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An Adult Game As A Former Hero RAW - Chapter (54)
“그냥… 너희들과의 여행이 이 던전에서 끝난다는 게 아쉬워서 그래.”
오랜만에 파티다운 파티를 꾸렸는데 다시 해체되게 생겼다.
새 파티를 꾸리려면 베히모스가 등장해야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참 아쉽게 됐다.
“…클라우드?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던전에서 끝난다니?”
그리 묻는 네리아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비단 네리아 뿐만이 아니다. 에리와 오필리아도 그녀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그래, 조금 갑작스럽겠지.
당황하지 않도록 적당히 설명해줘야겠다.
나는 볼을 긁으며 멋쩍게 말했다.
“음… 난 용사잖아? 앞으로 이보다 더 힘든 일도 많이 겪을 텐데, 고작 이 정도로 힘들다고 엄살을 피우면… 아무래도 같이 가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설명을 해줬음에도 세 사람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 그걸 빼먹었구나.
“걱정하지 마. 나도 너희들 사정 정도는 아니까. 프릴리테에게 부탁해서 기스나 로리안에게 보복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줄게. 여기 던전에서 얻은 보물을 팔면 그럭저럭 잘 먹고 잘살 수 있을 거야.”
안전과 의식주 보장.
덤으로 그녀들에게 던전을 함께 클리어해야 할 이유도 되새겨주었다.
좋아, 이 정도면 그녀들도 납득…
“할게.”
“응?”
“클라우드가 말했던 힘든 길. 그 길로 갈게”
네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갑자기 왜 말을 바꿔?
“정말 괜찮겠어? 솔직히 엄청 힘들 거야. 도중에 그만두는 것도 불가능하고.”
“괜찮아. 얼마나 힘들든 괜찮아. 그러니까… 끝이라는 말만 하지 마…”
네리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태도 변화에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나는 다른 두 사람도 번갈아 보았다.
“너희도 네리아와 의견이 같아? 이건 네리아 혼자서 결정한다고 되는 게…”
“할게.”
“할게요.”
에리와 오필리아가 각오 어린 목소리를 내었다.
‘…기스랑 로리안의 보복이 그렇게 무서운가?’
나는 그녀들이 조금 안쓰러워졌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얼마나 시달려왔으면 프릴리테에게 부탁해준다고 해도 거절할까.
“…너희가 선택한 거다? 불만은 안 들을 거야.”
그렇다고 강도를 낮춰줄 생각은 없지만.
에리와 네리아, 오필리아는 클라우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당연하지만, 이 던전이 그와 그녀들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통보 때문이었다.
에리는 인정받고 싶었다.
다정한 클라우드에게는 물론이고 애증 하는 가족에게, 더 나아가 세상 모두에게.
네리아는 클라우드의 곁에 있고 싶었다.
비록 지금은 조금 어색할지라도, 곁에 있다 보면 언젠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이 그녀에겐 있었다.
오필리아는 교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폐쇄적이고 갑갑한 건물에 갇혀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제각각이긴 해도 클라우드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이유가 그녀들에겐 있었다.
그렇기에 클라우드의 제안에 따른 건데…
컹컹!
컹!
앞길을 가로막은 코볼트들이 시끄럽게 짖어댔다. 아홉 마리에 달하는 숫자. 평소의 그녀들이라면 가볍게 이겨낼 적이나,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코볼트 무리를 상대하는 게 벌써 열한 번째니까.
체력과 마나, 신성력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코볼트들은 계속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고, 도망갈 길은 없다.
왜?
그녀들이 서 있는 장소는 양옆과 뒤가 막힌 막다른 골목이니까.
당연하지만 그녀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것은 클라우드다. 쉼 없이 코볼트와 싸우게 만든 것도 클라우드고.
대체 왜 이곳에서 코볼트들을 계속 상대하고 있어야 하는 거지?
레벨도 낮아서 경험치도 많이 안 주는 이것들을?
세 여인은 그의 의중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그저 그가 시키니 열심히 따를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한계가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용사님, 더 이상 버프를 유지할 신성력이 없어요!”
먼저 한계가 찾아온 건 오필리아였다.
신성력을 모두 사용한 그녀는 파티원들에게 건 버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신성력이 없어? 그럼 기도해.”
클라우드는 단순한 문제라는 듯 대답했지만, 오필리아는 기겁했다.
“여기서요?!”
한창 코볼트들과 전투 중이다. 창칼은 물론 석궁 볼트마저 날아다닌다.
살 떨려서 기도를 어떻게 하나?
“왜? 못해? 못 해도 해!”
클라우드는 타협해주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결국 타협한 것은 오필리아였다.
그래, 그녀도 결국 마왕을 무찌르러 가는 용사파티의 일원이다.
위기 상황에서 신성력이 떨어지는 경험도 언젠가는 하게 될 터.
미리 경험한다고 생각하자.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동료들을 믿도록 하…
오필리아가 눈을 감고 무릎을 꿇으며 기도를 하려던 때였다.
“야! 너 뭐해!”
클라우드가 오필리아의 손목을 붙잡고 거칠게 들어 올렸다.
“신성력 모으라니까, 왜 앉아서 쉬고 있어?!”
“네? 그야 신성력을 모으려면 이리에스 님께 기도해야…”
“기도를 꼭 눈감고 앉아서 해야 해? 남들 죽어라 싸우고 있을 때, 넌 혼자 쉬고 있겠다는 거야?”
