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40
레이나는 벽에 바짝 달라붙어 다가오는 상대를 경계했다. 어둠의 장막을 뚫고 한 사람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에이미를 발견한 레이나가 황급히 앞을 가로막았다.
“에이미!”
“꺅! 깜짝이야! 언니?”
“뭐야? 너 왜 여기에 있어?”
“일단 달려요!”
에이미는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듯 레이나의 팔을 잡아 걸고 뛰었다. 그러자 레이나도 스키마를 발동하여 에이미와 속도를 맞추었다.
쾅! 쾅!
묵직한 충격이 벽면을 때리는 소리가 전해졌다.
레이나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를 해제했다. 이 상태로 진동을 듣다가는 고막이 나가 버릴 지경이었다.
“뭐야? 괴물이라도 따라오는 거야?”
에이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겪은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만 우선은 시로네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나중에 말해 줄게요. 시로네는요?”
“이쪽이야. 저기서 소리가 들렸어.”
왼쪽의 갈림길로 들어간 두 사람은 외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창고를 바라보았다. 천장에서 내려온 안내판에 식량 저장고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전투의 흔적으로 내부가 엉망진창이었다.
밀가루가 쏟아져 있고 일부분은 연기처럼 풀어져서 공기가 불투명했다. 채를 썰고 남은 듯 야채들이 토막 난 채로 밀가루 옷을 입고 있었다. 에이미는 이곳이 고기 저장소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로네는 어디 있지?”
에이미가 좌우를 살피며 걸음을 옮기는 그때 레이나가 팔을 펼치며 가로막았다.
“위험해. 움직이지 마.”
흠칫한 에이미는 레이나가 노려보고 있는 곳을 살폈다. 밀가루 연기 사이로 수많은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이건……!”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사방이 거미줄이었다. 마치 100년은 봉인된 창고처럼 을씨년스러운 광경이었다.
“어째서 이런 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는 거죠? 그것도 엄청나게 큰 거미인 거 같은데.”
“조심해. 뭔가 있어.”
레이나는 에이미를 뒤에 두고 천천히 거미줄 사이를 지나쳤다.
그 순간 포대 자루가 쌓여 있는 건너편에서 미약한 목소리가 들렸다.
“……쳐.”
레이나와 에이미는 동시에 몸을 날려 그곳으로 향했다.
시로네가 거대한 거미줄에 거꾸로 걸려 있었다. 옷은 여기저기 너덜거렸고 수많은 자상이 몸에 새겨진 상태였다.
에이미는 눈물이 핑 돌았다.
“시로네!”
“도망쳐……. 이 녀석…… 엄청나게 강…….”
“기다려! 지금 구해 줄게!”
에이미는 곧바로 달려갔다.
모르는 인간이 거미줄에 걸려 있는 광경만 떠올려도 오싹한데 그 대상이 시로네라는 건 가히 충격적인 공포였다.
잠시 거미줄을 살피던 그녀는 방법이 없자 손으로 붙잡고 찢었다. 시린 통증이 치밀었다. 손을 떼고 살펴보니 손바닥이 예리하게 베여 있었다.
“무슨 거미줄이 이래?”
시로네가 젖 먹던 힘을 다해 소리쳤다.
“에이미! 도망쳐!”
그 순간 레이나가 에이미의 허리를 껴안고 몸을 날렸다. 날카로운 바람 소리는 레이나의 청각이 아니고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음파였다.
바닥에 쓰러진 에이미는 영문을 모른 채 레이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어둠 속의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크크, 제법이군.”
시로네의 옆으로 거꾸로 매달린 제노거가 내려왔다.
에이미와 레이나는 남자의 기괴한 외모를 보고 흠칫 놀랐다. 횃불이 멀어서 자세히는 볼 수 없지만 분명 눈동자가 여러 개였다.
“현이 움직일 때는 진동이 생기지. 그 진동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라면 확실히 2차원적인 베기로는 죽일 수 없지. 응, 그러하다.”
에이미가 한 발짝 나서며 소리쳤다.
