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58
나 혼자 무한 보급! 058화
“트롤이요?”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뭘 잘했는지 당당하게 고개를 쭉 들고 있는 민수.
그 밑에서 여전히 검댕을 뒤집어쓰 고 쭈뼛대는 마녀.
양쪽을 번갈아 바라보던 M이 당 혹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괴인종 플레이어 중에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종족은 있습니다 만.”
“이야. 진짜 트롤이 있어?”
“언젠가는 당신도 만날 일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의 발언 이 그 의미는 아니라는 건 분명해 보이는군요.”
지구-117의 유행어나 속어 등도 어느 정도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M이 아는 바에 의 하면.
지금 민수가 발언한 트롤이라는 건 결코 종족명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고의적인 진행 및 의사소통 방해.
이를 통한 타인의 조롱.’
그리고 이 흐름상 그 단어 속 타 인의 정의는 명확하다.
애초에 그 자신이 시나리오 클리어 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플레이어.
자기가 한 짓에 자기가 어깃장을 놓는 것도 이상하니.
결국, 그가 트롤을 하고자 하는 대 상은 자신이나 다른 플레이어가 아 니라.
“……접니까?”
삽시간에 M의 눈빛이 험악해졌다.
모든 게 애매하기만 한 표정이 처 음으로 일그러지자, 고요했던 공기 에 조금씩 냉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플레이어 김민수. 발언을 정정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 트롤 맞아. 너희도 한 번 당해보라고.”
“정말로 저와 이 ‘게임’의 룰에 저 항하실 생각이십니까? 다시 한번 생 각해 보시는 게 좋을 텐데요.”
밀려오는 냉기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록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까지 급 속도로 차가워졌다.
와, 그래도 꼴에 GM은 GM이라 이거지?
절로 떨려오는 다리에 힘을 주며 민수가 똑바로 M을 노려봤다.
“플레이어 김민수. 저로서는 당신 이 왜 이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당신은 8일 만에 시 나리오 클리어 직전까지 다다랐습니 다. 실로 압도적인 성과죠.”
“그거 고맙기도 해라.”
“이 건은 대외비입니다만, 현재 지 구-117 서버에서 당신보다 빨리 시 나리오 클리어에 다다른 플레이어는 없습니다. 당신은 이 시나리오의 부 정할 수 없는 첫 번째 승자입니다. 한데……
대체 왜 이러는 건가?
이런 식으로 대립각 세워서 뭐 득 볼 게 있다고?
이대로 목표만 달성해도 풍족한 보 상을 손에 넣을 수 있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사서 매를 벌려고 하는 거지?
“혹시나 싶어서 먼저 말해두는데.”
그때 M을 노려보던 민수가 입을 열었다.
당장에라도 민수와 마녀를 얼려 버 릴 기세였던 냉기가 우뚝 멎었다.
서늘한 눈을 번뜩이는 M을 노려 보며 민수가 말을 이었다.
“내가 트롤이라고 표현하긴 했지 만, 난 딱히 이 ‘게임’의 룰을 어긴 적은 없어.”
“뭐라고요?”
“이 시나리오의 내용이 뭐였지?”
자, 이제부터가 중요한 국면이다.
권총을 집어넣은 민수가 보란 듯이 팔을 활짝 펼쳤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15일간, 이 침공을 버텨내고 가능하다면 그 배 후를 밝혀내십시오. 분명 이런 내용 이었지?”
“그리고 클리어 조건으로 명시된 건 15일간 버티라는 것. 설마 GM 이라는 네가 이 내용을 까먹지는 않 았을 테고 말이야. 즉 이 말은.”
민수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시나리오와 관련된 내용 어디에 도, 마녀를 ‘죽이라’고 명시된 부분 은 하나도 없어.”
“잠깐만요. 당신……!”
“15일을 버텨라. 침공의 배후를 밝 혀내라. 하지만 시나리오의 전개는 15일간 버티는 걸 허락하지 않았지. 클리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난이도는 높아져 가고, 좋든 싫든 침공의 배 후를 밝혀내기 위해 움직여야만 했 어.”
그렇기 위해 그 침공의 배후인 마 녀를 찾아내 제압했다.
이것이 아마 당초 시나리오가 의도 했을 내용.
“하지만 이 시나리오의 플레이어인 나는 침공의 진짜 배후를 찾아냈다. 퀘스트 로그를 통해서 마녀가 자연 발생한 악당이 아닌, 셀만 왕국의 왕이 자초한 재앙이었다는 것을 알 아냈어.”
