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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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토벌
화아악!
가장 먼저 폭발한 것은 스위치를 누른 당사자가 방탄조끼 안에 두르고 있던 다이나마이트였다. 그 뒤를 이어 상영관 안에 자리를 잡고 있던 인질범들이 두르고 있던 폭탄이 터졌고, 연이어 극장의 출입구를 지키고 있던 범인들의 몸에서도 폭탄이 터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극장 지하 주차장에 주차 되어 있던 트럭에 담겨 있던 드럼통 위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첫 번째 폭발은 원격 장치에 달린 뇌관에서 일어난 작은 폭발이었으나, 이 폭발은 곧바로 뇌관과 연결된 전폭제로 연결되었다. 전폭제로 쓰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 통칭 PETN의 폭발은 아래쪽 드럼통에 각기 담겨져 있던 질산암모늄과 중유, 그리고 니트로메탄이라는 별개의 물질들을 뒤섞어 버렸고, 그 순간 2톤 규모의 사제폭발물이 완성되어 거대한 폭발로 승화되었다.
흑색 화약과 현대에 사용되는 고성능 폭약의 가장 큰 차이는 매질 내에서 발생한 충격파인 폭굉에 의해 연소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최초의 폭발이 충격을 일으키면, 그 충격을 통해 연소가 일어나고, 폭약의 연소에 의해 다시 폭굉이 발생하여, 그 폭굉으로 인해 인접한 다른 폭약이 폭발을 일으키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 식이다.
이때 발생하는 폭굉은 음속에 준하는 전달 속도를 지니기에, 이 전달속도에 따라 연쇄 반응이 일어나게 되면서 초당 수천미터 급의 폭속을 일으키게 된다.
극장 지하에 설치되었던 사제폭발물은 폭속이 느린 대신 압도적인 양의 가스를 단기간에 생성해 강력한 폭압을 형성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 가스들은 순식간에 지하 주차장을 가득 채웠고, 그대로 좁은 출입구를 통해 빠져 나갔다. 그렇게 뻗어 올라간 가스들은 주차장의 입구로, 1층의 출입구로, 사방에 열려진 창문으로 빠져 나가며 강렬한 충격파와 함께 폭음을 선사했다.
죽음의 천사, 그리고 새로운 인물인 순백의 여기사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일어난 옥상의 폭발 때문에 우왕좌왕하고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극장으로부터 터져 나온 폭음과 충격파에 기겁을 하고 말았다.
“맙소사…”
“이런 젠장…”
폭발의 규모를 인지한 순간 군인들은 큰일이 터졌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내 눈앞에서 극장 건물이 힘없이 주저앉아 버리는 광경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정도 폭발이라면 터져 나오는 순간 경로 상에 있는 모든 걸 날려버려야 옳다. 입구 앞을 가로 막은 화분이라든가, 건물의 유리창 같은 것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멀쩡했다. 극장과 인접한 건물의 유리창은커녕, 극장 건물에 부착된 유리창조차 하나도 깨지지 않았다. 유리창이 뭔가. 유리창을 가리고 있던 커튼조차도 꿈쩍하지 않았다. 보는 순간 움찔해버릴 정도의 충격파가 터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입구 근처에 바리케이드를 놓은 채 지키고 있던 경찰들조차 아무런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
“헉!”
인질범들이 켜놓고도 방송을 시작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던 인터넷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눈앞에서 기폭 스위치를 들고 있던 괴한이 알라후 아크바르라는 말과 함께 폭탄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카메라 바로 앞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을 경악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지만 정말로 놀라운 상황은 그 뒤에 일어났다. 코앞에서 폭탄이 터졌으면 당연히 카메라든 컴퓨터든 박살이 나서 방송이 끝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카메라는 계속해서 영상을 찍는 일을 계속했고, 귀를 찢어 버릴 것 같은 폭음이 지나가자 눈앞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에 놀란 인질들이 놀라 지르는 찢어질 듯한 비명으로 이어졌다.
“조용.”
그때 카메라 너머에서 다시금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인질들은 자신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고, 뒤이어 눈앞에서 일어난 연쇄적인 폭발에도 자신들이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음을 이해했다.
자신들만이 아니었다.
인질범들조차 넝마가 된 모습으로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그냥 서 있었다. 눈을 질끈 감고 폭발의 순간을 감내하려던 그들은 벌거숭이가 된 채 흉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깨닫는 순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그 모든 모습이, 그대로 인터넷을 통해 세계로 퍼져 나갔다.
“말했을 텐데. 이곳의 모든 죽음은 이미 그분의 손 안에 쥐어져 있다고.”
