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841
“거대한 것이 오고 있다. 무등룡이 깨어나는 것은 시간문제. 시로네, 무태의 감각을 연 자여. 나를 따라와라. 코어께서 너에게 전할 것이다.”
시로네가 태성의 옆으로 다가왔다.
“무엇을 전하죠?”
“싸우는 법.”
“누구와 싸우는데요?”
블리츠가 고개를 크게 돌리더니, 행성의 북반구 쪽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에 동방 중천동이 담겼다.
“천상.”
구름을 뚫고 올라온 봉우리.
동방 중천동에서 가장 높은 고지에는 인류 최강의 마법사가 세운 사당이 있다.
거핀의 문.
천사의 언에 헤나가 새겨진 거대한 철구가 하늘 높은 곳에서 진동하기 시작했다.
철구가 액체처럼 출렁거리더니 급격한 폭발을 일으키며 봉우리를 모조리 날렸다.
콰아아아아아앙!
폭발의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중천동 전체를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터널이었다.
“여기가 지국인가?”
검은 구체에서 발바닥이 불쑥 튀어나와 그대로 지상을 내리밟았다.
쿠우우우웅!
작은 동산 하나가 터져 나갔다.
“크크, 엄청 작네.”
그 뒤를 따라 수많은 거인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요정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천사와 그들의 권속 마라가 오만한 자태로 터널을 통과하고, 마지막으로 4명의 대천사들이 등장했다.
각자 지칭하는 개념을 잃어버린 반쪽짜리지만, 그들이 내뿜는 기운만으로 세상이 요동했다.
파괴의 대천사 유리엘이 소회를 밝혔다.
“드디어 왔군. 예상보다 오래 걸렸어.”
빛의 대천사 레이엘이 말했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상하군. 차원의 장벽이 너무 쉽게 뚫린 감이 있다.”
유리엘이 중얼거렸다.
“미로…….”
홀로 천국의 군대를 막아 냈던 인류 최강의 수도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오늘만을 기다렸던 거인들과 마라들이 투기를 억누르지 못하고 악을 질러 댔다.
“싸우자! 신을 부정하는 오만한 인간들을 처단하자!”
이카엘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로네.’
그들과 같은 마음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이곳에 헥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천사장님! 어서 출격 명령을! 미물에게 신의 존엄을 가르칠 기회를 주십시오!”
이카엘이 살며시 입을 열었다.
“……아타락시아.”
그녀의 성광체가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면서 오색찬란한 광륜을 퍼트렸다.
“흐윽!”
거짓말처럼 정적이 찾아온 가운데.
“전군에 이른다.”
오직 그녀의 목소리만이 증폭되어 울려 퍼졌다.
파멸의 일격 (4)
***
가올드를 향해 마족들이 달려들었다.
“지금이다! 죽여라!”
붉고 푸른 육체가 가올드를 중심으로 빈틈없이 돔을 형성하는 순간.
“컥……!”
에어 프레스가 바깥으로 터졌다.
폭음을 내며 마족들의 몸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미로의 시야에 하늘이 보였다.
“가올드, 너…….”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올드가 미로의 멱살을 붙잡더니 대뜸 악을 질렀다.
“뭐 하는 거야, 이 멍청아!”
그의 눈에 깃들었던 안도의 기색은 사라지고, 오직 증오만이 넘실거렸다.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싹 가신 미로가 멱살을 풀며 소리쳤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나도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차원의 벽이……!”
“조심해요!”
강난이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모든 마족들이 가올드를 향해 몰려들었다.
“빌어먹을!”
가올드의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리고, 강력한 대기압이 반경 전체를 짓눌렀다.
쿠우우우우우웅!
찍 하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납작하게 짓눌린 마족의 시체에서 핏물이 분수처럼 쏟아졌다.
“일단 피해!”
가올드가 미로의 손을 붙잡고 하늘로 날아오르자 강난과 줄루가 뒤를 따랐다.
미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놓아줘! 할 얘기가 있어!”
천수관세음의 화신이 완전히 붕괴된 이유는 단지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관문이 뚫렸어.’
비록 예전의 삼매경에 준하는 강도는 아니지만, 그 나네조차 쉽게 파괴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작정하고 쳐들어온 거야.’
어지러운 정신을 갈무리한 미로가 가올드의 손을 뿌리치며 허공에 멈췄다.
“기다려.”
가올드가 뒤를 돌아보자 강난과 줄루가 빠르게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강난이 삿대질을 했다.
“자꾸 이렇게 방해만 할 거면……!”
“나는 돌아가야겠어.”
온갖 모욕을 당하고도 자리를 지켰던 미로이기에, 강난이 눈을 가늘게 떴다.
“돌아간다고?”
미로가 뒤편을 돌아보았다.
“아마도 중천동, 나네가 이용하려고 했던 거핀의 문이 뚫렸어. 천국의 군대가 침입한 거야.”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놈들이 나네를 만나기 전에 시온이 먼저 움직여야 해. 아니, 어쩌면…….”
그들이 노리는 곳도 시온일 것이다.
‘전투력 자체는 최강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인류의 힘이 약해진 상태.’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강한 적이 아니라, 차원의 장벽으로 충돌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일 것이다.
“일단 나는 가 볼게. 중부 대륙이 안정되면…….”