“쉬겠다는 게 아니라…”
“시끄럽고 메이스 들어! 기도 정도는 메이스로 코볼트 골통 부수면서도 할 수 있잖아!”
“그, 그런 걸 제가 어떻게 해요?! 전 성기사분들이 아니…”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난 네 신앙심이 고작 자세 하나에 휘둘리는 싸구려가 아니라고 믿어. 그러니까 빨리 가서 코볼트의 골통을 부숴!”
클라우드는 오필리아의 허리춤에 달린 메이스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아, 아니. 잠깐…”
“넌 강해졌다. 돌격해!”
클라우드는 오필리아의 등을 떠밀었다.
“요, 용사님?! 저 진짜 못해요. 못한다구요..!”
“에리! 넌 또 뭐 하고 있어?! 빨리 마법 안 써?”
오필리아가 애원했지만 클라우드는 반론은 받지 않겠다는 듯, 화제를 에리로 돌려버렸다.
갑자기 불화살이 자신에게 향하자 에리는 화들짝 놀라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마, 마나를 거의 다 썼단 말이야. 마나 포션도 없는데 이제 뭘 어쩌라고..!”
“그 두꺼운 지팡이는 뒀다가 고기 다지는 데 쓸 거야? 그걸로 오필리아랑 사이좋게 코볼트 골통이나 부숴!”
“뭐?! 난 마법사야 마법사! 전사가 아니라고!”
“닥쳐! 난 널 메이지로 키울 생각이 없다. 넌 오늘부터 배틀 메이지야. 알겠어?!”
“뭐, 뭐!?”
“클라우드..! 슬슬 이쪽으로 다시 와줬으면…”
“네리아 이 개빡통년아!!! 최전위인 네가 뒤를 돌아보면 어쩌자는 거야?! 우릴 다 죽일 생각이냐?!”
“아, 아니 그럴 생각은 없었어..! 그냥 힘에 부치기 시작해서…”
“그 정도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해도 되잖아!”
“으, 응. 미안해…”
네리아는 눈물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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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모험가들이랑 일하다 보니 입이 거칠어지더라고. 이해해 줄 거지?”
“…”
“…응.”
“…네.”
코볼트를 잡으며 그녀들의 전투 스타일을 새로 다졌다. 이제 그녀들은 위급상황에서 더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오랜 시간 전투를 이어가며 악바리 근성 또한 조금 만들어졌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들이 더 강한 의지력을 가지길 바랬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자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그녀들은 이제 하루에 3시간을 자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던전을 돌았다.
세 여인으로서는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안 그래도 지하 15층 아래에서부터는 마물들의 레벨이 자신들과 비슷해져 사냥이 힘든데,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버리니…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 번은 정말 말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그에게 하루에 5시간만 자게 해달라고 애원해봤지만…
안 돼. 바꿔줄 생각 없어. 돌아가.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안 죽을 만큼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나?
이게 어딜 봐서 안 죽을 만큼 조절한 거냐고 에리는 크게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하루 3시간만 자는 건 클라우드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여기서 더 불평했다간 그는 그녀에게 실망하리라.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에리는 얼마 전 일을 회상했다. 클라우드는 단순히 쉬운 길을 선택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들과 헤어지려고 했다.
그것은 클라우드가 그녀들에게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것을 뜻했다.
언제 헤어져도 상관없을 정도로.
‘정말 몇 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람이 완전히 변해버렸잖아.’
차라리 그녀들을 미워하거나 원망하고 있다면 이해하겠는데…
이건 그냥 무관심 아닌가?
아니, 생각해보니 무관심은 또 아닌 것 같다.
“자, 에리. 오늘 새로 얻은 마법서. 며칠이면 익힐 수 있겠어?”
자꾸 어디에선가 마법서를 주워서 가져다주는 걸 보면.
그는 무슨 지팡이에 마법을 추가는 마법사처럼, 그녀에게 꾸역꾸역 마법서를 가져다주었다.
“…사흘이면 충분해.”
“자는 시간 줄이면서까지 무리 안 해도 돼.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
“아니야. 사흘이면 충분해.”
…그녀는 그걸 또 받아서 안 그래도 부족한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공부하고.
클라우드는 괜찮다고 하는데 에리, 그녀 자신이 불안했다.
그가 그녀를 쓸모없다고 여길까 봐.
그래서 내팽개쳐질까 봐.
“항상 고생이 많으시네요, 에리. 용사님 그럼 슬슬 모닥불을 피고 쉬도록…”
“맞다, 오필리아 이번에는 네 것도 있어.”
클라우드가 낡은 성전 하나를 꺼내 들며 말했다. 성전을 본 오필리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네? 그, 그게 왜 던전 같은 곳에…”
“몰라. 던전을 만든 사람이 신실한 사람이었나 봐! 자, 받아.”
클라우드는 오필리아의 손바닥 위에 성전을 올렸다.
그것을 본 오필리아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오필리아 너는 이거 배우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오필리아의 귀가 쫑긋거렸다.
자신이 머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어필하면 에리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희망을 그녀가 가졌을 때…
“오필리아도 사흘이면 충분할 거야. 나처럼 똑똑하니까.”
에리가 직접 그 희망을 쳐부쉈다.
클라우드가 살짝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응. 오필리아는 성녀 후보잖아. 똑똑하지 않은 수녀는 성녀 후보가 되지 못해.”
“그것도 그렇겠네. 그럼 오필리아도 사흘만 주면 되는 걸로 알게. 네리아, 모닥불 피우고 쉴 준비 하자.”
“저, 저 잠깐만요..! 용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