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724
00724 163. 신입 =========================
면접에 참여하지 않은 잡신들이 그렇게 기다리는 연회는 거짓된 천국의 길드성에서 성대하게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설마하니 사실상 면접에 참여한 모든 신들을 그대로 합격시킬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며 다시 뭔가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신들은 형진이 확정적으로 길드성에 도착한 모든 신들의 합격을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자 그제서야 기뻐하며 연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좋은가 보네.”
“당연하지. 이제야 백수 신세를 벗어나게 되었는데.”
“그래봐야 이제부터가 시작이겠지만.”
희망과 생명과 그렇게 잠시 대화를 나누던 형진은 면접에 참여한 신들이 모두 모이자, 그들을 안쪽의 회의실로 이끌었다.
“그럼 말한 걸 주었으면 해.”
형진이 말하자 신뢰와 헌신, 공포와 죽음, 희망과 생명이 각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형진에게 건넨다. 그곳에는 면접을 본 각 신의 간단한 첫인상과 특징 등이 적혀 있었다. 이를테면, 1번 참가자는 몸집은 잡지만 그만큼 귀엽고 은근히 영악한 면이 있다라는 식으로.
서류를 훑어보던 형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신뢰와 헌신에게 말했다.
“호오, 신뢰와 헌신은 1번 참가자가 마음에 들었나 보군.”
“무슨 소리야.”
“몸집은 작지만 그만큼 귀엽다니… 이런 첫인상을 대놓고 쓰는 경우는 드물다고.”
“헤에…”
형진의 말에 여신들의 시선이 일제히 신뢰와 헌신에게로 향한다.
갑자기 그렇게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신뢰와 헌신은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별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다하는군. 써달라는 대로 써줘도 난리인가. 사람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면 곤란하지.”
“헤에…”
신뢰와 헌신은 나름대로 그렇게 반박했지만, 여신들의 시선은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솔직히 그의 성격이라면 그냥 바보 같다면서 콧방귀나 한 번 뀌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렇게 말이 길어진다는 건 뭔가 켕기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
더구나 이번에 정직원이 된 신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신뢰와 헌신을 제외한 면접관 전부가 여자들이다. 그녀들로서는 정작 이번 면접 결과보다는 청일점이나 다름없는 신뢰와 헌신에게서 전해지는 핑크빛 전조에 더욱 관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크흠. 아무튼 그런 꼬맹이에게는 별 관심 없으니 그렇게 알아.”
그렇게 말하며 슬며시 꽃과 바람의 기색을 살펴보는 신뢰와 헌신이었지만, 정작 그녀는 이 화제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아마도 그가 풍기는 핑크빛 전조는 귀여운 1번 참가자가 아니라 면접에 함께 참여한 여신 때문인 모양이다.
형진은 대신들이 간단하게 기록한 첫인상이나 특징 등을 한번 쓰윽 훑어보고는 요안나에게 그것을 건네 정리하도록 했다.
“그런데 그 정도 가지고 되겠어요? 이름조차 적어놓지 않은 상태잖아요.”
보호와 균형이 그렇게 묻자, 형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이름을 알게 되면 선입견이 생기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권능이 뭔지 알게 되면 은연중에 우열을 매길 수밖에 없거든. 이전의 오디션에서 서류 전형을 했을 때 일을 떠올려봐.”
“하긴… 그건 확실히 틀림없는 말이지.”
형진의 말에 희망과 생명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를테면 물벼룩과 클로렐라 같은 신의 이름을 면접 장소에서 들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정말로 저런 허접한 신이 다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 적어도 이전의 오디션에서 서류전형을 할 때는 그랬다.
그런 희망과 생명의 생각을 읽었는지, 형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물벼룩과 클로렐라 같은 신도 엄연히 쓸 데가 있어. 간단한 예로 지금 테라포밍이 진행되고 있는 달 같은 곳이라면, 기본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그런 신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거든.”
클로렐라는 강력한 증식능력을 지닌 녹조류이다. 조건만 갖춰지면 하루에 열 배 정도까지 증식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게다가 1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유기물의 양도 벼의 8배나 된다. 물론 소화흡수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생태계의 기반을 만들기에 이만큼 좋은 생물도 드물다.
물벼룩은 클로렐라 같은 녹조를 먹고 사는 생물이다. 생태계에서 녹조류 다음 가는 먹이 사슬 단계로, 물고기들이 특히 좋아하는 식사가 된다. 즉, 클로렐라와 물벼룩이라는 두 가지 생물만 제대로 살아가도록 만들어도 기본적인 수중 생태계의 기반이 완성되는 셈이다.
신들이 자신을 믿는 인간들의 신앙이나 공헌도를 힘의 기반으로 삼는다고는 하지만, 그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생태계는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므로, 그것을 구성하는 생물들의 수호신 역시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그럼 연회가 끝나면 바로 업무에 들어가는 건가요?”
오디션 당시 2조에 속해 있다가 이번에 정직원이 된 진주와 장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떠받들어지기를 좋아하는 그녀라면 당연히 개척 교단에 자원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성공 확률을 따져야 하는 쪽보다는 안정성 있는 정직원 쪽이 더 끌렸던 모양이다.
“그건 아닙니다. 일단은 업무 배치를 위해서도 간단한 연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군요.”
진주와 장미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개척 교단으로 인원이 빠져 나간 이상, 새로운 인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줄어든 인원만큼 업무량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또한 허세와 망상의 인성질도 그만큼 더 많이 견뎌내야 한다는 뜻이다.
곧바로 후임이 들어오나 싶어서 들떠 있던 정직원들의 표정이 시무룩해지는 모습에 형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참고로, 연수에는 여러분도 함께 참여합니다.”
“네? 정말요?”