“시로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빨리 풀어 줘!”
제노거는 거꾸로 매달린 시로네와 눈높이를 맞춘 상태에서 고개를 돌렸다.
“아, 이거? 일단 잡아 뒀지, 키키. 만져 봐서 알겠지만 꽤나 날카롭거든. 발버둥 치면 온몸이 토막 나 버린다고. 그래서 손끝 하나 까닥하지 못하고 있는 거야.”
“이게……!”
에이미가 울분을 토하려는 순간 제노거가 말했다.
“자, 여기서 문제. 그렇다면 시로네의 몸에 난 상처는 언제 생긴 것일까? 1번, 거미줄에 잡히기 전에 생겼다. 2번, 거미줄에 잡힌 후 생겼다.”
에이미는 지금 상황에 그게 왜 중요한지 몰랐다.
하지만 제노거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자 점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만약 정답이 후자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제노거의 목을 비틀어 버릴 생각이었다.
“너,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에이미가 분노하자 제노거는 그나마 위안을 얻었다. 사실 2번이야말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였다. 거미줄 위에 올려놓고 조금씩 상처를 내면 먹잇감은 움직일 수도,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답은 1번이었다.
암살자의 존재를 인지한 시로네의 감각은 제노거가 보기에도 실로 엄청났다. 무려 10분간의 추적 끝에 겨우 거미줄에 포박시킨 참이었다.
창고의 입구에서 지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아직도 안 끝난 거야?”
에이미는 낭패한 기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촉수를 문어의 다리처럼 늘어뜨린 지온이 뒷짐을 진 채로 오만하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에이미와 레이나는 즉각 등을 지고 돌아섰다.
시로네는 암살자에게 붙잡혀 있고 퇴로까지 차단당한 상황. 모든 정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온은 두 여자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레이나가 여기까지 쫓아온 것은 예상 밖이지만 어차피 독 안에 든 쥐였다. 그보다는 거미줄에 붙잡힌 시로네에게 더 관심이 갔다.
땅에 착지한 제노거가 허리를 구부리며 경의를 표했다.
“오셨습니까, 왕자님. 이제 막 마무리를 지으려던 참입니다.”
“마무리? 약속 시간보다 훨씬 지났잖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죄송합니다.”
제노거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암살자라고 해도 를 소지한 자에게는 한 번의 유예를 줄 수밖에 없지만, 스파투르의 자부심은 오로지 실력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온이 짜증 난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됐고, 빨리 일부터 끝내라. 시로네의 목을 잘라.”
제노거는 즉각 고개를 숙이고 시로네가 묶인 거미줄에 올라탔다. 그런데 막상 일을 끝내려고 하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1명이 아직도 안 보이는뎁쇼?”
아리우스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스케일 마법사의 전매특허인 플리커 마법은 극단적인 시공간 왜곡에서 발생하는 단거리 공간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감옥에 가두어도 마력 제어장치만 없다면 한순간에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게 스케일 마법사란 자들이었다.
따라서 아리우스에게 시간과 공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쯤 시공간의 어떤 좌표에서 나타날 기회를 엿보고 있을 터였다.
“대기하고 있겠지. 자, 빨리 시로네의 머리를 몸에서 분리시켜.”
“알겠습니다.”
에이미가 전투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웃기고 있네! 누가 그렇게 둘 것 같아?”
지온은 비로소 여자들을 돌아보며 살기를 뿜어냈다. 어깨 너머로 촉수들이 올라와 마녀의 손톱처럼 튀어 나갈 채비를 했다.
시로네는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도 지온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갑옷이 아르망의 실체라는 걸 직감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전부 죽는다는 생각에 살이 찢기는 것도 개의치 않고 몸부림을 치며 소리쳤다.
“도망쳐! 레이나 누나, 에이미를 데리고 도망쳐요!”
에이미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시로네가 죽으면 도망쳐 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금으로서는 지온과 결판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레이나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 보폭을 넓히고 지온을 노려보았다.
