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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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가공 수련
“얼?”
오늘은 일단 룬을 새기는 작업에 익숙해지는 것만 목표로 삼았던 터라 갑자기 나온 전문 달성 메시지에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가공 숙련을 달성한 시점으로부터 시간도 제법 지났고, 그동안 본격적인 수련은 안했어도 마차 개조나 포장마차 제작처럼 제법 굵직굵직한 일을 많이 한 터라 어느새 숙련도가 제법 쌓여있었던 것이다.
[‘가공 전문가’를 달성하였으므로, 특화 분야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특화 분야를 선택할 경우 다음과 같은 보너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1. 숙련치 습득에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2. 성공적인 가공이 이루어질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3. 관련 장비나 물품의 수리나 내구도 복구시 최대내구도와 성능에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현재 선택 가능한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목재 가공, 식품 가공, 가죽 가공, 금속 가공, 석재 가공, 세공, 직물 가공
-최초 선택한 특화 분야는 숙련치 습득에 패널티가 없습니다.
-2차 선택부터는 직전에 선택한 특화 분야에서 습득 가능한 숙련치의 70퍼센트만 습득 가능합니다.
“아하. 이런 식이었군.”
이전에 엘리시온에서도 한번 겪어본 일이긴 했지만 대부분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 역시 존재한다. 수리와 내구도 복구시 보너스가 부여된다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선택 가능한 분야 역시 다소의 차이가 있었다. 엘리시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식품 가공과 세공이 추가되어 있는 것이다.
“고민되는데 이거.”
첫 번째 분야는 문자 그대로 주력 가공 기술이 될 수밖에 없다. 형진은 일단 개개의 분야에 대한 설명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이것 역시 엘리시온과 다른 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기존의 분야들은 큰 차이가 없었다. 역시 그런가 하면서 이번에는 새로 추가된 식품 가공을 선택해 보았다.
[식품 가공] :식품 가공은 식품의 맛과 영양, 그리고 기능성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공 방법입니다. 독성 물질의 제거나 운반성과 보존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 등을 추가적으로 숙달할 수 있으며, 부산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가공 방법을 활용한다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식품의 개발 또한 가능해집니다.-‘식품 가공’ 분야를 특화하시겠습니까? (Y/n)
“호오, 이거… 은근히 땡기는 걸.”
주된 밥벌이 수단이 요리인지라 확실히 땡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다른 일반적인 가공들과는 아무래도 기술 자체가 호환되기 어렵다는 점이 그것이다. 간단한 예로, 북어 말리는 기술이 아무리 숙달되었다 한들, 그것으로 마차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중이라면 몰라도 첫 번째 특화 분야로 삼기엔 아무래도 애매한 면이 있다.
아쉬운 기분에 입맛을 다시며 이번에는 세공을 선택해 보았다.
[세공] :세공은 이미 완성된 물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2차 가공에 해당합니다. 완전하지 않은 물품을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 세공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이며, 이 기술이 경지에 도달하면 기존의 물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분야를 특화할 경우 수리와 내구도 복구에 추가적인 가산점이 부여됩니다.-이 분야를 특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손재주 능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족)
-이 분야를 특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민첩 능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족)
-이 분야를 특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집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족)
-1차 가공 가운데 장인 이상의 숙련도를 달성한 분야가 있을 경우 해당 분야에 따라 추가적인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달성된 분야 없음 -> 보너스 없음)
-‘세공’ 분야를 특화하시겠습니까? (Y/n)
“헐?”
순간 형진은 눈이 번쩍 떠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당장 그가 가공 수련을 시작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던가. 바로 트렌치코트의 내구도 복구를 위해서가 아닌가. 게다가 완전하지 않은 물품을 완전하게 만든다든가, 기존의 물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내용 또한 눈에 확 들어온다.
기존의 다른 가공 분야들과는 어쩐지 효과 면에서 차원이 다른 듯한 느낌. 혹시 2차 가공이라서 그런 건가. 하나의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물품을 보다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이거다.”
