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69
나 혼자 무한 보급! 069화
그렇게 난장판에 가까운 첫 UFO 공략이 끝난 후.
개선장군처럼 돌아온 민수가 불려 간 곳은 현재 지휘부로 쓰이는 방문 객 센터였다.
“나가주십시오.”
“ 하.”
그래. 그 말 왜 안 나오나 싶었지.
다짜고짜 튀어나온 루시의 축객령에 도 민수는 피식 웃어버릴 뿐이었다. 하긴 내가 그녀라 해도 나 같은 놈을 데리고 있고 싶지는 않을 거 다.
보고 여부를 떠나 아예 통제조차 불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입증했으 니.
지도자 입장에서 자신보다 껄끄러 운 놈■이 없을 거다.
“비록 당신은 선의로 행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이 생존자 캠프의 질서 유지에 큰 차질이 빚어 졌습니다. 미스터 킴. 당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정말 모 르시는 겁니까?”
“지지부진한 거 답답해서 끼어든 것뿐입니다만.”
“외부인인 당신이 공략의 진척 여 부를 판단하는 겁니까? 여기는 뉴욕 이고, 우리는 뉴욕의 시민입니다. 뉴 욕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우리입 니다. 당신 같은 이방인이 아니라.”
유독 이방인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 어 발음하는 루시.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빈정 이 상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옆에 늘어선 다른 7인의 지도자 또한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제각기 불편한 표정으로 자신을 쏘 아보는 그들의 시선에.
팔짱을 낀 민수가 보란 듯이 고개 를 저었다.
‘협상의 가능성은…… 없겠지. 애 초부터 그럴 여지조차도 없었어.’
마지막 15일 차까지 센트럴 파크 에서 방어를 굳힌다.
이 ‘게임’의 성향을 생각하면 그야 말로 최악의 판단이지만, 어차피 저 들은 이쪽이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 도 듣지 않을 것이다.
지도자의 판단은 곧 권위와도 직결 된다.
판단에 대한 부정은 어떤 식으로든 권위에 흠집을 남긴다.
설령 그것이 아무리 한심한 판단이 라도 상관없다.
지도자에게 있어선 때론 생존보다 도 자신의 권위가 더 중요할 때도 있는 법이니.
‘애초에 설명한다고 해도 믿질 않 을 거고.’
설득을 하고 싶어도 증거가 없다.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서 머리에 총도 갈겨대며 지지고 볶았다고 설 명해 봐야.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저들이 과연 이쪽의 설득을 믿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예정되어 있던 결과라는 거다.
미련을 접은 민수가 팔짱을 풀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각오하곤 있었는데 이렇게 되니 유감이군요.”
“저야말로 유감입니다. 미스터 킴. 당신과 저희는 분명 아주 좋은 파트 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 다만.”
“저도 그러길 바랐습니다. 9일 동 안 기약도 없는 방어전만 고수하지 않으셨다면.” 노골적인 조롱에 민수를 노려보며 루시가 바드득 이를 갈았다.
이거 좀 성격을 너무 긁은 것 같 네.
아무리 한 번 틀어졌어도 악감정까 지 쌓고 가면 나중 가서 피곤해진 다.
슬슬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민수 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뭐, 아무튼 꺼지시라니 알아서 꺼 지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 될까요?”
“지금 당장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나가주세요.”
“거, 너무 매정하시네. 벌써 7시 넘었어요. 해도 떨어졌는데 잠은 좀 재워주시죠.”
“무슨 낯짝으로 그리 뻔뻔하게 ……
결국, 보다 못한 루시의 머리 뚜껑 이 열려버리기 직전.
얼른 자세를 낮춰 바닥을 짚은 민 수가 중얼거렸다.
“보급고 지정한다.”
[해당 시설이 보급고로 지정되었습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창과 함께 빛의 파문이 번져나가고.텅 비어 있던 방문객 센터의 기념품 매대에 물건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방 문객 센터.
마지막으로 꺼져 있던 전등에 불까 지 들어오자.
촛불에 의지하던 그 자리의 모든 지도자가 눈을 부릅떴다.
“어, 흠, 흠흠……
“숙박료는 이 정도면 충분할까요?”
그 자리에서 도로 보급고를 거둔 민수가 되물었다.
단 10초 만에 이전의 폐허로 돌아 온 방문객 센터 안.
놀란 눈을 깜빡거리는 루시를 똑바 로 바라보며 민수가 방긋 웃었다.
“원하시는 장소 한 군데를 이 보급 고로 지정해드리죠. 너무 대형 시설 은 안 되겠지만 괜찮은 슈퍼마켓 한 곳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 다.”