“어, 어떻게… 어떻게… 이런…”
대장은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다른 인질범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앞서의 폭발 충격으로 인해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던 무기들도 이미 날아가 버린지 오래. 그들은 이제 아무런 무기조차 지니지 못한 벌거숭이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형진은 이들을 살려두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냥 폭탄이 터지는 순간 인질범들을 보호의 범위에서 제외해 버리면 자신이 손쓸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으니까. 하지만 형진은 인질들이 이 모든 상황을 뻔히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눈앞에서 사람이 폭탄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육체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다 해도 정신은 씻을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들은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고생해야만 한다. 그래서는 구해도 구한 게 아니다.
그래서 형진은 폭발의 순간 급하게 인질범들에게도 보호를 둘러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게 움직였어도 폭탄이 터져나가는 순간의 속도를 이기기는 힘들었다. 때문에 간신히 그들의 육체는 구할 수 있었어도, 지니고 있던 장비나 옷가지들은 모조리 갈기갈기 찢겨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인질들을 데리고 나가.”
“네.”
요안나는 가만히 앞으로 나서서 인질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저를 따라 오세요.”
인질들은 부드러운 요안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은 그들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었고, 갑작스런 폭발로 인해 그런 불안한 정신 상태는 공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하지만 조용한 요안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사람들은 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아우성치는 듯 했던 혼란스러운 머리 속이 환하게 개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급히 몸을 일으켜 요안나에게로 다가섰다.
인질범들 역시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이 화들짝 들었지만, 그렇다고 인질들을 막아서지는 못했다. 그들에게는 이미 인질들에게 무엇을 강제할 만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깃발을 든 요안나는 마치 패키지 관광에 나선 광광객들을 이끄는 가이드처럼 인질들을 데리고 상영관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입구에서 벌거숭이가 된 채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던 인질범들을 유유히 지나쳐, 인질들을 극장 밖으로 인도했다.
“대기! 대기! 움직이지 마라! 함부로 발포해서는 안 된다!”
폭탄이 터지긴 한 것 같은데,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벌어지자 역시나 크게 당황하고 있던 호주군과 경찰들은 백합문양이 새겨진 깃발을 든 순백의 여기사가 모습을 드러내고 뒤이어 인질들이 조심스럽게 극장을 빠져 나오는 모습을 보자 얼이 빠지고 말았다.
감히 요안나에게 뭘 어떻게 할 엄두는 내지도 못한 채, 자꾸만 그녀를 돌아보며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인질들은 얼른 받아들인다.
“어떻게 된 겁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인질들은 극장 입구에 선 요안나를 자꾸만 돌아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 그게… 폭탄이 터졌는데… 아무도 죽지 않았어요.”
“가브리엘… 천사 가브리엘께서 죽음의 천사와 함께 강림하셔서 저희들을 구해주셨습니다.”
“아… 신이시여.”
요안나는 인질들이 무사히 호주군과 경찰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광경을 지켜보다가 입구에 멀뚱히 서있는 인질범들을 향해 말했다.
“안으로.”
“…”
이제는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 인질범들은 새하얀 갑주를 몸에 걸친 이 아름다운 여인에게 감히 항거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안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그들이었지만, 방금 전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이 여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
물론 전부 그렇게 고분고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상대가 여자란 걸 확인한 인질범 가운데 하나가 힘으로 그녀를 쓰러뜨리기 위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인질범은 요안나가 가볍게 휘두른 깃발에 맞고는 그대로 허공을 훨훨 날아 경찰이 쳐놓은 바리케이드 앞에 떨어져 내렸고, 화들짝 놀란 호주군에게 체포되었다.
“아차.”
원래는 저렇게 멀리까지 날려버릴 생각이 아니었는데, 벌거숭이 남자가 갑자기 덤벼드는 모습에 신경질적으로 깃발을 휘두르다보니 힘조절에 실패해 버렸다.
요안나는 체포되는 인질범을 보며 잠시 혀를 차다가, 이내 기가 팍 죽어 버린 다른 인질범들을 데리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수고했어.”
“별말씀을요.”
상영관 안에 있던 인질범들은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고 있었다. 요안나가 데려온 인질범들은 그 모습을 보자 알아서 그들 옆에 다가가 같은 자세를 취했다.
“어떻게 하실 거에요.”
“글쎄.”
차라리 앞서의 폭발로 다 죽어버렸으면 간단했겠지만, 이제 와서 몸은 물론이고 정신마저 완전히 꺾여 버린 무방비 상태의 놈들을 그냥 죽여 버리는 것도 뭔가 찜찜한 일이다.
