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2
나 혼자 무한 보급! 022화
“이건 또 뭔……?”
놀랄 일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황당하게 입만 벌리고 있던 민수 앞에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공지사항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바 로 확인해 주세요.]“공지사항 친절하게 알람 띄워주는 거로도 모 자라 공지사항이라니.
‘게임’ 형태에 집착하는 것도 이쯤 되니 좀 병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확인을 안 할 수 도 없는 노릇.
눈앞의 메시지창을 노려보던 민수 가 이윽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공지사항 확인한다.”
깜빡이며 사라지나 싶던 메시지창 이 순간 널찍하게 펼쳐졌다.
대충 A4용지 한 장 정도 되는 넓 이의 커다란 메시지창.
다급한 민수의 시선이 그 위의 내 용을 빠른 속도로 읽어내렸다.
[V.1.1 패치노트] [언제나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원 덕에 드디어 정식 서비스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정식 서비스와 동시에 적용되는 V.1.1 패치의 내용을 알려드립니다.] [1. 경매장 기능 개선 – 경매장의 일부 제한된 기능이 해금됨과 동시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됩니다. 새로 제공 되는 2급 장비류, 유저 간 개인 거래 등 다양한 기능이 준비되어 있습니 다!] [2. 육성 제한 상향 – 오픈 베타테 스트 동안 제한되어 있던 육성 관련 내용이 일부 상향됩니다. 더욱 강한 플레이어로 거듭나세요!] [3. 소모품 관련 수정 – 그간 제시 된 플레이어 여러분의 불만 사항을 받아들여 경매장의 기본 물품 구성 일부가 변경될 예정입니다. 불편을 끼 쳐 죄송합니다. 앞으로 많은 이용 부 탁드리겠습니다!] [4. 랭커 시스템 추가 – 오픈 베타 테스트 종료와 동시에 랭커 기능이 추가됩니다. 그간 획득한 코인, 처치 한 몬스터 수 등을 합산해 상위 10인 의 이름과 직업이 채널 내 모든 플레 이어에게 공지됩니다. 랭커에게 주어 지는 혜택을 놓치지 마세요!]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허.”
공지사항의 내용을 다 읽은 민수가 혀를 찼다.
기능 개선이니 상향이니 게임사 GM 같은 입에 발린 소리는 차치하고.
그냥 이 공지의 존재 자체가 심각 하게 거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앞으로 열흘 후에 뭔가 X 같은 짓 을 할 테니.
그동안 알아서 준비하고 때 되면 능력껏 살아남아라.
그런 의도가 아니고서야 이런 요란 을 떨 이유가 없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그 내용 또한 자못 심각했다.
“상태창.”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상태창 을 불렀다.
환하게 떠오르는 상태창을 노려보 던 민수가 투덜댔다.
“망할.”
[플레이어명 : 김민수]
[직업 : 보급관]
[보유 코인 : 562953]
[보유 플레이어 토큰 : 170이
‘이 추세면 무조건 랭킹에는 들겠 네.’ 상식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코인을 10만 단위로 들고 다니는 놈이 더 있을 리 없다.
공지의 내용대로라면 랭킹 산정에 는 획득 코인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 니.
아마 높은 확률로 자신은 랭킹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즉 내 이름과 정체도 노출된다는 거고.’
더 이상 보급고를 거점 삼아 숨어 다닐 수 없게 된다.
이름에 직업까지 광고하는데 설마 못 찾을 리 있을까.
설령 가명을 쓴다고 해도 보급고
스킬을 쓰다 보면 들키는 것도 필 연.
애초에 보급관이라는 직업의 존재 자체가 노출된다는 게 치명적이다.
어떤 식으로든 더 이상 개인으로서 는 있을 수 없게 된다.
‘선택할 때인가.’
발작하던 두통이 가라앉기를 기다 리며 고민했다.
이제 각오와는 별개로 숨어다닐 수 없게 됐다.
머지않아 내 존재가 온 사방에 알 려질 게 확실한 상황.
스스로가 생각해도 보급고 스킬은 너무 사기적이니.
아마 알게 되는 즉시 온 사방에서 나를 노리고 달려들 거다.
‘괜찮은 세력이 있다면 투신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문제는 어떤 세력이 괜찮은 세력인 지 알 길이 없다는 거다.
만약 투신한 게 극악한 개자식이 이끄는 약탈자 세력이라면?
나한테 무슨 허튼짓을 하지 않는다 는 보장이 어디 있나?
“……하는 수 없지.” 생각을 마무리한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스로의 가치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나는 이 ‘게임’의 근반을 뒤흔들 수 있는 치트 플레이어이며, 그 존 재가 알려지는 순간 ‘게임’에는 대 격변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파도를 피할 수 없다면 올라타야 한다.
좋은 물살을 타고 파도의 꼭대기에 올라야 한다.
비록 거기서 어떤 경치를 보게 될 지는 몰라도 파도에 휘말려 가라앉 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터.
“까짓거, 한 번 해보자.”
사태 발발 20일 차.
오픈 베타테스트 종료까지 앞으로 10 일.
