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77
대기권을 뚫고 내려가는 시로네의 눈에 카샨의 광활한 영토가 비쳤다.
‘시간이 없어.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마테리얼의 능력으로 수복시키고 있는 유리구가 마침내 열에 녹아 사라졌다.
‘저곳이다!’
그 시점에서 광익의 날개를 펼친 시로네가 카샨의 황성 아가노스를 향해 전력으로 비행했다.
‘어마어마하다.’
아직 수도까지는 20킬로미터나 남았음에도 지옥의 군대가 하늘과 땅을 완전히 뒤덮고 있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사단장님! 비행체가 옵니다!”
감시병의 보고에 7군단 소속 제3사단장 바네싸의 눈에 붉은 빛이 켜졌다.
코뿔소를 연상케 하는 중갑을 걸친 그가 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2톤의 철구를 질질 끌며 걸음을 옮겼다.
“야훼…….”
시로네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썩어 문드러진 얼굴이 괴기스럽게 구겨졌다.
“전 병력 출동하라! 가증스러운 야훼를 처단해!”
“키아아아아!”
혐오와 증오의 얼굴로 돌변한 마족들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모조리 튀어 나갔다.
시로네는 지평선이 드러나기도 전에 땅이 흔들리는 것으로 깨달았다.
‘온다.’
시야의 끝과 끝을 점령한 시커먼 무리가 엄청난 박력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박애.’
참회할 수 없는 악은 없다고 믿고 싶다.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용서할 수 있어. 10만 번, 100만 번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다만 그 맹목적인 사랑이, 하비츠라는 어린아이를 비뚤어지게 만들었다면…….
‘가르쳐 주어야 한다!’
시로네의 눈이 부릅떠지면서 광천사의 화신이 하늘 높은 곳까지 치솟았다.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천사의 징벌.
대천사가 창을 집어 던지는 동작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빛의 창이 땅에 처박혔다.
콰아아아앙!
충격파가 터진 자리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으나 수만 마리의 마족들이 다시금 공간을 수복했다.
“크헤헤헤! 야훼다! 덜떨어진 야훼!”
마족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가까워질 무렵, 시로네가 을 꺼냈다.
‘폭주하지 않을 거야.’
모든 것을 사랑하는 야훼의 마음으로.
‘그러니까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분노의 반의반만이라도…….’
그 반의반만이라도.
“끝없이 참아 내고, 쪼개고 또 쪼개서.”
먼지보다 작은 분노의 편린, 그 분노에 담긴 입자 하나의…….
“반의반만이라도!”
시로네의 손에서 벗어난 이 10미터 이상의 폭으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좀 알아먹으란 말이야!”
시로네의 곁을 떠난 이 하늘을 찢어발길 듯한 괴성을 내질렀다.
끼아아아아아!
한 마족이 가장 먼저 그것을 발견했다.
“저건…….”
무언가가 날아온다고 느낀 순간, 사방에서 마족들이 뚫리는 소리가 들렸다.
퍼퍼퍼퍼퍼퍼펑!
누구도 의 궤적을 볼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
그저 뒤늦게 터지는 소멸 말미의 비명만이 4차원의 공간처럼 끝없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바네싸가 철퇴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시커먼 잔상이 지그재그로 선을 그을 때마다 마족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초당 천 단위로 지워지는 부하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바네싸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저건…….’
야훼의 노여움을 그대로 투영한 듯한 시커먼 괴물이 전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단장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야, 야훼…….”
바네싸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우리가 겁을 먹고 있다.’
부처가 아닌 야훼에게.
“헛소리하지 마! 이것이야말로 야훼가 우리와 다를 바 없다는 증거가 아니더냐!”
“으, 으아아아아!”
바네싸의 뒤편에 도열해 있던 모든 마족들이 기겁한 표정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아아아!
이 두 번째로 울부짖으면서 바네싸의 청각이 영구적으로 손실되었다.
“크으으으으!”
전방을 싹쓸이한 칼날이 똑바로 날아오자 바네싸는 온 힘을 다해 철퇴를 휘둘렀다.
“커억!”
하지만 철구가 채 공중에 뜨기도 전에 이 가슴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무릎을 꿇고 쓰러지는 바네싸의 눈동자에 광익을 펼친 시로네가 담겼다.
“도, 도망…….”
순식간에 시로네가 곁을 지나가고.
“치십시오.”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바네싸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사탄이시여…….”
참전 (2)
***
상아탑 대지성전에 정적이 흘렀다.
가이아의 능력으로 비춰지는 의 움직임은 오대성조차 모골이 송연할 정도였다.
“저게 인가.”
고고도의 시야에서야 겨우 보일 정도로 빠른 움직임으로 마족을 관통하고 있었다.
“율법을 뒤트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물론 그렇지.”
의 본래 주인인 미네르바가 씁쓸하게 웃었다.
“연료가 달라. 가장 직관적인 방법으로 살殺을 행할 수 있기에 율법을 바꿀 필요가 없는 거야.”
“야훼의 노여움이라…….”
프리드는 다시 지상을 확인했다.
이 여는 길을 따라 질주하는 시로네의 모습을 눈에 담은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긋지긋하다고?’
상아탑의 별들은 평생에 걸쳐 서로의 얼굴을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높은 곳에서 세상을 관조하며 자신의 소신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 그만.
‘대소집이 열린 지 얼마나 됐다고…….’
염증을 느끼고 상아탑을 뛰쳐나가 버린 시로네의 행동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사람 우습게 보는군.”