“셀만 왕국이 아니었다면 마녀가 나타났을 일도 없었다. 즉, 이 시나 리오의 진짜 배후는 마녀가 아닌 마 녀를 만들어낸 왕국 그 자체.”
이것이 내가 찾아낸 시나리오의 진 짜 정답.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길을 그저 따 라가지 않고.
시나리오의 모든 것을 의심한 끝에 찾아낸 새로운 결말.
“이게 이 시나리오의 주인공인 내 가 찾아낸 해답이다.”
“이 시나리오의 진짜 악당은 마녀 가 아닌 왕국이야.” 무엇을 죽이라고 명시하지 않았기에.
무엇이든 원인이 되고, 해답이 될 수 있다.
‘게임’의 탈을 쓰고 있으나, 결국 이것은 한 때 있었던 현실을 기반으 로 한 것.
그리고 현실에는 일방적인 가해자 도 피해자도 없다.
결국 모든 원한은 돌고 도는 것.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법.
“나는 이 시나리오의 플레이어로 서, 내 결론에 한 치의 의심도 갖고
있지 않다.”
“배 째.”
당당하게 대꾸하고는 아예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정말 쨀 태면 째보라는 듯, 대놓고 도발하는 태도.
그 앞에서도 M은 하염없이 침묵 을 지키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길어지는 그 침묵에 슬슬 민수의 목덜미에도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할 말 있음 빨리해라. 쫄려 죽겠네.’ 직접 만난 건 이번이 겨우 두 번 째.
하지만 M이 대충 어떤 성향인지 는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오만하고 저돌적인 A와는 달리, M은 대단히 유연한 사고방식의 소 유자이 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어느 정도 사정을 봐주는 것도 있고, 필요하다 면 얼마든지 플레이어들의 편의를 챙겨주기도 한다.
‘아니, 확실해.’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아마 M은 분명 자신의 이 해석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약간이나마 확신이 생긴 건 인형술 사 마커스 건 직후.
그 당시, 그리고 그 이후 보여준 M의 행보를 생각하자면.
아마 M은 분명…….
“……머리에 대고 권총을 쏘려 한 것은.”
그 침묵이 슬슬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
짧은 한숨과 함께 M이 입을 열었 다.
“시나리오의 주인공으로서 취한 행 동이었습니까?”
“애초에 나한테 그런 역할을 바랐 잖아? 나로 하여금, 아니, 플레이어 들로 하여금 영웅이 되게 하도록 유 도했지.”
“이해합니다. 다만 해석의 여지는 분분하겠군요. 확실히 시나리오의 진정한 배후가 왕국이었다는 당신의 해석에는 일리가 있습니다만, 설정 상 병사에 불과한 당신이 그 왕국의 죗값을 치르려 하는 행동에는 대단 히 많은 논란이 따라붙을 겁니다.”
“그 왕이 없잖아? 만약 시나리오에 왕이 있었다면 그 자식 무릎 꿇려놓 고 죗값 치르게 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좀 만듦새가 허술 한 시나리오지만.
결국, 결론이 하나로 정해져 있었 다면 그 또한 이해가 간다.
이 시나리오가 의도하는 본래 결말 은 마녀의 죽음뿐.
왕이니 진실이니 하는 구질구질한 요소를 끼워 넣어봤자.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플레이어들의 혼란만 가증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이상하긴 하네.’
다시 고민에 빠진 M 앞에서 민수 가 고개를 갸웃했다.
결국, 마녀를 죽이는 거로 끝내야 했을 시나리오라면, 퀘스트 로그니 뭐니 하는 요소 자체가 없었어야 하 는 거 아닌가?
왜 그런 걸 넣어가지고 이런 해석 의 여지를 남겨두는 거지?
설마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건 아 니었을 테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게 존재해야 할 이유가…….
“……원래대로라면 심사를 진행해 야겠습니다만.” 그때, 잠깐 멈춰있던 M의 말문이 다시금 열렸다.
“유감스럽게도 그러기엔 시간이 부 족하군요. 너무 뜻밖의 사태이다 보 니 그만큼 심사 시간도 오래 걸릴 겁니다.”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논란의 여지는 있을 지언정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당신은 마녀의 진실과 배후를 밝혀 냈고, 그 원흉을 처단하려는 시도 또한 했죠.”
그리고 그걸 막은 것은 결국 나였 다.
시나리오 클리어를 목전에 두고 느 닷없이 권총 자살을 시도하니.
놀란 나머지 급히 개입해서 진행을 중지시키고 말았…….
‘……잠깐. 설마?!’
그 순간,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 이 M의 뒤통수를 엄습했다.
