 정 앞에서 냉정이니 현실이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환일은 앞으로도 이 너머로 넘어가 기 위해 갖은 용을 쓸 터.
이건 누가 막을 수도 없고, 그래서 도 안 되는 문제였다.
“……일단 코피부터 닦으세요.”
주머니에 쑤셔 박아 놨던 티슈 한 뭉치를 얼른 꺼내 건넸다.
얼굴 가득 묻은 코피를 떨리는 손 으로 슥슥 닦는 환일.
그 사이 난간에 기대앉은 민수가 주섬주섬 생수 한 병을 꺼내 내밀었 다.
“그리고 이거 드시고 진정하시고 요.”
“방법을 찾는 건 찾는 거고, 머리 에 열부터 식히세요. 그러다 진짜 큰일 나겠어요.”
차분한 민수의 제지에 비로소 조금 이나마 이성이 돌아왔다.
풀죽은 얼굴로 옆에 앉은 환일이 건네받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 다.
“……민수야.”
그렇게 두 남자 사이에 침묵이 흐 르길 몇 분.
생수병이 바닥을 드러내고 나서야 비로소 환일이 입을 열었다.
“너 혼자 가라.”
“ 네?!” “몇 번이고 생각해 봤지만, 난 도 저히 포기 못 하겠다.”
눈을 질끈 감은 환일의 표정에서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허둥지둥 답하려던 민수를 제지하 며 그가 말을 이었다.
“그 죽을힘을 다해서 겨우 여기까 지 왔어. 지금 와서 포기하고 그냥 가라고 하면…… 내가 분통이 터져 서 못 살 것 같아.”
“아저씨……
“모르는 아저씨가 딸 만나러 가는 길인데, 여기까지 배웅해 준 것만으 로도 년 네 할 일 다 한 거다. 결국 따지고 보면 이건 전부 내 사정일 뿐이니까.”
일면식도 없던 아저씨가 말도 안 되는 모험을 하러 가는 길.
거기에 생면부지 젊은이 발목 잡고 끌어들일 만큼 난 못된 사람이 아니다.
우르 토끼인지 뭔지 하는 쥐새끼 처리해 주고, 여기까지 길 내서 같 이 와준 것만으로도 이미 제 몫은 다한 셈.
여기서 굳이 더 같이 가달라고 매 달리는 건 실로 염치가 없는 짓이다.
“미안해하지 말고 너 갈 길 가라. 내 일도 내 일이지만 너도 살아야 지.”
“아니, 아저씨. 그럼 지금 아저씨 혼자서 안양천 주변을 다 뒤지시겠 다고요?”
“그래 봐야 둔치 따라서 주욱 걸으 면 되는 건데, 뭐. 운동하는 셈 치 면 돼.”
그렇게 대답하며 애써 씨익 웃는 환일.
너무 유쾌한 그 미소에 절로 언성 이 높아질 뻔했지만.
이윽고 비실비실 고개를 숙인 민수 가 그의 시선을 피했다.
‘여유가 있다면 돕겠지만……
가산디지털단지로 진출하는 길이 막힌 지금.
이쪽도 사정이 급해진 건 마찬가지 다.
그야말로 이후 모든 계획이 도로 아미타불이 된 상황.
언제 어디서 어떤 위협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지금.
기약도 없는 얀양천 둔치 수색을 거들어주는 건 너무 위험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살짝 눈치를 보며 그에게 물었다.
낮아진 민수의 목소리에 괜히 미안 함이 든 것인지.
민수의 어깨를 팡팡 치며 환일이 크게 웃었다.
“걱정 마라, 인마! 너만큼은 아니 지만, 이 아저씨도 한 힘 하잖냐. 설마 당하기야 하겠어?”
“그리고 어떤 놈이 감히 내 앞길을 막을 거냐? 수아 만나러 가는 길에 내 발목 붙잡는 놈이 있으면, 바로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버릴……
“잠시만요.”
그때, 번쩍 손을 든 민수가 환일의 말을 막았다.
“식량은 가지고 계신 거로 충분하 세요?”
“그거야 뭐, 어차피 경매장 있으니 까 굶지는 않을 텐데……
거기까지 말하던 환일이 순간 눈을 휘둥그레 치떴다.
민수의 손에서 연신 빛과 함께 나 타나는 각종 식량과 비품들.
