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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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진출
하엘의 문제를 해결하는 와중에도 역공을 위한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이건?”
“휴대용 위성 발사기입니다.”
“위성?”
얼핏 보기엔 손전등처럼 생겼다. 한쪽이 투명한 플라스틱 판 같은 것으로 막혀 있는 원통형의 물건을 달리 뭐라고 불러야 할지.
“이런 식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프리츠는 스스로 휴대용 위성 발사기라고 말한 물건을 손에 쥐더니, 조명탄을 발사하는 느낌으로 하늘을 향해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앞부분에 자리 잡은 플라스틱 판이 깨져서 날아가며 동그란 탁구공 같은 것 다섯 개가 발사되었다.
발사된 탁구공 들은 둥실둥실 떠서 하늘 위로 사라져 갔다. 호버 보드에 적용된 반중력 부양 장치를 응용한 건 알겠는데, 저렇게 작은 물건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싶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방금 그게 위성이라고?”
“그렇습니다. 정상적으로 발사가 성공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크게 저고도 탐지와 고고도 탐지의 두 가지 용도로 나뉘는데, 저고도 탐지의 경우에는 발사 즉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고고도 탐지의 경우는 궤도 상에 자리를 잡는 시간이 약 2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프리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원통형의 손잡이 뒷부분을 열더니 그곳에서 블루투스 이어폰 같은 것을 꺼내어 형진에게 건네주었다.
“방금 발사한 위성으로부터 전해지는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한 수신기입니다. 이것은 또한 데이터 보관용 블랙박스 역할도 합니다.”
형진이 이어폰을 받아 귀에 착용하자, 곧바로 시야 한쪽에 위성 정보라는 메뉴가 새롭게 나타난다.
“언데드 지역에 대한 역공을 기획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은 뒤, 저는 처음 방문하는 장소에서의 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필요로 하는 물품은 당연히 생존용품들이 되겠지만, 보스의 경우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공략을 해야 하는 입장이시니 조금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이 휴대용 위성 발사기입니다.”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군.”
“그렇습니다.”
언데드의 영역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조차도 알 수 없는 완전한 미지의 세계라고나 할까. 그런 장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지형이나 적의 군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체계라 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적이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것을 알 수 있다면 전술은 물론이고 전략적 관점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두 개를 한 쌍으로 해서 한꺼번에 사용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저고도 탐지와 고고도 탐지의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고고도 탐지의 경우 보다 광범위한 지역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궤도 상에 자리를 잡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다. 도착하자마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판에 그렇게 느긋하게 정보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용도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옳다.
“기본적인 기능은 탐지 뿐인가?”
“그 외에 통신 중계 기능 또한 탑재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보스 혼자서만 가신다니 별 의미 없는 수단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왕 위성으로 활용을 할 바에는 이것도 넣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요.”
“그렇군.”
형진은 나쁘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구경하고 있던 제랄딘에게 문득 한마디를 건넸다.
“이거 타나토스에 설치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타나토스에요?”
“이 참에 위성 통신망을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 않아?”
“위성 통신망이라…”
제랄딘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지구 쪽의 문물 가운데 타나토스에 도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틈틈이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전세계를 통할하기 위한 통신 수단으로 이미 회합장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상대가 회합장에 들어와야만 한다는 문제가 있고, 또한 희망과 생명 교단에 속한 자가 아니면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통신 수단이 요정들을 이용한 우편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위성 통신의 보급은 그 자체로 통신 혁명을 이루어낼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과연 타나토스의 사회나 문화, 그리고 정치 체제가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점.
“일단… 체계 정도는 구축해 놔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있으면 어떻게든 활용은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민간에 확대 보급하는 건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해봐야할 문제겠지만요.”
“그렇다는군. 가능하겠나?”
프리츠는 잠시 생각한뒤 천천히 답했다.
“일단 현재 저희가 개발한 위성은 탐지 목적의 정찰 위성인 관계로 이런 용도의 통신 위성은 따로 제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신 중계가 가능하기는 해도 채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얼마나 걸릴까?”
“허세와 망상님께서 계시니 구현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만, 역시 문제는 설계겠죠. 조금 더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군. 차분하게 진행하도록.”
“알겠습니다.”
프리츠가 다음에 선보인 것은 커다란 다리미 같은 형상의 물체였다. 길이는 호버보드 정도에 불과하지만, 폭이 세 배 가까이 되고 위쪽이 산처럼 불룩하게 솟아있는 데다 손잡이 같은 느낌의 무언가가 위쪽에 솟아 있는 형상까지 정말 영락없는 다리미다.
“이건 또 뭐지?”
“근접 항공 지원용 무인기입니다.”
“무인기?”
프리츠의 대답에 형진은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용도라고 보기엔 생각보다 크기가 작은 것 같은데. 무장량은 어느 정도지?”
형진의 질문에 프리츠는 씩 웃더니 이렇게 답했다.
“JDAM 48발, 12.7밀리 전열 화학포 1문입니다.”
“뭐?”
전열 화학포는 그렇다 쳐도 JDAM 마흔 여덟 발이라니. 원래 제대로 따지고 들어가면 전열 화학포도 문제지만, 형진은 우선 그것부터 따지고 들었다.
“공간 왜곡 기술을 쓴 건가?”
“물론 그것도 있습니다만, JDAM 자체를 소형화 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죠. 이겁니다.”
