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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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어서와!
제랄딘의 저택에서 가족회의가 열리고 있을 즈음, 형진은 벼르고 별렀던 일 가운데 하나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강화하다가 날려 먹을 뻔 했던 트렌치코트의 최대내구도 복구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크흐. 드디어 이 때가 왔군.”
아이템정보
명칭 : +3 강인한 곰가죽 트렌치코트
등급 : 희귀
착용제한 : 남성.
설명 : 남성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곰가죽 트렌치코트. 상당히 멋지다.
효과 : 방어력, 냉기저항 증가. (지구력 증가), (힘 증가).
강화시 효과 : 방어력, 냉기저항 증가. 힘, 지구력, 매력 중 한 가지 옵션이 확률적으로 생성.
무리한 강화로 최대 내구도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파괴될 가능성이 높으니 유의하십시오!
희귀 등급이면서도 옵션이 무려 네 개나 붙어 있다. 물론 그중 두 가지는 강화 중에 추가된 옵션이긴 하지만, 어쨌든 성능 하나만 따지고 놓고 본다면 진귀급에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아이템인 셈이다. 마지막에 삽질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오지는 않았을 텐데. 아닌가. 삽질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가공 장인에 오를 수 있었던 건지도.
어쨌든 이제 준비가 갖춰졌으니 비로소 최대 내구도 복구를 실행할 때가 왔다.
[최대 내구도 복구를 시작합니다.] : 일반적으로, 최대 내구도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합니다.1. 가공 분야에서 장인 등급을 달성했습니다. -> 달성!
2. 강화되지 않은 동일한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달성!
-> 가공 분야에서 장인 등급을 달성하였으므로, 최대 내구도 복구시 보너스를 받습니다.
-> 특화 분야 – 세공에서 장인 등급을 달성하였으므로, 추가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 특화 분야 – 가죽 가공의 등급이 장인에 도달하지 못했으므로, 추가 보너스가 부여되지 않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최대 내구도 복구를 시도할 경우, 최대 109퍼센트까지 최대 내구도 복구가 가능합니다. 최대 내구도가 100퍼센트를 넘어가게 되면 아이템에 추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효과는 강화 등의 이유로 최대 내구도가 100퍼센트 이하로 감소하게 될 경우 사라지게 됩니다.
-최대 내구도 복구를 실행하시겠습니까?
공헌도 상점에서 최대 내구도 복구 아이템을 구입해서 사용할 경우와의 차이점이 바로 이런 보너스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내구도 복구를 통해 추가 효과가 부여되고, 여기에 세공 효과까지 더하면 당분간은 적어도 방어구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디 보자.”
혹시 모르는 일이라 형진은 머리핀부터 시작해서 가공용 도핑까지 마친 뒤에야 비로소 복구를 실행했다. 그러자, 눈앞에 놓여졌던 두 개의 트렌치코트가 허공으로 떠올라 서로 마주보며 빙글빙글 도는가 싶더니 이내 번쩍하는 빛과 함께 하나로 합쳐진다.
[최대 내구도 복구가 완료되었습니다.] -‘+3 강인한 곰가죽 트렌치코트’의 최대 내구도가 109퍼센트가 되었습니다!-최대 내구도 보너스 효과로 ‘+3 강인한 곰가죽 트렌치코트’에 ‘내구도 감소 저항’ 효과가 생성되었습니다!
-최대 내구도 보너스 효과로 ‘+3 강인한 곰가죽 트렌치코트’에 ‘탁월한 착용감’ 효과가 생성되었습니다!
“예쓰!”
하나만 떠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건만 추가 효과가 두 개나 떴다. 게다가 최대 내구도 역시 복구 가능한 최대치가 떴다. 역시 머리핀과 도핑의 효과가 제대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탁월한 착용감] :이 효과는 방어구나 액세서리 착용시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 해줍니다. 이 효과가 부여된 아이템을 착용할 경우 방어구가 지닌 집중력과 지구력 증가 효과가 극대화되며, 착용자의 방어와 회피 효율이 상승합니다.“대단한데?”
