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91
나 혼자 무한 보급! 091화
이 시나리오는 플레이어들의 수를 반으로 줄이는 게 목적이다.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를 살리기 위 해선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이 일어 나선 안 된다.
그런 민수의 설명을 들으니 예진 또한 대강 그의 작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거점 성장의 수단인 금화를 모조리 독점해 버려서 금화 수급을 노린 플 레이어들 간의 경쟁을 원천 차단할 생각이다.
‘확실히 민수 씨니까 가능한 발상 이긴 해.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작전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돌발 행동 여부다.
어쨌든 이 시나리오의 목적은 확고 하다.
둘 중 한 세력에 의탁해서, 반란군 을 섬멸하고 자기 세력을 승리로 이 끄는 것.
이쪽이 금화를 독점한 이상 플레이 어들의 전투력은 급감하겠지만 그렇 다고 해서 한 세력을 선택하고자 하 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건 아 니다.
‘이 시나리오를 끝낼 수 있는 최적 의 방법은 둘 뿐이야. 두 세력 모두 승리하거나, 아니면 두 세력 모두 패배하거나.’
즉 무승부 상황을 유도해야만 길이 열린다는 소리.
하지만 금화 독점 정도로 과연 그 무승부 상황을 유도할 수 있을까?
적어도 예진이 생각하기에는 이 정 도로 될 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라 한들 달리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 간의 출혈 경쟁을 막 는 것만으로도 급한 불은 끌 수 있 어.’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 뭔가 해볼 수 있는 건 민수뿐이다.
그는 언제나 생존에 최적화된 판단 을 내리고 있고.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를 살린다는 그의 작전은 실리적이면서 명분도 충분하다.
여태까지 그래왔듯, 그의 판단은 이번에도 나쁜 결과는 불러들이지 않을 터.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의 작전 을 신뢰하기로 했고.
죽이 되건 밥이 되건 그와 함께 끝까지 가기로 결정했지만.
“오오오! 훌륭하도다! 정말로 이 식량을 전부 네가 만들어낸 것이 냐?”
“그…… 렇습니다. 전하.”
“훌륭하지 않은가. 이것이 이 땅에 잠든 옛 왕조의 힘이로군! 이것만 있다면 우리 제국의 치세를 무한한 풍요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하하 하하하!”
“감, 감사…… 합니다.”
……역시 이건 좀 속이 쓰리다.
쿡쿡 쑤시는 윗배를 부여잡은 채 힘겹게 웃는 예진.
그런 그녀 앞에서 허리에 손을 얹 은 금발 청년이 유쾌하게 웃었다.
“처음 보고를 들었을 땐 그대가 허 풍을 치는 줄 알았다. 세상에, 무한 한 식량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니 이 다차원 우주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않느냐?”
“그, 그렇습니다.”
“한데 그대는 그것을 진짜로 해냈 구나. 훌륭하도다. 아주 훌륭해! 그 대와 나의 만남은 필시 제국의 치세 를 하늘이 보우하신다는 뜻이렷다!”
하늘이 떠나가도록 우렁차게 껄껄 웃는 금발 청년.
철갑으로 몸을 감싼 기사들에 둘러 싸인 와중에도 가느다라면서 수려한 외모가 유독 돋보이는 귀공자.
그의 이름은 미하일 크렐 바리안트 라비 안.
자칭 라비안 차원제국 황위계승권 2위.
민수가 합류한 아나스타샤라는 황 녀와 대척하는 라이벌 진영의 수장 이었다.
“아무튼, 그대가 말하고자 하는 바 는 알겠다. 우리 측의 식량 및 물자 보급을 그대가 전담하고 싶다고?”
“그렇습니다. 전하께서 가지고 계 신 금화만 지불하신다면……
“못할 거 없지. 여봐라! 전부 내오 거라!”
우렁찬 미하일의 외침과 함께 기사 들이 낑낑대며 궤짝을 날라왔다.
가히 사람 두셋은 들어갈 법한 크 기의 궤짝이 무려 열 개.
