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An Adult Game As A Former Hero RAW - Chapter (194)
“네리아!”
“괜찮아요?!”
에리와 오필리아가 그녀를 살피려 했으나, 네리아는 그녀들의 도움을 받을 여유가 없었다.
“우욱..!”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줄곧 괴롭혀온 역한 감각이 입에서 다시 느껴졌기에.
“으에엑..!”
서큐버스 퀸을 쫓기 전까진 에리, 오필리아와 함께 축제를 돌아다녔지만 무언가를 먹지는 않았다. 덕분에 토사물을 내뿜는 추태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헛구역질과 함께 위액을 토했다.
한참을 그런 끝에 그녀는 터덜터덜 기어가더니 클라우드의 다리를 붙잡았다.
“거, 거짓말이지..? 클라우드 아직 살아있잖아… 그냥 너랑 몸이 바뀐 것일 뿐이잖아… 그렇지..?”
“네리아…”
“제발… 제발 살아있다고 말해줘… 응..?”
그녀의 눈에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내, 내가 잘못했어… 전부 내 잘못이야… 이렇게 빌게…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 제발… 살아있다고만 해줘… 응?”
커다란 충격에 정신을 반쯤 놓아버린 것일까.
지금 네리아가 보여주는 모습은 이성적이지 않았다. 클라우드가 살아있다고 말해준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건 아니었으니까.
네리아의 처량한 꼴을 보며 클라우드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셰디아.”
“응.”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셰디아가 검집으로 네리아의 뒷목을 후려쳤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기에 네리아는 그 일격을 맞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풀썩.
기절해서 쓰러진 네리아를 클라우드가 안아 들었다. 이루 말하기 힘든 표정을 짓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돌아가자.”
도시, 아이켄 하드로 돌아온 클라우드 일행.
잠들었던 사람들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기에 그들은 조용히 성으로 되돌아갔다.
네리아를 방에 눕혀둔 후, 클라우드는 일행 모두에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이곳 사람이 아니며 본래의 클라우드가 목숨을 바쳐 그를 이 몸에 빙의시켰다는 사실을.
당연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일행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애초에 다른 세계라는 개념 자체가 익숙하질 않았으니까.
각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클라우드는 밤이 늦었으니 해산하자고 제안했고, 일행들도 그의 말을 따랐다.
그렇게 클라우드가 홀로 침대에 누워 사색에 빠지려고 할 때였다.
들어가도 될까요?
노크와 함께 오필리아의 목소리가 문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오필리아가 왜?’
의아해하면서도 클라우드는 들어오라고 허락했다. 그러자 문을 열고 오필리아와 에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에리까지?’
아직 머리가 복잡할 텐데 무슨 일로 찾아온 걸까. 설마 그간 진짜 클라우드인 척을 했던 그를 비난하러 온 것일까?
…그러더라도 할 말이 없기는 하다.
어떻게 보면 옛 동료인 척을 하며 그녀들을 기만한 셈이니까.
그러나 그녀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가 예상한 바와는 달랐다.
“클라우드… 아니, 한지수라고 했었지? 나, 나는 널 싫어하지 않아. 미워하지도 않고. 그, 그냥 그렇다고!”
“에리의 말이 맞아요. 설령 클라우드 님이 아니었다고 한들 용사님과의 추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부끄러워하는 에리와 푸근한 미소를 짓는 오필리아.
분명 그를 배려해서 해주는 말일 터인데…
어째서인지 그는 기쁘기는커녕 조금 불쾌해졌다.
“…그래, 고마워.”
감사를 전하자 조금이지만 불안이 섞여있었던 그녀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뭘, 이 정도로!”
“당연히 드려야 할 말씀을 드렸을 뿐이에요.”
자신들의 위로가 먹혔다고 생각한 그녀들은 웃는 얼굴로 방을 떠났다. 그녀들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그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두 사람이 저러는 이유는 이해가 간다.
정체를 들킨 것으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을 그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였겠지. 또 이번 일로 인해 변할 그녀들과 그의 관계를 두려워한 것에서도 기인했겠고.
어느 면으로 보나 그녀들이 그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느껴진다.
‘그런데 왜…’
왜 이렇게 불쾌한 기분이 드는 걸까.
그는 그 이유를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클라우드.’
몸뚱이를 빌려 쓰고 있는 그가 아닌 진짜 클라우드가 죽었다. 그녀들은 그 사실을 밝힌 지 하루가 지나기 전에 그를 찾아와 위로했다.
마치 진짜 클라우드의 죽음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지나친 비약이야.’
두 사람도 착잡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거다. 다만 그를 위해서
‘아니. 아니야.’
