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860
신의 뇌 (4)
“이대로는 버틸 수 없습니다!”
3각 마라의 보고에 천사는 40킬로미터 떨어진 아라보트의 첨탑을 돌아보았다.
아직 천국의 장벽도, 7개의 하늘도 없는 곳에서 앙케 라의 성지만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가 최후의 저지선이다.’
지평선 끝에서부터 다가오는 수많은 행렬을 재차 확인한 천사는 섬뜩했다.
대략 1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사방에서 열에 합류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아.”
선두에 있는 가이아인의 대표 마이신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천사가 분에 못 이겨 주먹을 쥐는 가운데, 마라들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어떡하죠?”
가장 큰 문제는 천사들의 원천 개념이 가이아인의 손에서 마음대로 정의된다는 것이다.
“엘리시온.”
하나이자 전체인 가이아인의 정신.
“그만 끝낼까?”
마이신이 손을 들자 10억 가이아인의 눈에 불이 켜지며 이데아에 링크되었다.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더니 마치 폭포처럼 구름이 역류해 빠져나갔다.
“저, 저건…….”
검은 터널 안에서 빠져나오는 거대한 빛의 손을 본 순간 천사의 성광체가 흔들렸다.
“우리라고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
코드 아르고네스에 의해 한 번 멸종할 위기에 처했던 그들은 울티마를 공격적으로 갈고닦았다.
“핸드 오브 갓(신의 손길).”
빛의 손가락이 유연하게 흔들리자 지상에 흐르는 강물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막, 막아라!”
아라보트를 한 번 쥐어서 으스러뜨릴 수 있는 손의 크기에, 천사들이 총공격을 감행했다.
현란한 화력전은 아니었으나 우주의 초기를 지탱하는 강력한 개념들이 핸드 오브 갓을 가격했다.
“어이가 없군.”
왜 신의 손길이라 부르는가?
“전지전능하다.”
삼라만상 우주를 빚어내는 손이었다.
원천 개념을 파괴하며 들어온 핸드 오브 갓이 검지와 엄지로 천사를 붙잡았다.
“꺄아아아악!”
존재가 짓눌리는 압력에 단말마를 내지르는 것도 잠시, 천사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너희들이 감히 신의 이름을 사칭…… 컥!”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천사의 육체가 먼지처럼 퍽 소리를 내며 터졌다.
“얼마든지 들어와도 좋다.”
공기를 어루만지듯 순차적으로 손가락을 구부린 핸드 오브 갓이 뒤집어지며 손등을 내밀었다.
천사들이 겁에 질려 바라보는 가운데, 연꽃이 피듯 5개의 손가락이 활짝 열렸다.
핸드 오브 갓의 표면이 자연계의 모든 현상을 담은 듯 오색으로 아롱거렸다.
잠시 후, 손바닥 중심에서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크으으!”
하늘과 땅이 동시에 진동하면서 천사들은 처음으로 멀미라는 것을 느꼈다.
“포톤 캐논.”
가이아인 전체의 이데아가 만든, 신이 세상을 향해 가하는 일격이었다.
“끝이다.”
핸드 오브 갓이 움직이면서 포톤 캐논이 섬광으로 늘어지는 순간, 천사들이 소리쳤다.
“침착해! 막을 수 있다!”
현상 자체는 별게 아니다.
‘할 수 있어! 약간의 질량이 엄청나게 빠르게 날아오는 것뿐이야!’
굉음을 내며 섬광이 날아들고.
“아…….”
모든 게 창백해졌다.
경험하지 않고도, 행성의 반구를 날려 버릴 위력이라는 것은 직감할 수 있었다.
콰르르르르릉!
찰나의 순간 아라보트 쪽에 낙뢰가 떨어졌다.
사법 광륜.
‘라그나로크!’
파괴의 개념을 집적시킨 유리엘이 포톤 캐논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질주했다.
아광속 레벨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었으나 시폭감이 있는 천사들은 똑똑히 보았다.
포톤 캐논의 중심부로 들어간 유리엘의 육체가 벗겨지기 시작하는 것을.
‘유리엘 님조차…….’
체념의 감정이 깃드는 그때, 포톤 캐논이 폭발하며 질량파를 퍼트렸다.
“크으으으!”
아라보트의 첨탑까지 날아간 천사들이 인상을 찡그리며 전방을 살폈다.
‘멀쩡하다.’
폭발 지점을 중심으로 지형지물이 바깥으로 퍼져 있지만 예상보다는 훨씬 적은 규모였다.
마이신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옆을 돌아보았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거친 숨을 헐떡이며, 태성이 두 손을 맞잡은 채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말 끝을 볼 생각이냐?”
가이아는 행성에 가해지는 충격 신호를 화신으로 돌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그녀가 피눈물을 흘렸다는 것은, 포톤 캐논의 위력이 운석 충돌에 준했다는 뜻이었다.
“얌전히 있으시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행성은 상관없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인간의 편을 들어 준 가이아가 고통스러워하는 건 기분이 별로였다.
‘핸드 오브 갓으로 만들어 낸 광속 질량을 폭파했다는 것은…….’
마이신이 심각한 눈빛으로 유리엘을 살피는 가운데, 레오가 옆으로 다가왔다.
“대천사 하나로 가능한 일이 아니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그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아라보트 쪽을 주시했다.
“확대해 봐.”
핸드 오브 갓이 검지와 중지를 동그랗게 말자 그 안으로 빛의 확대경이 탄생했다.
수십 킬로미터 거리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까워지면서 이카엘의 모습이 드러났다.
“천사장 이카엘.”
그리고 그녀의 뒤편으로 날아오르는 6명 대천사의 면면이 선명하게 보였다.
