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48
나 혼자 무한 보급! 048화
“……뭐?”
뜬금없는 소리에 민수가 와락 얼굴 을 구겼다.
“지금 뭐 시비 거는 거냐?”
“너, 나 보고 말했어. 플레이어.”
“……아.”
제길, 긴가민가했더니 그쪽이었네.
잔뜩 일그러진 표정의 민수에게 깔 린 채 마녀가 말을 이었다.
“처음 들어. 나, 플레이어라고. 나 도 너희와 같다고.”
“야, 잠깐. 뭐?”
“아무도 모를 것 같았는데. 누구도 알지 못했는데. 언제든, 누구도 심상치 않은 내용을 중얼거리며 떨 리는 마녀의 눈.
그 와중에 흠칫 무언가를 깨달은 민수가 고개를 들었다.
‘……굳었다.’
조금 전까지 해일처럼 몰려들던 늑 대들.
그 모든 녀석이 지금 고장 난 인 형처럼 멈춰서 있었다.
막 목책을 타 넘고 뛰어내리려던 블러드하운드들.
정문을 짓뭉개며 달려들려 했던 크 림슨 하운드들.
당장에라도 사거리를 휩쓸어버릴 기세가 무색하게 죄다 스위치를 내 린 듯 그 자리에 굳어 있을 뿐.
“……미, 민수 오빠? 이거 어떻게 된……?”
“조용히.”
뒤늦게 비척비척 일어난 예진이 은 비를 제지하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샤그룬 또한 도끼를 거뒀다.
인간도 오크도 늑대도.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침묵하는 밤.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민수와 그 밑에 깔린 마녀뿐.
“이젠 기억나지 않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오늘이 몇 번째 밤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어떻게 여기 있는 건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도, 누구도…… 고장 난 녹음기처럼 주절거리는 마 녀.
날카롭게 돋아난 손톱은 어느새 평 범한 길이로 짧아진 상태.
분위기로 보아 일단 위기는 면한 게 분명할 터.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민수의 입가 에는 차마 미소가 떠오르지 않았다.
‘말하는 게 심상치 않아.’
처음 듣는다.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누구도 알지 못했다.
말하는 걸 가만 복기해 보니, 전부 과거형이 다.
과거의 사건을 인지하고 있지 않다 면 쓸 수 없는 표현.
왜 이런 표현을 쓰는 걸까 고민하 길 잠시.
순간 민수의 뇌리로 섬뜩한 가정이 떠올랐다.
“……너 설마……?”
“카아악!”
그 순간, 갑자기 돌변한 마녀가 민 수를 홱 밀쳐버렸다.
재빨리 자세를 낮춘 채 혼 블래스 터를 주워드는 민수.
당장에라도 갈겨버리기 위해 마녀 를 조준했지만, 정작 마녀는 달려드 는 대신 그 자리에서 힘껏 도리질을 쳐 댔다.
“믿지 않아! 난 믿지 않아! 설령 네가 날 알았다고 해도, 난 너희를 믿지 않아!”
“어차피 결과는 똑같아! 밤은 반복 되고 나는 사냥당할 뿐이야!”
절망. 슬픔. 좌절.
“너희도 똑같아!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너희도 나도, 언제나 마지막 은 정해져 있었어!” 분노. 증오. 후회.
“기대 따윈 하지 않아. 이게 주인 잃은 개의 말로지!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면서 그저 한없이 밤 을 지키고만 있을 뿐이지! 그런 운 명이지!”
그리고 그 모든 감정 사이에 배어 든 아주 조그만…… 형용키 힘든 무 언가.
“너희는 사냥꾼이고! 난 그저 사냥 감이니까!”
그렇게 외친 마녀가 풀쩍 몸을 날 렸다.
설마 달려드나 싶었지만, 다행히도 착각이었다.
혼 블래스터의 총구가 불을 뿜기 직전, 민수와 플레이어들을 지나친 마녀가 목책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 다.
“……어차피 달라질 건 없는데.”
달을 등진 그녀의 모습은 무의미하 게 아름다웠다.