그녀들이 그를 배려한 것이라고 아무리 타일러도 불쾌한 기분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결국 그는 인정하기로 했다.
그녀들이 진짜 클라우드가 아닌 그를 더 신경 쓴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느꼈음을.
진짜 클라우드는 수년이나 되는 세월을 그녀들과 함께 했다. 분명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겠지.
반면 그의 경우 함께 한 세월은 2년을 넘지 않는다. 추억이라고 부를 만한 것 또한 없다. 있는 거라곤 혹독하게 굴린 기억뿐이니까.
그럼에도 그녀들은 진짜인 클라우드보다 가짜인 그를 더 신경 썼다.
왜?
어째서 네리아처럼 화를 내지는 못할망정 그를 배려하지? 그는 그녀들의 동료의 몸을 빼앗은 타인에 불과할진대.
그가 진짜 클라우드와는 달리 의지가 되었으니까?
도움이 되었으니까?
…고작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두 사람이 가진 동료의 유대감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고 믿고 싶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들에게 많이… 실망할 것 같았으니까.
그는 문득 자신의 옛 동료들을 떠올렸다.
그들을 이번 상황에 대입해보았다. 그의 몸을 차지한 다른 이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배려해주는 옛 동료들.
콰앙!
그가 신경질적으로 휘두른 주먹에 침대 옆에 위치했던 서랍이 산산조각 났다.
“…시발.”
그는 한동안 잠에 들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네리아.
기절하기 직전의 기억을 되짚은 끝에 클라우드가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상실감이 그녀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참을 수 없이 답답하다.
당장이라도 클라우드를 만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그가 가짜라는 것을 상기하자 반대로 꼴도 보기 싫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짐을 챙겨 방을 나섰다.
“일어났어?”
그리고 방 앞에서 보고 싶지 않았던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방문 앞까지 가져온 의자에 앉아있던 클라우드가 그녀를 보곤 몸을 일으켰다.
네리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그런 그녀의 손목을 클라우드가 잡았다.
“이거 놔.”
“어딜 갈 생각이기에 짐을 챙겼어?”
“네가 알아서 뭐하게?”
날이 선 목소리.
지금껏 클라우드를 대하던 태도와는 명백히 달랐다.
클라우드는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여기며 대답했다.
“걱정되니까 그러지.”
“걱정?”
네리아가 헛웃음을 흘렸다.
뒤로 몸을 휙 돌려 그를 죽일 듯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왜 날 걱정하는데? 걱정할 이유가 뭐가 있다고.”
“그야 넌…”
“혹시라도 동료라느니 같은 말은 하지 마. 난 그동안 네가 클라우드라고 생각해서 함께 다닌 거야. 한지수니 뭐니 하는 인간이 아니라!”
네리아는 팔을 휘둘러 그의 손을 쳐냈다.
“이 참에 하나만 묻자. 그동안 너 그동안 나 보면서 무슨 생각했냐? 아니, 물어볼 것도 없겠다. 우스웠겠지. 뭣도 아닌 년이 소꿉친구랍시고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에 웃고 우는 꼴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웃겼을 거야. 안 그래?”
그녀가 자조하며 짓는 표정은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둘이 반반 섞인 듯한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그런 적 없어.”
“그런 적 없기는.”
그녀는 코웃음 치며 등을 돌렸다. 더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를 술술 풍기며. 클라우드는 한숨을 쉬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에리와 오필리아에게 잠시 네리아와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다.
혼자 뒀다가 엄한 짓을 할까 봐 걱정됐던 탓이다.
예를 들면 목을 맨다던지…
다행히 두 사람은 그의 우려를 이해하고 네리아의 뒤를 따랐다. 네리아도 두 사람이 따라오는 것까지는 뭐라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떠나자 클라우드는 가슴을 가득 채우던 답답함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닌 척 해도 어젯밤의 일이 그의 신경을 많이 갉아먹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둘을 보내고 나니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도저히 식사할 기분이 아니었다. 식사를 거르고 방으로 돌아가자 레슬리와 카타리나가 그의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클라우드 님.”
먼저 입을 연 것은 레슬리였다. 그녀는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우선 어젯밤 심란하셨을 클라우드 님께 위로를 드리지 못한 일을 사과드리겠어요.”
클라우드는 레슬리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냐, 네가 사과할 게 어디 있어. 그런 일이 있었는데 머리가 복잡한 게 당연하지. 오히려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은 나…”
“아니에요. 어젯밤 용사님을 찾아뵙지 못한 이유는 머리가 복잡했기 때문이 아닌 제가 너무 흥분했던 탓이에요.”
“…?”
클라우드의 입이 다물어졌다.