보란 듯이 뚜껑을 확 열어 보여주 자, 눈부신 황금빛이 쏟아졌다.
44 t-‘ • | W
Fantastic……I
“이야 씨. 저거 하나면 국밥 몇 그 릇 나오나?”
“흠. 흠흠. 이거 몇 개 못 들고 가 나? 그 기념품 삼아서……
“진정하세요. 결국, 퀘스트 아이템 이잖아요.”
어마어마한 황금의 비주얼에 뒤에 있던 동료들이 수군대고.
선두에 서서 그 황금 물결을 바라 보는 예진 또한 침을 꿀꺽 삼켰다.
웬만하면 재물 욕심 안 부리고 산 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저 정도쯤 되면 딴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저거 중 딱 한 개만 들고 갈 수 있다면 진짜 소원이 없…….
“그나저나 그대여.”
그때, 황금에 압도당한 예진을 향 해 미하일이 입을 열었다.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은 미끈하 고 잘생긴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이 예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끈적한 탐욕이 붙어 있었 다.
“제국의 힘이 되어주기로 맹세한 그대의 아름다운 이름을 듣고 싶도 다. 내게 허락하겠느냐?”
“예진입니다. 도예진.”
“도예진…… 흠. 발음하기 힘들지 만, 미학이 느껴지는 이름이로군! 강하고 아름다운 그대에게 딱 어울 리는 이름이라 할 수 있겠다!”
“하하하……
“그대, 예진이여. 반란군의 마지막 잔당을 쫓아 이 먼 땅에 당도한 우 리는 반란군 외에도 아주 심대한 위 협에 봉착해 있다.”
과장된 몸짓으로 두 팔을 쫙 풀리 는 미하일.
반쯤 혼이 나간 얼굴로 예진이 정 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그것이 나의 누이라는 점 이 실로 비극적이지. 아나스타샤 크 렐 페리어드 라비안. 혹시 들어본 적 있느냐?”
“죄송합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 라……
“흠. 하긴 오지에서 살아왔으니 당 연하겠지. 스스로가 제국의 정당한 계승자라고 주장하는 어리석고 우둔 한 여자다. 나의 누이라는 게 믿어 지지 않을 정도지.”
아, 네. 남매 관계 안 좋은 거 잘 알겠습니다.
작작하고 꺼지라는 마음을 담아 예 진의 눈이 슬슬 일그러졌다.
“나보다 나은 거라고는 그저 1년 먼저 태어난 게 전부인 여자야. 이 멍청한 누이가 제국의 옥좌에 앉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이 제국 최후의 날이 될 게 분명하다.”
“그, 그렇군요.”
“하니 예진이여. 그대의 힘이 필요 하다. 이 땅의 난리가 수습되거든 나와 함께 가주지 않겠느냐? 만약 나를 따르겠다고 맹세한다면, 내가 옥좌에 오르는 날 기꺼이 그대에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약속할 테니……!”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시간 이……
“아, 벌써 그렇게 됐나? 흠흠.”
옆에 있던 기사의 속삭임에 얼른 미하일이 표정을 바로 했다.
구겨진 빨간 망토를 정돈한 그가 예진을 향해 활짝 웃었다.
“그대의 충청은 잘 받았도다. 약속 대로 금화를 하사하니, 질 좋은 식 량과 보급품으로 충성을 다할지어 다!”
“황송합니다. 전하.”
“원래는 기사들과 함께 서문으로 약조를 받아야 함이 마땅하나, 그대 의 뜨거운 마음에 감복하여 그건 생 략하겠노라.”
그 와중에도 생색내는 걸 잊지 않 는 미하일.
비로소 기사들과 함께 몸을 돌린 그가 기세 좋게 외쳤다.
“자, 돌아가자!”
하늘에 뜬 천공성에서 떨어진 빛이 미하일 일행을 감싸고.
그들 옆에 쌓여 있던 각종 식량도 마찬가지로 빛에 휩싸였다.
UFO 납치하듯 두둥실 떠올라 멀 어져가는 미하일 일행과 식량들.
