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99
99. 응징 (2)
“참, 미국에서는 로사리오 켄팅턴이 위독하다고 하던데 들었어요? LA에서 만날 때만 해도 멀쩡하던데.”
수지가 한 번 손을 썼지만, 김세인이 결혼을 앞둔 상황이라 재차 손을 쓰지 않았다. 지금은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라 의료기기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나마 연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인간도 오늘, 내일 한다더구나. 레이튼에게 들었는데 너에게 수작을 부리려고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면서 김세인이 파티에 몇 번 초대된 게 순수한 호의가 아닌 일종의 계략이라는 말이었다. 파티의 맛을 알게 만들어 방탕한 생활을 하도록 만들려는 의도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호인인 것처럼 사람 좋은 표정을 짓더니 그게 악마의 유혹이었군요. 세상 참 무서워요.”
“세상에 비밀은 없어. 그러니 너도 몰래 나쁜 짓은 절대 하지 말아라. 시간 지나면 다 밝혀지게 되어 있어. 죽는다고 하니 그놈이 한 짓이 벌써 까발려지고 있다.”
로사리오 켄팅턴이 무서워서 함구하던 자들이 미수에 그친 일이라 부담 없이 입을 연 것 같았다. 물론 그냥 입을 연 것이 아니지만 그렇게 보였다.
“저는 당분간 회사의 내실을 꾀하면서 조용히 있을까 합니다.”
“그래. 네가 벌여 놓은 일만 해도 많지. 그걸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다음에 뭔가 해도 해야지. 혹시라도 조문 갈 건 아니지?”
“가면 뭐해요?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죠. 그 집안 식구들 모두 나한테 감정도 좋지 않을 텐데.”
고모할머니는 황지원의 죽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세인도 언급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감정이 좋지 않아도 망자를 욕하면 인간성을 의심받을 수 있었다.
김세인은 결혼했기에 야간에 자리를 비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새벽 일찍 일어나서 마법으로 유희원을 깊게 재우고 이동했다. 물론 너무 강하게 마법을 전개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했다.
“이러다 수면 마법의 부작용이 있을까 걱정이다.”
“그 정도 강도라면 오히려 깊게 잠을 자는 덕분에 건강에 좋을 것이다. 가만히 두면 깨어나지 않겠지만, 옆에서 건들면 깨어날 수준이니, 문제없다.”
“혹시라도 문제가 있다면 바로 말해.”
“알았다. 그리고 축하한다.”
“뭘? 설마?”
“맞다. 아마도 허니문 베이비인 것 같아.”
김세인은 그런 사실을 전달받자 좋으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그러면 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약하게 전개해. 그게 더 어려운 것 알지?”
“알았다. 혹시라도 깨어나면 바로 알려줘. 그러면 바로 화장실로 돌아가야 하니.”
유희원이 깨어났을 때 김세인이 옆에 없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기에 일단 화장실로 보내는 걸로 했다. 급하게 화장실에 갔다고 하면 이해가 되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지 사전에 정해놓았다.
“사전에 정한 방식으로 처리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 네가 이동하면 생체반응까지 모니터하고 있으니.”
김세인은 고모할머니나 유희원의 사생활을 직접 모니터하지 않지만 수지에게 항상 지켜보도록 했다. 위험한 상황이 되면 나중을 생각하지 말고 보호조치를 하도록 요청한 상황이었다.
“한데 혈중알코올농도가 0.2%라면 만취 상태인데 얼마나 마신 거야?”
“750㎖짜리 양주 세 병을 술집 종업원 둘과 같이 마셨다. 세 시간 동안 양주 20잔은 마셨을 거다.”
“그 정도 마시고 차를 운전해서 가다니. 죽으려고 환장했군. 그러다가 애꿎은 사람까지 해쳤겠지. 우리는 그걸 막은 것이고.”
“골목에 사람이 있었다면 그랬겠지. 새벽 2시경이라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좁은 골목인데도 시속 70㎞ 이상으로 달렸다. 그 정도이니 내가 관여하지 않았어도 사고 날 확률이 높았다. 더구나 막판에는 여자 종업원에게 폭언까지 했다.”
