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93
나 혼자 무한 보급! 093화
남은 시간은 10분.
머뭇거릴 틈이 없다.
메시지창을 노려보는 민수의 두뇌 가 전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선택지는 둘 중 하나.’
이대로 위천협을 숨겨주느냐.
아니면 아나스타샤에게 인도하느 냐.
당장 생각했을 때의 상책은 위천협
을 숨겨주는 것이다.
지금의 경직된 시나리오 구도를 타 파할 방법은 그것뿐.
문제는 그걸 위해 감수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다.
‘이미 위천협의 위치까지 특정해서 토벌대를 보냈다. 어설프게 숨기려 해봤자 통하지 않을 거야.’
위천협이 여기 있는 걸 알고 핀포 인트로 집어다가 쫓아올 정도다.
뭐 넘기려 했다, 누군 줄 몰랐다. 그딴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황녀의 신뢰를 잃는다는 건 생각보 다 훨씬 큰 문제다.
중원을 정벌한 판타지 제국의 황녀 라는 어마어마한 설정은 둘째 치고 서라도.
그녀를 적으로 돌리게 되면 이제 더 이상 이 시나리오의 수습은 불가 능해진다.
‘그녀에게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 이 미하일 쪽으로 가세해야 할 테 고, 그렇게 되면 끝이야. 플레이어들 의 숫자가 절반이 되는 걸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 어찌해야겠는가?
이대로 넘기면 황녀의 신뢰는 얻겠 지만 시나리오의 변수가 사라지고. 그렇다고 무작정 위천협을 숨기면 이쪽의 목이 달아난다.
심지어 위천협의 설명을 들어보니, 지금 여기 있는 무림인들은 그야말 로 잔당의 잔당.
황녀와 황자를 상대로 싸움이나마 성립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령 뒤통수를 치고 이쪽에 붙는다 고 해도, 유사시 지켜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토벌대 도착까지 남은 시간 : 7분
43 초]
‘생각해라. 생각해라……
시시각각 떨어져 가는 메시지창의 제한시간.
초조한 기분으로 입술을 짓씹으며 민수가 생각에 몰두했다.
무언가, 무언가 방법이 있을 거다.
아나스타샤의 의심을 사지 않고, 그녀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어떻게든 위천협을 살려서 숨길 수 있는 방법이.
그걸 위해선 지금은 어떤 대가를 치러도 상관없다.
위천협을 절대로 호락호락하게 넘 겨줄 수는 없다.
차라리 불을 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이 시나리오의 선택지는…….
“……잠깐. 불!”
“부, 불?”
“은비야! 위천협 씨 깨워와. 나머 지는 전부 저 따라서 나와요!”
민수의 윽박지름에 허둥지둥 2층으 로 올라가는 은비.
뒤이어 나머지 인원들이 허겁지겁 민수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나 합쳐서 총인원 5명에 위천협
씨 합쳐서 6명…… 아슬아슬하지만
충분해!”
“미, 민수야? 대체 뭘 어쩌려 고……?”
“아저씨. 장비 다 챙겨오셨죠? 일 단 이거 받으세요!”
벽에 걸려 있던 횃불을 뽑아서는 냅다 환일에게 쥐여줬다.
뒤이어 영은에게도 한 개, 나브에 게는 특별히 두 개.
자기 손에도 횃불 하나를 움켜쥔 민수가 재빨리 설명을 이어나갔다.
“설명은 나중에 해드릴 테니까 들 으세요. 지금부터 이 마을에 불을
놓을 겁니다.”
“뭐, 뭐라고?!” “……민수 학생‘? 그거 정말 괜찮은 거……?”
“시간 없어요! 일단 지금은 저만 믿고 지르세요! 환일 아저씨는 왼 쪽, 은영이 아주머니는 오른쪽입니 다. 나브!”
“발 빠르니까 여기저기 빨리 돌아 다닐 수 있지? 농장부터 시작해서 잘 탈 만한 곳에는 일단 불부터 놔! 알겠어? 깡그리 태워버려야 하니까 어디가 됐건 짚단 쌓여 있는 곳
“오빠!” 한창 빠르게 설명하던 중, 은비의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
은비의 뒤에서 가까스로 옷매무시 를 수습한 채 달려오는 위천협.
자다 일어난 것 같은 어리벙벙한 얼굴을 향해 민수가 냅다 횃불을 들 이밀 었다.
“자요. 위천협 씨도 거들어요!”
“대, 대협? 대체 무슨……?”
