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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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채용 시험
시녀장이라니.
형진은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 난감한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부인이면 부인이고, 시녀면 시녀지 시녀장은 또 뭔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것은 아란 나름대로의 타협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란은 이전부터 자신에게 흠결이 있다는 사실로 인해 떳떳하게 형진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그냥 단순히 과거가 있는 정도라면 몰라도, 다른 핏줄을 지닌 아이들까지 딸린 과부라는 점이 그녀의 발목을 계속 잡아왔던 것이다. 형진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그렇다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아이들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게다가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외지 청년인 줄 알았던 그는 급격하게 성장해 이제는 왕이라고 불리는 위치까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형진 스스로는 그 왕이라는 자리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 모양이지만, 어쨌든 이미 대관식까지 다른 나라 왕족들을 모아놓고 치른 마당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핏줄이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자식으로 받아들일 때 생길 파장은 서로에게 좋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아란은 아내로서의 위치가 아닌, 다소 애매한 시녀장이라는 위치를 선택한 것이다. 며칠 이 왕성 내의 체계를 보아하니, 요정들이 시녀 역할을 맡고 있기는 하되 딱히 그들을 통솔하는 사람이 없음을 인식한 것이다.
사실 요정들 외에 메이드 복장을 하고 다니는 인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하마란과 하엘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 둘은 시녀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하마란은 오귀스트가 공작의 작위를 받으면서 형식상으로는 일단 공작부인의 자리에 오른 상태이고, 애초에 입고 다니는 옷만 메이드복일 뿐 차라리 호위대장이라면 모를까 궁정시녀로서 갖춰야 할 자격 같은 건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엘이야 말할 것도 없는 일. 하마란은 그나마 그리칸 시절에 대충 장작패기라도 했지 하엘은 그런 식의 일조차 해본 일 없이 그냥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한쪽에 서 있는 것이 고작이다. 어떻게 보면 하엘은 메이드라기보다는 포로나 인질 같은 느낌으로 수치 플레이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굳이 그녀의 역할이라면, 이따금 생각날 때 형진이 시트 뒤집기의 대상으로 삼는정도가 고작이다.
실질적으로 요정들을 통솔하고 있는 것은 제자인 림과 전대 요정 여왕이었던 람 정도. 물론 업무 자체를 관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렇다 해도 제대로 체계가 잡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사실 타나토스에서 고급 시녀는 후궁과 동격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왕이 아무 여자나 집적대는 것을 막기 위해 왕비가 시첩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동생이나 친척을 고급 시녀로 데리고 입궁하는 경우마저 있을 정도다.
아란이 시녀장을 자청한 이유는 결국 이런 인식을 토대로 이루어진 셈이다. 시녀는 시녀이되 왕이 원할 때 안길 수도 있는, 하지만 왕비와는 비교할 수 없고 정식으로 후궁 직첩을 받은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관계.
어떻게 보면 이런 식의 결정은 미엘이 메이드를 권유했던 것으로부터 발전한 것일지도 몰랐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 왕궁에서 현재 왕비라 불리는 인물들 모두가 메이드를 거쳐 지금 그 자리에 올라갔다는 사실을 아란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정도랄까.
“시녀장이라…”
난처한 기색을 보이며 형진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아란은 머뭇거리며 물었다.
“어려울까요?”
혹시 거절당하면 어쩌나 싶었던지 아란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하기야 공포와 죽음께서 대놓고 등을 떠민거나 마찬가지인 지금 상황에서 모처럼의 제안이 거절당하거나 하면 아란으로서도 난감한 일이다.
이런 상황까지 와서 그게 무슨 소리냐며 그냥 부인이 되라고 말하거나 해도 곤란하다. 자신은 그렇다 쳐도 아이들의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형진은 지금 왕자가 없는 상태. 그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피가 섞이지 않은 니야가 유일한 왕자로 올라서거나 해버리면 곤란하다. 게다가 나중에 다른 왕자가 태어나기라도 하면 더욱 일이 복잡해진다. 그래서는 아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다른 왕비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형진은 일의 주도권이 자신에게로 넘어온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열심히 도망치기만 하던 눈앞의 여인이 이제는 자신의 결정을 기다리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조금쯤은 장난을 쳐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느닷없이 시녀장이라니… 그건 아무래도 좀 곤란한 일이겠죠.”