그래, 분명 플레이어 김민수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배후를 밝혀냈고, 그 배후를 처단 하고자 하는 시도 또한 했다.
그에게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는 중 요하지 않다.
시나리오 클리어를 위해 자기 목숨 까지 내건 플레이어에게
GM인 자신이 개입하여 그 진행을 강제로 정지시킨 것이다.
‘내가 개입해서 멈추리라는 걸 계 산하고 있었다 그건가?’
시나리오 클리어를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는 남자.
아니, 이 결말을 위해 심지어는 GM까지 이용할 궁리를 하는 남자.
그에게 있어 GM은 단순한 관리자 따위가 아니었다.
시나리오 클리어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
나도 모르는 사이 자신은 그의 계 략에 놀아난 것이다.
“……제법이군요. 플레이어 김민 수
“이제 알았나? 그래서 기분 나빠?”
“아니요. 오히려 조금 즐거워졌습 니다.”
생각과는 달리 M에게선 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별스럽게 눈을 치뜨는 민수 앞에서 M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랫동안 이 ‘게임’의 GM으로 활 동해 왔습니다만, 플레이어의 공략 수단으로 이용되는 건 처음입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마음 에 들었나 봐?”
“약간의 불쾌함은 남았지만요. 아
무튼……
놀란 건 놀란 거고, 이제 이 사태 를 수습할 때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뜬 M이 한쪽 손을 치켜들었다.
“……해석의 여지는 남을 지언정, 참신한 발상임을 높이 평가합니다.”
따악!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민수 눈 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지금껏 처음 보는 황금색의 메시지 창.
그 메시지창의 내용을 읽어내린 민 수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역시!’
[지구-117 서버. 광명시 채널]
[정규 시나리오 : SSP-381735]
[시나리오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추후 보상 지급과 랭킹 발표가 진 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 다!] “보상은 시나리오 기여도에 따라 차등 지급됩니다.”
천천히 손을 내린 M이 말을 이었 다.
“그냥 랭킹 순대로 차등 지급된다 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간단해서 좋네.”
“아무튼 수고 많으셨습니다. 플레 이어 김민수 님. 앞으로도 당신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M의 시선이 슬쩍 민수의 옆을 향했다.
비척비척 일어나 눈치만 살피는 마 녀.
그녀를 바라보던 M의 눈가에 살 짝 체념한 미소가 감돌았다.
“축하합니다. 키 플레이어.”
“뭐, 뭐야?”
“운이 좋았군요.”
그 말을 끝으로, M은 냉정하게 고 개를 돌려버렸다.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는 마녀는 나 몰라라 한 채.
민수에게 시선을 돌린 M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무튼 이 건은 이걸로 마무리된 걸로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럼 돌아갈 건가?”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만…… 그러 기 전에 좀 사적인 질문을 하고 싶 군요.”
“사적인 질문?”
GM이 질문이라니 이거 좀 심상치 않은데.
자기도 모르게 목에 힘을 주는 민 人、
그런 그를 묵묵히 노려보던 M이 입을 열었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왜?”
“이런 번거롭고 위험한 방법을 선 택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저 시키는 대로 따라가면 당신은 시나리오의 승자가 될 수 있었을 텐 데요.”
정말로 그의 머릿속을 알 수가 없 다.
그냥 나한테 한 방 먹이고 싶었다. 그게 이유의 전부인가?
그거 때문에 GM을 이용할 생각을 하고 머리에 대고 권총을 갈겼다고?
“괜찮으시다면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난 또, 뭔가 했네.”
안도한 듯 피식 웃은 민수가 눈에 잔뜩 힘을 줬다.
여전히 눈앞에서 모순적인 존재감 을 발하는 M.
그 형용할 수 없는 형체를 향해 그가 힘껏 힘주어 대답했다.
“착각하지 마. 난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야.”
“계속…… 이요?”
“나는, 아니 우리는 너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야. 어떻게든 너희가 생각 못 한 방법을 찾아내 고, 너희의 빈틈을 찌르고, 너희를 뒤흔들며 이 ‘게임’의 끝에 다다를 거다.”
네가 말했지.
이 ‘게임’의 끝에 다다른 자는.
모두 이 ‘게임’이 끝나는 걸 바라 지 않았다고.
그래, 여태까진 그래왔을 수도 있 겠지.
하지만 나도, 우리도 그렇게 될 거 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나는 이 ‘게임’을 엎어버릴 거다.”
너희가 바라는 대답은 내놓지 않을 거다.
너희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이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몰라도.
너희가 생각하는 결말은 절대 오지 않을 거다.