프리드가 입가를 찢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샨으로 간다.”
미네르바가 고개를 돌렸다.
“싸우겠다는 뜻이야? 어느 쪽이 이기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게 시스템감찰부의 의견이었잖아?”
“조롱할 필요 없어. 이번 대소집, 시로네가 관철시켰다. 어쩌면 내 신념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겠지.”
시로네가 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남은 자들의 신념은 설득력을 잃었다.
‘빌어먹을 꼬맹이. 적당히 좀 하지.’
인류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목적지에 도달한 5명의 오대성.
하지만 누구 하나가 다시 뛰어 버리면, 남은 4명도 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씽이 나직하게 내뱉었다.
“또…… 올라가야 하는가.”
자신보다 높은 곳에 허상이 있다는 걸 용납할 수 없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카샨으로 간다.”
돌발 상황에 별들의 감정에 소요가 일었으나 태성은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시로네.’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마치 태산의 정상에 올라선 등반가에게 이번에는 하늘을 날아 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힘들겠지만 당신이 이끌어야 해요.’
아만타까지 카샨행에 합류하자 미네르바가 제트를 휘돌리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뛰어내릴까?”
마테리얼의 능력이 없는 한 천하의 오대성이라도 우주에서 떨어지는 것은 무리였다.
“코로나 왕국에서 점프한다.”
“하지만 카샨의 터미널은 마족들에게 점령당해 봉쇄되었을 텐데?”
“몰튼 왕국으로 가면 돼. 거기서부터 카샨의 수도로 북진. 우리들이라면 2시간이면 충분하겠지.”
‘아슬아슬한데…….’
카샨의 전황을 살피던 미네르바가 속마음을 감추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다 시로네가 다 끝내는 거 아냐?”
프리드가 콧방귀를 뀌었다.
“천만의 군대야. 이 노리는 건 하비츠겠지만 내구력에 한계가 있어. 게다가 제7군단장 아몬이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제1에서 제10까지의 군단장은 사탄의 직계. 어떤 식이든 오대성에 준한다고 봐야겠지. 천만 군대를 헤치면서 어찌해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혼돈의 십계, 사탄에게서 태어난 비논리적인 마魔의 정수가 그들이었다.
***
이 울었다.
속도가 워낙에 빨랐기에 울음소리는 사방에서 들리는 듯했고, 마족들은 넋이 나갔다.
“이게 뭐야! 이게…….”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게 가슴에 구멍이 뚫린 마족이 쿵 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 뒤를 따르는 시로네의 눈이 반짝 빛났다.
‘보인다.’
카샨의 황성 아가노스.
하지만 접근할수록 적들의 숫자가 더욱 불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단도의 내구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어.’
율법에 의해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고 있지만 벌써 10만 장 이상의 근육을 관통한 상태였다.
“으아아! 살려 줘! 살……!”
떼를 지어 후퇴하는 마족들의 진영 안쪽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터졌다.
“크에에에!”
마족들이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흙먼지가 수십 미터 반경으로 퍼져 나갔다.
“한심한 것들.”
사단장 볼카이노.
아래쪽 송곳니가 광대뼈까지 올라와 있고 두꺼운 4개의 팔을 가진 마족이었다.
“도망치지 마라! 그냥 쇠로 만들어진 무기일 뿐이야! 죽이고 죽이다 보면 결국 깨진다!”
마족들의 혼란이 일시에 사라졌다.
“죽는 거다! 죽음으로 사탄을 경배하라! 가증스러운 야훼에게 본때를 보여 주는 거다!”
볼카이노의 마기가 퍼지면서 30만의 병력이 동시에 시로네를 노려보았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단지 그것만으로도 숨이 끊어질 정도의 적의였다.
‘강한 녀석이다.’
지금도 은 마족들을 죽이고 있지만, 더 이상 도망치는 자는 없었다.
“그래! 야훼에게 겁을 먹다니! 이것은 마의 수치다! 공격하라!”
여단장이 소리치자 지휘 계통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마족들의 스위치가 켜졌다.
“죽여라!”
뒤를 보지 않고 달려온 시로네에게 비집고 나갈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적들이 밀려들었다.
마치 하루살이 떼를 보는 듯했고, 시로네를 중심으로 구형으로 뭉친 순간 빛의 장막이 퍼져 나갔다.
‘다중 광폭.’
굉음과 함께 마족들이 짓이겨졌으나 적들의 숫자는 체감하기에 무한인 듯했다.
‘끝이 없다!’
하늘에서 불덩어리가 날아들고, 땅을 급류처럼 휘감으며 얼음 가시들이 시로네를 공격했다.
벼락과 강풍, 열기와 독성이 뒤섞이고, 수천 개의 삼지창과 수만 개의 화살이 빗발쳤다.
반격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방적인 폭격은 아군의 죽음마저 개의치 않는 마족의 특성이었다.
‘스톱!’
시간이 멈추고, 반경 2킬로미터에 있는 모든 마족들이 동작을 멈췄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돼?’
생각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풍경이 흔들리더니 검은 옷을 입은 12명이 땅에서 솟아올랐다.
율법에 없는 시간.
매초의 0.666초의 틈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낸 지옥의 사제들이었다.
“우리들은 시옥. 시간의 감옥을 관장. 야훼여, 당신에게 용서를 구하러 왔습니다.”
“용서?”
시로네가 차갑게 되물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겠습니다. 그러니 이만 노여움을 푸시는 게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