오젠트는 검을 숭상하는 가문. 비록 무기는 들지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갈고닦은 기술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에이미와 레이나는 좌우로 갈라져 지온을 협공했다. 그러자 뜻밖에도 아르망의 반응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아무리 공생체라고 할지라도 모든 판단은 지온이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전투 경험이 없는 그는 양동작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그런 만큼 아르망의 촉수도 정확한 타격 지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에이미는 상대의 변화를 곧바로 알아챘다.
‘날 우습게 봤겠다! 제대로 갚아 주마!’
지온은 예상과 다른 상황에 이를 악물었다. 눈에 보이는 마법은 아르망이 촉수로 막아 내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나가 신경 쓰였다.
“제길! 이 계집애들이!”
지온은 최대한 후퇴하여 문 앞을 막아섰다. 어차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면 최소한 도주로라도 차단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두 사람이 노리던 바였다.
레이나는 창고를 크게 우회하여 포대 자루를 밟고 뛰어올랐다.
“여기다!”
여느 기사라면 레이나의 목소리에 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맨손 격투의 레이나와 마법을 구사하는 에이미 중에서 누가 더 위험한지는 어린애도 아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지온은 다급한 마음에 돌아보았고, 그 사각을 노리고 에이미가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시전했다.
‘끝났다!’
에이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갑자기 몸이 이상한 힘에 사로잡혀 날아갔다. 관성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 보지만 불가항력이었다.
날아가는 와중에 레이나를 돌아보고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깨달았다.
대포처럼 날아온 실타래가 풀어지더니 거미줄로 변해 레이나를 덮쳤다. 그녀의 몸이 거미줄과 함께 천장에 가까운 벽에 달라붙었다.
거기까지 확인한 순간 에이미도 벽에 처박히면서 등에 강력한 통증을 느꼈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거미줄을 내려다보았다. 힘으로 끊어 보려고 해도 너무 질겼다.
시로네를 포박한 게 칼날처럼 예리한 강선이라면 이것은 마치 끈끈한 점액질 같았다.
레이나와 에이미는 사력을 다해 발버둥을 쳤지만 가만히 내버려 둘 제노거가 아니었다.
제노거는 상체를 풍선처럼 부풀리고 입으로 거미줄 구슬을 토해 냈다.
연거푸 튀어나오는 거미줄이 중반 지점에서 활짝 펴지면서 레이나와 에이미를 계속해서 덮었다.
“크으으윽!”
거미줄이 달라붙을 때마다 구속력이 강해졌다.
다섯 장 이상이 달라붙자 결국 에이미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반대편 벽에 붙어 있는 레이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크크, 설쳐 대기는. 괜찮으십니까, 왕자님?”
지온은 그제야 한시름을 놓고 바닥에 내려왔다. 날파리 같은 세 사람이 발버둥조차 치지 못하고 구속되어 있는 모습을 보자 심히 흡족했다.
5. 온갖 변수 (5)
지온은 에이미를 돌아보며 조롱했다.
“흥, 꼴좋군. 그러게 건드릴 사람을 건드렸어야지.”
“비겁한 자식! 빨리 이거 풀어!”
“걱정하지 마. 풀어 줄 테니까. 다만 그 전에 좋은 구경부터 하라고.”
지온이 반쯤 돌아서며 제노거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로네의 머리를 나에게 가져와.”
그러자 제노거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시로네가 묶여 있는 거미줄을 타고 올라갔다.
의태 능력을 통해 무게중심을 조절하는 그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강선 위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녔다.
“에이미! 에이미!”
시로네는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에이미를 불렀다.
그 꼴을 보자 지온은 더욱 기뻤다. 생각 같아서는 그가 보는 앞에서 에이미를 괴롭히고 싶지만 아타락시아를 빨리 소유하고 싶은 마음도 그보다 적지는 않았다.
‘가만, 그런데 아리우스는?’
완벽하게 판을 벌려 놨으니 이제는 등장해야 마땅했다.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스케일 마법사가 약속 장소에 늦게 온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마지막 순간에 번쩍하고 나타날 모양이었다.