“그럼…”
“사실 이 왕성에는 아직까지 시녀장이라는 직책을 지닌 이들이 없었습니다. 굳이 임명을 해야 한다면, 제자인 림이나 전대 요정 여왕이었던 람 정도가 알맞겠죠. 갑자기 아란님이 시녀장으로 올라서면 그 녀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아…”
사실 림이야 시녀장 자리를 줘봐야 그의 유일한 제자라는 입장을 더 선호할 것이다. 요정인 주제에 권력을 사랑하는 기이한 취향을 가진 전대 요정 여왕 람이라면 또 모를 일이지만, 형진은 책임보다 권력 그 자체를 더 사랑하는 녀석에게 그런 자리를 맡길 생각이 없었다. 결국 이건 그냥 해보는 소리에 불과한 얘기란 뜻. 하지만 아직 림이나 람 같은 이들에 대해 잘 모르는 아란은 그럴 듯하다고 느꼈다. 갑자기 튀어나와 그런 자리를 꿰차면 당연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굳이 당신이 시녀장의 역할을 원한다면, 우선은 메이드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겠죠.”
“그렇군요.”
그래서 미엘이 자신에게 메이드를 해보지 않겠냐고 말한 것인가. 아란은 그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헛다리를 짚는 자신을 바라보며 형진이 씨익 웃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 왕성의 법도가 그렇다면… 따라야겠죠.”
“그럼 메이드가 되어 주시는 겁니까?”
“네.”
“그럼 시험을 치러야 겠군요.”
“시험이요?”
“채용 시험입니다.”
형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란을 끌어당기며 그녀와 입을 맞췄다.
“음…”
갑작스런 키스에 아란은 당황했지만, 이내 가만히 손을 들어 그의 등을 감싸 안으며 자신의 입술에 와닿는 그의 입술을 음미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그리고 점차로 격렬해지다가 이내 서로의 혀가 뒤엉킨다. 그렇게 깊은 키스를 나누다 보니 어느 틈엔가 그녀의 호흡은 점차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 성의 메이드는… 모두 이런 식의 시험을 치르는 건가요?”
키스를 마치고 난 뒤 아란이 그렇게 묻자 형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요?”
“시녀장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시험이라고 해두죠.”
“읍!”
다시금 그의 혀가 밀려들어온다. 아란은 어쩐지 그렇게 키스가 이어질수록 정신이 몽롱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서로의 벗은 몸이 닿을수록 다리에서 자꾸만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도 그랬다. 지금처럼 능숙한 손길은 아니었지만, 이 남자와 처음으로 관계했을 때도 그랬다. 그의 입술과 손이 자신의 몸에 닿을 때마다 마치 흡혈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자꾸만 기운이 빠져 버렸다. 그래서 결국은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서툴게 자신을 덮쳐오는 그의행동을 방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지금은 오히려 더 능숙해지고 노련해져서 정신을 차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빠져나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사경을 헤매다 깨어난 시점에서, 그리고 공포와 죽음께서 등을 떠민 시점에서부터 이런 상황을 은연중에 바라고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렇게 닥치고 보니 두려움마저 느껴질 정도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다리가 풀려버렸다. 그렇게 아란이 휘청거리자 형진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가볍게 안아 올렸다.
이제는 벗어날 수 없다. 거부할 수도 없다. 이대로 이 남자에게 안기게 될 것이다.
이미 확정적이 되어 버린 상황을 깨달은 아란은 달뜬 호흡을 억누르며 간신히 이렇게 말했다.
“바, 바깥에서는 안 돼요.”
“왜요?”
“누가 볼지도 모르니까…”
지금 이 근처에는 다른 이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지만, 이 섬은 요정들부터 시작해서 지부장급 집행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상황.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지나가던 누군가에게 들킬 가능성이 아주 많았다.
물론 형진은 그런 식으로 들키거나 하는 일을 별로 개의치 않는 쪽이다. 그러나 모처럼 마음을 열고 자신을 받아들이려 하는 먹이감에게 도망칠 빌미를 주는 것도 곤란한 일. 그래서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황혼의 권능을 빌어와 어딘가로 이동했다.
