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352
결과…….
결과…….
골렘에게 저장되어 있던 어마무시한 양의 데이터가 모조리 검색되면서 하나의 정보를 도출했다.
쿵! 쿵! 쿵! 쿵!
동시에 모든 골렘들이 붉은 눈빛을 꺼트리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중량이 엄청나서 구조물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실내가 흔들렸다.
“뭐야? 갑자기 왜……?”
긴장이 풀리지 않은 조원들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가운데 봉황정을 거둔 플루가 시로네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골렘이 왜 쓰러진 건데?”
“저도 몰라요.”
“모른다고? 그런데 왜 공격하지 않은 거야?”
사실은 시로네도 거기에 대해 생각 중이었다. 어째서 골렘에게서 위협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을까?
‘마치 그때처럼…….’
베히모스가 화신과 통합되면서 실체적 기억은 사라졌지만 통합적인 느낌만은 남아 있듯, 지금도 그랬다. 언어가 아닌 어떤 감정이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선배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시로네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플루를 돌아보았다.
“저…… 이곳에 한번 왔었던 것 같아요.”
생물의 정의 (3)
군수 커뮤니티 정문 앞.
“크크크, 잔뜩 움츠러들었군. 이것들을 어떡하지?”
“죽이지 뭐. 아니, 산 채로 데려갈까?”
경호원들의 목소리는 마치 목젖에 근육이 붙는 것처럼 가늘고 탁해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발산하는 기운이었다.
칼이든 송곳니든 발톱이든, 살의를 품은 생물과 대면했을 경우 강렬한 기운을 느끼지만 기질은 저마다 다 다른 법이다.
살인마? 맹수?
놈들에게서 전해지는 기운은 그런 것과 완전히 달랐다.
미지의 생물체. 혹은, 기존의 생물체들이 복잡하게 뒤섞인 무엇.
‘이번에도 창피를 당할 순 없지.’
쿠안은 언제라도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놈들이 본색을 드러내면 세 방향으로 외중력을 쏜다.
좌측의 놈들을 먼저 베고, 되먹임으로 가속을 붙여 그보다 빠르게 남은 자들을 소탕.
틱. 틱. 틱.
스키마 유저가 아니고서는 눈치챌 수 없을 만큼 미약한 소리가 쿠안의 귀에 도달했다.
아르민과 대치하고 있는 경호원의 오른손에서 손톱이 길게 뽑혀 나오는 소리였다.
“모두 동작 그만!”
정문 너머에서 우렁찬 고함 소리가 터졌다.
쿠안은 곧바로 지상에 발을 대고 회전하며 외중력을 무력화시켰으나 이미 그의 검은 피 맛을 본 뒤였다.
턱! 턱!
좌측에 서 있던 경호원 2명의 목이 아래로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 서 있던 쿠안이 어느새 적들의 진영에 가 있자 시이나는 전율을 느꼈다.
그가 움직이는 시점도, 동작도 인지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검사들이 추진력을 통해 기습을 하는 반면 쿠안은 오히려 흡입력을 통해 이동한다.
준비 단계나 예열조차 필요 없는 급가속.
쿠안이 적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식이! 죽여 버리겠다!”
동료의 죽음을 목도한 경호원들이 달려들자 쿠안 또한 검을 수평으로 치켜들고 맞설 채비를 했다.
“그만하라고, 이 자식들아! 형님 말씀 못 들었어?”
경호원들의 동작이 일시에 정지했다.
아직 특별한 외형의 변화는 없었지만 얼굴만큼은 괴물에 육박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철컹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리고 거구의 중년 남자가 걸어 나왔다.
밍크처럼 길고 부드러운 털이 달린 코트를 걸치고, 양어깨에는 공포에 질린 족제비의 얼굴이 박제되어 있었다.
어깨까지 늘어뜨린 머리는 정돈되지 않아 푸석푸석했고 끝이 뾰족한 알이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본토 인근의 모든 사냥터를 전부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야맹의 리더 프랭크와인이었다.
아르민이 그를 향해 걸어가 물었다.
“당신이 이곳의 책임자입니까?”
“흐음.”
프랭크와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아르민을 살피더니 듬성듬성 박힌 금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로군. 그래, 내가 이곳 대장이지. 나를 찾은 이유가?”
“군수 커뮤니티에 의뢰할 것이 있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장사를 하자는 거로군. 그래, 장사는 꼭 필요한 일이지. 어서 들어와, 들어와.”
“형님! 저들이 동료 2명을 죽였습니다! 이대로 들여보내실 겁니까?”