‘쳇, 쓸데없이 연출을 하고 난리야. 하여튼 겉멋만 들어 가지고.’
어차피 처음부터 모르던 성격도 아니었다. 아리우스도 프로의 자부심이 있으니 뭐가 됐든 일은 똑바로 할 것이다.
지온은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시로네를 짓누르고 있던 제노거가 혀를 내밀고 얼굴을 핥을 듯 날름거렸다. 하지만 시로네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힘이 닿는 데까지 에이미에게 소리쳤다.
“에이미! 도망쳐!”
“케케케, 가련하군. 하지만 어차피 너는 죽어.”
제노거는 팔과 다리를 넓게 벌리고 시로네를 짓누르듯 위치를 잡았다. 옆구리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옷깃 안쪽에서 새로운 2개의 팔이 빠져나왔다.
그것을 본 시로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크크, 왜? 징그러워? 하지만 나는 6개까지 팔을 만들 수 있거든.”
제노거는 새로운 두 팔로 입에서 강선을 뽑아냈다. 그리고 능숙한 솜씨로 시로네의 목에 한 바퀴를 돌렸다.
“고통은 없을 거다. 업계 최고의 실력이니까.”
시로네는 죽음을 직감하고 눈을 감았다. 18년의 짧은 생이 여기서 마무리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죽을 수 없었다. 그는 사력을 다해 소리쳤다.
“에이미! 이……!”
“싹둑!”
시로네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제노거가 기괴하게 웃으며 두 팔로 강선을 잡아당겼다. 거미줄이 시로네의 피부에 파묻히면서 목에 고리처럼 실금이 그어졌다.
동시에 제노거의 뒤편에서 파짓 하고 전기가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스케일 마법사의 전매특허인 플리커 마법 특유의 소음이었다.
‘그럼 그렇지.’
지온은 아리우스의 허세에 혀를 찼다. 어쨌거나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혔으니 화낼 일은 아니었다.
“응?”
지온의 눈에 의아한 빛이 감돌았다.
아리우스가 아니었다. 아니, 아리우스인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뭐야, 그 꼬락서니는?”
복면은 대답 없이 바닥을 굴러 레이나와 에이미로 향하는 요충지를 차단했다. 등장하자마자 선점한 위치만 봐도 아군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리우스가 아냐? 그럼 그 자식은 어디 있는 거야? 시로네는 벌써 죽었…….’
지온은 황급히 제노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의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실물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미묘하게 뒤틀린 표정이었다.
시로네 또한 눈을 크게 뜨고 에이미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강선은…… 시로네의 피부에 살짝 파묻힌 채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또다시 파짓 하고 플리커 마법의 소리가 들렸다.
아리우스가 공간에 나타나자마자 바닥을 굴러 지온의 옆에 멈춰 섰다. 그간의 고단함을 드러내듯 땀으로 범벅이었다.
“제길! 늦었나?”
지온이 짜증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저 자식은 누구고?”
“모르겠습니다. 시간 마법의 언로커인 것은 분명합니다. 어떻게든 따돌리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좌표를 교란하는 바람에…….”
시공간의 역장 속에서 두 사람은 무려 700회가 넘는 플리커를 시도했다. 복면 또한 나름 고전했지만 결과적으로 늦은 건 자신이었다.
‘젠장. 상성이 최악인데.’
공간 전문에게 시간 전문은 천적과도 같았다. 아니, 그것은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서로를 꺼리는 불과 물 같은 관계.
그럼에도 자신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것은 복면의 실력이 스케일 마법사 중에서도 최상급임을 뜻했다.
‘도대체 누구지? 저 정도 실력이면 아는 마법사일 텐데.’
또한 그렇기에 복면을 쓴 것이다.
얼굴 전체를 가린 이유도 완벽하게 정체를 감추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어차피 저 정도 수준에 오르면 시각쯤이야 스피릿 존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
아리우스의 머릿속에 몇몇 짐작 가는 인물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상황에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개연성은 갖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