말세를 달리는 보급관의 자본주의 적 생존투쟁이 시작되었다.
* * *
이 ‘게임’이 시작된 지 25일이 흘 렀다.
평화롭게 질식해가는 세상 속에서 도.
사람들은 그 나름의 규칙을 만들 고, 이를 통해 살아남았다.
“누나. 슬슬 경진이 오는 것 같아 요.”
“……그래. 다들 준비하자.”
예진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인 사람 들이 화단에 몸을 숨겼다.
창, 칼, 철퇴 등 각양각색의 날붙 이로 무장한 13명의 사람.
길면서도 짧은 질곡 끝에 형성된 이 일대의 소규모 플레이어 집단이 었다.
“그나저나 누나.”
예진과 함께 몸을 숨긴 플레이어 한 명이 불쑥 입을 열었다.
짧게 깎은 머리에 제법 운동한 티 가 나는 젊은이.
이름은 이도명. 나이는 올해로 22 살.
예진이 여기 합류하기 전까진, 나 름 대장 노릇을 하던 플레이어였다.
“슬슬 정해야 하지 않겠어요?”
“ 뭘?”
“좀 뭐냐, 우리도 몸집을 키워봐야 죠. 당장 저것도 있고.”
도명의 손가락이 하늘을 가리켰다.
닷새가 지나 D-5까지 줄어든 하 늘의 문자.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그걸 올려 다보던 예진이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그 얘기 나올 것 같긴 했지.”
“누나도 소문 들었죠? 광명실내체 육관 쪽에 진짜 센 플레이어 있다 고. 걔 쪽에 가세하면 어떻게든 되 지 않을까요?”
“딸린 식구가 몇인데 거기까지 가 자고? 너무 위험한 거 아냐?”
“그렇다고 마냥 여기서 이러고 있 을 수도 없잖아요. 당장 닷새 뒤에 무슨 일 터질지도 모르는데.”
일리 있는 지적이라 할 말이 없었 다.
입을 꾹 다문 예진 옆에서 도명이 도끼날을 만지작대며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에는 닷새 뒤에 뭔가 사달 이 날 거예요. 그때 가서 어쩌고저 쩌고하면서 시간 끄느니, 지금이라 도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고요.”
“결정이라……
“실내체육관 쪽은 비 플레이어 생 존자도 잘 받아준대요. 여기서 고만 고만한 애들끼리 신경전하고 있느니 차라리 빨리 맘 정해서……
“우와아아악!”
그때, 대로 너머 길모퉁이에서 익 숙한 비명이 들려왔다.
일제히 무기를 챙겨 들고 눈빛을 빛내는 플레이어들.
그 선두에서 철퇴를 움켜쥔 예진이 슬쩍 옆을 향해 눈짓했다.
“함정은?”
“잘 덮어놨어요.” 슬쩍 학교 운동장 쪽을 살펴본 누 군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 운동장에 파놓은 길이 10m의 구덩이 함정.
간편한 코인 수급을 위해 파놓은, 일명 몰이사냥 덫이었다.
“오크들이 바보라 살았지. 눈깔 뒤 집히면 발치에 뭐가 있는지도 못 보 는 놈들이니까.”
“긴장 풀지 마. 경진이가 함정으로 끌어들이면 전부 달려들어서 머리부 터 노려.”
“네, 누나.”
“다들 익숙해졌으니까 오전 안에 끝내자. 오늘은 좀 일찍 접고 도명 이는 나랑 얘기…… 좀……
그때 기계적으로 지시를 이어나가 던 예진의 눈매가 굳어졌다.
모퉁이를 돌아서 이쪽을 향해 허겁 지겁 달려오는 사람 그림자 한 개.
그리고 그 뒤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서 달려오는 길쭉한…….
‘……길쭉해?’
순간 예진의 표정이 바싹 얼어붙었 다.
수수깡 같은 마른 몸에 날카롭게 돋아난 손톱을 가진 몬스터 일곱 마 리.
이 근방에서 저렇게 생긴 몬스터는 예진이 알기로는 하나뿐이었다.
“하, 하베스터 퍼펫……!”
“오경진! 저 븅신이 진짜!”
비로소 상황을 파악한 도명이 냅다 욕설을 내뱉었다.
몰이 사냥이 가능한 건 어디까지나 오크 정도가 한계.
그보다 훨씬 강한 하베스터 퍼펫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저 새끼 내가 저럴 줄 알았지! 보 나 마나 깝치다가 애먼 놈 어그로만 왕창 끌어온……
“욕해봤자 어쩔 거야! 그래서 경진 이 죽게 내버려 두게?”
“그, 그건 아니죠……
“아니면 무기 들어! 다 나와! 우리 가 직접 상대한다!”
상황이 꼬였다는 걸 깨달은 순간, 예진이 지체 없이 지시를 내렸다.
각자 무기를 쥔 채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오는 플레이어들 앞에서.
이제는 상징이 된 철퇴를 움켜쥔 예진이 눈을 부릅뜨고는 외쳤다.
