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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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인생은 한 방
형진은 가만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미엘의 인도에 따라 침대로 다가섰다.
“으응… 응… 흐응…”
하엘은 이미 미엘의 능란한 애무에 반쯤 넋이 나간 채 몸을 뒤틀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흥건하게 배어 나온 땀으로 인해 상기된 피부가 반짝거린다. 미엘의 손가락이 민감한 곳을 어루만질 때마다 하엘의 발가락은 잔뜩 오므라들었다 펴지기를 반복했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계속해서 발버둥을 치듯 허우적거렸다.
꿀꺽.
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커튼 너머로 붉게 비친 석양 아래 꿈틀거리며 허우적거리는 여체들의 모습은 그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선정적이었다.
“자…”
미엘은 그런 형진의 모습에 빙긋 미소를 짓고는 마치 재촉하듯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자 하엘의 몸 위에 엎드려 있던 또다른 미엘이 뒤를 돌아보며 가만히 엉덩이를 흔들어 보이고는 조심스럽게 그 아래 깔린 하엘의 몸이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하엘의 몸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흥건하게 적셔진 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생전 처음 겪어 보는 극한 열락 속에서 그녀의 샘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결합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언니… 언니…”
흐느끼듯 속삭이는 하엘의 목소리에 미엘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고,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은 자신을 언니라 부르는 존재의 눈앞에서 폭포처럼 흘러내리며 시야를 가렸다.
이것으로 모든 준비는 끝.
형진은 다시금 양 옆에서 그의 손을 끌어당기는 미엘의 분신들에게 이끌려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격정에 흐느끼며 떨고 있는 여린 살결에 자신의 신체를 가져다 댔다.
“흣!”
민감한 속살에 뜨거운 무언가가 와닿는 것을 느낀 하엘이 흥건히 젖은 몸을 파닥거렸지만, 미엘은 그녀의 입을 자신의 입술로 덮어 틀어막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형진의 몸이 그녀의 몸 안으로 진입했다.
“크흣!”
순간 하엘의 몸이 튀어 오른다. 마치 도마 위에 오른 생선처럼 퍼덕거리는 그녀의 몸을 어느 틈엔가 다가와 가만히 속삭이는 미엘들의 목소리가 조용히 다독인다.
“괜찮아.”
“착하지.”
“착하지.”
미엘들이 모여 앉아 착하지라는 말을 속삭이며 어루만지자, 하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그리고 시야에 가득 들어와 있는 미엘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끝이다. 지긋지긋한 천형 따위 이것으로 모두 끝이다.
하엘은 자신을 오랜 세월 동안 괴롭히던 발정기라는 이름의 천형이 바로 이 순간 끝을 맺었다고 느끼자 마음 속으로부터 뭔가 울컥하는 기분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허윽!”
멈춰 있던 형진이 다시 움직이자 그녀는 허파를 쥐어짜는 듯한 어떤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신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럴 수가.
하엘은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끝이라고 생각했던 일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시야는 잘게 미소짓고 있는 미엘들의 얼굴로 가득 차 있었지만, 하체로부터 느껴지는 뜨겁고 생경한 무언가의 감각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그녀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전해지고 있었다.
이것이… 이것이 바로 남자의 몸.
“하웁!”
다시 한 번 자신의 몸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커다란 무언가에 하엘은 커다란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민감하게 달아오른 속살은 그녀가 원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흉측한 무언가의 모습을 빠짐없이 그녀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그만 두라고 외치고 싶어도, 숨 가쁘게 무언가가 밀려들 때마다 그녀는 거친 숨을 토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아… 하악! 자, 잠깐…”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렇게 여린 속살들에 자극이 가해질 때마다 지금까지 그녀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점차 그 크기를 키워갔다.
감히 두려워서 꺼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불이 붙여지는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고 폭발시켜 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가슴 속 깊은 곳에 싸매어 두기만 했던 무언가.
쩌적!
그녀는 그 무언가를 감싸고 있던 껍질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을 깨달았다. 두려움에 떨며 그만 해달라고 말하려 했지만, 다시금 하복부로부터 예상치 못한 거대한 무언가가 밀려들어온다.