“……그 말, 정말인가요?” “사실 싫어도 해야 해요. 조금 전 에 UFO 까부술 때 저도 한 말이 있다 보니.”
보급고 안 남기고 가버리면 진짜 폭동이라도 일어날 기세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여기 생존자들 에게 보급고 맛이라도 보여줘야 한 다.
물론 이 양반들 하는 걸 보아하니, 그걸 어떻게 쓸지는 뻔하지만.
부디 한심한 짓만 안 하기를 속으 로 빌며 다시금 민수가 물었다.
“그래서? 어쩌실 건가요?”
“……하긴 뭐. 인도적인 조치는 필 요하겠죠.”
순식간에 말을 바꾸며 흠흠 헛기침 을 하는 루시.
그 뻔뻔한 모습에 새삼 혀를 내두 르며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렇게 하룻밤의 말미를 얻어낸 후, 가까운 수풀 속으로 향한 민수 는 바로 보상 확인 절차를 실시했 다.
“흐으음.”
[에테르 코에
[등급 : 무등급]
[카라그림의 에너지 병기와 우주선에 공통적으로 탑재되는 고압축 에테르 동력원. 경이적인 출력을 발휘하면서 도 그 크기 또한 매우 작다.]
[가격 : 비매품]
대충 검지 길이의 파란색으로 빛나 는 막대 6개.
카라그림 선장의 퍼스트 킬 보상으 로 얻은 재료 아이템이다.
뭔가 좀 중구난방이었던 기존의 퍼 스트 킬 보상과는 달리, 시나리오 공략과 관련된 목적성이 충분히 느 껴지는 아이템이었다.
손가락으로 집어 그것을 찬찬히 들 여다보자, 바로 옆에 메시지창이 떠 올랐다.
[연구과제 1단계 ‘외계 동력원’ 획 득.]
[새로운 연구과제 획득을 위해 다음 UFO를 혹보하십시오.]
[다음 연구과제 필수 요소 : 외계 공 작 기계.]
[도움말 – UFO를 격추시켜 그 안의 보상을 손에 넣는 것으로 외계 기술 과 관련된 각종 연구과제를 자동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외계 인을 사냥하고 그 성과를 손에 넣으 십시오. 언젠가는 외계인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겁니다.]
‘ 역시.’
이 ‘게임’이 존버 메타를 그냥 내 버려 둘 리 없지.
바로 견적이 나온 민수가 혀를 찼 다.
“외계인 안 잡으면 큰일 나겠어.”
정령천공포로 UFO를 격추해서 그 성과를 손에 넣고.
그렇게 얻은 성과들로 연구과제를 달성해서 외계인들을 압도할 수단을 찾는다.
그것이 이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정 석적인 공략법.
반대로 UFO 격추와 연구과제 달 성을 등한시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 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했던 컴퓨터 게임 중에 이거 비슷한 게 있었는 데.’
쳐들어오는 외계인 고문해다가 무 기 삥 뜯고 인체개조 해서 외계인 사냥하는.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진짜 그 게임이랑 판박이다.
물론 그보다는 여러모로 대단히 간 소화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손에 들린 에테르 코어를 만지작거 리던 민수가 힐끔 방문객 센터 쪽을 바라봤다.
‘이거 가지고 가서 설득하면 들어 줄지도 모르…… 아니, 아냐. 이미 끝난 문제다.’
이쪽이 무슨 수단을 발견하고 증거 를 내밀건 간에.
이미 루시를 위시로 한 지도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단순히 나라는 위험요소를 한시라 도 빨리 축출하고 싶을 뿐.
오히려 저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게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독자적으로 시나리오 공략에 나서 기 위해.
일단 이쪽이 가지고 있는 에테르 코어부터 뺏으려 덤빌 가능성도 적 지 않다.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인 게 문제 구만.’
내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인지. 아니면 잘못된 결정을 고수하는 저 들 탓인지.
물론 지금 와서 원인 따위 따져봐 야 무엇하랴.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부드러운 방 법을 찾아봤을 테지만, 어차피 일은 벌어진 뒤인데.
짧게 탄식한 민수가 고개를 저었 다.
“별수 없구만. 결국, 작전대로……
“ 민수?”
“……제이크?” 다급히 에테르 코어를 숨긴 민수가 익숙한 목소리를 돌아봤다.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호감상의 엘프 미청년.
설마 허튼짓을 하려고 온 건가 싶 어 바로 손을 살폈지만, 다행히도 제이크의 두 손은 텅 비어 있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 떠 나기 전에 암살하라거나, 그런 명령 받고 온 건 아니에요.”
“그런 말을 굳이 입에 담는 걸 보 니 어쨌든 가능성은 있다는 거군 요.”