잠시 고민하던 형진은 손을 든 채 자신을 흘깃거리는 대장 녀석에게 다가가 물었다.
“다시 말해봐.”
“네?”
“아까 한 말 다시 해보라고.”
“그, 그게…”
대장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종교에 대한 신념이 아주 투철한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스스로는 죽지도 못하는 상황 같은 건 염두에 둔 적조차 없었다.
퍽!
순간 형진의 발이 움직이며 그의 가슴을 걷어찼다. 갑자기 날아든 폭력 앞에,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스크린에 날아가 처박히며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형진은 뒤로 돌아서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공포와 죽음의 이름은 충분히 각인시킨 거 아닌가요?”
무저항의 존재를 죽이는 것은 역시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말을 한 것이지만, 공포와 죽음은 오히려 반문했다.
[과연 그럴까.]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어떤 놈들은 스스로 죽음의 천사와 대면하고도 살아남은 자들이라고 말하겠지.] “…”
[어떤 놈들은 죽음의 천사가 자신들의 고귀한 뜻에 감복해 스스로 물러났다고 말하기도 할 거다.] “그건…”
형진은 잠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물론 그건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생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종교란 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얼핏 지금은 힘 앞에 굴복한 듯 보여도, 저들은 자신들이 살아난 것을 절대로 형진의 자비에 의한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번 테러는 자신들의 죽음을 전제로 한 것이었고, 또한 그런 식의 죽음이야말로 자신들을 영생으로 인도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저지른 일이기도 했다.
[너는 그 때마다 저들을 다시 찾아갈 건가.] “…”공포와 죽음은 강경했다. 형진은 그녀가 뜻을 굽힐 생각이 없음을 이해했다.
형진은 앞서 남자의 목에 아무렇지도 않게 정글도를 휘두르던 일과, 자신의 눈앞에서 아이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던 저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이 저들의 본질이다. 지금 보이는 겁먹은 모습이 아니라.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다른 이의 목숨을 해하는 자들. 그것은 얼마 전에 보았던 카르텔의 존재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었다.
자신이 모시는 여신은 그런 존재들에게 진정한 공포를 선사하고 죽음으로서 심판하는 자.
그리고 자신은 그 뜻을 집행하는 자이다.
[집행하라.]준엄한 여신의 판결에 형진은 고개를 숙여 답했다.
“뜻을 받들겠습니다.”
형진은 잠시나마 무뎌졌던 마음 속의 칼끝을 다잡은 채 천천히 인질범들 앞에 나섰다. 요안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그들 앞에 놓여진 노트북 하나를 발견했다.
“잠시만요.”
그때까지도 켜진 채로 생생하게 상영관 안의 일을 전 세계로 송출하고 있던 노트북은 요안나가 휘두른 깃발에 얻어맞아 산산이 부서졌다.
“이제… 됐어요.”
“고마워.”
형진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인질범들에게 다가가 단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두려움에 떠는 그들의 심장에 단검을 꽂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살속으로 파고드는 단검의 시린 감촉을 완전히 영혼 속에 각인시키는 느낌으로 아주 천천히.
죽음의 그림자가 깃드는 순간 동료들이 느끼는 공포자가 순식간에 인질범들에게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사, 살려… 크윽!”
“참회하겠습니다! 그러니… 커윽!”
하나씩 차분하게 목숨을 끊어 놓는 형진의 모습에 인질범들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그들은 너무나 차가와서 닿는 순간 얼어붙을 것만 같은 시린 공포에 굴복해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판결은 이미 내려졌고, 그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그 판결을 집행하는 차디찬 단검뿐이었기 때문이다.
형진이 그렇게 마지막 한명까지 집행하는 것을 지켜본 요안나는 모든 일이 끝나자 가만히 그의 등을 감싸 안으며 속삭였다.
“수고하셨어요.”
“이만 돌아갈까.”
“그전에… 성물부터 회수해야죠.”
“아참. 그렇지.”
형진과 요안나는 은신으로 모습을 감춘 채 근처에 뿌려두었던 성물을 회수했고, 인질들 모두의 안전을 확인하고 나서야 극장 안으로 조심스럽게 진입하는 호주군의 모습을 보며 황혼의 힘을 사용해 그곳을 빠져 나갔다.
뒤늦게 조심스럽게 극장 안으로 진입한 병력들이 발견한 것은, 공포에 짓눌리고 뒤틀린 모습으로 피흘리며 죽음을 맞이한 인질범들의 모습 뿐이었다. 그들의 모습 어디에도 순교자의 향기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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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편.
내일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