반면 레슬리는 평소답지 않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꿈에서 보았던 클라우드 님의 과거. 클라우드 님이 단신으로 전장을 휩쓰는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서 도저히 찾아뵐 엄두를 내질 못했죠. 원래도 대단하신 줄 알았으나 그 정도로 위대한 전사이셨을 줄이야.”
떠올리는 것만으로 황홀하다는 듯이 그녀가 뺨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를 만난 이후로 처음 보는 일면이었기에 클라우드도 살짝 당황하였다. 카타리나의 경우 질린다는 듯 아예 몸을 빼고 있었다.
“내가 진짜 클라우드가 아닌 건 괜찮아?”
“저와 조우하셨을 때는 이미 영혼이 바뀐 상태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저와는 관계없는 일 아닌가요?”
“그거야 그렇다만…”
“저뿐만 아니라 카타리나 씨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클라우드는 카타리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황홀한 표정의 레슬리와는 달리 그녀는 어딘가 삐친 듯 입술을 삐죽 내민 상태였다.
“나도 레슬리랑 비슷한 생각이야. 그런데.”
“그런데?”
카타리나가 샐쭉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너 엄청 많이 했더라?”
“많다니, 뭐가… 아.”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 건지 깨달은 그는 머리를 잠시 긁적이다가 말했다.
“음… 미안?”
“미안? 고작 그 말 한마디로 끝내겠다고?”
“아니… 과거에 있었던 일이잖아. 그것도 너희를 만나기 한참 전에.”
“그래. 사실 나도 네가 과거에 만난 여자까지 일일이 따질 생각은 없었어. 네 말대로 날 만나기 전이니까. 그런데…”
카타리나가 클라우드의 양쪽 볼을 붙잡았다. 그대로 힘껏 잡아당겼다.
“그 광경을 직접 보게 되는 건 별개지! 난 네 현란한 허리 기술의 출처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지 않았어!!”
“아야야… 아파…”
“그리고 그 여왕이니 뭐니 하는 여자! 그 여자 아래에 깔려서 짐승처럼 울어댄 건 또 뭐야? 내가 그걸 보면서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
“그건 그 여자의 기술이 너무 좋아서…”
“시끄러워!”
카타리나는 잡아당기던 그의 볼을 놓았다. 대신 양팔로 그의 목을 휘감으며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혀가 먼저 들어가고 호응하듯 그의 혀가 움직였다.
쪼옥. 쭙. 츄릅.
한참이나 혀를 섞은 끝에 그녀가 입술을 떼어냈다. 그가 그녀와 눈을 마주 보며 미소 짓고 있자니, 돌연 옆에서 하얀 손이 파고들어 그의 고개를 돌렸다.
쪽.
부딪치는 입술.
클라우드는 눈을 크게 떴다. 부딪친 입술의 주인이 레슬리였기 때문이다.
비집고 들어오려는 그녀의 혀를 입술을 굳게 닫아 막은 뒤, 눈동자를 굴려 카타리나를 살폈다.
이상하게도 카타리나는 화를 내는 대신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해도 된다는 듯이.
그에 클라우드는 의아해하면서도 입술을 열어 레슬리와 혀를 섞었다. 그녀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열정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슬슬 그만하지?”
키스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이자 기다리다 못한 카타리나가 끼어들어 둘을 떼어냈다. 레슬리는 불만이 담긴 눈빛을 카타리나에게 보냈다.
“기념비적인 첫 키스인데 너무하시네요.”
그와 한 첫 키스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뻔뻔스럽게 첫 키스라고 거짓말했다. 클라우드는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궁금한 것을 카타리나에게 물었다.
“카타리나, 나랑 레슬리가 키스해도 괜찮아? 나와 레슬리가 가까이 지내는 거 싫어했잖아.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거야?”
“심경의 변화는 무슨. 지금도 끔찍하게 싫어.”
말도 말라는 듯 그녀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다만… 나 때문에 네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싫어서. 그냥 조금 양보하기로 했을 뿐이야.”
그녀의 말을 들은 클라우드는 알아차렸다. 그녀가 꿈에서 보았던 그의 상처받은 내면을 배려해준 것이라는 걸. 이래저래 툴툴거리는 일이 많긴 해도 역시 상냥한 여인이었다.
클라우드는 그녀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녀도 별다른 저항 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 허리를 라인에 따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자 그녀는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카타리나. 네가 양보해준 덕에 레슬리도 함께할 수 있게 됐잖아.”
“응, 그렇지. 고마워?”
대답하는 그녀의 음색은 부드러웠다. 청신호라고 여기며 그가 말을 이었다.
“고맙지. 그래서 말인데 거기에 한 명만 더 추가해도 될까?”
“클라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