고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부스터 효과를 주는 셈이다. 하긴 입고 다니는 옷의 착용감이 부족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것이 사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효과는 방어구에는 거의 필수적인 사항일지도 모른다.
최대 내구도 복구가 끝나자, 트렌치코트는 다 떨어져 가던 허름한 모습에서 다시 반짝반짝 윤이 나는 상태로 바뀌었다. 그 동안 혹시라도 입고 다니다가 파괴되는 거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 했던 걸 생각하면 정말 감개무량한 기분마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세공이라는 마지막 단계가 남았기 때문이다.
[‘+3 강인한 곰가죽 트렌치코트’에 대한 세공이 성공하여 특별한 효과가 부여되었습니다.]“어디 보자.”
세공 성공 메시지를 확인한 형진은 모든 작업이 끝난 뒤의 아이템 정보를 다시 살펴보았다.
아이템정보
명칭 : +3 강인한 곰가죽 트렌치코트 (세공됨)
등급 : 희귀
착용제한 : 남성.
설명 : 남성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곰가죽 트렌치코트. 상당히 멋지다.
효과 : 방어력, 냉기저항 증가. (지구력 증가), (힘 증가).
강화시 효과 : 방어력, 냉기저항 증가. 힘, 지구력, 매력 중 한 가지 옵션이 확률적으로 생성.
(최대 내구도 보너스 : 109퍼센트 – 내구도 감소 저항, 탁월한 착용감)
(세공 효과 : 생활 방수, 오염 방지, 매력 증폭, 회피 소폭 증가)
“캬!”
이게 도대체 옵션이 몇 개냐.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이긴 하지만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다 부를 지경이다.
형진은 얼른 트렌치코트를 걸쳐 보았다. 그러자 이제까지 여우 모습으로 어깨 위에 자리 잡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던 미엘이 슬며시 눈을 뜨고는 트렌치코트를 착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자세를 고친다.
“새 옷이에요?”
“몇 번 봤을텐데. 이거 입고 다니는 거.”
“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미엘은 이내 형진이 입고 있는 트렌치코트가 이전에 보았던 것임을 알아보았다.
“아… 그러네요. 근데 예전에 봤을 때랑 뭔가 확 바뀐 것 같아요.”
“후후. 최대 내구도를 복구하고 이것저것 손을 좀 봤거든.”
“그럼 드디어 상급 성도가 된 거에요?”
미엘의 말에 형진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 말 안했나. 나 가공 장인 찍었어.”
“네?”
형진의 말에 아직 좀 졸리다는 듯이 가늘게 뜨고 있던 미엘의 두 눈이 확 커진다.
“정말요?”
“응. 멋지지?”
“세상에.”
보통은 상급 성도로 승급해서 공헌도 상점을 통해 최대 내구도 복구 아이템을 구입하는 쪽인데, 이 남자는 그냥 가공 장인을 찍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놀랐던 것도 잠시, 미엘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경지에 올랐기 때문에 그 말도 안 되는 침대 같은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구나 하면서.
요리에 이어 가공까지 이런 놀라운 경지에 오르다니.
한 가지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 그런데 이 남자는 무려 두 가지 분야에서 다른 이들이 따라가기 힘든 경지를 개척해 버렸다. 일반적인 인간의 일생을 훌쩍 넘어 버릴 정도의 세월을 살아온 미엘로서도,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경악스러울 뿐이다.
“아, 맞다.”
“응? 뭐가?”
“좀 있다가 공작과 제랄딘님이 다시 방문할 거에요. 전령이 와서 기별을 하겠지만, 미리 알려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요.”
“그렇군. 이제 결판을 낼 생각인가. 고마워.”
“고맙긴요.”