프랭크와인은 깔끔하게 목이 떨어져 나간 두 구의 시체를 돌아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뭐가 어때서 그래? 사내들끼리 싸우다 보면 죽기도 하고, 또 뭐야, 그래, 목이 잘리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뭐가 대수라고 호들갑이야?”
“하지만 형님……!”
프랭크와인의 얼굴이 짜증스럽게 구겨졌다.
“자꾸 내 말에 토 달 거야? 네가 죽었어? 아니잖아. 너 살아 있지? 그럼 남이 죽든 말든 신경 끄고 가서 네 일이나 제대로 해.”
경호원들은 아르민 일행을 돌아보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길을 열어 줄 수밖에 없었다.
폭력적이고, 절대적이다.
아르민이 받은 야맹의 첫인상이었다.
프랭크와인은 사무실로 가는 길에 공장들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었다.
짐작은 했지만 눈으로 보고 말로 들으니 규모가 실로 방대했다.
엘릭서로 만드는 식량인 칼라와 각종 무기, 사냥에 필요한 소모품, 약품 등 무엇이든 취급하고 있었고, 인근 사냥터를 빌려주면서 얻는 막대한 양의 엘릭서는 가히 본토 최대 규모의 커뮤니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확실히 여태까지 만난 적들과는 다르다.’
경계심을 느낀 아르민이 넌지시 떠보았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쁘다고 들었는데요.”
“아, 어제 과음을 해서 말이야. 속이 좋지 않았지. 하지만 놀면 뭐해? 똥밖에 더 싸겠어? 크크크.”
프랭크와인이 마치 아르민이 사는 세계의 호텔 지배인처럼 자랑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었다.
바퀴벌레나 안락함을 느낄 법한 좁아터진 방이었고, 벽지에는 담배와 알코올 등이 찌들어 악취가 고약했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하던 일 좀 마저 끝내고 돌아올 테니.”
아르민 일행을 사무실로 들여보낸 프랭크와인은 그길로 몸을 돌려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올백으로 머리를 넘긴 금발의 미남자가 긴 다리를 책상에 쭉 뻗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아, 형님. 오셨습니까.”
“내가 뭐라고 했지? 한 번만 더 내 책상에 앉으면 죽여 버린다고 했을 텐데?”
“누가 걸릴 줄 알았나요. 그나저나 어떻습니까, 놈들은?”
야맹의 2인자 미트건.
군수 커뮤니티에는 300명이 넘는 직원이 있지만 프랭크와인을 감히 경호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실력자는 오직 미트건뿐이었다.
프랭크와인이 구겨진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쓸 만하더군. 놈들에게 맡겨 보자고. 레이시스가 보낸 견적서 있지? 그거 다시 줘 봐.”
미트건이 속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프랭크와인이 받아서 펼치자 대략 10여 종에 달하는 생물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1순위와 2순위로 구분이 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사냥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크크, 나도 미쳤지만 그 여자도 제정신이 아니야. 이걸 어떻게 구해 오라는 거야? 부하들 보냈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군.”
“하지만 그만큼 파격적인 제안입니다. 조직원 100명에 대한 텔로미어 레벨을 5단계까지 맞춰 주겠다고 했습니다.”
“흐음, 5단계라.”
텔로미어 레벨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순수한 힘을 말한다.
따라서 텔로미어 레벨이 높을수록 전투력 또한 강해지는 건 당연한 사실.
텔로미어 레벨 5 정도면 폭발적인 생체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무려 400년의 수명을 누릴 수 있을 정도의 생명력이었다.
그런 부하 100명이 생긴다면 앞으로 야맹의 미래는 승승장구.
하지만 의아한 점은, 사방에 적을 두고 경계하는 레이시스가 선뜻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이유였다.
“무슨 꿍꿍이지, 그 여자? 인근 지역 먹이사슬의 최상종만 적어서 보냈어.”
생존을 따지자면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지만 그것만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먹이사슬의 피라미드 끝에 오른 생물체는 모든 단점을 커버하는 강력한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변태인 건 알지만, 너무 개성적이잖아? 이렇게 특징이 뚜렷한 것은 다른 생물하고 합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방법을 찾은 것이겠죠. 믿을 수 없는 여자지만 서투른 짓은 하지 않으니까요. 또한 그녀가 제시한 조건은 야맹에도 확실히 도움이 될 겁니다.”
프랭크와인은 메모지를 구겨서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래서, 너는 이 거래를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하냐?”
“네. 저쪽에서 무슨 생각이든 야맹의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연옥을 지배할 야망을 가졌다면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프랭크와인이 우악스럽게 팔을 휘돌려 미트건의 턱을 후려쳤다.
