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15
콘스탄틴의 눈빛이 다정하게 변했다.
“후후. 젊은이.”
그리고 곧바로 눈에 광기가 차오르더니 이를 악물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곳에 내 집은 없어.”
방패 틈 사이에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빛의 창이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케이든은, 그 창이 채 10센티미터를 전진하기도 전에 움직였다.
마검기-섬閃(방황하는 섬광).
빛이 번쩍였다.
섬광은 너무 빠르고 가벼워서, 마치 길을 잃은 듯 수십 번의 예각으로 꺾였고.
“헉!”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무대 위에는 황금빛 선의 예술이 펼쳐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검이 너무 가벼워서.”
콘스탄틴의 창이 뻗은 길이는 고작 13.7센티미터였다.
“끄륵…….”
콘스탄틴의 몸에서 붉은 선혈이 새어 나오더니 수십 조각으로 분리되어 떨어졌다.
각국 관리들의 생각은 똑같았다.
‘저 괴물은 또 뭐야?’
미래의 예언이 틀렸고, 왕국이 상대하기 힘든 또 다른 강적이 등장했다.
“돌아가지.”
알비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찮은 피날레였어.”
인류 종말에 딱 어울리는 마지막이 아닌가.
숨죽이며 상황을 살피던 자들이 자리를 떠나자 레이나는 어둠을 돌아보았다.
‘라이.’
케이든 덕분에 별 탈은 없었지만 동생은 여전히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상처가 크겠지.’
레이나도 한때는 검술을 익혔기에 라이가 받았을 충격의 정도를 예상했다.
‘이것만 기억해. 네가 잘났든 못났든, 가족이라는 거.’
그것이 오젠트니까.
동생을 배려한 레이나가 별관을 나서자 라이 또한 슬그머니 어둠으로 사라졌다.
‘섬광.’
그런 경지도 있었다.
‘가장 빠르게 벤다. 가장 은밀하게 벤다. 가장 강력하게 벤다. 가장, 가장, 가장.’
모두가 한 가지 길에 매진할 때 도대체 자신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제길.’
어쩌면…… 오젠트 가문의 진정한 수치는 자신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무대를 내려온 케이든은 관객석 쪽으로 피해 있는 마야에게 걸음을 옮겼다.
“마야.”
마족 미요에게서 구해 줬을 때처럼 케이든이 무슨 말을 할지는 알 것 같았다.
“사랑합니다.”
마야는 준비한 말로 답했다.
“미안.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진심이에요.”
마야는 고개를 들었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받아 줄 수 없다면 그만 마음에 묻겠습니다. 버티기 힘들고 어렵겠지만, 온전히 제가 감당하며 살아갈 거예요.”
“케이든…….”
처음으로 그의 말이 심장에 박혔다.
‘모든 것을 던진다.’
케이든이 다가오자 마야의 머릿속은 빠르게 뛰는 심장만큼이나 다급해졌다.
‘어떡하지?’
그녀도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시로네 대신이랄지, 생명의 은인이랄지 같은 것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테니까.
“나는…….”
첫마디를 내뱉는 순간, 케이든을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들이.
‘시로네.’
그녀에게 확신을 주었다.
‘고마웠어.’
비로소 웃을 수 있게 된 마야가 눈을 감자 케이든이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무대에 앉아 있던 엘 키아나의 눈이 퀭해졌다.
“아주 놀고들 있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미소를 머금더니 아련한 시선을 띄워 보냈다.
“그래, 사랑 좋지.”
운명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케이든은 적십자성의 운명을 넘어 처음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어 냈지만.
그의 탈옥이 진심의 발로인지, 아니면 단순히 율법이 변했기 때문인지.
여전히 우리는 우주의 미아일 뿐이고, 그 정답을 손에 쥐고 있는 자는…….
“삐이이이이이!”
오직 신神뿐이었다.
“삐이이이! 삑! 삐빅! 삐이이이이!”
콘스탄틴이 죽은 직후, 키트라는 복도에 무릎을 꿇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삐이! 삐! 삐이! 삐!”
연산 불가! 연산 불가! 연산 불가! 연산 불가!
허수의 함수를 아무리 대입해도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없는 모순이었다.
“삑. 삑.”
그는 무한대의 우주를 탐색했다.
마이너스 시간에서 우주의 탄생과 소멸은 찰나에 불과하기에 연산 시간은 제로.
“삐이이이이.”
이 우주의 종말이라는 결과값이 나올 확률이 키트라의 뇌리에 전송되었다.
99.9999999999……퍼센트.
“삐…….”
잠시 소리가 그쳤다.
만약 인간이었다면 압도적인 승률을 믿고 그대로 밀어붙일 테지만.
“삐. 삐.”