말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는 민수와 플레이어들의 시선.
살짝 고개 돌려 그들과 마주친 마 녀가 무섭게 눈을 치떴다.
“그깟 거 하나 안다고, 무언가가 달라질 리도 없을 텐데. 왜……?”
“……다음 밤은 없을 거야.”
그렇게 중얼거린 마녀의 모습이 목 책 너머로 사라졌다.
어둠 속으로 멀어져가는 그녀의 모 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비로소 굳어 있던 늑대들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느, 늑대들이……
“살았다……
맥이 탁 풀린 플레이어들이 주저앉 는 사이.
늑대들의 모습은 완전히 어둠 너머 로 사라진 뒤였다.
누린내도 울음소리도 사라진 사거 리에 돌아온 침묵.
안도하는 모두의 눈앞으로 기다리 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6일 차 습격이 종료되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플레이어 토큰1000개가 지급됩니다.]
“생각보단 싱겁게 끝났네요.” 철퇴를 지팡이 삼아 짚은 예진이 파리한 얼굴로 다가왔다.
갑자기 마녀가 달려들었을 때는 눈 앞이 캄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금껏 가장 적은 희 생으로 밤을 견딜 수 있었다.
“무사히 잘 버텨서 다행이에요. 아, 어디 다친 데는 없……
“예진 씨.”
하지만 정작 민수의 표정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
심각하게 찌푸린 얼굴로 마녀가 사 라진 방향을 노려보며 민수가 말했다.
“지금까지 한 달 좀 넘기는 동안, 많이들 죽고 다쳤죠?”
“네? 그, 그렇죠.”
“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 데.”
조금 전 마녀의 발언을 천천히 곱 씹어 본다.
표현 일체에서 느껴지는 과거형 표 현.
반복되는 경험을 암시하는 단어 선 택.
어떤 자포자기마저 느껴지는 기색.
이것들을 다 조합했을 때 나오는 결과는.
“그 사람들…… 정말 죽은 걸까 요?”
왠지 알 것 같다.
이 ‘게임’에서 패배한 자들의 말로 르
* * *
부상자 5명. 대체로 찰과상 내지 타박상.
그마저도 재욱과 의료시설의 힘으 로 전원 하룻밤 내에 회복.
심지어 그 와중에 6명의 비 플레 이어가 플레이어로 각성.
이렇듯 대체로 좋게 끝났지만, 그 렇다고 마음이 풀리지는 않았다.
어젯밤 그 마녀와 만나면서 떠오른 끔찍한 가정.
밤새 잠도 못 잔 채 뒤척거리던 것도 그 때문이었지만.
r 아카라트의 전사여. 희소식이
다.」
“음‘?”
r마녀의 힘을 약화할 방법을 찾았 다.」
그런 고민조차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오전 7시. 장소는 사거리 한복판.
한 명 두 명 일어난 사람들이 쩌 억 하품을 해대는 가운데.
박살 난 망루를 올려다보던 민수가 홱 고개를 틀었다.
厂 약화한다고?_!
「조금 전에 우리 주술사들이 합류 했다. 어젯밤 마녀에게서 느낀 마력 에 대해 조언을 구하니 바로 해결책 을 알려주더군.」 샤그룬의 손가락이 목책 인근을 가 리 켰다.
정문 근처에서 음울한 눈빛을 빛내 는 거적때기 오크 서너 명.
들고 있는 지팡이를 보니 아마 저 들이 주술사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투명화 물약도 쟤들 이 만들었다는 설정이었지?’
「우리 지혜로운 주술사들이 추측 한 바에 의하면, 마녀에게 힘을 제 공하는 원천이 있을 것이라고 한 다.」
「원천?」
「그대의 강대한 공격도 막아낼 정 도의 힘이다. 그 정도의 힘을 개인 이 가지고 있을 리는 없지. 어딘가 에서 힘을 받아오는 게 분명하다.」
즉 능력의 근간이 되는 파워 소스 가 따로 있을 거라는 의미.
이쯤 들으니 대충 다음 내용이 짐 작이 갔다.