심지어 편의점 도시락은 순식간에 허리 어름까지 쌓였다.
그, 그게 다 뭐냐?” “비상식량 삼아서 들고 다녔던 거 예요. 좀 양이 많긴 하지만.”
어차피 언제든지 보충할 수 있는 물건이다.
당장 길 너머에 편의점이 몇 군데 고, 식당이 몇 군데인가.
워낙 많으니 한꺼번에 다 들고 다 닐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면 한동안은 경매장에서 코 인 한 푼 쓸 필요 없을 거다.
“혹시 뭐 다른 거 필요한 거 없으 세요? 부탄가스나 감기약 같은 것도 있는데.” “……그렇게 무리할 거 없어. 이것 도 다 코인인데……
“그냥 제가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 요.”
그래도 목숨 걸고 함께 싸웠고.
크건 작건 간에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다.
기약도 없는 그의 딸 수색에 힘을 보태줄 수는 없지만, 그 대신 이런 물질적인 도움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일단 지금 가지고 있는 건 이게 전부네요.”
가득 쌓인 식량과 물자 위에 미리 넣어놨던 옷가지를 덮었다.
일교차 심한 5월이니 살짝 불안하 긴 하지만.
그래도 빨리 먹으면 상하는 일은 없을 거다.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이런 것뿐이 라 죄송합니다.”
“……뭘 미안해하고 그래? 그만하 면 됐어.”
“따님 꼭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비로소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민수가 손을 내밀었다.
아들뻘 청년의 마지막 호의가 새삼 스레 감동적인 것인지.
뻘건 얼굴로 코까지 훌쩍이며 환일 이 민수의 손을 맞잡았다.
“그래, 고맙다! 살아서 보자!”
약간의 아쉬움이 오가는 두 남자의 악수.
헤어짐은 그렇게 덤덤하게 찾아왔 다.
* * *
그렇게 환일과 갈라진 후. 왔던 길을 거슬러 민수가 향한 곳 은 골목에 위치한 작은 분식집이었 다.
[분식집 – Lv.1]
[분류 : 일반 보급고]
[점령 시 획득 가능 보상 : 없음]
“보급고 지정한다.”
[해당 시설이 보급고로 지정되었습니 다.]
들어가기 무섭게 셔터를 내리고 주 방으로 향했다.
도마 위에 떠오르는 식품 조리 메 시지창을 무시한 채.
싱크대에서 찬물을 틀고 냅다 얼굴 에 끼얹었다.
“푸하, 하아……
얼굴에 냉수 한 번 맞자 비로소 조금 기분이 가라앉았다.
젖은 얼굴을 옷자락으로 슥슥 비비 며 민수가 한숨을 토했다.
‘벌어진 일이다. 지금 와서 짜증 내봐야 어쩔 거야?’
싹싹 빈다고 저 너머로 들여보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비는 걸 들어줄 놈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현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 다.
서울로 가는 길은 막혔고, 한동안 은 이 안에서 버텨야 한다.
‘그럼 이제 남는 선택지는……
보관함에서 꺼낸 지도를 식탁 위에 펼치고 노려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 동네를 떠나 하안동 혹은 철산동으로 넘어 가는 것.
하지만 이 안에서 장소 좀 바꾼다 고 뭔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가는 것 자체가 이젠 큰 메리트도 아니지.’
찜질방 같은 안전한 보급고에 대한 미련은 남았지만.
그렇다고 홀로 무작정 5km 넘는 길을 떠나는 것도 현명하지는 않다.
가는 길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안단 말인가.
‘그리고 어찌 됐건 여긴 내 동네란 말이지.’
이쪽도 여기서 한두 해 산 게 아 니다.
똥개도 제집에선 반은 먹고 들어간 다고 하지 않는가.
단순히 버티는 것뿐이라면, 이 동 네가 훨씬 유리하다.
‘ 게다가……
보관함에 잘 넣어놨던 수첩을 꺼내 들었다.
손때가 가득 묻은 낡은 수첩 한 권.
보급고 스킬에 버금가는 그 최고의 무기를 바라보며 민수가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예진 씨.” 길 좀 막아놓는다고 이대로 말라죽 을 줄 알았냐?
할 수 있는 건 얼마든지 있다, 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