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92
나 혼자 무한 보급! 092화
급한 대로 옷을 벗겨보니 생각보다 부상이 더 심각했다.
아슬아슬하게 내장에만 안 닿을 만 큼 깊은 상처.
의사도 없는 상황이니 보통은 회복 을 장담할 수 없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민수 일행에겐 웬만 한 의사보다 확실한 치료 수단이 있 었다.
“어때?”
“세 시간쯤 넣어놓으니 깨끗하게 낫네요. 여엉차.”
의료시설에서 기절한 무림인을 꺼 낸 민수가 가볍게 그를 들쳐 멨다.
전술 보급관의 추가보급 능력을 통 해 마을회관에 설치한 의료시설.
일단 목숨만 붙여서 집어넣으면 어 떻게든 치료는 해주는 강력한 설비 였다.
‘몬스터도 들어갈 수 있어서 다행 이야. 만약 안 됐으면 큰일 날 뻔했 어.’
“부상은 다 나았고, 지금은 그냥 잠든 것 같아요. 옆방으로 가죠.”
“그래. 이리 줘봐.”
얼른 다가간 환일이 민수에게서 무 림인을 받아들었다.
힘들이지도 않고 늘어진 장정 하나 를 번쩍 안아 드는 환일.
볼수록 경이로운 괴물 같은 완력에 민수가 혀를 내둘렀다.
“진짜 장사가 따로 없네요. 세상 멀쩡해지면 몸 쓰는 일 하셔도 되겠 는데요.”
“어허, 겨우 몸 쓰는 일 하라고? 헬스장 차릴 거다. 헬스장!” “그것도 좋네요. 전 회원권 무료로 해주시는 거죠?”
“이놈•이! 넌 따블로 받을 거야!”
그렇게 실없는 농담을 나누며 옆방 으로 자리를 옮긴 민수와 환일.
이미 연락을 받은 영은이 이부자리 를 펴놓고 있었다.
살그머니 침대에 눕혀놓자 으윽, 하고 들려오는 신음.
반응도 돌아올 정도면 머잖아 눈을 뜰 것이다.
팔짱을 낀 민수가 무림인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며 신음했다.
“흐으음……
“주인님. 무슨 생각으로 얘 데려온 거야?”
“별생각 없었는데.”
“어, 없었다고?”
“기껏 힘들게 데리고 온 건데 인제 와서 방생할 수도 없잖냐. 그리 고……
좀 사적인 호기심도 곁들여져 있 다.
일단 설명부터 무협이라고 박아놓 은 시나리오인데.
며칠이 지난 이제야 처음으로 무림 인이라는 자와 만났다.
‘알아낼 수 있는 건 알아내야지. 이 시나리오가 지금 어떤 꼴로 굴러 가고 있는지.’
물론 몬스터를 안방에 데려왔으니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 지금은 간파 스킬로 살펴본 걸 믿어보기로 했다.
은인에겐 목숨 바쳐 보답한다고 하 지 않았는가.
어쨌든 이쪽이 죽을 뻔한 거 살려 준 건데.
스킬 설명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어 지간해서야…….
“으 으윽!”
“오빠! 눈 떴어!”
그때, 귀를 찌르는 나직한 신음.
은비의 호들갑과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무림인의 눈이 뜨였다.
멍한 눈을 끔뻑이며 천장을 바라보 는 휑한 눈동자.
이윽고 그 눈에 생기가 돌아오더 니, 말라붙은 입술이 힘겹게 열렸다.
“여기는……?” “길가에 쓰러져계시던 걸 발견했습 니다.”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시원하 게 대답하는 민수.
낑낑대며 자리에서 일어난 무림인 이 자신의 옆구리를 바라보더니 이 윽고 깜짝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상처가…… 어떻게……?”
“그런 재주가 있습니다. 너무 깊이 아실 필요까지는 없고.”
“……그렇군요. 의원이셨습니까?”
아무래도 오해한 것 같지만, 굳이 수정해 줄 필요는 없었다.
입을 다물고 바라보는 민수를 향해 무림인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대협께서
절 거둬주시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 금쯤 전 비호들의 한 끼 저녁 식사 가 되었겠지요.” “별말씀을.
“정말로 감사합니다. 대협. 외적의 말발굽이 중원을 짓밟았으나, 대협 같은 분이 계시는 한 강호의 도리는 죽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튼, 제 소 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화산에 몸을 담은 위천협이라고 하……
그때, 위천협의 시선이 민수의 뒤 를 향했다.
까만 옷을 입은 채 고개를 갸웃하 는 은비.
그녀의 복색을 확인한 그가 느닷없 이 거친 노성을 터뜨렸다.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감 히 마인 나부랭이가 발을 들이느 냐!”
“어, 어••••••?!”