‘■그 원천을 찾아내어 파괴하면 이 악몽도 끝날 것이다. 우리 주술사들 이 말한 것이니 아마도 틀림없겠 지.」
「그게 어떤 건지는 아나?」
「유감스럽게도 그것까지는 모른 다. 어떤 형상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지.」 곤란하다는 듯 샤그룬의 얼굴이 구 겨 졌다.
r찾으려면 못 찾을 건 없겠지만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이 일대는 크고 복잡하지. 우리의 힘만으로 이 모두를 뒤질 수는 없 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날 밤은 다 행히 잘 넘어갔지만, 앞으로도 그런 요행을 기대할 수는 없으니까.j
6일째 밤부터 마녀 본인이 나타났 고.
늑대들의 양과 질도 가파르게 상승 하고 있다.
총 15일 중 남은 날은 9일.
절반도 못 왔는데 이런 식이면, 결 코 마지막까지 버틸 수 없다.
r 아카라트의 전사여. 어찌하겠는 가? 그대의 판단을 존중하겠다.」
‘■흐음…….j
「막막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 할 수는 없다. 마침 우리에겐 발 빠 른 늑대 기병들과 주술사들이 있지. 이들과 함께 가까운 곳부터 수색하 면 언젠가는 꼬리를 잡을…….j
「아니.」
샤그룬의 제안에 민수는 고개를 저 었다.
물론 벌써 지레 겁먹고 포기해선 안 된다는 건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책 없이 무작정 들이받는 것도 우둔한 방법이다.
「기약도 없는 수색전 때문에 전사 들을 소모하는 것도 현명하진 않아. 뭔가를 해볼 거면 그에 맞는 방법을 생각해야지.」
「그 말은 그대에게 무언가 해결법 이 있다는 건가?J
r……아주 없지는 않지니
일단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 하안사거리에 있는 생존자들 과 오크만으로.
이 넓은 광명시를 다 뒤지는 건 불가능하다.
심지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물건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약도 없는 수색 때문에 체력을 뺄 수도 없고.
그 이전에 매일 밤 12시의 늑대 웨이브도 막아내야 한다.
‘하지만…… 애초에 꼭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동네에 사람이 우리만 있는 것 도 아닌데.
厂 샤그룬.J
‘■왜지?J
「늑대 전사들과 레인저 중에 날랜 이들을 특별히 골라놓도록.」
정식 서비스 6일 차.
날로 전투가 격화되고 전선이 확대 되는 지금.
이제부턴 전혀 다른 방법이 필요하 다.
민수의 두 눈에 살벌하게 날이 서 기 시작했다.
‘■앞으로 좀 멀리 다녀야 할 거 다.」
* * 米
그리고 약 1시간 후.
샤그룬에게 대강 지시를 내려놓은 뒤.
민수가 부른 것은 한가롭게 담배나 태우던 병운 3인방이었다.
“병운 씨. 수찬 씨. 태환 씨.”
“아, 네. 형님!”
“잠깐 나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에이, 뭘 부탁까지 하고 그러십니 까. 그냥 시키시죠.”
헤헤 웃으며 얼른 담배를 끄고 일 어나는 병운.
얼른 그 뒤를 따르는 수찬과 태환.
그렇게 건강한 장정 셋을 데리고 걷길 잠시.
처음 보급고로 지정한 편의점 앞에 선 민수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나랑 같이 물건들 좀 꺼 내다가 밖에 쌓죠.”
“ 밖에요?”
“일단 담배부터 시작하죠. 많이는 필요 없고…… 으음, 대강 1000갑 정도? 아, 꼭 1000갑 딱 맞출 필요 는 없어요.”
뜻밖의 지시에 고개를 갸웃하긴 했 지만, 그것도 잠시.
이윽고 세 남자는 별 의심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애초에 물건 밖에다 쌓아놓는 거니 그리 대단한 수고도 아니었다.
그렇게 작업을 시작한 지 약 1시 간 후.
