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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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채용 시험
“흐윽…”
천천히 밀려들어오는 그의 실체. 서로의 살이 맞닿는 감각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아란은 눈으로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또렷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느꼈다.
“음…”
형진 역시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마치 끈끈한 접착제를 발라놓은 것처럼 실체를 감싸며 조여오는 그녀의 육체가 주는 쾌감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하마텨면 참지 못하고 그대로 정욕을 뿜어낼 뻔 했다.
단순히 몸을 합쳤을 뿐인데도, 둘은 더 이상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잠시 헐떡이며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뜨거운 숨을 내뿜기를 얼마나 했을까. 겨우 처음의 감각을 견뎌낸 아란이 먼저 손을 뻗어 그의 등을 가만히 안았다.
형진에 대한 모든 기억이 그랬듯이, 그와 보냈던 밤 또한 아란에게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덧칠된 채 기억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다시 그의 몸을 안게 되자 그녀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욕망의 불씨는 활활 타오르며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고, 마침내 몸이 합쳐지는 순간 그것은 산불처럼 일어나 그녀의 몸과 마음을 휩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등을 감싸자 형진은 그 손길에 답하듯,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
찌릿.
그저 부드러운 목덜미에 입술이 닿았을 뿐인데도 아란은 순간 그곳으로부터 찌릿하며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흑!”
입술을 깨물었음에도 그녀는 다시 한 번 작은 신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터져 나온 뜨거운 숨결은 형진이라는 이름의 야수의 심장에 불을 당기고 말았다.
천천히 그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저 가만히 그의 몸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실체로부터 전해지는 생생한 생명의 맥동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절로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을 경험하고 있던 아란은 살과 살이 맞닿는, 묘하게 현실적인 그 감각에 몸서리 쳐야만 했다.
“하흐으… 하흐아…”
천천히 진퇴를 거듭할 때마다 파들파들 떨며 반응하는 아란의 모습은 남자의 정복감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경련하듯 퍼덕거릴 때마다 죄어오는 뜨거운 육체는 그의 쾌감을 증폭시켜주는 미약과도 같았다.
이제 두 남녀는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서로의 몸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둘의 뇌리에 남은 것은, 오직 살을 맞대고 있는 서로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처음 서로의 몸을 탐했던 밤에도 그랬다. 한두 번쯤 몸을 섞고 나면 질릴 법도 한데, 그들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조차 잊고 밤이 새도록 육욕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쉴새없이 서로의 몸을 탐하다가 체력이 부족했던 형진이 잔뜩 지쳐서 기절하듯 잠이 들고 나서야 그들의 행위는 끝을 맺었었다. 그렇게 형진이 나가떨어지고 나서야, 아란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쳐 버리고 말았었다.
지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의 육체가 주는 쾌락에 잠식당한 채 지금까지 서로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모든 장애물들을 잊은 채 당장의 행위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이제 형진의 육체는 수련을 통해 단련되고 영약을 통해 보강되어 인간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의 강인함을 지니게 되었다. 상대를 기절시켰으면 기절시켰지, 절대로 먼저 나가떨어지지 않을 육체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그 강인함을 토대로 무작정 밀어붙이기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지금의 형진은 노련함마저 갖추고 있었다. 유아나 제랄딘, 그리고 요안나까지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발정한 미엘과의 정사는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대결이나 다름없었고, 그런 장엄하기까지 한 대결을 통해 성장한 형진의 남성은 이제 가히 이 분야에서는 끝판왕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연상의 아줌마 기믹을 가지고 있는 아란이라 해도, 실상은 우발적이고 충동적이었던 하룻밤의 정사를 추억으로 간직한 채 남자를 모르고 지내왔던 처지. 그런 그녀가 이토록 강인해지고 능란해진 형진을 상대하는 상황이란 건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는 일이다.
그의 손가락이 가만히 그녀의 몸을 어루만진다. 가냘픈 목덜미를 지나 매끄러운 윗가슴의 감촉을 즐기고 먹음직스러운 푸딩처럼 그의 움직임에 맞춰 푸릉거리며 흔들리는 젖무덤을 지난다. 잘 익은 체리처럼 그 위에 얹어진 돌기를 어루만지다가 그대로 손으로 그러쥐며 입으로 가져가려 했지만, 신장 차이 때문인지 영 여의치가 않다.
형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허리를 안아 올려 자세를 바꾸었다. 서로 마주 보고 앉는 자세로 체위를 바꾸자 그제서야 그녀의 가슴이 눈앞에서 흔들리는 위치에 멈춘다.
“아아…”
아란은 자신의 가슴에 그의 입술과 이빨과 혀가 닿자 견디지 못한 채 그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 멈추어버린 하복부로부터의 쾌락을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그의 손이 등을 쓰다듬는다. 목 뒤로부터 척추를 타고 내려와 엉덩이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몸을 전부 손끝으로 기억하고자 하는 것처럼 어루만진다.
“?”
그의 손이 엉덩이를 꽉 움켜쥐는 감각에 아란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귀여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습繭遮? 스스로 비명을 지르고도 자신의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린 소녀 시절에도 의식적으로 그런 소리를 내본 적이 없는 아란이기에 자신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허리를 움직여 그의 몸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움직임은 의식 너머 숨겨진 무의식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헐떡이며 흐느끼는 듯한 신음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을 받아들이던 아란은 마침내 자신의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치밀어 오르는 그 무언가를 갈구하며 아란은 더욱더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척추를 관통하며 치밀어 오르는 어떤 감각에 그대로 크게 경련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머리 속이 하얗게 타버리는 그 느낌에 아란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이를 악물고 그의 머리를 꼭 끌어안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손이 한껏 달아오른 그녀의 등을 쓰다듬자 견디지 못하고 파르르 몸을 떨며 신음을 터뜨리고 만다.