“잘 들어요. 지금 제국의 추격대가 당신을 쫓아서 여기로 오고 있어요. 곧 마을로 들이닥칠 거고, 그 전에 어떻게든 당신을 숨겨볼 생각입니 다.”
지금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다급히 위천협의 손에 횃불을 쥐여 준 민수가 말을 이었다.
“이걸로 보이는 집마다 불을 지르 면서 북쪽 벽을 넘어 도망치세요. 해가 뜨거든 다시 합류하는 거로 하 죠. 제 말 알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대협!”
“좋아요. 거기 은비도 이거 받아! 너도 거들어야 해!”
“오, 오빠! 대체 뭔지 설명을 해줘 야……?!”
“내일 해 뜨면 다 설명해 줄게! 지 금은 일단 불부터 질러! 빨리!”
날 선 민수의 외침에 얼떨떨하게 횃불을 받아드는 은비.
그렇게 횃불을 손에 든 일행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뒤이어 어디선가 풍겨오는 노릿한 풀 타는 냄새.
먼저 농장으로 달려간 나브가 불을 놓은 모양이다.
입안의 침이 바싹 마르는 걸 느끼 며 민수가 횃불을 집어 들었다.
“진짜 별짓을 다 하네.”
아나스탸사를 속이면서 위천협을 안전하게 빼내는 방법.
상책은 아닌 것 같지만,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적어도 10분 안에 할 수 있는 방 법은 이거 외엔 전무했다.
마지막 남은 횃불 하나를 뽑아 든 채.
우뚝 선 마을회관을 노려보며 민수 가 짧게 중얼거렸다.
“그래. 어디 불놀이 한 번 제대로 해보자!”
어차피 금화라면 썩어날 정도로 많 으니까!
이를 갈며 달려든 민수의 횃불이 회관 마룻바닥에 불을 놓았다.
무림맹 잔당의 활동이 이 지방 전 역에서 확인되었다.
그중 한 명이 하필이면 김민수가 있는 마을로 향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사태인지는 굳 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마도기사 열 명으로 이루어진 나름 강력한 토벌대를 이끌면서도.
발러가 도저히 여유를 부릴 수 없 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다.
‘애초에 보급선을 한 군데로 일원 화하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위험했 다. 무슨 일이 터진다면 보급이 그 대로 끊기는 건데 말이야.’
나름 군문에 조예가 있다는 아나스 타샤가 그 위험성을 등한시했을 리 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굳이 김민 수의 요구를 수용하여 보급선을 일 원화했다.
대체 왜 그녀가 그런 판단을 내렸 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건 하나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김민수의 환심을 사서 제국으로 끌어들이려는 걸 테지. 그 러기 위해선 약간의 손해도 충분히 감수하시리라 결정하신 거겠지 만……
글쎄. 한낱 기사인 나는 모르겠다.
그녀의 머릿속은 과연 그 ‘손해’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고 있을까.
그 범위 안에 과연 나는 들어 있 을까.
지난 수십 년 동안 제국의 정복사 업을 지지한 이 정병들.
과연 그들의 가치는 진귀한 재주를 가진 토인 한 명보다도 못한 것일 까.
‘됐다. 그런 건 생각하지 말자.’
얼른 고개를 털어 머릿속의 잡념을 끊어버렸다.
괜한 생각을 깊이 하지 않는 것이 야말로 발러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 눈앞의 목표에 집중한다. 그런 생각은 나중에 여유 생겼을 때 천천히 해도 늦지 않…….
“트, 트라칸트 경!”
그때, 앞서가던 아리사의 깜짝 놀 란 외침이 터져 나왔다.
흠칫해서 걸음을 빨리한 발러가 그 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티어젤 경. 무슨 일인가?”
“저, 저길 보십시오! 마을이……!”
다급한 아리사의 손가락이 가리키 는 저 너머.
깊은 심산유곡의 틈새에서 시뻘겋 게 넘실대는 화염.
굳이 묻지 않아도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삽시간에 발러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아, 망할! 전군!”
“예!”
“지금 즉시 나를 따르라! 내가 선 두에 서겠다. 그대들은 뒤따르는 와 중에도 주변의 함정에 주의하라!”
우렁찬 외침과 함께 칼을 뽑고 달 려가는 발러.
뒤이어 검을 뽑아 든 마도기사들이 발러의 뒤를 따라 달렸다.
짙게 우거진 수풀 따윈 마도기갑의 두터운 철갑을 가로막을 수 없었다.
걸리는 족족 맥없이 부러지는 아름 드리나무와 수풀들.