“중원을 골백번이나 피로 물들인 것으로도 모자라 이젠 이 비경에까 지 그 더러운 촉수를 들이미느냐! 강호의 의기를 공유하는 백만 동도 들이 네놈들을 절대 용서치 않을 것 이다!”
바락바락 은비를 향해 고함을 쳐대 는 위천협.
느닷없는 날 선 분위기에 놀란 것 도 잠시.
이윽고 은비의 두 눈에도 슬슬 열 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저 배은망덕한 자식이. 기껏 다 죽어가는 거 살려놨더니 용서를 하니 마니 뭔 낯짝으로……!”
“대협, 물러서십시오! 저자는 사특 한 마교를 숭배하는 사악한 마인입 니다! 저 검은 옷이야말로 마인의 증거! 만약 저자를 두둔한다면 대협 또한 마교를 추종하는 이라고 여기 겠……?!” 타앙! 순식간에 험악해지던 분위기를 가 른 것은 외마디 총성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놀라서 입 을 다무는 위천협과 은비.
그 사이에서 천장에 구멍을 낸 권 총을 내린 민수가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마교인지 나발인지 당신네들 편 갈라서 땅따먹기하는 건 어디까지나 당신네들 사정이고.”
“여긴 내 집입니다. 내 거처고, 내 거점이에요. 이 안에 있는 동안은 공연히 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계 십쇼. 이해했습니까?”
나긋나긋하지만 퍽 살벌한 경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위천협이 열 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저 쇳덩이는 뭐란 말인가?’
겁에 질린 위천협의 눈이 민수의 손에 들린 권총을 향했다.
벽력같은 괴성을 뿜어내고, 한 방 에 천장에 구멍을 내는 위력.
중원의 그 어떤 고수라 한들 저걸 쉽게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대체 저 남자는 누구기에 저런 진 기한 무기를……?
“자, 아무튼.”
권총을 보관함에 넣은 민수가 어깨 를 으쓱했다.
지나치게 고화력인 에테르 권총과 는 별개로 구매한 예비용 권총인데.
설마 비상사태도 아니고 사람 위협 하는 데 먼저 쓸 줄은 몰랐다.
“대강 이해하신 것 같으니 방금 일 은 없던 거로 하겠습니다. 식사 가 능하시겠습니까?”
“그, 그렇습니다.”
“곧 내오도록 하죠. 얘기는 식사하 신 다음에 마저 듣도록 하겠습니다.”
“•…”네.”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위천 협.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민수가 일 행들과 함께 방을 나섰다.
“……저녁 식人}. 제가 알아서 준비 해도 되죠?”
“영은 씨. 같이 가요. 사람이 몇인 데 돕는 사람은 있어야지.”
“……고마워요. 환일 씨.”
방을 나서기 무섭게 모두 알아서 자기 위치를 잡기 시작했다.
식사 준비를 하러 가는 환일과 영은. 그 전까지 망루를 점검하기 위해 후다닥 달려가는 나브.
그렇게 단둘만 남기 무섭게, 푸욱 한숨을 뱉은 민수가 중얼거렸다.
“……무협 고증 챙기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그치?”
“역시 노란색으로 할 걸 그랬 어……
괜히 마교도라고 기분만 냈네.
영 찝찝한 얼굴로 은비가 검은 한 푸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크진 않지만 어쨌든 마찰이 있었으 니 적당히 분위기를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이든 간에 풍족한 게 없는 이 ‘게임’ 속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오, 오오! 대협. 이게 대체 뭡니 까?!”
저녁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시작된 후식 시간.
손에 들린 조그만 빵조각을 한 입 베어 문 위천협이 놀란 눈을 부릅떴 다.
“혀끝이 아릴 정도로 달면서도, 얼 음만큼 시원하고, 고소한 풍미에 부 드러운 식감까지…… 내 오래 산 건 아니나 이런 건 생전 처음 먹어봅니 다!”
“아이스크림 샌드라고 합니다. 맘 에 드신 모양이네요.”
“아이…… 수…… 이름이 좀 생소 하군. 남만 땅의 음식인가? 어쨌든 그야말로 천하일미로군요. 사천 땅 의 유명한 꿀과자도 감히 이것의 발 끝조차 따라가지 못할 겁니다!”
하긴 그러시겠지.
중원 무림인이 언제 감미료와 합성 조미료를 먹어봤겠어.
좋아해 주니 다행이지만, 저 지경 으로 리액션이 과하니 오히려 미안 해진다.
꼭 원시인한테 콜라병 던져주고 구 경하는 현대인이 된 기분이랄까.
살짝 싱숭생숭한 기분을 감추기 위 해 민수 또한 아이스크림 샌드를 한 입 깨물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긴 하 네.’ 역시 단 음식은 만국 공통이야. 음 음.