“앞으로도 계속 머리 싸매고 고통 스러워하라고.”
“……이해했습니다.”
생각보다 M에게선 선선한 대답이 돌아왔다.
살짝 찌그러진 눈매로 민수를 바라 보던 M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겠 지요. 응원은 해드릴 수 없겠습니다 만, 그래도 기대하고 지켜보겠습니 다.”
“흥.”
“아무튼, 답변 감사합니다. 더는 시 간을 지체하고 있을 수 없을 것 같 군요.”
그렇게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숙 인 M이 몸을 돌렸다.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고요 한 발걸음.
점점 멀어지는 그 등을 바라보던 중.
갑자기 발을 멈춘 M이 민수 쪽을 홱 돌아보더니 씨익 웃었다.
“아, 그러고 보니 플레이어 김민수 님.”
“뭐 할 말 있어?”
“부디 추가 보수가 마음에 드셨으 면 합니다.”
“……잠깐. 뭐‘?”
순간 깜짝 놀란 민수가 눈을 휘둥 그레 떴다.
추가 보수를 준다고?
아니, 물론 준다면야 고맙긴 한데.
그걸 왜 그렇게 실실 웃으면서 말 하는…….
“저도 장난 좀 치면 안 됩니까?”
“야, 잠깐! 야! 너 지금 뭐 하려는 건……?!”
기겁한 민수의 외침은 M의 등에 닿지 않았다.
회색 세상 너머로 사라지는 M의 뒷모습.
그와 동시에, 굳어 있던 세상이 다 시금 색을 되찾았다.
* * *
“끄, 끝났다!”
정신을 차린 순간, 주변에서 환호 성이 들려왔다.
늑대들도 오크도 목책도 사라진 운 동장 위.
제각기 무기를 내던진 플레이어들이 서로 얼싸안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클리어! 클리어다! 우리가 해냈 어! 해냈다고! 하하하하!”
“살았다! 살았다! X발 우리가 살 았다! 살았다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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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서로 끌어안은 채 기쁨을 나누고.
누군가는 바닥에 엎드려 흐느껴 울 며.
누군가는 기쁜 얼굴로 어딘가를 향 해 달려간다.
보아하니 다들 메시지창을 확인한 모양이었다.
마지막에 M이 남기고 간 찝찝한 감정도 잠시.
민수의 입가에도 비로소 안도의 미 소가 돌아왔다.
‘오크들과 목책까지 사라진 걸 보 니 확실히 다 끝났네.’
단지 마지막에 샤그룬과 인사를 나 누지 못한 게 좀 아쉽다.
생긴 게 무섭고 말이 좀 거칠긴 했지만, 그래도 든든하고 믿음직한 동료였는데.
그럴 수만 있다면 다음 시나리오까 지도 데려가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민수가 고개를 돌렸 을 때였다.
“……어?”
“어, 어?”
아직도 폭발탄의 흔적이 남은 운동 장 한복판.
그 한가운데에 빨간 머리의 그녀가 멍한 얼굴로 주저앉아 있었다.
바르르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는 황 금색의 눈동자.
그 순간 민수의 뇌리에서 심상치 않은 신호가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너 뭐냐?”
“마, 마녀인데……
“아니, 시나리오 끝났다고? 오크도 늑대도 다 사라졌는데?”
시나리오 클리어 메시지와 동시에.
시나리오와 관계된 모든 것이 사라 졌다.
오크, 늑대, 심지어 오크들이 세운 목책까지.
그러니까 당연히 그녀 또한 사라져 야 정상일 텐데.
“왜 너 혼자만 남아 있는 건데?”
“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혼란스러운 마녀의 외침이 운동장 을 울렸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이쪽을 돌 아보는 시선들.
깜짝 놀라 철퇴를 거머쥔 예진이 허둥지둥 민수를 향해 달려왔다.
“미, 민수 씨! 아직 다 끝난 거 아 니었어요?”
“아뇨. 끝난 거 맞아요.”
“그럼 저건 왜 남아 있는 건데요?”
“그러니까 그걸 모르겠다니까요? 내가 그거까지 알았으면 진작 돗자 리 깔……았……
그때.
혼란스러워하는 마녀의 머리 위로 조그만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꼭 온라인 게임 캐릭터 명이 위치 할 곳에 자리 잡은 메시지창.
심지어 커서까지 깜빡이는 그 안에 쓰여 있는 내용은.
“아, 잠깐.”
[이름을 지정해 주세요.]“설마 보상이라는 게……?” 시나리오 클리어의 추가보상.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주인 잃은 개 한 마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