그렇게 지축을 쿵쿵 울리며 타오르 는 화염 앞에 다다르기 무섭게.
“아, 아이고! 아이고오오! 기사님!”
울상이 된 익숙한 얼굴이 발러 앞 으로 달려왔다.
온갖 재와 숯검정으로 지저분해진 하얀 코트 자락.
그 초라한 몰골에 발러의 눈이 순 간 크게 뜨였다.
“김민수?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아이고, 기사님! 들어 주십쇼! 제 가 그냥 깜빡 속았지 뭡니까?”
“자세히 설명해 주게. 마을은 왜 이 모양인가?!”
“그, 그게 말입니다!”
바닥에 주저앉은 민수가 땅을 치며 통곡을 해댔다.
“오늘 잠깐 사냥 나갔던 저희 마을 사람들이 수풀에 쓰러져 있던 부랑 자 한 명을 주워왔습니다. 복색이 화려하고 귀티가 나는 게, 예사 귀 공자가 아니다 싶었죠.”
“아니, 이 사람아. 이런 수상한 시 절에 왜 신원도 모르는 사람을 거두 고……
“길가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무 시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지 않습니 까? 그래서 일단 급한 대로 치료하 고 밥도 한 끼 먹였는데…… 아이고 맙소사. 그 배은망덕한 놈!”
재가 섞인 채 뚝뚝 흐르는 시커먼 1— w
■=
빠드득 이를 갈며 민수가 한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놈이 말로만 듣던 그 무림의 잔 당이었습니다. 우리가 기사님들께 물자를 대드리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선, 이 마을을 노리고 연기를 한 거였습니다!”
“허허, 허허허……!”
“다행히 저 포함해서 마을 사람들 은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그 악독 한 놈이 도망가기 전에 마을의 집채 란 집채에 모조리 불을 질러버렸습 니다. 어찌나 꼼꼼하게 불을 놓았는 지, 수습도 해보기 전에 마을이 홀 랑 다 타버리게 생겼……
“기사들은 주변을 수색해라!”
말이 끊기기 전에 터져 나온 발러 의 우렁찬 외침.
긴장된 얼굴을 한 마도기사들이 일 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놈을 쫓아다가 내 앞에 끌 고 와라! 제국의 백성을 해한 죄는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네!”
“미안하게 됐네. 마을의 불을 잡기 에는 우리 머릿수가 너무 부족하다 네.”
흩어지는 기사들 사이에서 발러가 민수를 일으켜 세워줬다.
눈물이 뚝뚝 흐르는 얼굴로 민수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신 자네들의 마을을 불태운 그 불한당을 반드시 잡아다가 자네 앞에 꿇어 앉히겠네. 부디 이걸로 참아주게.”
“기, 기사님만 믿고 있겠습니 다……!”
“그래. 그럼 나도 이만 가보지!”
얼른 민수에게서 고개를 돌려 몸을 던지는 발러.
번뜩이는 마도기갑의 광채가 짙은 수풀 너머로 사라졌다.
무림인을 압도했다던 그 위력은 허 풍이 아니었다.
경이로운 속도로 수풀 안으로 사라 지는 마도기사들.
수풀을 헤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가 완전히 잦아들기 무섭게.
“••••••갔나?”
순식간에 민수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보관함에서 생수병 하나를 꺼내 얼 른 검댕이 묻은 얼굴을 닦고.
옷자락의 먼지와 재를 휙휙 턴 민 수가 고개를 저었다.
“갈수록 연기력만 늘어나네. 이 짓 거리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아카데 미 남우주연상도 탈 거야.”
마을을 불태운 것도, 그들 앞에서 운 것도 전부 연기.
위천협의 존재를 더 큰 사건으로 덮어씌워서.
이쪽도 피해자 행세를 함으로써 아 나스타샤의 의심에서 벗어나는 게 작전의 골자다.
이제나저제나 가장 큰 무기는 희생 자의 눈물인 법.
피해자 코스프레의 위력은 만국 공 통 아니겠는가.
이쪽도 당했다고 구라를 쳤으니, 아나스타샤 또한 한동안은 의심을 거둘 것이다.
“그나저나……
마을을 집어삼킨 거대한 불길을 바 라보며 민수가 혀를 내둘렀다.
어차피 금화 많겠다. 나중에 다시 세울 생각으로 불을 지르긴 했는데.
지금 보니 좀 심하게 지른 감도 있다.
적당히 농장 정도만 태워도 됐을 텐데, 급한 마음에 좀 오버한 거 아 닐까.
“물론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금화가 2억이 넘는데 겨우 집채 몇 개 태우는 게 뭔 대수라고.