그것은 단순한 남자의 육체가 아니었다. 그 육체를 통해 전해지는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힘이었다. 해일처럼 밀려들어와 그녀의 여린 속살을 태우고 마침내 그녀의 육신 속에 남은 욕망과 반응을 일으켜 지금까지 감추어 두었던 모든 것을 드러내고 말 폭풍과도 같은 불꽃이었다.
아아. 그랬던 것인가.
인간은 절대로 느껴보지 못할, 오직 흑요호이기에 느껴볼 수 있는 진정한 그의 실체가 지금 이순간 하엘의 감각과 사고를 온통 장악해 버리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억누르던 이성이 그 불꽃에 휩싸여 한줌 재가 되어 버린 순간, 비로소 하엘은 몸을 활처럼 휘며 눈을 떴다.
“어머.”
“세상에.”
그런 하엘의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미엘들의 눈에서 이채가 흐르더니, 이내 몸을 움직여 그녀의 몸 위에서 물러났다.
하엘은 금방이라도 호흡이 끊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가 마침내 자신을 거칠게 밀어 붙이고 있는 남자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아아…”
하엘은 비로소 보았다. 자신이 그저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의 실체를. 그저 겉모습에 가려져서 드러나 있지 않던 그의 거대한 영혼과 힘을 비로소 완전하게 인식했다. 그리고 그것이 뇌리에 각인된 순간,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던 본능이 그렇지 않아도 산산이 박살내 부서져 버린 이성을 완전히 먹어치웠다.
번쩍!
하엘의 눈이 지금과는 다른 빛으로 물드는 순간, 숨겨져 있던 풍성한 꼬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꼬리들은 이제는 완전히 하얀색으로 바뀌어 버린 미엘의 꼬리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파괴와 재생의 힘을 받아들였던 여파 때문인지, 여전히 붉은 빛을 머금은 검은 빛의 꼬리들이 부채처럼 넓게 퍼지며 하엘의 몸 주위에 자리 잡는다.
순간 형진은 과거에 자신이 경험했던 어떤 일들이 떠올랐다. 뭣 모르고 덤볐다가 죽을 뻔 했던 미엘과의 첫날 밤. 그 때의 일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그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파창!
순간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음과 함께 형진의 몸으로부터 강렬한 회오리가 뿜어져 나왔다. 극성에 도달한 라이언하트가 지금 이순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형진의 눈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금의 그는 과거의 그와는 다른 존재가. 이미 육체는 수련과 영약의 힘으로 최고조의 상태에 도달했으며, 영혼 또한 반신이 되면서 보통의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건함을 지니게 되었다. 파괴와 재생의 파편을 비롯한 신격들을 흡수한 데다, 여전히 자유자재로 끌어다 쓸 수 있는 희망과 생명의 힘 또한 든든한 그의 아군이 되어 주고 있었다.
“와라!”
그의 입에서 사자후와도 같은 외침이 터져 나오자, 하엘의 육체와 정신은 자신이 모시는 존재의 명령에 호응하듯 이끌리며 반응했다.
펑! 퍼펑!
오랫동안 억눌린 채 본래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흑요호의 힘이 개방되며 꼬리들이 분신들로 모습을 바꾼다. 저마다 개성 가득한, 하지만 하나 같이 두 눈에 뜨거운 열망을 가득 담은 여우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이런…”
미엘은 하엘이 이성을 잃고 형진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혀를 찼다. 하지만 과거에 자신도 저랬으리라는 생각에 쓴웃음을 짓던 그녀 또한 둘, 아니 분신을 모두 드러낸 하엘들과 형진이 격렬하게 뒤엉키는 모습을 보고는 서서히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그저 둘 사이를 이어주기 위한 촉매 역할이었을 텐데.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발정기의 기운에 휩싸인 하엘의 모습을 보니, 다시 한 번 발정기가 찾아올 것만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린다.
생각 같아서는 자신 또한 이성을 잃고 덤벼드는 하엘처럼 그의 몸과 정기를 탐닉하고 싶었다. 하지만 미엘은 그렇게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감정들을 꾹 눌러 참았다. 아무리 그가 신위에 가까워진 반신의 위치에 도달했다 해도, 흑요호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떠올린 탓이다.
