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35
마피아 일행은 충격에 휩싸였다.
“저, 저런……!”
사람의 몸통을 덮을 만한 크기의 빛을 띄운 채로 시로네는 방향을 틀었다.
동시에 마기너스가 얼음벽을 깨고 쳐들어왔다.
“키야아아아아!”
“……와라.”
도나텔로.
완전무장 (2)
확률의 끝.
주사위를 무한대로 굴린다고 가정했을 때 그 숫자의 너머에 존재하는 것은.
‘지금이다!’
세계 전체가 한 점으로 모이는 것과 같은 단단하고 선명한 확신이었다.
‘미켈란 건!’
빛의 구체가 섬광으로 늘어지며 마기너스의 벌어진 입속으로 쑥 들어갔다.
“카아아아……!”
다음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영겁처럼 길게 느껴지는 그때 마기너스가 크게 들썩였다.
야훼2의 10미터 앞이었다.
쿵! 쿵! 쿵! 쿵!
내부에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서 기체가 비현실적으로 용틀임을 시작했다.
마피아 일행이 질린 듯 지켜보는 가운데 마기너스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쫓아가! 마지막 패턴이야!”
얼음 터널을 만들며 바다 밑으로 들어간 마기너스가 마침내 분해되었다.
사방으로 냉기가 분사되면서 거대한 얼음 공동이 생겼고, 그곳에 아이템이 떨어졌다.
“히익!”
공동에 도착한 마피아 일행은 증강현실을 확인하고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미확인 아이템 드롭 : 전설 등급.
“또, 또 나왔어!”
마기너스를 사냥하고 얻을 수 있는 전설 아이템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도나텔로였다.
우선순위 시스템을 알고 있는 시로네는 상자를 얻는 대신 몸을 돌렸다.
“자, 이번에도 카드로 할까?”
마피아 일행은 직감했다.
‘우연이 아니야.’
방법은 짐작조차 되지 않지만 야훼2는 확률을 통제할 수 있는 게 분명했다.
따라서 마음만 먹는다면 전설 등급 아이템을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다는 얘기.
‘한번 장착하면 거래가 안 되는 구조니까, 가격 변동도 극히 적을 거고. 은하를 쓸어 담겠군.’
생각을 끝낸 마피아가 말했다.
“어차피 우선순위는 의미가 없잖아. 네가 가져가. 하지만 조건을 바꿀 필요가 있겠어.”
이벤트가 끝나면 거래를 할 수도 없을 것이기에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조건을 바꾸다니?”
“정산은 안 해 줘도 좋아. 대신에 한 번 더 돌자. 너, 전설 등급 아이템을 뽑을 수 있는 거지?”
“…….”
“우리도 하나씩 맞춰 줄 수 있잖아? 여태까지 같이 했으니 그게 공평하지 않겠어?”
“미안. 그건 안 돼.”
소나가 물었다.
“어, 어째서? 너한테는 엄청 쉬운 일이잖아! 오히려 은하를 주는 것보다 더.”
“나는 이방인이야. 이 세계의 균형을 깨고 싶지 않아. 태양전만 끝나면 돌아갈 거니까.”
덱스감성이 쏘아붙였다.
“웃기고 있네. 그 태양전 때문에 우리도 이러는 거야. 충전 수수료가 얼마나 차이 나는 줄 알아?”
이번 태양전에서 서국은 지지 않을 테지만, 미리 발설할 필요는 없었다.
“충분한 사례를 할게. 그편이 너희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야. 너무 깊게 얽히면 곤란해져.”
이미 시로네와 오퍼레이터의 대결에 너무 많은 세력이 휘말린 상태였다.
‘쳇! 결국 동국이라 이건가?’
태양전을 신경 쓰는 수작이 뻔히 보이지만 정산이 끝날 때까지는 참는 게 좋았다.
“좋아. 그럼 여기서 나가자마자 금화륜에 연락해. 바로 정산해 달라고.”
“난 장거리 통신 옵션이 없어. 일단 중립지대까지 가서 접선하는 건 어때?”
“장난하냐!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다들 내 레벨 알고 있잖아. 그래서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지.”