“……없다고는 못 하죠. 요한슨 의 원님은 그러고도 남으니까요.” 무거운 얼굴로 제이크가 고개를 저 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제이크마저 저렇 게 대답할 정도라니.
루시가 얼마나 철혈 같은 여자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뭐, 그런 용건으로 온 거 아니라 면 상관없습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 로……?”
“민수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말입 니다.”
“뭐 필요한 거 있어요? 들어서 알 겠지만, 내일 보급고 지정하고 떠날 거예요. 물자 보급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걱정하지 말고……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제이크가 민 수 앞에 털썩 걸터앉았다.
딱딱한 표정만 봐도 용건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나란히 얼굴을 굳힌 민수가 마침 옆에 놓아둔 콜라 한 캔을 내밀었 다.
“뭔데 그래요?”
“……일단 민수. 이것만 먼저 말해 두겠습니다.”
“ 뭘요?”
“전 당신에 대해 판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람.
별스럽게 눈을 치뜬 민수가 이어지 는 제이크의 말을 경청했다.
“만난 지 이제 하루 된 사이인데 할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당신 이 어떤 사람이고, 뭐 하는 사람인 지에 대한 의문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저한테 중요한 건 하나뿐 이니까요.”
“ 하나뿐?”
“민수. 당신은 시나리오의 빠른 클 리어를 원하는 거죠?”
그야 당연한 거다.
망설임 없이 민수가 고개를 끄덕이 자 비로소 제이크가 웃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제가 제대로 봤군요.”
“그게 무슨 소리죠?”
“저도 시나리오의 빠른 클리어를 바랍니다. 15일간 최대한 방어를 굳 히면서 버텨본다고 하지만, 이미 이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이래 선 안 돼요.”
“지금 지도부는 그저 고집을 부리 고 있는 거예요. 자신들이 내린 판 단을 번복하면 자신들의 위엄에 해 가 간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딴 게 대체 무슨 상관인가요?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내일 무슨 일 이 벌어질지 모르는 판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
물론 얼핏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이지만.
애초에 ‘게임’이라는 놈에 그딴 합 리성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세상은 ‘게임’이 되었다.
합리성보다 과감함, 신중함보다 신 속성이 중요한 ‘게임’
생존과 보상을 위한 비상식적 판단 또한 필요할진대.
이 캠프의 지도자들은 지나치게 현 실적인 잣대에 얽매여 있다.
“그냥 정치를 하고 싶은 거예요. 이 빌어먹을 ‘게임’이 시작되기 이전 처럼, 자신들이 밥그릇을 지켜왔던 바로 그 방식대로요. 망할, 그 짓거 리 계속하다가 떼 몰살당할 판에 대 체 무슨 생각인 건지 모르겠어.”
“진정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슬슬 민수의 눈꼬리가 역팔자를 그 리기 시작했다.
그래, 캠프의 방침에 불만이 있다 는 건 이해했는데.
그걸 생판 이방인인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뭐지?
심지어 내일 아침이면 추방당할 사 람인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요?”
“김 민수.”
자세를 고쳐 잡은 제이크가 민수를 똑바로 바라봤다.
굳어진 민수의 얼굴을 담은 제이크 의 푸른 눈동자.
어둠 속에서 선명히 빛나는 그의 눈동자가 고집으로 불타올랐다.
“시나리오 클리어, 절대 포기하지 않으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 말 믿겠습니다.”
다음 순간. 숨을 가다듬은 그가 외 쳤다.
“내일 저도 같이 데리고 가주십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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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게임’, 하루라도 빨 리 끝내봅시다.”
뜻하지 않은 조력자를 얻은 순간이 었다.
제이크의 합류 덕에 작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그 즉시 나브를 불러와 자리에 앉 혀놓은 후.
민수는 바로 변경된 작전 설명을 시작했다.
“나브. 투명화 포션 사용법 알지?”
“응!”
빈 생수병에 담긴 투명화 포션을 흔들어대며 나브가 웃었다.
“근데 진짜 주인님 신기한 거 많이 가지고 있다. 진짜 이거 마시면 투 명해져?”
“그렇다니까. 대신 제한 시간 5분 이니까 그 안에 해결해야 해. 보니 까 보초들도 쫙 깔려 있더라고.”
슬쩍 정령천공포 쪽을 바라본 민수 가 눈매를 움찔 구겼다.
역시 루시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미 한 번 정령천공포를 남용한 자신을 견제하려는 건지.
정령천공포 주변에는 서너 명의 플 레이어가 교대로 보초까지 서고 있 었다.
“뭐, 네 실력으로 실패할 리는 없 겠지만.”