“기다려.”
가올드가 말했다.
“네가 간다고 뭔가 해결되지는 않아. 그렇다고 네가 없이 해결되지도 않겠지.”
천국의 군대와 싸우기 위해서는 최소한 미로의 정신이 멀쩡한 상태여야 한다.
“다음에 얘기하면 안 돼? 지금 급하다고.”
“이대로 가 봤자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야. 이곳에 남든가, 나를 버리고 시온으로 떠나든가.”
당연히 시온에 가야 하지만, 가올드의 눈에 잠시 스쳤던 감정이 발목을 붙잡았다.
“나는 너 안 버려.”
미로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네가 나를 버리지 않으니까. 나도 너 절대로 버리지 않아. 알겠어?”
“…….”
가올드가 몸을 돌렸다.
“줄루, 강난. 미로와 같이 가.”
시온에 도착하면 미로도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우리가 왜요?”
그리고 가올드는 미로라는 여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무엇이 옳은지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마음으로 미로를 떠나보낸 가올드가, 줄루와 강난을 지나치며 말했다.
“다른 이유는 없어. 시온의 결과를 확인해. 나는 중부 대륙으로 갈 테니까.”
마치 죽을 곳을 찾았다는 뜻 같았다.
“설마 당신…….”
“그런 거 아니야. 빨리 갔다 돌아와. 마족도 문제지만 천국의 군대는 정말로 심각한 사안이다.”
줄루가 강난의 어깨를 붙잡았다.
“가자. 시간이 없다요.”
강난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빠르게 시온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미로만 데려다주고 돌아올게요. 혼자서 다 할 생각은 하지 말고 기다려요.”
가올드의 미소를 확인한 뒤에야 강난은 줄루의 소환수 카이드라에 올라탔다.
끼아아아아아!
괴조가 빠르게 남쪽을 향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가올드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칵! 칵!”
얼마 남지 않았다.
“흐흐. 흐흐흐흐.”
그럼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그에게 있어 가장 증오스러운 것은 본인의 육체이기에.
“그래. 더, 더 해 봐.”
가올드는 눈앞에 서 있는 자신의 환영을 노려보며 살기를 드러냈다.
“끔찍하게 죽여 줄 테니까.”
생명을 불태울 마지막 불꽃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
알포네스 산맥.
“이곳이…….”
대지성전에서 행성을 향해 추락한 시로네는, 뱀의 사체처럼 구불구불한 산맥을 내려다보았다.
마법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리안과 밤을 새워 떠들었던 드래곤의 서식지였다.
“이곳에 코어가 잠들어 계신다.”
인간의 형태로 탈바꿈한 블리츠가 시로네의 옆으로 날아와 산맥을 가리켰다.
“기억하고 있나?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던 시점에서 우리는 너를 만났지.”
안드레의 1번 세계.
정상적인 생물이 기억할 만한 기간이 아니었으나, 드래곤은 망각을 몰랐다.
“네가 그 시대를 떠난 이후, 무등룡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셨지. 시로네, 너를 찾으라고.”
시로네가 블리츠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왜 지금이야? 내가 안드레의 1번 세계에 들어가고 난 이후라면 언제든 상관없었잖아?”
그 시점에서 약속이 유효해지기 때문이다.
“조건이 있었지. 네가 우주의 공허함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아슬아슬했지만 어쨌든 시간에는 맞춘 것 같군.”
무태를 개방하는 게 조금만 늦었다면 무등룡을 깨우지 못한 채 천사의 군대를 맞이했을 것이다.
“자, 가라. 우리의 코어에 접속해라. 그곳에서 이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해 들어라.”
짐작은 갔지만, 일단 물었다.
“어떻게 깨우는데?”
“무등룡께서는 조건을 거셨을 뿐이다.”
고개를 끄덕인 시로네는 무태의 감각을 개방하고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형태는 없다.’
산맥이 사라지고, 그 정보 사이의 허무 속에 무언가 잠들어 있는 게 보였다.
‘우와…….’
황금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정보.
‘저것이 카라토르사.’
시간, 그 자체였다.
‘간다.’
무태의 경지에서 거리는 의미가 없기에 시로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블리츠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시간의 끝이여…….”
물질과 물질의 영역을 그대로 관통한 시로네는 거대한 황금빛 정보의 앞에 도착했다.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들었어요.”
용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빛은 반응이 없었고, 시로네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만약 무등룡의 의식이 반발을 일으킨다면, 그 정보가 물리력으로 환산되는 수치는 재앙에 가까울 터.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야.’
제10감, 무태의 경지를 조건으로 걸었다는 것부터 오늘의 일을 예견했다는 뜻이다.
시로네의 손이 신호로 해체되면서 황금빛 정보의 표면에 부드럽게 닿았다.
“아…….”
카라토르사의 정보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더니 두 눈이 백광을 내며 뜨였다.
“야훼의 정보로구나.”
언어를 초월한 목소리가 시로네의 의식에 침투했다.
“공허의 끝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자여,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천국의 군대가 이 세계를 침략할 거예요. 당신이 나에게 전해 줄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천사라…….”
오랜만에 잠에서 깨어난 카라토르사는 오래전부터 이어졌던 천사와의 전투를 회상했다.
“그대는 전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