“와, 이것도 한꺼번에 하니까 좀 빡세네……
“형님! 작업 끝났습니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세 남자가 손 을 번쩍 들어 올렸다.
편의점 앞 인도에 가득 쌓인 수천 개의 보급 물자들.
그것들을 바라본 민수가 마찬가지 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웃었다.
“이만하면 충분하겠네. 수고했어 요.” “근데 형님. 갑자기 이것들은 왜 꺼내시는 건가요?” 손에 들린 맥주 한 모금을 마신 병운이 민수에게 물었다.
하긴 땀 흘리고 시원한 맥주 한 캔이라니 거 살맛 나긴 하겠다.
살짝 웃으며 눈을 흘긴 민수가 대 답했다.
“간만에 경매장에 물건 좀 채워보 려고요. 워낙 바쁘다 보니 그 생각 을 못 해서.”
“아아, 그거…… 하긴 채울 때가 되긴 했는데.”
어쩐지 요즘 좀 뜸하다 했지.
별생각 없이 끄덕이던 병운이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형님. 이거 올린다고 이전 처럼 막 팔리긴 할까요?”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이번에 경매장 기본 제공 식량 바 뀌었잖아요. 이전보단 훨씬 먹을 만 해요. 아니, 그냥 그것만 먹어도 어 지간하면 다들 버티고 살겠던데요.”
비록 가격은 5코인으로 올랐지만.
오픈 베타 동안 제공되던 그 하얀 묵과 생선 씻은 물에 비하면 훨씬 낫다.
게다가 가격이 올랐다고는 해도 여 전히 5코인.
경매장에 올리는 물건의 최소 가격 이 10코인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이젠 민수가 보급하는 물건들은 가 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물론 사람이 빵만 먹고 살 수는 없을 테니 팔리긴 하겠지만, 이제 담배나 술 같은 거면 모를까 식량이 라면 조금 경쟁력이……
“알아요.”
“네?”
“다 감수하고 있어요. 이제 식량으 로 재미 볼 수는 없죠.”
그리고 어차피 식량 가격에 일희일 비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경매장의 기본 제공 물품은 제한돼 있고, 굳이 식량이 아니더라 도 팔 수 있는 건 많다.
당장 담배 등의 기호품은 여전히 독점적인 위치 아닌가.
설령 담배 가격을 10배로 올린다 고 안 팔릴 리는 없다.
‘하지만 이젠 코인 장사가 중요한 게 아니지.’
필요한 물자를 적시에 보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책.
각종 기호품을 조달할 수 있는 유 일한 창구.
‘게임’의 룰이 변한 지금, 이제부턴 이게 나의 새로운 무기다.
옅은 미소를 지은 민수가 뒷짐을 진 채 외쳤다.
“경매장. 지금 내가 올린 물건들 상황은 어때?”
메시지창과 함께 경매장 화면 가득 물품 리스트가 떠올랐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예상한 그대로.
각종 기호품은 진작 매진되어 있는 반면, 도시락, 빵 등의 식량은 재고 기준 40%도 채 나가지 않았다.
‘ 역시.’
장기비축 빵과 식수의 등장 이후로 식량 수요는 줄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이쪽도 전략을 달리 하는 수밖에.
“경매장에 올린 물건들 다 내릴 수 있어?”
[경매장에 올린 물건들은 다시 회수 하실 수 없습니다.]“회수는 필요 없고, 없애기만 하면 돼.”
[경매장에 올린 물건들을 파기하시겠 습니까? 파기 시 영구적으로 사라지 며 다시는 되찾을 수 없습니다.]“상관없어. 해.”
민수의 지시와 함께 경매장 화면이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빵 한 조각 남김없이 텅 비어버린 화면.
그제야 비로소 가까운 담배 무더기 에 손을 올린 민수가 말했다.
“여기 있는 물건들 경매장에 올린 다. 가격은…… 으음.”
애초에 팔릴 리도 없고, 팔려서도 안 되고.
어차피 파는 게 목적도 아니니. 대 충 쳐서…….
“개당 5만 코인으로 할까?”
독점사업자의 횡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