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871
제불 각지에 있는 8명의 대천사, 그 휘하에 있는 모든 천사가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뭐어어어어?”
쾅 소리를 내며 제불의 벽이 부서지고, 이카엘이 섬광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천사장님!”
아슈르가 뒤를 쫓았으나, 지금의 이카엘은 빛 말고는 따라갈 수가 없을 듯했다.
‘어디지? 어디야?’
증폭의 감각이 행성 전체를 살피고, 마침내 그녀의 눈에 빛의 기둥이 들어왔다.
‘이데아.’
수를 셀 수 없는 빛의 기둥이 하늘을 뚫고 나가는 장관을 지켜보는 그때.
“이야, 오랜만이네.”
지상에서 들린 목소리에 시선을 내리자, 한 남자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잘 지냈어? 나 없으니 심심했지?”
검지를 눈썹에 대고 인사하는 거핀의 모습에 이카엘은 순간 울컥했다.
“…….”
하지만 이내 입꼬리가 올라가고, 그러다가 다시 눈을 사납게 뜨며 미간을 구겼다.
“그래.”
아마도 웃었을 것이다.
영겁의 세월을 기다려도 채워지지 않던 자리에, 더 이상 찬바람이 불지 않았으므로.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이어지지 못한 죄 (1)
데난 평야를 점령한 지옥의 군대는 빠른 속도로 토르미아를 향해 나아갔다.
중심에는 하비츠가 있었고, 그 뒤로 구스타프 4기예가 말을 타고 바짝 뒤쫓았다.
“가자! 가자!”
제타로가 하의와 속옷을 벗어 던지고 말안장에 서서 달리는 묘기를 선보였다.
“봤지? 이게 바로 진정한 기예다!”
나타샤가 물었다.
“그런데 아래는 왜 다 벗고 있는 거야?”
“무게중심.”
“…….”
생각에 잠겨 있던 나타샤가 말없이 고개를 되돌리고, 스모도가 피식 웃었다.
하비츠의 등을 살핀 제타로는 시무룩해졌다.
‘요새 통 웃지 않는군.’
이런 사소한 장난 따위는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발칸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완전히 꽂혔어. 이러면 말릴 수 없지.’
군중기로 토르미아 보병들이 유인책을 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설 수 없는 이유였다.
‘병력 손실이 너무 컸어.’
심연의 절벽에서 손유정에게 당한 피해는 전체 병력의 30퍼센트에 이른다.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발언권은 마족의 군사인 파이몬에게 넘어갔다.
‘어쨌든 내 실수다. 하지만…….’
손유정의 파계에 당한 이후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만약 성전이 이것을 노리고 있었다면? 즉, 파계에 준하는 무언가로 우리를 타격할 생각이라면…….’
고작 30퍼센트의 손실이 아닐 터였다.
‘전멸이다.’
마족의 전멸만 보장된다면 성전 또한 기꺼이 아군을 희생시킬 터였다.
‘그럴 가능성, 아니, 확실하다. 어떤 수단인지 모르지만, 분명 노리고 있을 거야.’
같이 죽으려는 생각인 것이다.
‘미친놈.’
발칸이야 본래 제정신이 아니지만, 성전의 군사들도 미쳐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놈의 머리는 돌아가고 있다.’
토르미아 군대를 뒤쫓고 있는 상황 또한 적군 군사의 설계라는 뜻이었다.
‘위험해. 루트를 바꾸고 싶다.’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파이몬이 제안한 계략은, 그녀가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이었다.
‘마계를 열면 파이몬도 소멸한다.’
거대한 쾌락을 얻기 위해서라면 소멸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게 마족이었다.
‘하비츠도 마찬가지야.’
나타샤가 물었다.
“왜 그래, 발칸? 무슨 문제 있어?”
“아니, 전략상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하비츠가 들어줄 것 같지 않아.”
“흐음.”
턱을 긁적이던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알려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선택은 하비츠가 하는 거니까.”
“그렇겠지.”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발칸이 말의 옆구리를 박차며 하비츠에게 다가갔다.