몇 번을 봐도 초현실적인 그 광경 을 멀거니 바라보던 중.
비로소 먼저 정신을 차린 수찬이 앞에 선 예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 누님. 간 것 같으니까 일단 금화부터……
“카아악! 퉤!”
순간, 괴팍한 괴성이 일행들의 귀 를 찔렀다.
미하일이 있던 자리에 총알처럼 처 박히는 가래침 한 덩이.
입가를 슥슥 문지른 예진이 혐오로 찌든 눈을 부릅떴다.
“아아, 진짜. 이놈의 X망겜. 캐릭 터를 잡아도 하필 저딴 걸로 잡고 난리야?”
“누, 누님……?”
“요즘 저딴 캐릭터 로맨스 소설에 도 안 나오는데. 어휴, 토 쏠려서 큰일 날 뻔했네. 재욱 씨! 민수 씨 가 보내 준 소금 좀 줘요. 빨리!”
“네, 네!”
기겁해서 옆에 있던 소금 한 봉지 를 갖다 바치는 재욱.
낚아채듯 그걸 받아든 예진이 침이 떨어진 자리에 소금을 냅다 부어버 렸다.
하얗게 쌓인 소금의 무더기가 그녀 의 그 혐오를 대변하는 것만 같았 다.
할 말을 잃고 입만 쩍 벌리는 일 행들 앞.
빈 소금 자루를 휙 내던진 예진이 까드득 이를 갈았다.
“진짜 내가 민수 씨만 아니었어도 이 짓거리 안 하는데……
이유가 있는 작전이고 지금 시점의 가장 상책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하고 싶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팔자에도 없는 사기꾼 행세를 해야 하는 것도 속이 쓰리거니오}.
심지어 그 상대가 저런 진부한 느 끼함 덩어리라니.
마음만 같아서는 작전이고 나발이 고 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민수 씨 얼굴 봐서 참는다. 진짜 내가 큰맘 먹고 참는다. 진짜로
어쨌든 그 또한 나를 믿고 대량의 물자를 맡겨줬는데.
인제 와서 그 기대를 배신하는 것 도 못 할 짓이다.
그래, 큰맘 먹고 희생 좀 한다고 생각하자.
모두를 구하기 위한 건데 그깟 고 생 못 할 것도 없지.
그렇게 가까스로 스스로를 달랜 예 진이 고개를 돌렸다.
“……사랑하는 우리 조원 여러분.”
“네, 넵.”
“이제부터 저는 보급관입니다.”
다짜고짜 설명도 없는 반협박성 발 언 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모두를 쫄게 하기는 충분했다.
일제히 목을 뻣뻣이 세우는 예진 조의 세 남자.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엘레나 만이 고개를 갸웃하는 가운데.
잠시 옆에 내려놨던 철퇴를 들어 짚은 예진이 다시 한번 외쳤다.
“혹시 누가 묻거든 그리 대답하세 요! 자! 내가 누구다?”
“보급과아아아안!”
반은 충격, 반은 공포에 휩싸여 대 답하는 조원들.
이번 시나리오 한정 가짜 보급관, 도예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도예진(전사) : 민수 씨. 시킨 대로 했어요.] [도예진(전사) : 미하일 쪽 금화 전 부 확보했습니다.] [김민수(보급관) : 잘 하셨습니다. 예진 씨.] [도예진(전人n : 솔직히 민수 씨가 시키니까 하는 거지.] [도에진(전사): 이 짓거리 두 번은 못 하겠어요. 애초에 저랑 안 어울리고.]“허허.”
아무래도 뭔가 거슬리게 하는 게 생긴 모양이네.
그녀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며 민수 가 메시지를 입력했다.
[김민수(보급관) : 수고하셨습니다.] [김민수(보급관): 별문제는 없었죠?] [도예진(전사•) : 제 비위가 좀 문제 몄네요.] [도예진(전人D : 그 황자 자식 캐릭 터가 좀 역해서.] [김민수(보급관) : 다 그런 고민 하 나씩 안고 사는 법이죠.] [김민수(보급관) : 저도 황녀랑 독대 하는데 쫄려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도예진(전사) : 하긴 그렇겠죠.] [도예진(전사) : 아무튼 이쪽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도예진(전사) : 뭐 문제 생기거든 그때 다시 불러주세요.]일대일 거래창을 이용한 두 사람의 독대는 종료.