“여긴…”
갑자기 주위의 풍경이 바뀌자 아란은 살짝 놀라버렸다. 그리고 그곳이 매우 익숙한 장소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란웰입니다.”
형진은 그란웰에 있는 자신의 오두막집으로 아란을 데리고 온 것이다. 아란도 이곳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다소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따지고 보면 그와 그녀가 처음으로 맺어졌던 곳이니 나름의 의미도 있고.
하지만 형진은 그대로 그녀를 안고 다시 어디론가로 향했다.
“자, 잠깐만요. 또 어딜 가는 거에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집을 나서는 그의 행동에 화들짝 놀란 아란이 소리를 죽인 채 그렇게 묻자, 형진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당신 집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그건…”
그거야 평소에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미나가 와서 자고 가기도 했었고.
하지만 지금 아란의 집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은 왕성 라이언하트에, 미나는 자신의 유랑극단을 이끌고 어딘가 다른 장소에 있기 때문이다.
거부할만한 이유가 없음을 깨닫자 아란은 가만히 그가 하고자 하는 대로 놔두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며칠 비워두었음에도 여전히 잘 정돈된 채 남아 있는 살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란은 형진의 품에 안긴 채, 손때 묻은 여러 가지 물건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대로 왕성 라이언하트로 거처를 옮기게 되면 이 정들었던 집과도 이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묘하다.
형진은 그대로 아란을 안은 채 침대로 향했다. 집 안에는 커다란 침대 하나와 작은 침대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큰 침대 쪽은 아란이 아이들과 함께 잠드는 곳이고, 작은 침대는 미나가 와서 묵을 때 쓰는 손님용 침대이다.
아란을 그곳에 눕힌 형진은 물과 수건을 가져다가 차분하게 그녀의 몸을 닦아 주었다. 가만히 그의 손길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아란은 마침내 그 일이 모두 끝나자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저도… 닦아 드릴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형진은 순순히 수건을 건네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란은 팔을 벌린 채 부끄러운 기색조차 없이 우뚝 서있는 그의 모습에 얼굴을 붉히고는 조심스럽게 그의 몸에 묻은 소금기를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아란의 손길이 닿기 시작하자, 그렇지 않아도 이미 잔뜩 성이 나있던 그의 몸이 더욱 열렬하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
시험이라고 했던가.
시녀라면 목욕 시중 정도는 당연한 일. 아란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는 조심스럽게 그의 성난 육체를 물로 씻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그의 뜨거운 실체를 손으로 쓰다듬다 보니, 자꾸만 자신의 호흡마저 뜨거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가 아란은 수건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맨손으로 가만히 그의 실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불끈! 불끈!
손길이 닿을 때마다 그의 실체가 불끈거리며 반응하는 모습이 어쩐지 귀엽다. 아란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으음…”
촉촉한 그녀의 입이 자신의 실체를 머금자 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신음을 흘렸다. 그리 능숙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성심껏 자신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진달까. 그렇지 않아도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지만, 막상 이렇게 봉사를 받고 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결국 견디지 못한 그는 봉사 중이던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 침대에 들어다 눕히고는 달빛에 희미하게 드러난 아름다운 육체 위로 올라갔다.
가만히 얼굴을 쓰다듬자, 아란은 살짝 몸을 떨며 눈을 감았다.
형진의 손은 얼굴로부터 목을 거쳐, 쇄골을 지나 누워서도 그 형태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 봉긋한 가슴을 지났다. 가슴 아래의 늑골을 지나 배꼽을 거쳐 탐사를 계속하던 그의 손은 마침내 그녀의 비밀스러운 장소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그녀의 몸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녀가 그를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은 시점에서, 이미 조건반사처럼 촉촉한 샘물을 머금은 채 그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치고 있었던 것이다.
민감한 속살에 그의 손길이 닿자, 아란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몸을 비틀며 작은 신음을 흘렸다. 그렇게 자신의 손길에 확실하게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에 형진은 빙긋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눈을 꼭 감은 채 필사적으로 새어나오는 신음을 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남자의 정복감을 묘하게 자극한다.
형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마침내 그녀와 몸을 합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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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편째.
즐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