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747
00747 169. 모집 =========================
림이 세 환수들을 데리고 가자, 형진은 다른 환수들로부터 인사를 받고 그들의 마을을 방문해 흑요호와 산군들에게 했던 것처럼 마을을 조성한 뒤 기본적인 인프라를 닦는 일을 서둘렀다.
“휴… 이거 일이 만만치가 않은데.”
“피곤해요?”
“조금.”
사실 형진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혼자서 하루에 두세 개씩 새로운 마을을 짓는 일을 그렇게 간단하게 해치우는 건 보통 꿈도 꾸지 못한다. 말이 쉬워서 마을이지, 그 정도면 작은 소도시 하나씩을 매일 만들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니까.
게다가 일은 그걸로 끝이 아니다.
“각각의 환수들이 살던 곳도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아.”
“영역이 엄청나게 넓어지겠네요.”
“맞아. 그나마 다행이라면 각 지역을 잘 아는 추종자들도 덤으로 생겼다는 것 정도겠지만.”
형진이 인지하고 있는 세계의 수가 다시 한 번 늘어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생명의 영역을 전부 탐지했다고 보긴 어렵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우주라는 공간은 너무 넓다. 신이 되어 버린 그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엘리시온의 신들이 아바타를 다룰 수 있는 존재로 탄생한 것도 어쩐지 이제는 이해가 될 것 같다. 물론 형진처럼 부인들과 노닥거리는 용도로 쓰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영향력 아래 존재하는 세계들을 관리하려면 정말 몸이 열이라도 부족할 테니까. 형진의 경우는 그것이 다시 열배 백배 천배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아바타를 늘려도 이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잡신들을 인턴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좀 더 빨리 할 걸 그랬어.”
생각 같아서는 바로 개척 교단으로 보내 버리고 싶지만, 이제 겨우 엘리시온 밖으로 끌어낸 신들을 무작정 각 세계를 통할하는 자리에 앉힐 수는 없는 일이다. 신이라는 존재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것은 자칫 신이나 세계 모두에 커다란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형진은 아직도 파괴와 재생의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럼 지금 일하고 있는 인턴들로도 부족한 시기가 오겠네요.”
“그게 문제야.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신들이라면 혼자서도 여러 세상을 살필 수 있을 테고, 세계를 살피는 일을 교차로 부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영역이 확장되는 속도에 비해 신들의 수가 부족한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게다가 전부 개척 교단으로 보낼 수도 없는 일이고.”
실제로 새롭게 인턴으로 받아들인 잡신 가운데 가장 먼저 특채로 받아들여져 열심히 일하고 있는 물벼룩과 클로렐라 같은 신만 하더라도, 지성체가 이미 존재할 정도로 생명이 발달된 세계를 맡기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일이라면 몰라도, 하나의 세계에서 집중적으로 신도를 끌어 모으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한 신이라고나 할까.
톡 까놓고 말해서,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인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 여신은 그런 불리함을 짊어지고 시작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럼 아직 엘리시온에 처박혀 있는 신들도 마저 끌어내야 겠네요.”
“그렇긴 한데… 강제적으로 끌어내면 그것 역시 문제인지라.”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이번에 엘리시온의 운영권을 포트니아 테론에게 받아내면서, 그가 원하면 얼마든지 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강제적으로 끌어낼 경우, 반감을 가지고 반발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타락한 신은 일반적인 신들과는 달리 급격하게 힘이 증가하게 되므로, 그러한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굳이 인턴이라든가 여러 가지로 고달픈 상황에 처하지 않고도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혹하는 신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 어차피 엘리시온에서 쫓겨난 것이니 이판사판이라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고, 그렇게 모인 힘으로 엘리시온을 사유화하는 형진을 몰아내겠다는 식으로 다른 신들을 선동하게 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그렇지 않아도 신경 쓸 일이 많은 판에 더욱더 피곤해지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 조금 빨리 가려고 옆길로 빠졌다가 달리 빠져나갈 곳도 없는 일방통행 국도 안에 갇혀 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상황이 급해도, 구급차가 샛길로 빠지지 않고 큰길을 고집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형진으로서는 절대로 피해야할 길인 셈이다.