“이건…”
JDAM은 마크 80 계열의 멍텅구리 폭탄에 유도 기능이 부여된 키트를 장착한 스마트 폭탄의 일종이다. 유도 능력이 없는 일반 항공용 폭탄을 정밀 유도 폭탄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라고나 할까.
여기에 사용되는 마크 80 계열의 무유도 폭탄들은 기본이 100 킬로그램 이상이고, 가장 무거운 마크 84의 경우는 900 킬로그램이나 된다. 하지만 지금 프리츠가 보여준 폭탄은 아무리 봐도 그런 커다란 폭탄이라기보다는 박격포에나 쓰면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의 크기다.
“폭탄 자체에도 공간 왜곡 기술을?”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장 타당한 추측이겠지만 프리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폭약대신 마법을 부여했습니다.”
“마법을?”
“네. 마법은 마력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용적 대비 화력 면에서 일반적인 군용 폭약보다 우월한 점이 있습니다. 이건 바꿔 말하자면 마력의 조절을 통해 화력의 조절까지 무난하게 이루어낼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단순히 섬광탄 수준부터 시작해서 벙커버스터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만 마법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죠. 사용자의 인지 범위 바깥에 있는 표적에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마법 물품으로 만들어 사용한다면 이런 사거리 문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런 식의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소형 JDAM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야말로 화력 지원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만능이 아닐까 싶은 느낌. 하지만 군대에서 만능이라는 건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장비라는 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써보지 않으면 뭐라 말하기가 애매하겠군.”
“그런 면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휴대용 위성과 이 무인기의 조합이라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당장은 혼자서 언데드 영역을 들쑤시고 다녀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해 보면, 위성이라는 이름의 눈과 시야 밖에서 화력 지원을 가하는 무인기의 조합은 혼자서 다수를 상대할 때 특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장비들을 살펴보고 있자니, 문득 함께 참관 중이던 크루그가 묻는다.
“유저들의 힘은 빌리지 않으실 생각인가요?”
사기를 엘리시온으로 돌리는 작업이 진척되면서 타나토스에 가해지던 압력도 많이 줄었다. 물론 그만큼의 사기가 엘리시온으로 집중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퀘스트로 불러내지만 않을 뿐 유저들의 도움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일단은. 하지만 정 혼자서 어려운 상황이라면 도움을 받긴 해야겠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준비를 해두는 편이 좋다. 미지의 영역이란 건 그만큼 위험한 법이니까.
그러자 크루그 옆에 서있던 카트린이 손을 번쩍 들더니 이렇게 외쳤다.
“그럼 저희도 돕게 해주세요!”
“카트린이?”
“네!”
“하지만 위험한데.”
“저희도 아바타인가 뭔가 하는 걸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거야…”
지금까지 타나토스 출신들은 엘리시온에 접속할 때 대미궁의 코어를 사용했던 탓에 따로 아바타를 쓰지 않고 자신의 몸 그대로 이동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허세와 망상 또한 이쪽에 가세한 상황이니 대미궁의 코어를 고쳐서 타나토스 출신들 역시 아바타 상태로 게임에 진입하도록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나쁘지 않은데. 좋은 의견이었어. 카트린.”
“별 말씀을요.”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카트린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일단 카트린의 의견이 현실화된다면 다른 이들 역시 아바타 상태로 언데드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필요하다면 집행자나 수호자 같은 정예 병력 또한 언데드 영역에 위험 부담 없이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이것이 반가운 이유는 미엘과 하엘이 짊어져야 할 위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에 있다. 성수로서의 위력 때문에 그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긴 하지만, 형진과는 달리 아바타를 운용하지 못하는 그녀들의 입장에서 이 원정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런데 대미궁의 코어를 통해 유저들과 같은 형태의, 신들이 쓰는 것에 비하면 성능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 아바타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도 훨씬 줄어들게 된다.
“문자 그대로, 죽은 자와 죽지 않는 자의 대결이 되겠군.”
“글쎄. 그건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바로 그때, 아유무와 함께 한쪽에 선 채로 자신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물품들을 지켜보고 있던 허세와 망상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프리츠의 말에 허세와 망상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간단한 얘기야. 상대가 파괴와 재생이란 걸 잊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지. 일반적으로 유저들은 죽음을 당해도 타격을 입지 않지만, 금기를 어겨 강대한 힘을 얻은 파괴와 재생이 상대라면 그것도 무조건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야.”
“흠…”
어쨌든 결국 유저들의 아바타라는 것도 허세와 망상이 지닌 능력과 희망과 생명의 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 만약 파괴와 재생이 지닌 힘이 허세와 망상의 기술이나 희망과 생명의 힘을 넘어선다면 무조건적으로 안전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얘기다. 물론 지금까지 유저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상대해 봤던 형진으로서는 그들에게 인스턴트 킬을 써도 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신조차 되지 못했을 때의 자신과, 세계를 집어삼킬 정도의 힘을 가진 파괴와 재생의 능력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하는 건 역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권능이란 것 역시 결국은 인과율을 비튼 결과의 산물이니, 효과 역시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보호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성역도 그보다 더 강한 신의 힘에는 깨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얘기다.
물론 형진이 지닌 인스턴트 킬의 위력을 알고 있다면 저쪽도 섣불리 나서지는 못하겠지만, 이쪽이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것처럼 저쪽 역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은 분명한 일인만큼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 작품 후기 ============================
두 편째.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