“흐으으읏!”
그의 입술이 부드러운 가슴골에 와닿았다. 이번에도 그녀는 견디지 못하고 파들파들 몸을 떨며 교성을 터뜨려야만 했다.
마치, 온 몸이 성감대가 되어 버린 듯한 그런 기분. 피부는 물론이고 솜털 하나까지 신경이라는 신경은 모조리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란은 그렇게 형진의 손길에 농락당하며 진이 빠질 정도로 절정의 여운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형진은 그렇게 몸부림치는 아란을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지금껏 자신을 떠나 있었던 그녀에게 벌을 내리는 것처럼, 그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쾌락이라는 이름의 형벌을 부여했다.
“헉… 헉…”
그렇게 한참이나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쾌락의 폭풍에 휘말려 있기를 얼마나 했을까. 아란은 마침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탈진해 버렸다.
그대로 매달리듯 형진의 상체를 안은 채 그의 손길이 이어질 때마다 파들파들 몸을 떠는 것이 그녀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의 전부였다.
“힘들어요?”
“네…”
혀마저 꼬였는지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형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더니 그녀의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아기를 안아 올리듯 들어올렸다.
“?…”
하복부에 결합해 있던 그의 실체가 몸 밖으로 빠져 나가는 감각에 아란은 다시 한 번 몸을 떨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형진은 다시 아란을 자신에게 등을 기대는 자세로 앉히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녀의 입가에 내밀었다.
“마셔요.”
“이건…”
말할 기운도 없을 정도로 탈진해 버린 아란은 자꾸만 감기려고 드는 눈을 억지로 뜨며 그의 손에 들린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병이었다. 무언가 약을 담을 때 쓰는 그런 약병.
“비약입니다. 기운을 북돋워줄 거에요.”
“…”
순간 아란은 자신이 뭔가 환청 같은 걸 들은 줄 알았다.
“비약… 이요?”
“네.”
그렇게 말하며 형진은 다시 이것저것 꺼내서 침대 위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손에 들린 것과 비슷한 약병부터 시작해서,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어진 상자 같은 것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저 많은 걸 언제 준비했나 싶을 정도의 물건들이다.
“이걸… 다 먹으라고요?”
설마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그렇게 물었지만, 돌아온 그의 대답은 너무나도 단호했다.
“네. 일단 비약으로 힘을 북돋은 뒤, 음식을 먹으면 됩니다. 빠른 시간 안에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는 데는 이만한 게 없죠.”
“…”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농담인가 싶은 생각.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지 않은 채 그대로 골아떨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인 아란은 이게 다 뭔 일인가 싶었지만, 그녀가 다시 뭐라 답을 하기도 전에 형진은 그녀의 입에 비약을 가져갔다.
“읍…”
뭔가 향긋한 내음이 입안을 넘어 코속까지 뻥 뚫어버리는 듯한 느낌으로 확 치밀어 오른다.
“후아…”
그것을 다 마시고 나자, 형진의 말대로 녹초가 되어 버렸던 몸에 다시금 활력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형진은 아란의 몸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하자, 꺼내놓았던 상자를 열었다.
화아악!
그러자 이번에는 단순히 맛있다는 말 정도로는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그런 향기가 아란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렇지 않아도 탈진해 있던 신체는 그 향기를 느끼기가 무섭게 반응했고, 다른 뭔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란의 입에는 흥건하게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말씀드렸던가요? 사실 전 얼마 전에 요리 달인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세상에…”
“자, 드세요.”
“…”
형진이 손수 음식을 포크로 집어 입가로 가져다 대자 아란은 더 이상 끓어오르는 식욕을 주체할 수 없었고, 결국 그가 먹여주는 대로 순순히 음식을 섭취할 수밖에 없었다.
일전에 연회에서도 느낀 것이었지만, 역시 이 음식들은 뭔가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맛있었다.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로 맛을 보는 것과도 같아서, 그 맛을 느낄 때마다 방금 전에 느꼈던 격렬한 쾌락의 감각들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듯한 착각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처음에는 억지로 형진이 떠먹여 주는 느낌이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그렇게 비약과 음식을 섭취하고 나자, 아란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금 활기로 충만해져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그것을 깨달은 아란은 겁이 덜컥 나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음식을 모두 먹고 원기를 되찾은 아란을 향해 형진이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요?”
“…”
빙긋 웃으며 그렇게 말한 뒤 자신의 귓가를 살짝 깨무는 그의 행동에 아란은 문득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맙소사.
채용 시험의 의미는 이것이었나.
아란은 그가 자신을 놔줄 생각이 없음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이해했다.
그는 이전에 성공하지 못했던 도박을 오늘 밤 완성시키려는 것이다. 자신이 그의 아이를 임신할 때까지, 이 남자는 결코 자신을 놓아 보내지 않으리라. 그렇게 해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될 때까지, 이 남자는 자신을 범하고 또 범하려는 생각인 것이다.
겁 먹은 표정으로 숨을 삼키고 있는 아란의 모습에 형진은 빙긋 웃음을 지었다.
“도망칠 생각 말아요. 이제는 놓치지 않을테니.”
아란은 다시 침대 위에 눕혀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앞서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고서도 그는 여지껏 절정에 도달하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터져 나오려는 정열을 참고 참아, 마지막에 성대하게 한방을 터뜨리기 위해 꾹꾹 눌러 참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이제야 깨닫고 말았다.
“자, 그럼 시험을 계속 할까요.”
“…”
아란은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자신을 향해 다가서는 그의 모습을 보며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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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