“끙.”
모른다면 그것대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소나가 제안했다.
“그럼 우리가 연락을 할게. 중립지대에서 접선하는 건 무리야. 금화륜 같은 대형 길드가 손을 쓰면 꼼짝없이 당하는 거라고. 너무 불리하잖아.”
“알았어. 그럼 나가서 연락을 해 봐. 욜가의 아들이나 이지스에게 하면 될 거야.”
랭커의 코드명이야 당연히 알고 있었다.
마피아 일행이 우선순위를 야훼2로 지정하자 시로네는 상자를 획득했다.
모두가 모여들었다.
“봐 봐.”
상자가 열리면서 매끈한 재질의 도자기 호리병이 야훼2의 손에 쥐였다.
“오오! 이게 바로…….”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파도 소리가 들렸다.
스타트 지점은 담수호가 아닌 달섬의 외곽에 있는 아름다운 백사장이었다.
시로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드디어 끝났네.”
난이도를 떠나서 서국에서 사냥을 하는 것 자체로 부담이 컸던 여정이었다.
소나가 다가왔다.
“축하해. 이번에도 바로 장착할 거야?”
시로네는 손에 든 호리병을 바라보았다.
“응, 그래야지.”
다른 사용자는 어떨지 모르나 일단 장착을 해 두는 게 심적으로 편했다.
“장착.”
도자기가 스스로 흔들리면서 깨지더니 수은처럼 맑은 액체 금속이 허공을 맴돌았다.
“우와…….”
모두가 감탄하는 그때 맹렬한 기세로 액체 금속이 야훼2의 입으로 쳐들어왔다.
저항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고 마치 얼음물에 들어간 듯 전신이 차가워졌다.
물론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장착합니다.
증강현실에 메시지가 뜨더니 기존의 풍경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 이거?”
시로네에게는 익숙한 느낌.
‘스피릿 존이다.’
마치 주위의 모든 빛이 휘어서 들어오는 것처럼 시야의 사각이 없었다.
소나가 물었다.
“괜찮아? 이건 영상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더라고. 일단 엄청 어지럽던데.”
‘그렇겠지.’
눈이 아닌 뇌가 적응해야 한다.
‘녹화 영상은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출력하는 것뿐이니까. 아마도 파편처럼 깨진 풍경이 여러 겹으로 중첩된 이미지일 거야. 그런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계속 움직인다면 나라도 멀미가 나겠지만…….’
시로네의 뇌에서는 완벽한 구체의 풍경으로 정리가 되어 펼쳐지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 또한 일반적으로 말하는 ‘본다.’라는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나가 물었다.
“움직일 수 있겠어? 영상에서는 술 마신 것처럼 비틀대다 쓰러지더라. 300레벨도 넘었는데.”
덱스감성이 덧붙였다.
“나도 봤어. 그것 때문에 도나텔로 가격이 잠시 떨어지기도 했었지. 원래부터 전설 아이템은 실력에 따라 효율이 천차만별이지만, 이건 좀 심하다고 하더라고.”
시로네는 이해가 되었다.
마치 집중력이 미치지 못하는 일반인에게 스피릿 존을 준 것과 같았다.
“그래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은 있지?”
소나가 말했다.
“어차피 풀린 수량도 손에 꼽을 정도라서. 서국에서 대표적인 사용자라면 야귀가 있어. 태양전에서 탄막 피하는 걸 봤는데, 진짜 끝내주더라.”
‘야귀라.’
승천의 멤버였다.
‘현실의 마법사일까? 하긴, 집중력이 높은 사람이라면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마피아가 비꼬았다.
“아까부터 가만히 서 있네? 설마 어지럽냐? 그러게 함부로 장착하면 안 된다니까.”
“흐음.”
시로네가 성큼 발을 내딛자 속으로 비웃고 있던 마피아 일행이 깜짝 놀랐다.
“어디 한번…….”
땅을 박차면서 스퍼트를 하자 기체가 빠른 속도로 백사장 위를 질주했다.
가히 엄청난 시각 정보량.