그 때문에 화가 난 여자 종업원이 음주운전을 한다고 신고하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고한 사람의 정체가 드러나면 본인과 업소에 피해갈 올 수도 있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새로 온 종업원에게 2차를 가자고 했군. 그런 것은 안 한다고 거부하니 입에 담지 못할 소리까지 지껄였군.”
김세인은 황지원을 죽여야 할 이유를 더 많이 찾으려고 했다. 그렇기에 수지에게 말해 그 장면까지 살폈다. 그 장면을 보니 황지원이 얼마나 인성을 상실한 망종인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본성을 숨기고 연기를 했지만 이성을 잃으니 본성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나마 육체적으로 약하기에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경찰이 술집을 찾아와서 음주운전을 한 경위를 조사했다. 술집 주차장이 아니라 좀 떨어진 곳에 주차했기에 음주운전을 방조한 책임은 면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다행이고. 달리 문제는 없지?”
“누가 개입했다고 의심할 여지는 없지. 하지만 이 모든 게 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야. 네가 폭음하도록 원인을 제공했다는 말이지.”
“황씨 일가가 그렇겠지?”
“그래. 황지원이 그렇게 술 먹은 이유가 다 세인이 때문이라는 말이지. 그렇기에 감정이 좋은 것은 아니야.”
그러면서 장례식장에서 황씨들이 모일 때마다 김세인을 저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니 미안한 생각은 사라지고 말았다. 오히려 어떻게 해야 다시 한 번 응징할 수 있을지 궁리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에렌 허벌린 일가가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고 격앙된 감정이 가라앉으면 차츰 원한도 망각하기 마련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잊지를 못한다면 그때 조치하면 되었다.
“참, 로사리오 켄팅턴의 상황은 어때?”
“증세를 보면 3일 후에 죽을 거야.”
말이 이상하지만, 저절로 죽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말이었다.
“그래? 한데 그자가 죽기도 전에 몇 사람 입을 열게 만든 것은 휴먼해킹 덕분이지?”
“당연하지. 술 취한 자의 입을 열게 하는 건 가장 쉬운 일이야. 너한테 초대장을 보낸 자들이 그 내막을 떠들었으니 상황은 재미있게 돌아갈 거야. 죽고 난 다음보다 지금이 나을 것 같아.”
“그런데 굳이 그 사실을 공개하면 두 아들의 입지, 사실 대역의 입지가 축소되어 활동하는데 불편하지 않을까?”
“그런 면도 있지만 그건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아. 오히려 로사리오의 평판을 깎게 되어 둘이 활동하는 게 자유롭지. 그리고 밝힌 자들도 자기 얼굴에 침 뱉기지. 곧 죽을 자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놈들이 책임져야지.”
김세인에게 악감정을 가진 자들의 입지가 축소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악의를 가진 자들의 활동을 위축시켰다.
“한국의 재계처럼 캘리포니아도 슈퍼리치의 영향력이 막강해. 그들이 모여서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세인도 귀찮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하지만 지금 그런 음모가 드러났으니 함부로 위해를 가하지 못하게 되었어. 다들 몸을 사리니.”
수지의 말에 김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판이 좋지 않은 자들을 차단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되었다. 조금만 수상하면 위해를 가하려고 접근한 것으로 의심해도 문제가 아니었다.
김세인은 GH 리조트와 GH 반도체의 사명을 SI 리조트와 SI 반도체로 변경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에 그렇게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GH 그룹의 이미지가 나쁘기에 불가피했다.
“이런 개자식이 있나?”
황지원의 장례식을 치른 황성후는 김세인이 GH라는 이름을 떼고 SI라는 이름을 달자 확실히 빼앗긴 사실을 절감했다. 그렇기에 그 사실이 정식으로 결정되었다 하자 욕부터 했다.
“회사는 잘 굴러간대?”
황성후는 비서실에 모인 참모들을 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들 말하지 못하는 걸 보자 상황이 원하는 대답과 정반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말해봐?”