“맡겨만 줘! 제대로 해내고 올게!”
“좋아. 너만 믿는다. 그럼 투입!”
“넵!”
그렇게 붕붕 손을 흔들어 인사한 나브와 헤어진 후.
민수의 걸음이 향한 곳은 한 블록 너머에 위치한 수풀 속이었다. 역시 약속대로 상대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풀에 숨은 채 두리번거리는 쫑긋 한 엘프 귀.
피식 웃은 민수가 나직이 입을 열 어 그를 불렀다.
“제 이크.”
“아, 민수. 용건 끝나셨나요?”
벌떡 일어난 제이크의 머리에는 잎 사귀가 가득 묻어 있었다.
이 사람 이렇게 안 봤는데 좀 헤 픈 구석이 있네.
살짝 웃은 민수가 다시금 그를 불 렀다.
“그쪽은 잘 됐어요?”
“저희 팀원들한테만 물어봤고, 그 중 두 명이 합류 의사를 밝혔습니 다.”
“두 명…… 좀 더 많았으면 싶지만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엘레나의 숙소 쪽에도 적당히 손 을 써놨습니다. 민수가 준 담배가 도움이 됐죠.”
이야. 역시 담배야.
어딜 가던 뇌물로 담배 안 통하는 곳이 없네.
이쯤 되면 기축통화로 써보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할 만하다.
영양가 없는 잡생각을 얼른 잊어버 린 사이 제이크의 설명이 이어졌다.
“엘레나의 숙소를 지키는 보초들을 담배로 매수했습니다. 앞으로 10분 정도는 적당히 모른 척할 겁니다.”
“수고했어요. 시간 안 까먹었죠?”
“네. 내일 새벽 5시에 뵙겠습니 다.”
그렇게 꾸벅 고개 숙인 제이크가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밑밥은 충분히 깔았고, 이제부턴 행동해야 할 때다.
천천히 수풀 밖으로 나온 민수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자아, 그럼.’
잔뜩 자세를 낮춘 민수의 그림자가 조심스럽게 수풀을 박찼다.
잔뜩 자세를 낮춘 채 바닥을 기듯 이 전진.
가까운 나무 뒤에 숨어 목표 지점 을 바라보니.
역시 제이크의 호언장담대로 그 주 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은 잘 해준 것 같네.’ 방문객 센터로부터 약 200m 지점 에 위치한 별관 창고.
저곳이 지금 엘레나가 묵고 있는 숙소라고 한다.
불안정한 그녀의 정신 상태를 배려 해 창고를 쓰는 건 엘레나 한 명뿐.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에 주변에 초병들도 있지만.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창고 안으 로는 절대 안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그 보초도 잠깐 치워 버렸 으니.’
이제 방해될 건 아무것도 없다.
얼른 달려간 민수가 단검을 뽑아 창고의 문고리를 쑤셨다.
끼이이 이이.
최대한 문 열리는 소리를 억제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저 구석의 간이침대 위에 누운 엘 레나의 모습이 들어왔다.
달빛을 맞으며 초췌한 얼굴로 잠들 어 있는 아름다운 얼굴.
미인은 미인이라고 속으로 혀를 내 두르며 민수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미스 요한슨?”
“으, 으음. 누구…… 히, 틱?!”
“쉬 잇.”
얼른 검지로 입술을 누르며 민수가 빙긋 웃었다.
물론 그런 제스처 정도로 놀란 가 슴이 가라앉을 리 만무.
아직도 잠이 덜 떨어진 눈을 표독 스럽게 치켜뜨며 엘레나가 외쳤다.
“어, 어떻게 들어왔죠? 당장 나가 요. 사람 부를 거예요!”
“불러도 안 올 거예요. 제가 뇌물 먹여서 잠시 치워놨거든요.”
“그, 그, 그게 무슨……?!” “일단 진정해요. 나쁜 짓하러 온 거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안 하면 당신이랑 도통 얘기할 기회가 없다 보니.”
만에 하나 난동을 부릴 걸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다행히도 엘레나는 민수의 생각보 단 더 대범한 여자였다.
얼른 침착함을 되찾고 민수를 바라 보는 엘레나의 눈동자.
살벌하게 날 선 그녀의 시선과 마 주한 채 민수가 입을 열었다.
“미스 요한슨. 까놓고 제안하겠습 니다.”
“ 네?”
“오늘 저녁, 잠깐이지만 속 시원했 죠?” 순간 크게 흔들리는 엘레나의 눈동 자.
아주 잠깐이었지만 설마 잘못 봤을 리는 없다.
입가에 띤 미소를 더욱 짙게 하며 민수가 물었다.
“혹시 그거, 계속해 보고 싶은 생 각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