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15
“그런데…….”
테스가 주저하는 눈치로 물었다.
“혹시, 리안 소식은 좀 들었어?”
“아니. 완전히 소식 두절이야. 오젠트 가문에서도 모르는 것 같고. 너한테도 연락이 없어?”
테스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무심하기는. 기별이라도 줄 것이지.”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은 리안이 유일할 것이기에 마음이 더 아팠다.
“괜찮아. 원래 그런 놈이잖아. 강해졌으니 어디에 있든 잘 먹고 잘 싸고 있겠지, 뭐.”
여자 마음을 읽을 줄 모르는 남자 친구를 둔 것은 에이미도 마찬가지였다.
“흥! 그런 멍청한 놈은 없어도 그만이야. 이제는 에이미가 있잖아? 밤이 외로우면 너랑 사귀면 되지 뭐.”
테스가 팔을 끌어안으며 몸을 밀착시키자 에이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잠깐, 방금 뭐라고…….”
“어허, 그렇게 뺄 필요 없다니까. 어차피 여긴 군대야. 우리끼리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다고.”
힘으로 끌어당기는 테스를 따라 걸음을 옮기던 에이미가 초조하게 물었다.
“테스, 농담이지? 응? 진짜 농담이어야 되는데…….”
“호호호! 몰라! 나도 어떻게 변할지!”
아직 데면데면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테스의 웃음소리가 연병장을 수놓았다.
“누가 저렇게 신나게 웃어?”
지휘통제실의 창문이 열리면서 입소식을 위해 친히 참석한 장군이 연병장을 내려다보았다.
“저 아이들은?”
세계 최강의 화염 마법사, 루다 가르시아.
남에이몬드의 마법협회장 자리를 내려놓고 현재 발키리 마법부대 제2군단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누구야? 왜 저렇게 긴장이 풀렸어?”
“중장님.”
당직사관이 깔깔대며 달려가는 두 여자를 확인하고는 서류철을 뒤졌다.
“카르미스 에이미와 엘자인 테스입니다. 조국은 토르미아로,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인 것 같습니다. 또한…….”
당직사관이 혀로 입술을 닦았다.
“첩보에 의하면, 저 두 사람의 연인이 상아탑 오대성, 성 아리안 시로네와 마하의 기사, 리안이라고 합니다.”
가르시아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마하의 기사? 카샨 서북 지대에서 직진으로 남하하면서 마족들을 쓸어 내고 있다는?”
리안의 위치는 1급 기밀이다.
“네. 발키리에서 장군직을 제의했지만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대성의 연인이 둘 중에 누구지?”
시로네에게 빚이 있었다.
“저기, 붉은 머리입니다.”
가르시아는 에이미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훈련 성적이랄지, 성과, 주특기에 관한 항목 일체를 정리해서 보내 줄 수 있겠나?”
당직사관이 차렷 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네!”
중장의 지시였다.
***
코트리아 공화국이 엑스마키나를 건넨 대가로 얻은 것은 성전의 전폭적인 지원이었다.
성전은 마족과 싸우는 발키리 병력의 3할로 구스타프 제국의 서쪽을 강타했다.
객관적인 수치 앞에서는 발칸의 군기도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코트리아 공화국은 숨통이 트였다.
“오래가지 못할 거야.”
아가노스로 비행하는 시로네의 옆에 미네르바가 제트를 타고 날아왔다.
“동쪽의 진천 제국, 서쪽의 성전, 남쪽의 코트리아 공화국이 동시에 치는데도 확장을 막는 게 고작이야. 발칸의 군사력은 확실히 경이로운 구석이 있어.”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건 사람이니까요. 결국 하비츠를 제거하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죠.”
그리고 지금, 그 첫 번째 단추를 꿰었다는 정보가 시로네와 미네르바에게 전달되었다.
“……어떤 사람일까요?”
엑스마키나 팀이 알파피시를 찾은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제정신은 아니겠지.”