거래창을 닫은 민수가 자리에서 일 어나 벽면을 바라봤다.
“ 흐음.”
마을회관 빈방의 벽에 대고 그린 커다란 상황판.
이번 시나리오의 진행을 정리하기 위해 마련한 임시 상황판이었다.
벽에 그려진 커다란 두 개의 원을 번갈아 바라보며 민수가 인상을 썼 다.
“일단 예진 씨를 통해서 금화를 완 전히 독점하는 것 자체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 우세는 아마 오래가지 못할 것 이다.
미하일 쪽에 보급관이 가세했다는 소식은 조만간 아나스타샤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물론 밑밥은 충분히 깔아뒀다.
나 외의 보급관이 있을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해놨으니.
아나스타샤는 아마도 가짜 보급관 인 예진을 추적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할 이유는 없지.’
이 거점에서 나오는 물자는 무한하 다.
애초에 바닥이 없으니 아무리 긁어 써도 티가 나지 않고.
즉 이것을 어딘가로 빼돌릴 수 있 다는 가능성을 생각 못 할 리 없다.
심지어 아나스타샤는 나의 배신 가 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경고까지 했 다.
내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가능 성을 결코 배제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면 가짜 보급관의 추적과 동 시에 나에게도 간섭해 올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호위 명목으로 감시를 붙이는 거야. 높은 확률로 그건 발러가 되겠지.’
이렇게 되면 일종의 이지선다 상황 이 제시된다.
그녀가 붙여줄 감시를 뿌리칠 수 도, 달고 다닐 수도 없게 된다.
뿌리치게 될 경우 그녀는 내가 양 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확신을 얻는 다.
하지만 달고 다니면 언젠가 가짜 보급관의 정체를 들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이 골치 아파지는 데…… 상황판을 노려보며 민수가 오만상 을 썼다.
급한 불부터 끄려 했지만 생각해 보니 좀 경솔한 판단이었다.
아나스타샤가 바보가 아닌 이상 반 드시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는 상 황.
이 문제를 어떻게든 티 안 나게 덮기 위해선.
출혈을 각오하고 이쪽도 큰 베팅을 던져야 한다.
“역시 예진 씨랑 내가 같이 나서야 겠어. 어떤 식으로든 둘을 싸움 붙 여서 서로의 전력을 소모하게 하……
“오빠? 안에 있어?”
똑똑.
나직한 노크 소리가 한창 고민하던 민수의 정신을 일깨웠다.
이윽고 살그머니 열린 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은비.
조금 전과는 달라진 그녀의 차림새 에 민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 옷차림이 그게 뭐야?”
“아, 이거? 헤헤. 어때? 멋있어?”
배시시 웃은 은비가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글 돌아봤다.
검은색 천에 붉은 실로 박음질한 동양풍의 옷.
듣기로는 저런 옷을 한푸(漢服)라 고 하던가.
탐색하듯 찬찬히 살펴보는 민수의 시선 앞에서 은비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경매장에서 3급이랑 4급 방어구 열렸잖아? 그래서 큰맘 먹고 지른 거야. 3급 방어구.”
“하긴 옷 날 데가 거기밖에 없긴 하지. 그런데 왜 골라도 그런 걸……?”
“그게, 일단 내 직업이 마교도라는 거잖아? 무협지에 나오는 힘을 승상 하는 호걸들의 집단!”
“……너 그거 누구한테 들은 거 니?”
“환일 아저씨!”
그 아저씨도 무협지깨나 읽으셨구 만.
비로소 납득한 민수가 혀를 찼다.
“내가 알던 거랑은 좀 다른데…… 아무튼 그래서 그걸로 골랐다고?”