어떻게 보면 순서가 반대인 건지도. 먼저 1차 가공을 익히고 나서 2차 가공인 세공을 익히는 순으로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 올바른 수순일 것이다. 2차 가공인 세공을 처음부터 선택 가능하게 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와는 달리 세 가지나 되는 능력치 조건이 붙어있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분야를 집중적으로 판다는 전제하에서의 얘기고, 형진처럼 이것저것 다 손댈 작정이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세공을 익혀 다른 분야에 응용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사실 1차 가공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낸다 한들 그것이 인스턴트 킬로 얻을 수 있는 희귀급 이상의 아이템보다 낫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단순히 장비의 생산만을 놓고 보면 실질적으로 인스턴트 킬을 능가할 수 있는 가공 기술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여기에 세공 기술이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날개를 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물론 목재 가공이나 석재 가공처럼 인스턴트 킬로는 결과물을 얻을 수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잠시 고민하던 형진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세공’ 분야를 특화합니다.] -축하합니다! 특화 분야의 선택을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획득했습니다.1. 세공 숙련치 습득량 50퍼센트 증가.
2. 세공 성공시 1개의 추가 효과가 생성되거나 기존에 존재하던 부정적인 효과가 소멸합니다. 생성되는 효과의 개수와 효과량은 숙련도에 따라 증가 할 수 있습니다.
3. 모든 분야의 장비나 물품에 대해 수리나 내구도 복구시 최대내구도와 성능에 최대 20퍼센트의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이 보너스 효과는 숙련도에 따라 증가할 수 있으며 다른 분야를 특화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수리 보너스와 중첩됩니다.
4. 1차 가공 가운데 장인 이상의 숙련도를 달성한 분야가 있을 경우 해당 분야에 따라 추가적인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달성된 분야 없음 -> 보너스 없음)
“캬! 이거야, 내가 원한 게.”
생각 같아서는 바로 트렌치코트의 수리부터 하고 싶지만, 여분의 트렌치코트도 없고 나중에 숙련도를 많이 올린 상태에서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꾹 눌러 참는다.
시험 삼아 도시락 용기에 룬을 다시 새겨 보았다.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도시락 용기’에 대한 세공이 성공하여 특별한 효과가 부여되었습니다.]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나오기가 무섭게 얼른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 본다.
아이템정보
명칭 :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도시락 용기 (세공됨)
등급 : 일반
사용제한 : 없음
설명 :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간단한 도시락 용기
효과 : 없음.
(세공 효과: 신선도 유지->룬이 활성화될 경우 효과가 증폭됩니다.)
“하핫!”
룬이 활성화되지도 않았는데 신선도 유지 효과가 생겨났다. 똑같은 룬이라도 가공을 전문가 이상이 새겨 넣을 경우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더구나 형진의 지금 수준은 이제 막 특화를 시작했을 뿐, 경지가 높아질수록 더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은 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세공 특화를 켜둔 상태로 살펴보니 여기저기 손 봐야 할 부분이 눈에 띈다. 적당히 그런 부분을 만지작거리자 곧바로 내구도가 증가되는 식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런 것도 전부 세공 경험치로 가산된다.
이런 식이라면 생각보다 빨리 장인을 달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던 형진은 이미 바깥이 캄캄해진 것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 얼른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렇지 않아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주방으로 가자 마침 중앙의 화덕에 불을 지피던 유아가 반긴다.
“그랬군. 그런데 너 머리랑 어깨가 왜 그리 젖었어?”
“아, 이거요? 물을 길어다 놓으려는데 눈이 오더라구요.”
“벌써 눈이 내리나.”
“그러게요.”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위층에서 림과 하마란이 내려온다. 새로 맞춘 옷을 정리하다가 내려온 모양이다.
-스승님, 어때요? 예뻐요?
림은 얼른 형진의 눈앞으로 날아와 새로 맞춘 메이드복을 자랑한다. 이전에 하마란이 입고 있던 것을 참고 했는지, 짧고 하늘거리는 치마가 발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예쁜데. 어디 사는 요정인지 데이트라도 신청하고 싶을 정도로군.”