“그럼… 전 이만.”
미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형진에게서 몸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형진은 달뜬 목소리로 자신의 정기를 갈구하며 매달리는 하엘들에게서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리 와.”
“…”
아아.
미엘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발끝으로부터 짜릿한 어떤 감각이 다리를 타고 올라와 척추를 저미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목소리에 담긴 위엄과 권위가 계약으로 묶여 있는 그녀의 영혼과 육체를 삽시간에 지배해 버린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래서는 그가 견디기 어려울 텐데.
미엘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면서도 생각과는 다르게 감격에 겨워하며 그에게로 다가섰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강인한 손이 자신의 손을 끌어당겨 품에 안는 순간, 지금까지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이성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껴버렸다.
“흐으응… 흐윽!”
입술이 마주치자 이미 잔뜩 끌어올린 그의 정기가 혀를 타고 전해진다. 단지 키스를 한 것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다시 임신해버릴 것만 같다.
할 수 있다.
형진은 자지러질 듯 애원하며 자신에게 몸을 기대는 여체들 속에서 마침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런 판단이 내려진 순간, 그는 거침없이 그녀들을 농락하고 지배해갔다.
정사는 하루를 지나 이틀을 지나고 사흘을 넘더니 마침내 일주일간 꼬박 이어졌다. 하엘과 미엘은 돌아가며 분신들로 하여금 차륜전을 벌여 그를 상대했지만 결국 하나씩 지쳐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하엘.”
“네… 네…”
“나와 계약하겠나.”
“할게요. 할게요.”
“나의 아이를 낳아 주겠나.”
“낳을 게요. 낳고 싶어요. 낳게 해주세요!”
“좋아! 간다!”
“아아악!”
이미 몸과 마음 모두가 그에게 정복당해 버린 하엘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른 채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엄청난 양의 정기가 몸 안으로 밀려들어 전신을 그대로 채워버리는 듯한 감각에 비명과도 같은 교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성이고 본능이고 모조리 날아가 버린 상태에서 거대한 쾌락의 벽에 직면하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포포퐁!
“아… 아아…”
말도 안 돼.
하엘에게 한 자락 남아 있던 이성이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경악할 틈도 없이,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기절하고 말았다.
“후우우우우…”
형진은 크게 숨을 몰아쉬며 미엘을 바라보았다. 있는 대로 정념을 폭발시킨 탓인지 더할 나위 없이 몸이 개운하다.
“진…”
그런 그에게 미엘이 다가와 안기며 촉촉하게 젖은 시선을 던진다. 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일주일간 행위를 이어가면서도, 정념을 쏟아 붓는 행위는 오직 하엘에게만 행했다. 단기간에 그녀를 임신시켜 발정기로 인한 모든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기절한 하엘들의 몸이 어느 순간 퐁퐁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나로 합쳐진다. 형진은 미엘에게 양해를 구한다음 하엘의 몸을 안아서 침대에 데려다 눕혔다.
“이번엔 다섯인가.”
꼬리가 나있는 곳을 살펴보니 작은 꼬리 다섯이 자리 잡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서둘렀던 탓인지 미엘 때보다 숫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이가 태어난 것만은 확실하다. 지금 상태에서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빠아거리며 아기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여기요.”
“고마워.”
형진은 미엘이 건네준 젖은 수건으로 하엘의 몸을 닦아주고 이불을 덮어준 다음, 미엘을 안아들고 욕실로 향했다.
“한 번 더 임신하는 줄 알았어요.”
“하고 싶어?”
형진의 말에 미엘은 눈을 살짝 흘겼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방금 전 하엘이 기절할 때까지도 그녀는 이성이 날아가 버린 상태였다. 형진의 위엄과 힘에 저항조차 못하고 휩쓸려 버렸던 탓이다.
“음… 일단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요. 솔직히 지금도 감당이 안 되거든요. 특히 다희 녀석은.”
“하긴.”
형진은 지금 이 시간에도 다희에게 휘둘리고 있을 비와 낭만을 떠올랐는지 키득거리며 미엘과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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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도 한방.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