“물론입니다. 당장 그들을 이끌어 주어야 할 분들이 바로 여러분 아닙니까. 연수는 여러분이 이번에 새로 인턴이 된 신들의 능력이나 성격을 직접 파악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 거였어요!”
그러자 반지와 거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장의 일들은 허세와 망상님 혼자서 처리하게 되는 건가요? 저희들까지 빠지면 업무 부담이 상당히 커질 텐데.”
반지와 거울이 허세와 망상을 걱정해서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다. 허세와 망상이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게 되면, 그만큼 많은 스트레스가 쌓이게 될 것이고, 그것은 이후 여기 있는 신들이 업무에 복귀했을 때 엄청난 강도의 인성질로 표현될 수 있었다.
신입들의 연수에 참가한다는 말에 기쁜 기색을 보였던 신들의 표정이 다시 시무룩해진다. 몇몇 신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지 진저리를 치는 이도 있을 정도다.
단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진저리를 칠 정도라니, 허세와 망상이 좀 심하긴 한가보다. 하지만, 형진은 딱히 허세와 망상을 제지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심하게 굴면 굴 수록,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그의 인기는 더욱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어둠이 짙을 수록 빛이 더 밝게 느껴지는 법. 신들도 그와 같은 섭리에서는 벗어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점 때문에 여러분에게 작은 선물을 드리고자 합니다.”
“선물이요?”
“네. 정직원이 된 기념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형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모여있는 정직원들을 불러 모으고는 무언가를 두 개씩 건넸다.
“이, 이건…”
“아바타입니다. 하나는 업무용으로, 또 하나는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십시오.”
신들은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존재. 당장 신앙과 공헌도가 없어도 그건 모두 마찬가지다. 단지 아바타를 구매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여러 개를 한꺼번에 운용하기 어려울 뿐.
이렇게 되면 정직원이 된 신들은 모두 세 개의 아바타를 한꺼번에 운용할 수 있게 된다.
하나는 신입들과 연수를 간다. 또 하나는 당장 밀려 있는 업무를 처리한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하나는 지금까지 일에 치여서 가질 수 없었던 개인적인 용무, 이를테면 취미라든가 연애라든가 여행이라든가 기타 여러 가지 일에 사용할 수 있다. 즉, 항상 일하면서도 항상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모두 열심히 일해주신데 대한 보답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모르고 있었다. 신입들과의 연수가 끝나게 되면 나머지 하나의 아바타도 결국 업무에 투입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항상 휴가중인 아바타도 불러다 쓰게 될 수도 있다. 형진으로서는 아바타를 지급함으로서 그들을 지금보다 몇 배로 부려먹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가 아무 이득 없이 공짜로 이런 걸 나누어 줄 리가 없지 않은가.
이미 오랫동안 형진을 옆에서 지켜봤던 여신들은 기뻐하는 정직원들을 보면서 은근히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진은 기뻐하는 정직원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연수 기간 중에 여러분은 신입들이 어떤 성격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것을 간간히 기록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모아주신 정보는 이후에 그들을 업무에 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죠. 어차피 저희들과 함께 일하게 될테니까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회의를 마치고 그들은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정직원들은 곧바로 흩어져서 신입들과 연회를 즐기는 동시에 그들의 정보를 모으는 일에 착수했다. 아바타 두 개씩을 나누어준 약빨이 확실하게 먹힌 것인지, 이런 재능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세세한 정보들이 곧바로 형진의 데이터베이스에 쌓여가기 시작했다.
연회가 모두 끝나자, 형진은 다시 신들을 불러 모으고는 다음 일정을 알렸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한 달 간의 연수에 돌입하게 됩니다.”
“한 달… 이요?”
“그렇습니다. 함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며, 또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면접처럼 그렇게 딱딱한 분위기는 아닐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장소에서 한 달간 마음 편하게 휴가를 보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휴가라고 표현은 했지만, 신들은 이것이 다음 단계의 면접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는 긴장한 기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형진은 그런 신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다른 세계에 가는 것이므로, 그에 걸맞은 준비 또한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번호를 호명하게 되면 한 분씩 제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1번 참가자분, 앞으로 나와주세요.”
“네!”
신뢰와 헌신이 적었던 대로, 작은 체구의 똘망똘망한 여신 하나가 얼른 손을 들고는 앞으로 나왔다. 술을 좀 마셨는지 얼굴을 발그레하니 붉힌 것이 꽤 귀엽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이것을 받으십시오.”
“이건…”
“아바타입니다. 연수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업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죠.”
“아, 아바타요?”
아직까지도 정말로 합격한 것인지 긴가민가 하고 있던 신들은 아바타를 준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적어도 이후에 연수를 포함한 여러 가지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해도 합격 자체는 사실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비싼 아바타를 이렇게 막 나누어 주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습니다. 어서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정말정말 고마워요!”
여신은 눈물마저 글썽거리며 형진이 건네준 아바타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다가 옆에서 찌릿하며 전해지는 시선들을 느끼고는 얼른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손을 되돌렸다.
“크흠. 그럼 2번 참가자 앞으로 나오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한 명 한 명 신들에게 직접 아바타를 나누어 주면서, 형진은 대신들이 적은 메모의 내용과 그들의 실제 모습을 대조하는 한편, 간단하게 얼굴과 전신 영상을 데이터 베이스에 추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인원이 꽤 많은지라 일일이 아바타를 나누어 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걸리고 말았다.
마침내 그렇게 아바타를 수여하는 일이 모두 끝나자 형진은 신입들에게 아바타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바타를 써보는 감격에 빠져 있는 신들을 데리고, 한 달간의 연수를 진행하기 위해 다시금 공간을 넘었다.
============================ 작품 후기 ============================
일단 한편.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