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An Adult Game As A Former Hero RAW - Chapter (119)
나는 그리 말하며 접시에 소시지를 담았다. 배가 많이 고플 테니 최대한 굵고 긴 걸로.
“먹고 있어. 잠깐 네리아한테 다녀올 테니까.”
그녀들을 두고 2층으로 올라가 네리아의 방문을 두드렸다.
…
반응이 없었다.
다시 한번 두드렸다.
“네리아? 자고 있어? 들어가도 돼?”
이번에도 반응이 없었다. 안에 없는 건가? 의아해하며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방 안에서 쿠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조금 열렸던 문이 거칠게 닫혔다.
“네리아?”
클라우드? 왜, 왜?
“왜긴, 어제부터 나오질 않았잖아. 걱정돼서 올라온 거지.”
걱정..? 나 같은 거한테도 걱정을 해주는 거야?
“나 같은 거? 뭐라는 거야. 동료의 상태가 이상하면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아… 그렇지… 우린 동료였지…
“그래.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하고, 안에 들어가도 돼? 부탁할 것도 있어서 말이야.”
으, 응? 자, 잠깐만!잠깐만 기다려! 내가 나갈게!
힘을 줘 문을 밀자 네리아가 황급히 외쳤다. 손에 힘을 빼자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얌전히 그녀를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네리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방에서 나왔다.
“많이 기다렸지?”
“많이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그보다 너 안색이 왜 그래?”
이틀 만에 본 네리아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잠을 자기나 한 건지 눈은 퀭한 데다가 눈동자는 흐리멍덩하고 머리는 부스스하다.
거기에…
“눈두덩이는 왜 이렇게 부었어? 너 설마 울었어?”
“응? 아, 아니야. 울기는 누가 울었다고 그래.”
“아니긴? 아주 퉁퉁 부었구만.”
“아니라니까… 그, 그보다 나한테 부탁할 게 있다고 그랬지? 뭔데?”
네리아는 고개를 휙휙 젓더니 화제를 바꿨다.
더 물어봤자 절대 대답해주지 않을 듯한 태도다. 나는 손을 휘저었다.
“됐어. 상태를 보니까 부탁은 못하겠다. 밥 먹고 푹 쉬기나 해.”
“아니야. 나 괜찮아. 진짜 괜찮으니까 뭐든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도와줄게.”
됐다고 몇 번 더 거절했으나, 네리아는 내 팔을 붙잡으면서까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부탁을 꼭 들어야겠다는 듯이.
그 고집에는 나도 한 수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카타리나와 대련을 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어.”
흠칫 굳은 네리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대련은 힘들…”
“할게.”
“무리 안 해도 돼. 푹 쉬고 나중에 해도 되니까.”
“아냐. 오늘 당장 하고 싶어.”
네리아의 눈빛에는 꼭 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했고, 나는 뭐라 말하려다가 그냥 참았다. 본인이 하겠다는데 뭐 어쩌겠나.
“고마워. 그래도 밥은 먹고 하자. 너 네 끼나 굶었잖아.”
나는 챙겨 온 그녀의 식사를 내밀었다. 그녀는 접시를 챙겨들며 미소를 지었다.
“아, 고마…”
그 미소는 어째서인지 접시 위의 소시지를 보더니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더니.
“으아아!?”
접시를 집어던졌다.
어머나, 시발?
나는 황급히 접시를 낚아채 떨어지는 소시지들을 하나씩 받아냈다. 하나도 빠짐없이 받아낸 뒤에야 안도하며 네리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뭐하는 짓이냐고 꾸짖을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우욱..! 끄에엑..!”
헛구역질과 함께 위액을 토해내는 네리아를 보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소시지가 상했나?
냄새를 맡아보았으나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다음에도 입으로 해주면 안 돼?]우연히 듣게 된 클라우드의 한 마디.
네리아는 똑똑한 편은 아니었으나,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우둔하지도 않았다.
어젯밤이 조용했던 이유는 두 사람이 진도를 나가지 않았던 탓이 아니었다.
구강성교.
여성이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행위.
그것을 했기에 네리아가 있던 방까지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던 거였다.
그녀는 그것도 모르고 저 혼자 희망에 차서 헤벌레 웃고 있던 것이다.
네리아는 1층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시큰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녀 하나만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아늑한 공간. 마치 잔혹한 현실과 단절시켜주는 기분이 들어 잠시 안정되었으나 그것도 잠시일 뿐이었다.
[다음에도 입으로 해주면 안 돼?]귓가에 재생되는 그의 목소리.
머릿속에서 멋대로 장면이 만들어진다.
어두운 방 안.
촛불이 일렁거리며 두 사람을 비춘다.