하지만 스피릿 존을 넘어 엘리시온까지 가능한 시로네에게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괜찮은데? 이거라면 오퍼레이터하고의 출력 차이도 어느 정도 상쇄가 될 거야.’
최소한 사각을 빼앗길 일은 없었다.
다시 방향을 돌린 시로네는 질주 외에 정밀한 움직임까지 점검해 보았다.
서커스 같은 현란한 동작이 펼쳐지자 마피아 일행은 잠시 넋을 잃었다.
“뭐야? 겁나 잘 달리잖아? 정말 우리가 영상에서 본 그 풍경이 맞아?”
“아마도. 야귀도 저러니까.”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로네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걸며 일행 앞에 멈췄다.
“후우, 테스트 끝. 이거 정말 좋다.”
“…….”
괜히 부아가 치밀었다.
“뭐, 너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도나텔로는 다루기 어려운 파츠야. 그럼에도 사람들이 환장하면서 가지려고 드는 건 특수한 기능이 있기 때문이야.”
“특수한 기능?”
“스텔스 상태를 잡을 수 있어.”
“아하…….”
“물론 선명하게 보이는 건 아니야. 형태가 아른거리는 느낌이라고 하던데.”
빛을 굴절시키는 장치 앞에서는 스텔스라고 해도 완벽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엄청난 거야. 저주파 감지 옵션을 빼도 되니까. 슬롯 하나 버는 거지.”
“그 옵션을 쓰면 어떻게 보이는데?”
“안 보여. 좌표만 점으로 표시돼. 그래서 스텔스 옵션 사용자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거라고.”
“그럼 모두가 스텔스를 쓰지 않을까?”
“특정 실렉티브 옵션은 구현할 수 있는 파츠가 정해져 있잖아. 스텔스 옵션을 사용하려면 그 옵션에 맞는 파츠가 필요한데, 전투 성능이 극히 떨어지거든. 고레벨에서는 한번 잡히면 그대로 사망이야.”
“죽거나, 죽이거나. 양자택일이네.”
“그렇지. 그래서 도나텔로가 엄청나다는 거야. 슬롯을 아끼는 것은 물론, 실제로 형태를 감지하니까. 자, 이제 설명은 끝났어. 약속대로 연락한다?”
시로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피아가 욜가의 아들에게 통신을 시도했다.
“받을까?”
랭커들은 특정 사용자를 제외하면 통신을 차단해 놓는 게 일반적이었다.
일행이 초조하게 기다리는 가운데 마피아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이 커졌다.
“어? 받았다.”
일행이 모여들었다.
“받았어? 진짜?”
그들이 오지 못하도록 손을 내민 마피아가 엉거주춤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말해.
-나, 나는 서국의 사용자 마피아…….
-알아. 뉴스 봤어. 도나텔로는?
무시하는 투에 기분이 나빴으나 어차피 상대는 랭커였고 무엇보다 적국이었다.
-조금 전에 획득했어. 우린 정산을 받고 싶어. 야훼2가 약속했거든. 정산금은…….
-확인이 먼저야.
마피아는 페르미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야, 야훼2, 이쪽에서 확인부터 하겠대. 영상 찍어서 보낼 테니까, 눈 좀 가까이 대 봐.”
시로네는 오른쪽 눈을 가까이 내밀었다.
“확대. 확대.”
눈동자가 화면에 가득 차자 홍채를 따라 둥그렇게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인증 완료. 그다음엔 어…… 정말로 무사한지 승리의 포즈를 지어 보라는데?”
“됐으니까 빨리 보내.”
페르미의 장난에 넘어갈 시로네가 아니었으나 마피아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야, 그냥 보내래! 지금 보낸다.
녹화 영상이 전동되고 30초 정도가 지나자 페르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7명. 정산했다.
통신이 끊겼다.
잠시 황당하게 서 있던 마피아는 마치 통신이 되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야! 아직 가격 조정도 안 했잖아! 이런 식으로 막나가는 거라면 우리도……!”
“마, 마피아.”
동료들이 홀린 듯 허공을 보는 가운데 마피아의 증강현실에 메시지가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