극악, 혼돈, 무지.
온갖 불쾌한 개념이 집대성되어 있는 하비츠를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가능한 일인가?’
구스타프 4기예조차 동족의 냄새에 이끌린 것일 뿐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빨리 왔네. 제단은 어떻게 됐어?”
프리 패스로 성벽을 넘어 황성에 도착하자 이루키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봉인하던 중에 왔어. 급한 일이라는 얘기를 듣고. 알파피시는 도착했어?”
“응. 지금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
“어떤 사람이야?”
“그게…….”
이루키는 입술을 움찔거렸으나 결국 설명을 포기하고 황성 안으로 몸을 돌렸다.
“가자. 직접 보고 판단해.”
알파피시(Alpha fish) (3)
***
우오린의 방.
엑스마키나 팀이 의자를 일렬로 두고 앉아 있는 가운데 한 여성이 시선을 받으며 서 있었다.
시로네 일행이 들어오자 구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우오린이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다가왔다..
“왔구나. 이제 막 시작했어.”
시로네는 여자를 돌아보았다.
‘저 사람이 알파피시.’
히스테리적인 인상을 예상했으나 새침하게 눈을 아래로 깐 채로 초조해하고 있었다.
“의외로 평범하네.”
“아니야.”
미네르바가 심각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저 여자…… 나랑 같은 부류야.”
마녀의 숙명을 타고난 여인.
어떤 인상이 마녀가 된다는 근거는 없지만, 마녀의 숙명을 타고난 자의 공통적인 기질이 있다.
‘욕망을 부추기는 기운.’
괴롭히고 싶고, 망가뜨리고 싶고, 이불을 부여잡고 우는 꼴을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인상.
한때는 마녀의 인상을 가진 채로 살았던 우오린 또한 미네르바와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맞아, 마녀상이야.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마녀가 아니야. 지금은 작은 꽃집을 운영하고 있어.”
미네르바가 눈을 가늘게 떴다.
“마녀가…… 아니라고?”
그렇게 쉽게 운명을 거스를 수 있었다면 미네르바도 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시로네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우선…… 지켜보자.”
엑스마키나 팀에 이루키가 합류하자 우오린이 그쪽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호를 받은 구디오가 말했다.
“유스 아벨라 씨.”
미네르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유스의 생존자?’
한때는 집시 일족의 서열 1~2위를 다투는 거대 부락이었으나 현재는 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 말씀하세요.”
아벨라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긴장하지 마세요. 심문을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 부른 겁니다. 우선, 어째서 황성에 오게 되었는지는 알고 계시겠죠?”
“네, 들었어요. 콧수염, 아니 하비츠 아저씨가…….”
아벨라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요.”
하비츠가 악인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루키가 말했다.
“맞아요. 수많은 자들을 죽였고, 지금도 죽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죽일 겁니다. 7만 명을 생매장시킨 사건은 알고 있을 테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제, 제가 어떻게…….”
마이스가 물었다.
“하비츠가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까?”
아벨라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나쁜 짓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죠! 사람을 죽이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루키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녀의 숙명이라, 뭔지 알겠군.’
지금도 알게 모르게 엑스마키나 팀이 그녀를 괴롭히는 형세가 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설령 아벨라 씨가 하비츠를 사랑한다고 해도, 우리는 어떤 해코지도 하지 않을 겁니다.”
집시에게 고향은 없지만 구스타프 제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녀에게 카샨은 적국이었다.
‘게다가 여황의 앞이니, 긴장되는 건 당연하겠지.’
아벨라가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키더니 또렷한 시선으로 이루키를 향했다.
“아뇨. 하비츠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마음을 찌르지 않는다는 것이 묘했다.
“이제부터 내가 설명할게.”
우오린이 앞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하비츠가 스물일곱 살, 아벨라 씨가 아홉 살이었을 때야.”
모두 그녀를 주목했다.