클라우드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고 그런 그의 앞에는 카타리나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쮸읍. 쪽. 츄릅.]음란한 소리와 함께 카타리나의 머리가 위아래로 왕복한다. 그런 그녀를 클라우드는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쭙… 하아… 클라우드, 기분 좋아..?] [엄청 좋아. 왜 이렇게 좋지? 카타리나, 네가 해줘서 그런가?] [히. 그래? 그럼 지금보다 더 좋게 해줄게.]아까보다 더 열심히 머리를 움직이는 카타리나.
본 적도 없는 장면이.
들은 적도 없는 장면이.
너무나 쉽게 상상이 되었다.
심장이 꽉 옥죄여와 터질 것만 같다.
더 이상 이런 장면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지워보려 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상이 가중된다.
음란한 소리를 내며 클라우드의 것을 핥는 카타리나와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클라우드.
그만… 제발 그만..!
보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상상하기 싫단 말이야.
그러나 그 장면은 사라지질 않았다.
네리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본 적도 없는 장면이 왜 이렇게 생생하게 상상이 된단 말인가?
[똑바로 빨아 시발년아!]문득 들려온 것은 클라우드의 상냥한 목소리가 아닌 사나운 남성의 목소리.
그제야 그녀는 상상 속 클라우드와 카타리나의 자세가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입술에서 떠올리기 싫은 감촉이 느껴졌다.
우욱..!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 그녀를 덮쳤다.
침대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어 헛구역질하자 위액이 토해졌다.
끄에엑…!
구역질을 하면 할수록 기억은 선명해졌다.
비아냥거리던 목소리.
깔보며 내려다보던 눈빛.
그에 대항하지 못하는 무력감.
입술에서 느껴진 역겨운 감촉.
그 모든 것이.
어으… 끄엑… 크흐…
어느새 위액조차 나오질 않았다.
토할 것이 없어지자 그녀를 괴롭히던 구역질 또한 멈췄다.
그러나 구역질이 멈췄다고 한들 그녀가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자괴감과 죄책감.
두 감정의 칼날이 그녀의 마음을 찢어발겼다.
그녀는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으며 누군가의 이름을 애절하게 불렀다.
클라우드…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을.
그를 보고 싶다.
얼굴을 보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는 한이 있어서라도 용서받고 싶다.
그리고 그것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방 밖에 있는 그를 만나 행동하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당장 밖으로 나가 미안하다고 싹싹 빌면 그는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당황하며 왜 그러냐고 물을 것이다.
그녀가 이유를 설명하면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줄 것이다.
그럼 또 그녀는 그걸 믿고선 헤헤 웃겠지.
병신같이.
괜찮을 리가 없는데.
말 한마디.
고작 말 한마디 때문에 네리아는 위액을 토하고 망상을 하며 눈물 콧물을 짜냈다. 그녀가 이토록 괴로운데 하물며 그는 어땠을까.
직접 눈으로 보았던 그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미안해… 몰랐어…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어…
그녀가 다시 클라우드를 찾아갔던 날.
클라우드는 그녀에게 화를 내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저 다시 모이게 되어 기쁘다며 웃어주었다.
그래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장은 어색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클라우드와 마르스의 대화를 엿들었을 때도 그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질 뿐이라고 믿었다.
그게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 줄도 모르고.
미안해…
그녀가 아무리 사과의 말을 중얼거린다고 한들 그것은 그에게 닿지 않는다.
닿아서는 안 된다.
그 말은 그에게 다시 한번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 테니까.
마음에 무겁게 매달린 죄책감의 추는 그녀가 평생 가져가야 할 업보이다.
…사실 정말 그를 위한다면 그의 곁을 떠나는 게 맞았다.
그는 그녀를 볼 때마다 괴로워할 테니까.
하지만 네리아는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네리아에게 있어 클라우드는 삶의 전부였으니까.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가 곁에 없다면 그녀는 무너질 터다.
그녀는 그것이 몹시 두려웠고 그래서 그를 떠나지 못한다.
이기적이고 추한 겁쟁이.
그게 그녀 자신이다.
“둘 다 준비됐어?”
클라우드의 목소리가 그녀의 상념을 깨었다.
그녀가 서 있는 곳은 무너진 왕궁의 연무장.
정면을 바라보면, 석양을 떠올리게 만드는 주홍빛 장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보인다.
카타리나.
가벼운 차림을 한 그녀가 기다란 곡도를 쥔 채로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 여인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무엇이 특별했기에 클라우드와 연인이 되었을까.
그 자리에 그녀가 아닌 저 여인이 있었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그것이 궁금했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고역인 카타리나와의 대련을 받아들였다.
“준비됐어!”
“나도 괜찮아.”
카타리나와 네리아가 동의하자 클라우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
대련이 시작되자 카타리나는 한 발자국을 크게 내디뎠다. 내디딘 발을 축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날개를 펼친 나비처럼 경쾌한 움직임으로 네리아에게 다가갔다.
아름답고 화려한 검무가 다가오는 것을 네리아는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