“쫄지 마! 던전도 돌면서 다들 스 킬 레벨 올렸잖아! 장비도 챙겼고!”
“예에에!”
“각자 두 마리씩 조진다고 생각해! 별거 아냐! 저것들도 머리 터뜨리면 죽어!”
일부러 험한 소리를 터뜨리며 달려 오는 하베스터 퍼펫들을 노려봤다
아스팔트 바닥을 스치듯 달려오는 하베스터 퍼펫이 물경 일곱 마리.
유인조를 맡은 경진의 스킬을 생각 하면 아마 잡히는 일은 없을 터.
‘단지 수가 많다는 게 걱정인 데……
각오를 다지며 달려오는 놈들을 노 려 봤다.
놈들의 선두와는 불과 30여이를 앞 둔 상황.
침을 꿀꺽 삼킨 플레이어들이 일제 히 무기를 들어 올리고.
“경진아! 뛰어! 뛰어!”
“너 이 새끼, 진짜 오면 뒤졌다!”
“헉, 허억…… 허억……!”
입에서 연신 단내를 뿜으며 경진이 달려오고.
손톱을 깔짝대며 달려오는 놈들이 함정을 향해 달려들려던 그 순간.
“전원! 알아서 전투 준H……?!”
T£ 표 고L |
=t=t=t!
“?! ”
달려오던 하베스터 퍼펫의 무릎이 별안간 터져나갔다.
선두에서 달려오던 세 마리가 무릎 아래를 잃은 채 쓰러지고.
바싹 붙어 달려오던 네 마리가 앞 의 놈들에게 걸려 꼴사납게 나자빠 졌다.
“……뭐, 뭐야?” 다른 플레이어? 아니면 신종 몬스터? 그것도 아니라면 이 ‘게임’의 변 덕?
갑작스러 상황 앞에서는 예진 또한 재빨리 판단할 수 없었다.
제각기 무기를 든 채 어물대는 예 진과 플레이어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뒤에서 들 려오는.
“이야. 예진 씨 출세했네요.”
“이젠 대장 노릇도 하고 있네.”
익숙하고 여유로운 목소리.
화들짝 놀라 고개 돌린 예진의 눈 앞에.
하얀 후드티를 입은 익숙한 얼굴이 웃고 있었다.
“하긴 예진 씨라면 어디서든 한 자 리 차지할 것 같았어요.”
“……민수 씨?”
그 두 손에서 검은 권총 두 자루 가 빛나고 있었다.
* * *
‘다행이다.’ 얼굴로는 오만 여유를 다 떨고 있 긴 했지만.
사실 민수 또한 내심 놀란 심장을 가라앉히느라 용을 써야 했다.
오크보다 훨씬 강한 하베스터 퍼펫 이 무려 7마리다.
물론 자신이야 쉽게 잡았다고는 하 지만, 예진 같은 다른 플레이어들에 게도 손쉬운 상대일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조금만 미적거렸어도 큰일 날 뻔 했네.’
자칫 잘못했다간 만나지도 못 해보 고 끝날 뻔했다.
조그맣게 안도의 한숨을 뱉은 민수 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잘 지냈…… 아, 엄청 잘 지낸 것 같긴 하네요.”
“네, 네에. 뭐, 덕분에.”
“하긴 예진 씨라면 굳이 걱정할 필 요도 없겠죠. 아무튼.”
지금은 그런 설명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엉켜 쓰러진 하베스터 퍼펫들에게 총구를 돌린 민수가 말했다.
“거기 다른 분들.”
“네, 넵?”
“얼른 가서 잡아요. 저놈들 저거 코인 덩어리거든요.”
5T 표 표 |
■끄■•=r=r!
연신 쏘아진 탄환들이 남은 네 마 리의 무릎마저 터뜨려 버렸다.
그렇게 일곱 마리 전원의 기동력을 봉쇄한 후, 비로소 권총을 보관함에 넣은 민수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 했다.
“전 생각 없으니까 그쪽이 가져가 요. 아, 대신 싸우지들 말고. 알았 죠‘?” “네, 넵!” 비로소 상황을 파악한 도명과 플레 이어들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 다.
손톱을 피하며 휘둘러대는 온갖 냉 병기들의 혈투.
이젠 익숙해진 그 광경에서 시선을 뗀 민수가 예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네요.”
“……저도 좀 놀랐어요. 생각보단 할 만하더라고요.”
“물론 아직은 그렇겠죠.”
그렇게 대답한 민수가 하늘의 문자 를 가리켰다.
오만하게 반짝이며 땅을 굽어보는 D-5의 카운트 다운.
슬쩍 얼굴이 굳어지는 예진 앞에서 민수가 말을 이었다.
“제가 대충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죠?”
“어느 정도는요.”
“예진 씨한테 제안하고 싶은 게 있 어요.”
똑바로 선 채 예진의 눈을 노려봤 다.
아직도 흐림이 보이지 않는, 또렷 하지만 독기 오른 눈빛.
처음 파출소에서 만났을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눈동자.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건 아 닌 것 같다.
민수의 입가에 선명한 미소가 떠올 랐다.
“아마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