금화 몇 푼으로 안전을 보장받았다 면 그게 더 이득 아니겠는가.
‘아무튼, 이걸로 당장 위기는 해결 했고.’
이제 남은 건 뒷수습뿐이다.
불꽃에 허물어지는 마을을 바라보 며 민수가 서늘한 눈을 빛냈다.
* * *
그렇게 한 판 연기와 거짓이 어우 러진 뜨거운 밤이 지난 후.
연기만 뿜어내는 잿더미 한복판에 서 팔짱을 낀 민수가 작게 혀를 찼 다.
“하.”
[시나리오 선택지 #1 완료]
[당신들은 기지를 발휘하여 무림맹의 잔당을 숨겨주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당신의 거짓말에 속은 제국의 추격대 는 오히려 당신을 동정하고 있으며, 무림맹 잔당에게도 아주 큰 은혜를 입혔습니다.]
[플레이어 김민수 외 4인에게 플레이 어 토큰 3000개가 지급되었습니다.]
‘보상도 세네.’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어 토큰을 3000개나 챙겨주다니.
이 정도면 우리 쪽 인원들에게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시 위험을 피하지 않는 게 이 ‘게임’의 정석 공략법이다.
흐뭇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 고 있자니.
비로소 민수에게 다가온 위천협이 크게 고개를 숙였다.
“대협!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은 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저로서는 도 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별말씀을. 다 여유가 되니까 한 거죠.”
“죽어가던 저를 거두어서 목숨을 살려주신 것으로도 모자라 마을을 불태워서까지 숨겨주시다니! 대협께 선 강호의 큰 별이십니다. 저 또한 대협을 목숨 바쳐 돕겠습니다!”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포권을 취하 는 위천협.
허락만 해준다면 정말 발바닥이라 도 핥을 기세다.
살짝 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중, 옆에 있던 나브가 슬그머니 입 을 열었다.
“그런데 주인님. 이제 마을 어쩔 거야?”
“뭐 어쩌긴? 다시 세워야지. 어차 피 금화 많고.”
“은비한테 얘기 들었어. 아주 마을 이 깡그리 파괴돼서 다시 세울 수도 없다던데.”
그게 벌써 나브 귀에까지 들어갔 나.
쯧 하고 혀를 찬 민수가 마을회관 이 있던 잿더미를 짚었다.
[거점이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새 로운 거점을 찾아내십시오.]‘요런 흐름인 건가.’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창을 보자 대충 견적이 나왔다.
예상대로 이번 시나리오는 마을이 파괴되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었다.
제국 혹은 무림인들의 공격, 혹은 플레이어들 간의 내분 등.
하지만 그런 이유로 거점이 파괴된 다고 한들, 그것이 곧 탈락을 의미 하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거점으로 이동해서 그 거 점을 자기 걸로 하면 그만이라는 거 지. 즉……
다른 조가 가지고 있던 거점을 차 지하는 것.
물리력을 동원해서 쫓아내건, 아니 면 협상을 하든 간에.
어떤 식으로든 플레이어 간의 내분 을 유도하기 위한 시스템이 분명하 다.
혀를 내두른 민수가 메시지창을 닫 고는 입을 열었다.
“뭘 어렵게 생각해? 그냥 이사하면 되지.”
“ 이사?”
“이 주변 마을 아무 데나 들어가서 시설 업그레이드해 줄 테니 집 좀 공유하자고 하면 될 거 아냐? 거기 위철호 씨.”
“말씀하십시오. 대협!”
“그 뭐냐, 혹시 이 근처에서 마을 본 적 있습니까?”
민수의 물음에 심각한 얼굴로 고개 를 갸웃하는 위천협.
잠시간 골똘히 궁리하던 그가 이윽 고 입을 열었다.
“……다 쓰러져가는 움막 서너 채 서 있는 것도 마을이라 부를 수 있 다면 본 적이 있습니다만.”
“네, 그런 거요. 이 근처에 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대협.”
고개를 끄덕인 위천협이 손을 들어 바로 뒷산을 가리켰다.
비록 산세는 험하지만, 그리 높지 는 않은 바위산.
저걸 어떻게 넘어가야 하나 민수가 눈대중을 치는 사이.
손을 내린 위천협이 입을 열었다.
“저 산 너머, 커다란 바위 아래 즈 음에 그런 게 있었습니다. 사람도 너댓 명 있었고요.”
“과연.”
오케이. 멀리 갈 필요 없겠네.
뒷짐을 진 민수가 히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