하지만 미엘이 기껏 공작의 재방문을 알려주었음에도 형진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뤄두었던 새로운 특화 분야를 뭘로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세공 분야에서 장인을 찍은 관계로 새로운 특화 분야를 선택할 경우 주어지는 패널티가 다소 완화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완화된 상태라 해도 최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분야는 다섯 가지 정도가 한계이기 때문에 이 선택은 꽤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분야라면 역시 목재, 금속, 석재의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이 밖에도 식품, 가죽, 보석 등의 가공 분야가 있긴 하지만 이런 것들은 상당히 활용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 관계로 특화해도 노력에 비해 큰 이득을 보기가 어려운 편이다.
무기나 방어구, 기계 장치의 제작에 전념하고자 한다면 금속 가공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목재는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은 제한적이지만 이 세계에서라면 여러모로 활용범위가 넓은 편이다. 석재는 소소한 분야보다는 건축이나 토목 같은 큰 규모의 작업에서 큰 효용을 지니며, 조각 등을 통해 예술적인 명성을 얻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1차 가공이다 보니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 관계로 여러 가지로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실 형진은 오르골 제작등을 하면서 복잡한 기계 장치를 제작하는데 있어 현재의 수준으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 상태라 금속 가공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다른 부분 역시 각기 장단점이 있어서 선뜻 하나로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진.”
“응?”
“아가씨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자로서?”
“네. 여자로서.”
“흠…”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형진은 이렇게 대답했다.
“말괄량이 노처녀?”
“장난치지 말고요.”
“귀족이면서도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 편이 좋고, 자기 주관 뚜렷하니 행동거지가 시원시원해서 좋고, 좋고 나쁜 것이 명확하고, 의외로 귀여운 면도 있고, 화나면 무섭고. 가슴이나 엉덩이도 꽤 바람직하고.”
“…”
잘 나가는가 싶더니 그새 가슴과 엉덩이 얘기로 빠져 버린다. 미엘은 자기 앞에서 태연하게 그런 얘기를 꺼내는 형진의 모습에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유아가 없을 때 물어보길 잘했다고. 아마 유아가 이 얘길 들었다면 대번에 울상을 지었을 것이다.
“그럼 공작이 일단 약혼부터 하자고 하면 승낙하실 건가요?”
“글쎄.”
“…”
의외로 형진에게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자 미엘은 살짝 놀랐다. 방금 전에 술술 불어대던 내용을 봐서는 제안하는 즉시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어째서요?”
“간단한 얘기야. 제랄딘이 나와 약혼하게 되면, 그녀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건…”
미엘은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아닌 자신은 상관이 없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야 이렇게 여우 목도리 행세를 하고 있으면 구설수에 오를 일도 없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그렇다 쳐도 유아는?
아무리 공작이 엘 파르드 진공을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고는 해도, 정실이 아닌 신분으로 가문의 금지옥엽을 보내는 수모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물론 그냥 모른 척하고 겉으로만 제랄딘을 정실인 척 받아들이는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반대로 희망과 생명 교단을 무시하는 것으로 내비칠 수도 있다. 물론 형진이 여신의 뜻을 대리하는 위치에 있다 해도, 최고 사제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는 신녀를 그런 식으로 홀대한다면 아무리 순둥이 호구들이라 해도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는 얘기가 있다. 어째서일까. 화를 거의 내지 않던 사람은, 어느 선에서 멈춰야 할지를 잘 모른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화를 낼 때는 정말 참다 참다 못해서 폭발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일단 화가 날 정도의 상태까지 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착한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섭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무슨 얘긴지 알겠지?”
“그렇군요…”
미엘은 난감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미엘을 보며 형진은 피식 웃었다.
“걱정돼?”
“네.”
“뭐…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
싱긋 웃는 형진을 보며 미엘은 어쩐지 불안해졌다.
이 남자, 또 무슨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려고 이런 표정을 짓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