“구스타프 황가 고유의 전통 친족 살해. 하비츠는 수많은 형제자매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지. 당시 황제가 제국 최동단 아르카바로 하비츠 17세를 보낸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말도 돌았으니까. 어쩌면…… 하비츠 16세조차 아들이 두려웠던 거겠지.”
아벨라는 모르는 이야기였다.
“결국 하비츠 17세는 781명의 형제를 죽이고 황제가 되었다. 세 번의 리셋 동안 그들을 죽이는 수법은 언제나 달랐어. 2,343가지의 방법으로 형제를 죽인 거지.”
그렇기에 혼돈이다.
“그리고 당시에, 그러니까 대정화기 기준으로 14년 전에 하비츠가 행했던 방법은…….”
우오린이 차갑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자신의 형과 아내를 천장에 묶어 두고, 그들의 자식을 삶아 정찬을 벌이는 것이었다.”
벼락을 맞은 듯 아벨라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제국 최동단 아르카바.
“으아아아! 이 자식아! 그만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천벌을 받을 것이다!”
하비츠의 배다른 형이 천장에 매달린 채 피를 토해 내며 악을 질렀다.
옆에 걸린 아내는 이미 실성해서,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똥오줌을 싸고 있었다.
“흐음, 이건 무슨 부위지?”
나이프로 쓱쓱 고기를 자른 하비츠가 포크로 찍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으아아아! 그만해!”
스물일곱 살의 하비츠는 황제가 된 이후의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다만 콧수염을 멋스럽게 기르고 있었다.
“퐁듀.”
수프에 고기를 찍은 그가 맛있게 입에 넣은 다음 오물거리자 그의 형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제발…… 부탁이다. 네가 황제가 돼라. 내가 도와줄게. 어떻게든 널 황제로 만들어 줄게. 그러니 그만해…….”
“황제?”
하비츠가 식기를 내려놓고 입술을 닦았다.
“형은 참 이상하군. 황제가 뭐가 재밌다는 거야? 그런 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거야.”
“그럼 어째서……? 어째서 네 조카까지…….”
하비츠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황제가 되는 과정이 재밌는 거지.”
“흐으으으!”
하비츠의 형은 깨달았다.
여전히 수십 명의 형제들이 칼을 갈고 있지만 제국의 황제는 이미 결정이 났다는 것을.
“죽여라. 알았으니 이제 그만 끝내.”
“저녁에는 형도 먹어 줄게. 형수님은 디저트.”
콧구멍을 벌리며 비릿하게 웃는 얼굴을 보자 하비츠의 형은 세상이 핑핑 도는 기분이었다.
“이 개자식아! 너도 똑같이 당할 것이다! 내 형제들이 반드시 너를 처단할 거야! 저주해 주마! 내가 죽더라도, 지옥에서 네가 고통받기를 기도할 것이다!”
하비츠는 하품을 했다.
“지루해.”
손가락을 튀기자 형을 묶고 있던 줄이 끊어지면서 20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쿵 소리를 내며 또 한 명의 시체가 생기고, 대자로 누운 형의 몸 바깥으로 핏물이 느리게 퍼졌다.
하비츠가 시녀에게 물었다.
“뭐 재밌는 거 없나?”
직언을 고할 충직한 부하도, 아첨을 일삼는 간신조차도 그의 곁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공포에 질린 시녀가 손을 떨며 말했다.
“형, 형제의 가솔들이 남아 있사옵니다. 지하 감옥에 있사오니 고문이라도 하시는 게 어떨지…….”
“고문도 재미없더라고, 일곱 살 이후로는.”
시녀의 어깨가 들썩였다.
“죄송합니다! 전하의 깊은 뜻도 헤아리지 못하고 주제넘게 조언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하비츠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냐?”
얼굴을 든 시녀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네? 아, 아뇨. 슬프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울고 있어? 내가 무섭냐?”
하비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일은 질문을 받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