이번 시나리오 끝나면 보관함에 군 것질거리나 가득 채워야지.
“거, 젊은 친구?”
그렇게 짧았던 후식 시간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샌드를 먹 어치운 환일이 눈을 빛내며 입을 열 었다.
“이름이 위천협이라고 했나? 난 이 환일이라고 하네. 여기 이 사람은 박영은이고.”
“아, 두 분 대협에 대해서도 들었 습니다. 쓰러져 있던 저를 발견하여 여기까지 옮겨주셨다고요? 대협께선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하하. 넣어둬, 넣어둬. 길가에 사 람 쓰러져 있는데 내버려 두고 올 수는 없잖나. 아무튼, 젊은 친구.”
살짝 위천협에게 고개를 숙인 환일 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하긴 눈앞에 진짜 무림인이 나타났 는데 이거저거 묻고 싶긴 하겠지.
잠자코 지켜보는 사이 환일이 말을 이었다.
“듣기로는 무림인…… 이라고 하던 데. 내가 알고 있던 그 무림인이 맞 나?”
“강호의 정의를 수호하며 협의에 목숨을 거는 호걸을 물으시는 것이 라면, 그렇습니다.”
“하하} 이 친구 말도 달변이네. 이 것도 인연인데…… 그 뭐냐, 자네들 사정을 좀 듣고 싶은걸.”
“사정…… 말씀이십니까?”
“왜 이런저런 사연 있지 않겠나? 이 먼 곳까지 자네들이 온 이유라거 나, 뭐 그런 거 말이야. 게다가 부 상을 입은 데에도 무슨 곡절이 있는 텐 C……
“……환일 씨.”
그때 슬그머니 환일의 옆구리를 꼬 집는 영은의 손가락.
따끔한 감촉에 비로소 환일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식탁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부르르 떠는 위천협.
다시금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 가 득 피어오르는 공포.
딱 봐도 보통 사연이 나올 분위기 가 아니다.
비로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환일 이 말을 얼버무리기 직전.
“……참으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현실이지만.”
“무림은…… 패배했습니다.”
짧게 한숨을 뱉은 위천협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 * *
저 고고한 장강의 흐름과도 같은 중원의 유구한 역사.
그 긴 시간 동안 중원의 풍요로움 을 탐낸 외적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대표적으로는 십만대산의 마인들. 북해빙궁의 신녀. 남만의 야인들.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온갖 외적과 협잡배들.
하지만 이번에 중원에 발을 디딘 그들은, 이전의 그 어떤 외적과도 궤를 달리했다.
“예고도 선전포고도 없이 그들은 하늘을 찢고 나타났습니다. 믿어지 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하늘을 떠 다니는 성. 그들은 그 성을 천공성 이라고 불렀습니다.”
“다짜고짜 천자를 폐하고 황궁을 불바다로 만든 그들은 우리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강요했습니다. 굴종하거나, 아니면 죽거나. 당연하 게도 거기에 따른 무림의 호걸들은 없었고, 그들에게 있는 힘껏 저항했 으나……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그들의 강함은 우리의 상식을 벗어 나 있었다.
그 어떤 마인조차도 그들의 강함에 비할 수 없었다.
“그들은 진기한 철갑으로 온몸을 두르고, 쇠로 빚은 거대한 거인을 부렸습니다. 무림의 온갖 고수와 기 인이사들이 천하에 이름을 남길 절 초를 떨쳤으나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철갑을 뚫을 수 없었습니다.”
“무림맹주께서는 놈들의 거인에게 붙잡혀 몸이 반으로 찢겼습니다. 소 림의 백팔나한진은 그들의 무인 한 명조차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당문 의 독공과 기관진식은 거인의 발목 조차 잡을 수 없었고, 무당의 장문 인께선 산 채로 해부당하는 치욕을 당하셨습니다.”
그야말로 완전한 패배.
여태껏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압도적이면서 끔찍한 패배.
처음엔 그들이 마교가 불러들인 사 특한 무리인 줄 알았다.
중원을 손에 넣기 위해, 그들의 사 악한 사술로 불러들인 괴수들.
하지만 그들의 진짜 정체는 한낱 괴수 따위가 아니었다.
“그들의 천공성이 십만대산 위에 떠올랐을 때 수많은 마인들이 떼죽 음을 당했습니다. 그들을 이끌던 괴 두는 그 와중에 종적이 묘연해졌고 결국 마교 또한 멸망을 피할 수 없 었습니다.”
“남만을 피로 물들이고, 북해빙궁 을 불태우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림의 완전한 종말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땅에서 무(武)의 맥 자체를 끊고자 하는 것 이었습니다.”
오대세가는 이미 완전히 굴복했다.