포탄처럼 날아간 미트건의 몸이 쾅 소리를 내며 벽에 처박혔다. 옆으로 누운 자세로 바닥에 추락하자 벽에 거대한 균열이 가 있었다.
미트건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일어서자 프랭크와인이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한 번만 더 내 의자에 앉으면 죽여 버린다.”
쿵.
문이 닫혔다.
프랭크와인이 안내한 사무실에 앉아 있는 아르민 일행은 하나같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술, 담배에 찌든 악취 틈새로 또 다른 종류의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시이나가 손부채를 흔들며 말했다.
“대체 이게 무슨 냄새예요?”
남자들은 짐작이 갔지만, 침묵을 유지했다.
에텔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게요. 이거 꼭 무슨 생선…….”
아르민이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상하군요, 군수 커뮤니티의 수장이 갑자기 호의를 가지고 대한다는 것이.”
시이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방심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경호원들도 그랬지만 프랭크와인의 기질은 정말로 이상했거든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변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일 수도…….”
에텔라와 쿠안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설령 다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들이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프랭크와인이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하하! 미안하군. 일이 좀 밀려서.”
시이나가 기다렸다는 듯 따졌다.
“사무실이라면서 왜 이렇게 지저분하죠? 그리고 대체 이 냄새는 뭐예요? 머리가 아플 지경이잖아요.”
프랭크와인이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시이나를 바라보다가 퍼뜩 깨달은 듯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 그렇군! 그러니까, 어제 내가 평소보다 화끈하게 노는 바람에…….”
아르민이 자리를 권했다.
“앉으시죠. 긴히 드릴 말이 있습니다.”
프랭크와인은 머쓱하게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계산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분명 네 사람 모두 탁월한 실력자다. 그러면서도 순진한 아가씨가 둘이나 포함되어 있다.
생존이 전부인 연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인간상.
‘이것들, 다른 세계의 놈들이군.’
그렇다면 오히려 얘기가 쉽다. 프랭크와인 또한 연옥 출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래, 야맹의 유능한 부하 2명을 쓱싹해 버린 무서운 분들께서, 무슨 연유로 이런 허름한 곳을 찾으셨나?”
부하의 죽음을 잊을 리는 없다.
하지만 프랭크와인의 감정은 애도가 아닌, 고깃값이라도 벌겠다는 지극히 사업적인 생각에 가까웠다.
“군수 커뮤니티의 공장을 빌리고 싶습니다.”
“호오, 시작부터 세게 나오는군. 뭘 만들려고?”
아르민은 거래에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했다.
핵심은 대형 타기스를 제작하는 것.
그에 수반되는 엘릭서나 재료는 모두 자신들이 부담하고, 공장을 빌려주는 대가 또한 엘릭서로 지불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랭크와인은 입맛을 다셨다.
딱히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장사꾼에게는 모든 거래가 황금이니까.
다만 상황이 묘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2사령관 레이시스의 갑작스러운 견적서. 그리고 이번에는 제1사령부가 얽혀 있을 게 분명한 대형 타기스 제작 의뢰까지.
‘반군 쪽에서 뭔가 일이 터지긴 했군.’
아르민이 다시 강조했다.
“사례는 섭섭하지 않게 할 것입니다.”
프랭크와인은 생각에서 벗어나 활짝 웃었다.
“그런 큰일이 있으면 당연히 우리를 찾아야지. 이제 보니 거물이셨군. 하지만 말이야, 공장을 돌리려면 엘릭서만으로는 안 돼. 알다시피 우리가 요새 너무 잘나가서 말이지.”
“그렇다면?”
엘릭서는 화폐하고 쓰임새가 다르지만 본토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는 가장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물건.
엘릭서만으로는 안 된다는 프랭크와인의 말을 아르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
“흐음, 이걸 어떡하나.”
프랭크와인은 생각에 잠기는 척하더니 책상으로 가서 무언가를 끼적거렸다.
메모 책의 종이를 찢은 그가 구긴 상태로 테이블에 던지자 아르민이 천천히 펼쳐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눈을 가린 붕대 밖으로 광안이 빛을 뿜었다.
사냥 목록
1. 광합성 괴수체 올키르-사냥 랭크 A급
2. 박요종 이제르몽-사냥 랭크 A급
3. 투명귀 호로로스-사냥 랭크 B급
4. 진마이식종 갈토믹-사냥 랭크 S급
5. 무한세포증식체 켄서-사냥 랭크 S급
6. 섭식귀 쿠젠-사냥 랭크 A급
7. 산성독왕 무우사-사냥 랭크 B급
8. 갑식광물종 링거-사냥 랭크 더블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