“하비츠, 잠깐 할 말이…….”
발칸의 입이 닫혔다.
피부가 빨개질 정도로 오른쪽 눈두덩을 문질러 대는 하비츠의 모습이 보였다.
“왜 그래?”
“눈에 벌레가 있어서.”
“벌레?”
마치 파리 한 마리가 동공에 갇힌 것처럼, 하비츠의 시야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하비츠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할 말이 뭔데?”
그의 눈동자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발칸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 루트를 바꿨으면 싶어서. 아무래도 적이 우리를 유인하고 있는 것 같다.”
“알아.”
하비츠는 피가 날 정도로 눈을 긁었다.
“어차피 상관없잖아. 그곳에도 인간이 있다. 우리는 승리하러 가는 게 아니야. 죽이러 가는 거지.”
극악의 철학이겠지만…….
“확실히 말해 두는 건데, 자칫하면 우리가 전멸할 수도 있다.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야.”
“그러든가 말든가.”
핏물이 흘러내리는 눈을 치켜뜬 하비츠가 사악하게 입꼬리를 찢었다.
“어차피 나는 안 죽는데.”
두 손을 번쩍 치켜든 하비츠가 타고 있는 백마의 두 눈을 손가락으로 후벼 팠다.
키헤헤헤헹!
짐승의 비명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사탄의 화신술 배니싱이 발동했다.
“이랴! 이랴!”
마치 원래 장님이었던 것처럼, 말은 힘차게 땅을 박차며 앞으로 내달렸다.
그러다가 다리가 꼬여 고꾸라지자, 튕겨 나간 하비츠가 바닥을 굴렀다.
“크하하하! 크하하하!”
두두두두두두두!
수많은 다리가 그의 곁을 지나갔지만 어느 하나도 몸에 닿지 않았다.
‘죽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아.’
그래야 완벽하다.
‘이 세계가 하나의 착각이라면…….’
땅을 구르는 하비츠의 망막 안쪽에 파리가 달라붙더니 괴기스러운 이빨을 드러냈다.
“나는 가장 큰 착각이다!”
배니싱을 푸는 것과 동시에 팔을 뻗자 마족 하나가 그의 손을 잡아 말에 태웠다.
“가자, 모든 것을 빼앗으러!”
후미에서 넘어오는 하비츠의 목소리가 구스타프 4기예에게 생생하게 전해졌다.
***
왕성 크레타.
대외비로 알려진 지하 4층에는 국가정보원의 직원들이 첩보를 다루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코드 블랙 외에는 출입이 통제되는 일명 ‘암실’에서 기밀 회의가 열렸다.
“후우.”
벽 앞에 놓인 상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 단테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이름이 암실이라도 조명은 있다.
다만 그의 얼굴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아 무거운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시온의 마도사 리리아가 쏘아붙였다.
“뭘 그렇게 폼을 잡아? 그런다고 못생긴 얼굴이 잘생겨 보이냐?”
얼음 여왕을 함께 봉인한 적도 있는 만큼 편한 사이였으나, 오늘은 분위기가 달랐다.
“…….”
단테가 차가운 시선을 들자 어깨를 움찔한 그녀가 살며시 고개를 틀었다.
“아니, 나는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리리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잠깐만. 이 자식이 진짜, 귀엽게 봐줬더니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네?”
성전의 수도사 에덴이 말렸다.
“싸우지 말아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죠?”
아르민이 말했다.
“시간에 맞추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어요. 이 멤버로 수행하는 수밖에요.”
세인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반면 쿠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리고 메이레이가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창백한 얼굴에 검은 단발, 원피스를 입었으나 앙상한 몸을 감출 수는 없었다.
아르민이 말했다.
“얘기는 단테에게 들었어. 성전의 원소 폭탄 프로젝트를 지원했다고.”
대정화기의 귀의 능력으로 기밀을 발설하는 자를 색출하는 역할이었다.
“네. 아직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저는 수신자라 임무에 지장은 없어요. 그리고 이곳에 모인 이유도 원소 폭탄만큼 중요하니까요.”