천사들의 눈에 희망이 깃들었다.
“대천사가 모두 모였다.”
가이아인이 세계를 정의한다면, 8명의 대천사는 객관적 세계의 전체.
앙케 라가 아카식 레코드와 울티마 시스템의 정면 승부를 제안한 셈이었다.
“역시 술술 풀리지는 않네.”
페니가 양손으로 목을 받치며 다가오자 레오가 담배를 끄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었어. 우리에게는 핸드 오브 갓이 있다. 대천사 따위야.”
중심이 없는 엘리시온이 특정 형태로 집중된 위력은, 10억 가이아 개체의 합보다 월등히 컸다.
유리엘이 돌아오자 8명의 대천사가 빠르게 날아와 가이아인을 내려다보았다.
이카엘이 목소리를 증폭시켰다.
“신을 참칭하려는 자들아, 어찌하여 의미 없는 싸움을 되풀이하느냐?”
마이신이 답했다.
“싸움을 걸어온 쪽은 거기가 아닌가? 우리는 이 세계를 떠나고 싶을 뿐이야.”
“이 세계가 너희들의 안식처다. 이곳에서 기쁨을 얻고, 영생을 누리면 그만이야.”
“그건 네 생각이고.”
마이신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 세계에 더 이상의 미지는 없어. 왜냐? 우리가 정의한 것이 전부니까. 동굴에 갇혀서 바깥 세계의 그림자만 쳐다보면서 살지는 않을 거야.”
“진실로 떠나고 싶다는 것인가?”
“그렇다니까.”
이카엘이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앙케 라에게 맡겨라. 너희들이 안전하게 세계를 떠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겠다.”
“우리의 대답은…….”
바깥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핸드 오브 갓이 주먹을 뒤집더니 세 번째 손가락을 세웠다.
“이거다.”
신의 중지였다.
이카엘의 미간이 구겨지고, 뒤편에 있던 7명의 대천사가 동시에 몸을 날렸다.
“오냐! 덤벼라!”
레오가 곧바로 자세를 취하며 정권을 내밀었다.
‘신적초월!’
10억의 이데아가 발동하자 핸드 오브 갓이 주먹을 불끈 쥐고 날아들었다.
“우아아아아!”
세계를 구기며 밀려드는 빛의 주먹을 보고, 메타트론이 사법 광륜을 발동했다.
‘이그지스트.’
광륜에 동심원 형태의 정보가 소용돌이처럼 집적되면서 구체의 블랙홀이 열렸다.
콰아아아아앙!
빛조차 빨아들이는 중력이었으나, 가이아의 의지는 그보다 훨씬 강력했다.
“하하! 고작 그딴 힘으로……!”
이카엘의 목소리가 청명하게 울렸다.
“아타락시아.”
그녀의 광륜이 사상 초유의 크기로 확장되고, 엄청난 증폭을 느낀 메타트론이 존재감을 키웠다.
“제길, 휜다! 잡아!”
핸드 오브 갓이 중력강의 주위를 빠르게 순회하더니 검은 구체로 빨려들었다.
“라그나로크.”
쾅 하고 천둥이 치고, 유리엘이 섬광으로 돌변하여 가이아인을 향해 쇄도했다.
“거부한다!”
10억의 가이아인이 두 팔로 얼굴을 가리자, 모든 것을 막아 내는 율법의 장벽이 세워졌다.
“감히?”
이카엘이 말했다.
“신을 거부해?”
파괴의 개념이 아타락시아로 증폭되자 유리엘의 정신은 폭발할 지경이었다.
“이야아아아아!”
거대한 파괴의 본능을 그대로 발산하며 가이아인의 장벽에 부딪친 순간.
쩡!
율법의 장벽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면서 10억의 가이아인들이 동시에 세 걸음을 물러섰다.
“크윽!”
하나같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으나, 그보다 문제인 것은 장벽에 생긴 균열이었다.
“천도은하륜.”
대기를 빨아들이며 회전하는 극락곤이 이미 금이 간 율법의 장벽을 강타했다.
생물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굉음이 터지면서 마이신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제길!”
파괴는 유리엘이 했으나 가이아인의 시선은 이카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역시 천사장이 문제다.’
이데아로도 증폭의 개념은 모방할 수 없다.
‘바깥 세계와 안쪽 세계의 경계선에 걸쳐 있는 유일한 개념이기 때문이지.’
무의 상태가 유의 상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아쉽군.’
만약 아타락시아의 개념을 구현할 수 있다면 앙케 라와의 전쟁은 이미 끝났을 터였다.
“잔재주는 끝났나?”
율법의 벽을 파괴한 유리엘이 다시 극락곤을 휘두르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온다!”
핸드 오브 갓의 이데아가 복구되고 있지만, 라그나로크의 발동이 더 빨랐다.
천둥소리를 내며 돌진한 유리엘은 승리를 직감했다.
‘이겼다.’
인파를 뚫고 지나가기만 해도 최소 수천만의 가이아인이 사망할 터였다.
‘응?’
바람이 불었다.
‘바람?’
고작 대기의 움직임하고 비교될 속도가 아니었기에, 의아함을 느낀 유리엘이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고 다음 순간, 대기가 찢어지며 한 남자의 얼굴이 눈앞에 들어왔다.
“빠생!”
웃기는 기합 소리를 내며 휘두른 주먹이 유리엘의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콰아아아앙!
10킬로미터를 미끄러지는 유리엘의 동선을 천사들의 시선이 뒤따랐다.
“이런, 이런.”
주먹을 털며 등장한 거핀이 말했다.
“이런 재밌는 판에 내가 없으면 안 되지.”
“네가 어떻게…….”
천사는 물론이고 가이아인조차 거핀의 등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이신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