“응! 아저씨가 말하는데 이게 마교 의 상징 같은 거라더라고. 솔직히 나도 색은 좀 별로긴 한데 그래도 이게 맞는 거라니까.”
“고증 따지는 거야 네 선택이니 그 러려니 하련다. 그래서? 왜 부른 거 야?”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얼른 표정을 바로 한 은비가 대답 했다.
“오빠. 지금 바로 정문으로 나와 봐야 할 것 같아.”
“정문?”
“환일 아저씨랑 영은이 아줌마, 낮 에 몬스터 사냥 간 거 알지? 지금 막 돌아왔는데……
순간 은비의 눈에 곤란한 기색이 떠올랐다.
“……일단 나와서 한 번 볼래? 난 이거 오빠가 결정해야 한다고 봐.”
은비와 함께 정문 밖으로 나오니, 마침 상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마의 땀을 닦는 환일. 그 옆에서 차분한 눈을 빛내는 영은.
그리고 그들 앞에 눕혀져 있는 길 쭉한 그림자.
뜻밖의 사태에 민수의 입꼬리가 슬 쩍 일그러졌다.
“왜 둘이 가서 셋이 와요? 설마 두 분 아드님 되십니까?”
“농담할 기분 아니다.”
짧게 대답한 환일이 슬쩍 쓰러진 남자의 옆구리를 찔렀다.
낮은 신음과 함께 몸을 뒤트는 피 투성이 그림자.
심각한 얼굴을 한 영은이 환일의 말을 받았다.
“……비호 사냥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발견했어요. 수풀 속에 쓰러져 서 겨우 숨만 쉬고 있더라고요.”
“그래요?” “……보아하니 비호에게 습격당한 것 같아요. 몬스터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람이니 내버려둘 수 없어 서 데리고 오긴 했는데……
잔잔한 목소리로 말꼬리를 흐리는 영은.
은비에게 횃불을 건네받은 민수가 슬쩍 그림자를 비췄다.
“ O 으”
—=『 •
날카롭고 이지적인 외모가 인상적 인 미청년.
입고 있는 옷은 지금 은비의 것과 비슷한 한푸 같은 뭔가.
금색 자수가 수놓아진 걸 보니 꽤 고급품임이 분명하지만.
그 비싼 옷이 지금은 피투성이가 된 채 여기저기 찢어져 있다.
복부 즈음에 특히 혈흔이 짙은 걸 보니, 아마 옆구리를 당한 것이리라.
“상태 안 좋아 보이는데.”
“오빠. 역시 몬스터야?”
대뜸 경계를 끌어올린 은비가 칼자 루를 잡았다.
비록 부상자라고 하지만 아마도 높 은 확률로 몬스터.
이 ‘게임’에서 외모로 상대를 판단 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다.
“몬스터면 지금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니. 잠깐.”
얼른 은비를 제지한 민수가 남자의 옆통수를 살폈다.
희미하게 떠오른 조그만 빨간색 메 시지 창.
그것을 노려보며 민수가 속으로 나 직이 중얼거렸다.
‘ 간파.’
[몬스터명 : 화산파 제자 위천협]
[분류 : 일반 몬스테
[보유 특성]
[내공(1갑자) – 1갑자의 내공을 보 유하고 있습니다. 무공 계열 스킬을 사용할 때 추가 보정치가 붙습니다.]
[매화검법 – 화산파의 독문 무공입 니다. 원래의 형태를 잃고 대다수 변 형 되었습니다. 간결하고 치명적이지만 깊이가 부족합니다.]
[의협심 – 무림인이 공유하는 협 (依)의 법칙을 충실히 따릅니다. 은원 을 확실히 가르며, 원수를 용서하지 않으나 은인에게는 목숨 바쳐 보답합 니다.] [미숙함 – 아직 젊고 경험이 부족 합니다. 도발, 조롱, 모욕 등에 극단 적으로 반응하며 실수나 오판을 내릴 확률 또한 증가합니다.]
“무림 인.”
“ 네?”
“무림인이야. 이 사람.”
이 시나리오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 로.
드디어 진짜 무림인과 조우하게 되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