쿠안이 중얼거렸다.
“하비츠 암살.”
잠시 풀렸던 분위기가 다시 무겁게 가라앉고, 단테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없으니 짧게 점검하죠.”
6명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여전히 정보는 부족하지만, 인류가 추정하는 극악의 특이성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단테가 세 손가락을 들었다.
“첫째, 정해진 미래. 율법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확률 중에서 죽음과 가장 멀리 있습니다. 둘째, 사건의 부재. 그의 화신술은 존재의 인식을 부정하는 듯합니다. 셋째, 시간의 감옥.”
이 정보가 기밀인 이유는, 토르미아 채널이 아닌 동창회 채널을 통해 들었기 때문이다.
“시로네의 말로는 시간이라는 개념 안에 율법이 침투할 수 없는 특정 시간대가 있다고 해요.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순간에는 어떤 현상도 일어날 수 없습니다.”
리리아가 말했다.
“결국 미래, 현재, 과거,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모든 율법에서 벗어나 있다는 거네. 그냥 무적이잖아?”
“그래. 일전에 리안이라는 검사가 사건의 부재를 약간이나마 의심한 적이 있었어. 이건 거의 유일한 케이스야.”
마하의 기사.
“그리고 반경 전체를 베었지.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었을 테지만, 하비츠는 죽이지 못했어. 12개의 검은 흔적만이 남아 있었을 뿐. 시로네는 시옥이라고 부르더군.”
쿠안이 반응했다.
“리안이…… 베지 못했다고?”
그 무식한 녀석의 일검에 담긴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쿠안이 가장 잘 알았다.
“네. 위력으로 제압할 상대가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미로의 지시로 시온의 간부들이 토르미아에 왔을 때부터 설계한 프로젝트였다.
“우선 아르민 씨의 스톱 마법.”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한다.
“시간을 멈춘 상태에서 지옥의 군대 중심부로 침투, 하비츠에게 접근할 겁니다.”
단테는 리리아를 돌아보았다.
“그런 다음 네가 율법을 통해 하비츠를 전열에서 이탈시켜. 공간 연결은 할 줄 알지?”
“당연하지. 하지만 정말 그게 통할까?”
사탄은 율법의 바깥에 있다.
“토테미스트라면 가능해. 사탄이 아닌 공간에 함정을 설치하면 될 거야.”
단테가 설명을 계속했다.
“하비츠를 떼어 놓으면 본격적인 전투야. 우선 정해진 미래. 이것은 세인 씨의 철륜안으로 상쇄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또한 전투 지휘도 세인 씨가 한다.”
세계 최고의 오더였다.
“두 번째는 사건의 부재. 이건 메이레이의 귀를 통해 대응할 거야. 또한 라 에너미 작전에 주효했던 오브제 를 쓸 거야. 소리를 공유하는 거지.”
리리아가 입맛을 다셨다.
“결국 소리만 듣고 싸워야 하네. 하긴, 그 정도도 감지덕지라고 해야 하나?”
“라 에너미의 경우와는 달라. 메이레이, 아니 테라포스만이 하비츠를 인지할 수 있다.”
메이레이가 나섰다.
“정확히는 파동 중에서 양자 코드, 마음을 듣는 거예요. 광자 코드, 소리는 들을 수 없습니다. 하비츠 내면의 파동이 저에게 전달될 겁니다. 대법관님에게 확인한 사실이에요.”
“하긴, 예전에도 테라포스가 인류의 마음을 놓고 선과 악을 구분한 적이 있었지. 그걸 보면 마음의 소리는 생각과는 다른 건가 봐?”
“네. 개체의 전부를 나타내는 파동이에요. 마음의 유전자라고 할까요? 신호의 특정 구간을 분석하면 하비츠가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도 알 수 있어요. 문제는 파동을 조작하는 것인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탄이라면…….”
단테가 설명을 이었다.
“그런 경우를 포함, 에덴이 전투원을 보호해 줘. 하비츠가 급습하는 상황을 막는 역할이야.”
“알았어. 그럼 남은 건 시간의 감옥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