“리조트의 경우에는 기존에 적용하려고 검토했던 몇몇 방식을 채용하여 매출을 증대시켰습니다. 각종 요금도 인하하고 비용도 조금 증가하여 수익률이 하락할 거라 예측했지만, 매출의 증가가 커서 전보다 수익률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런 대답에 황성후는 얼굴이 구겨졌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보고자를 노려보았다. 황성후의 참모 중에 리조트를 담당했던 자였는데 그런 출혈경쟁은 제살깎아먹기라고 황성후와 다른 참모들이 반대하여 그가 입안한 정책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런 앙금이 남았는지 대놓고 푸념했다. 리조트 담당이었으니 조만간 쫓겨나거나 좌천될 것으로 전망되니 이번 기회에 할 말 다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반도체는? 거기는 사실상 적자였잖아?”
그동안 특허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를 과다하게 계상하여 매년 적자를 감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장부상 흑자였지만, 실상은 매년 1천억 원 정도 손실이 나고 있었다.
“미국의 몇몇 거대 IT 기업과 연결이 되어 상담을 진행 중이고 조만간 납품 계약도 체결할 걸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유명 팹리스와도 연결이 될 거라 합니다.”
그도 리조트 담당자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실상을 그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현재 상담을 하는 IT 기업과 팹리스 업체명을 거론했다. 그들은 넬리 킴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들이었다.
“일성전자에서도 주문을 받을 거라 합니다.”
그러면서 각종 센서 제작에 대하여 언급했다. 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만 모든 반도체를 자급자족하는 게 아니었다.
“센서 제작이라니, 그런 기술이 있었나? 설비도 문제이고 제품의 설계도 해야잖아?”
“반도체 제작기술은 대동소이하죠. 양산하는 수준은 비슷하고요. 실제로는 설계기술이 중요한데 그걸 해결하면 칩의 제작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설비는 투자하면 되고요.”
반도체 담당자가 일반 지식을 설명하지만 황성후는 알아들을 수가 없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새로 연결된 바이어가 기술과 자금을 제공하여 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한 후에야 이해했다.
“더구나 SI 연구소에는 일성전자 출신의 황진우 박사가 있습니다. 이쪽에서는 전문가입니다. 최근에 능력 있는 관리자와 기술자도 꽤 영입했습니다.”
황성후 회장은 그 이름을 듣자 안색이 달라졌다. 자신과 같은 황씨라고 해서 유독 관심을 두고 스카우트를 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니 감정이 좋지 않았다.
“흔들 여지는 없나?”
아직 연결고리가 남아 있었고 그렇기에 내부의 정보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반적인 동향 정도였지 핵심적인 정보는 알기 어려웠다.
“우리의 말을 듣는 자들 대부분 권고사직을 당한 상황입니다.”
누군가의 말에 황성후는 말을 하지 못했다. 황씨 일가나 가신단은 사임했지만 그 주변인은 정규직원이기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들도 비리에 연루된 경우가 많아 남아 있기 어려웠다.
“나가지 않고 버틴다면 사법 조치를 할 거라고 합니다.”
황성후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 사실마저 언급했다.
“부장급에서는 하나도 남지 않았고 차장급도 하나둘 솎아내고 있습니다. 라인에 속했던 자는 전부 제거될 거로 보입니다.”
“능력이 있는 자들도 있지 않나? 그들이 사라지면 회사 운영이 문제 될 건데?”
“물론 그렇지만 그런 자들일지라도 비리를 저지른 자는 가차 없이 잘라내고 있습니다. 일부 포용을 하지만,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라인에 포함된 자들이고 실제 라인에 충성하지도 않았던 자들입니다.”
라인이라는 것이 이권을 획득하기 위해, 직장이라면 승진과 좋은 보직을 위해 형성된 것이고 그렇기에 이권에 개입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모두가 다 연루가 되었다.
“그럼 여태 회사에 도둑이 들끓었다는 말인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복귀한 분 중에 상당수가 그런 면이 있습니다. 두 분 명예 회장님 때부터 있던 분들이 대부분이고요.”
그걸 아예 근절할 필요는 없지만 형사 고발이 가능한 수준의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면 그건 문제였다. 하지만 오너일가에서 가신들에게 비자금을 조성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니 그걸 탓할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