스스로 세가의 무공을 폐한 그들은 침략자들의 꼭두각시가 되었다.
수많은 무공서적과 비급들이 보이 는 족족 불살라졌다.
소림이 있던 터엔 소금이 뿌려졌 고, 수많은 승려가 학살당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이 땅의 완전 한 파괴.
그저 정복뿐만이 아닌, 그 영혼과 정신의 완전한 지배.
뒤늦게 그걸 깨달았지만, 이미 무 림은 그들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무림의 동도들 이 모여들었으나 이미 우리에게 남 은 여력은 없었습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딘가로 숨어든 채, 무의 명맥을 이으며 훗날을 기 약하는 것뿐.”
“그리하여 이 땅으로 오게 되었습 니다. 이 험준한 땅 어딘가에서 풀 뿌리를 씹으며 와신상담의 기회를 노리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비록 너무나도 희미 한 희망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 나……
설명은 그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친 위천협이 기어코 목 놓아 울기 시작한 탓이었다.
물론 그 정도만 들어도 충분했다.
통곡하는 위천협을 가까스로 끌어 다가 침실에 던져놓은 채.
한결 무거운 얼굴로 민수와 일행들 은 다시 자리에 모였다.
“이거 무림 입장에서 보면 완전 개 암울한 스토리네.”
“……좀 충격이다.”
맥없이 옆에 주저앉은 환일이 나직 이 중얼거렸다.
멍한 그의 눈에서는 아직도 쇼크가 가시지 않고 있었다.
“아니, 무림이잖아? 무공 쓴다고. 막 하늘도 펑펑 날아다니고, 검기고 검강이고 마구 뿌려대고. 그런 친구 들이 그렇게 맥없이 패배하다니 “……그만큼 보통 놈들이 아니라는 거 겠죠.”
심각한 얼굴로 민수가 대답했다. 천공성 들어가서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피부로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 확인하니 그 강대함이 상상 이상이었다.
‘심지어 그 천공성이 한 대도 아니 고 두 대야. 정공법으로 공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와서 포기할 수도 없다.
이대로 시나리오가 의도하는 대로 놀아났다간.
다음 시나리오 때는 플레이어들이 모조리 반쪽이 날 기세다.
이미 정면대결이 불가능하단 건 확 실해진 상황.
어떻게든 이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황녀와 황자 사이의 내분을 유도하 고,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어떻게든 둘이 양패구상하는 구도 로 이끌어야 한다.
“……일단 오늘은 이쯤 하죠.”
무거운 분위기 오래 끌고 있어 봐 야 좋을 게 없다.
얼른 분위기를 수습한 민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우리끼리 머리 맞댄다고 뭐 답이 나옵니까? 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 깨끗한 정신으로 다시 한번 상 의합시다.”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 불침번은 좀 서죠. 저 위천협이라는 친구, 안 그 래도 은비 안 좋아하는 것 같으니 까. 오늘 밤은 여기서 재우되 제대 로 감시하면서, 내일 어찌할지 거취 를 결정하기로……
그때, 민수의 눈앞에 빨간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뭐, 뭐야‘?!”
“메시지창……?!”
마찬가지로 메시지창을 발견한 일 행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란 나머지 일단 무기부터 움켜쥐 고 보는 일행들.
그들 사이에서 눈을 부릅뜬 민수가 얼른 메시지창의 내용을 살폈다.
‘이거••••••?!’
[시나리오 선택지 #1]
[이 땅에 정착한 당신들은 우연히 무림의 잔당과 접촉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뒤를 쫓아 토벌군의 추격 대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의 신병을 인도하느냐, 아니면 은닉하느냐. 선택 은 당신들의 몫이며, 그 대가 또한 오 롯이 당신들이 치러야 할 것입니다.]
[토벌대 도착까지 남은 시간 : 9분 55초]
“시나리오 선택지……!”
“주, 주인님. 이거 대체 뭐야?”
불안한 눈을 빛내던 나브가 냉큼 민수에게 물었다.
시나리오 진행 중에 선택지?
하물며 #1이라니.
앞으로 이런 선택지가 적어도 두 개 이상은 더 나올 거란 소린가?
“이, 이런 건 본 적 없는■데! 지금 뭐가 어떻게 돼가는 건지 이해 가……
“모두 조용!”
민수의 호통에 웅성대던 일행들이 일제히 입을 꾹 다물었다.
제각기 심각한 얼굴로 메시지창을 바라보는 면면들.
마찬가지로 시시각각 떨어져 가는 메시지창의 제한시간을 노려보며. 불끈 주먹을 쥔 민수가 까득 이를 갈았다.
‘이렇게 나온다 그거지?’
메시지창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 깨 달았다.
지금 우리는, 이 시나리오의 가장 결정적인 분기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