신은 마음이 없기에 믿을 수도 없다.
수없이 같은 계산을 반복해도 100퍼센트가 나오지 않자 루트가 둘로 쪼개졌다.
1. 현재 시스템하에서 100퍼센트가 나올 때까지 연산을 반복한다.
2. 학습을 통해 시스템을 바꾼다.
완벽이라는 개념에 도달하는 두 가지 조건이었다.
실행.
두 가지 경우를 동시에 계산하는 키트라의 두 눈에 푸른 전기가 번쩍였다.
“삐이이이이이!”
이것은 신의 내지르는 비명일까, 아니면 단순한 시스템 경고음일까.
“삐이이이이이!”
분명한 것은, 바깥 세계의 신은 소리에 마음을 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
그린 오션.
12사도와 평천사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가운데 전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블리츠의 눈이 번쩍였다.
‘이긴다.’
페어리의 개체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소수 정예가 빛을 발하는 시점이었다.
‘전력 비대칭이 심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페어리는 곧 전멸할 거야.’
천국의 율법을 집행하던 작은 생물체는 훗날 동화에서나 나오게 될 터였다.
그리고 같은 시각.
엘프의 아지트는 초토화된 상태였다.
“싸워! 저건 에린이 아니야!”
에린의 몸에 ‘탑승’한 크라운은 거의 초당 1명씩 엘프를 죽이고 있었다.
“하하.”
에린이 서늘하게 웃었다.
“너무 쉬운데?”
엘프의 수장 에녹스가 물었다.
“너, 누구야?”
“모르겠어?”
크라운은 두 팔을 벌리며 다가갔다.
“나야, 에린.”
에녹스가 얼굴을 구겼으나, 두 다리는 여전히 땅에 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승리는 중요하지 않아.’
누가 먼저 멸종하느냐의 싸움이었다.
“프로테아.”
에녹스는 화족의 족장에게 말했다.
“최대한 많이 데리고 도망쳐. 1명이라도 더 살아남아야 미래가 있다.”
이제 남은 엘프와 화족은 불과 수십 명.
‘쓸데없이 수명은 길어서.’
유구한 시간 동안 번식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노래를 부르고, 자연을 찬미하고, 담론을 나누고.’
에녹스는 깨달았다.
‘그런가?’
인간의 허무할 정도로 짧은 수명, 강력한 성욕, 만족을 모르는 탐욕은…….
‘가끔 한심하다고 여겼지만.’
종족의 관점에서는 수많은 위기에서도 종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강력함이었다.
“프로테아.”
에녹스가 검을 움켜쥐고 소리쳤다.
“가!”
힘이 실린 외침에 프로테아는 극단적 수동성에 몸을 맡기며 소리쳤다.
“나를 따라오세요!”
동시에 에녹스가 에린에게 돌진했다.
“에스타시온!”
수천 개의 날카로운 바람이 사방을 휩쓸고, 에녹스의 목에서 선혈이 뿜어졌다.
“안 된다니까.”
어느새 멀리 떨어진 에린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화족의 뒤를 쫓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에녹스는 생각했다.
‘강하다.’
어렴풋이 크라운이라는 것은 느꼈지만 엘프도, 페어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제3의 종족.’
미련은 없었다.
‘강한 종족이 살아남는 것이 순리니까.’
쿵 하고 상체가 쓰러진 자리에 붉은 피가 빠르면서 느리게 번지기 시작했다.
‘야훼여.’
생의 마지막 순간 남은 것은…….
‘화족을 구원하소서.’
믿음뿐이었다.
엘프를 멸종시킨 크라운은 뺨의 피를 닦았다.
‘비긴 셈인가?’
지금쯤 페어리도 전멸했겠지만 어차피 그는 더 이상 페어리가 아니었다.
“네가 마지막이군.”
크라운은 프로테아에게 다가갔다.
“이것도 역사적인 순간이니 한마디 하게 해 주지. 종족의 유언을 말하라.”
“……당신은 큰 실수를 저지른 겁니다. 화족은 이 세계의 유일한 희망. 반드시 후회할 거예요.”
“기록해 두마.”
한 번의 칼질로 프로테아의 목이 떨어졌다.
“멸종 생물의 발악으로.”
그렇게 종족 전쟁은 엘프도 페어리도 아닌 제3의 인류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나는 우월하다.”
크라운이 원하는 것은 인간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인류를 통제하는 것.
‘그것이 일루미나티의 숙명.’
신과 인간의 중간 지점에서 균형을 맞추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었다.
“성전으로 가야겠지.”
인류 종말까지 고작 1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는 모른다.
과연 알게 되었을 때, 크라운은 신의 편을 들 것인가, 인간의 편을 들 것인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나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