-하하핫!
형진의 너스레가 싫지 않은지 림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슬쩍 시선을 돌리자 하마란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온다. 짧은 치마와 코르셋, 그리고 소매가 없는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릎 아래까지 오던 긴 양말 대신 강인한 느낌의 긴 가죽 부츠와, 같은 재질로 보이는 오페라 글러브가 퇴폐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었다. 솔직히 앞치마만 없으면 메이드보다는 마녀에 가까운 이미지다.
“제법 그럴 듯 한데? 역시 옷이 날개로군.”
“…”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형진의 말에 하마란은 울컥하는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부르르 떤다. 잘 하면 한 대 치게 생겼다.
무엄하게 주인님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메이드라니. 좀 버릇을 가르쳐 줘야 하나 싶었지만, 카트린이 모습을 드러내자 형진의 관심에서 하마란의 존재는 순식간에 지워지고 말았다.
“오! 역시 공주님!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호들갑을 떨며 형진이 달려가 맞이하자 카트린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의 카트린은 정말 공주님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한 떨기 꽃을 연상시킨다. 화사한 분위기의 드레스를 갖춰 입으니 왜 진작 옷을 사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크루그 녀석도 새로 산 옷을 차려 입고 내려왔지만, 형진의 관심을 얻는데는 실패했다. 시커먼 사내 녀석 따위 아무리 잘 차려 입는다 한들 관심 따위 줄까보냐. 형이라고 부르면 못 이긴 척 한 번 봐줄 용의는 있지만.
“오늘의 메뉴는 뭐에요?”
“글쎄요. 아! 꽃처럼 화사한 공주님에게 딱 어울리는 요리가 있습니다!”
형진은 얼른 화덕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커다란 냄비를 꺼냈다.
“림! 육수를!”
-넵! 맡겨 주세요!
“하마란, 가서 장작 좀 더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저는요?”
“유아 너는… 음, 자리에 앉아서 카트린의 얘기 상대나 해.”
“…”
유아는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카트린과 까르르 웃으며 얘기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참 단순한 녀석이다.
먼저 냄비 바닥에 야채를 조금 깔아 놓는다. 그 일이 끝나자, 형진은 도마에 커다란 배춧잎을 깔고 깻잎 올린 다음 얇게 저민 동굴곰의 고기를 펼쳐 놓는다. 이하 무한 반복. 그렇게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처럼 배춧잎과 깻잎, 그리고 동굴곰의 고기를 겹쳐 쌓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정도 두께가 되자 5센티 정도의 두께로 썰어 냄비에 채워 넣었다. 마지막으로 중앙에 칼집을 넣은 표고버섯과 팽이버섯을 담으면 끝.
“음… 뭔가 좀 밋밋한데.”
보통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형진은 이거다 싶은 생각에 당근 하나를 꺼내서 과도를 들고 그것을 조각했다.
[‘당근’에 대한 세공이 성공하여 특별한 효과가 부여되었습니다.]“헐?”
꽃이라면 역시 나비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당근으로 나비 모양을 깎았다. 물론 그냥 얇게 썬 당근을 나비 날개 모양으로 깎은 것이 아니라, 꽃에 앉아 날개를 접고 있는 나비의 모양을 형상화 했다. 그런데 그 나비 조각이 완성되기가 무섭게 세공 메시지가 떠버린 것이다.
형진은 얼른 효과를 확인해 보았다.
(세공 효과: 식욕 증진)
“푸핫.”
그렇지 않아도 다이어트에는 흉기나 다름없는 자신의 요리에 식욕 증진 효과까지 부여되다니. 형진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내용물이 채워진 냄비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보여 주었다.
“와아! 이게 뭐에요? 엄청 예뻐요!”
“그러게요. 마치 냄비 안에 꽃이 핀 것 같아요!”
형진은 아직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밀푀유나베를 보며 군침을 흘리기 시작하는 크고 작은 두 숙녀를 보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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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