“역시 떡밥을 더 뿌리는 수밖에 없나.”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 채 그렇게 말하는 형진의 입에, 아란은 깎아놓은 사과를 물리며 대답했다.
“이번엔 또 어떤?”
“물벼룩과 클로렐라, 그녀에게 추종자를 붙여주면 어떨까.”
“추종자요?”
“그래.”
당사자는 물론이고, 다른 신들도 그녀가 특채로 뽑혀 바로 책임 있는 자리에 올라서 실무에 전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놀라워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그것이 한계라고 생각하고 있는 참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신의 힘은 어디까지나 인간과 같은 지성체를 신도로 받아들임으로서 불어나는 것. 하지만 막상 그녀의 성물을 신전에 들여놓는다 한들, 과연 누가 있어 그녀를 신앙할까. 녹조가 생기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어민들이나 간혹 기웃거리는 정도가 고작일 테고, 그런 식의 행동이 인과율을 움직일 정도의 신앙으로 환산되지도 않을 것이다.
추종자는 그런 신도들 중에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간 존재다. 신도들의 경우엔 여러 명의 신을 한꺼번에 모신다고 문제가 되지 않지만, 추종자는 오직 하나의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마음먹은 이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만들어내는 신앙이나 공헌도 역시, 양과 질 모든 면에 있어서 어지간한 신도 몇 명은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다.
그런 존재이기에, 추종자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각각의 신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신만의 추종자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엘리시온의 다른 여러 잡신들과 확실하게 구분되는 지표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애초에… 신도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추종자는 신도 가운데 특별히 신앙이 깊은 자를 고르는 것이 불문율. 물론 개중에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자를 신이 직접 낙점해서 자신의 교단에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이를 테면 공포와 죽음이 형진을 끌어들였던 것처럼.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런 예조차도 찾기 힘들다. 사실 환수 중에 물과 관련된 몇몇 존재들이 그녀의 일을 도울 만 하지만, 그들은 이미 형진의 추종자가 되어 버린지 오래. 이미 자신의 추종자가 되어 버린 이들을 나누어 줄 생각 따위 욕심쟁이인 형진이 떠올릴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신도를 끌어 모으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자신의 추종자를 나누어주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수로 추종자를 모아들인단 말인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물론 그렇지. 하지만 발상을 약간 바꿔 보면 오히려 간단한 일이 될 수도 있어.”
“어떻게요?”
형진은 아란이 물려주는 사과 조각을 우물우물 씹어 삼키고는 대답했다.
“추종자를 신도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사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지. 하지만 전문직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아란은 눈이 동그래졌다.
“공무원 같은 걸로 만들 셈이에요?”
“바로 그거야. 신들도 인턴으로 받아들이는 마당에, 추종자를 기술직 공무원으로 삼는 것 정도야 문제도 아니니까.”
“하하…”
아란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별다른 무게감 같은 건 가지고 있지도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그에게 있어 신이란, 조금 특이한 생태와 그에 걸맞은 특별한 힘을 지닌 또다른 종족의 한 부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 역시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신들을 인간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도.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무슨?”
“아무리 그녀의 힘이 일반적인 신들과는 비교되기 어려운 것이라 해도, 신이 지닌 권능이란 건 그만큼 큰 영향력을 지닐 수밖에 없어요. 추종자가 신도들 가운데 선택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이 정도 인물이라면 자신의 힘을 맡기고 자신을 대리할 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란의 차분한 말에 형진은 씩 웃었다.
“물론 그런 점도 감안해야지.”
“어떻게 하시려고요?”
신도가 없는데 어떻게 그런 점을 감안해서 사람을 뽑는다는 걸까. 아란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형진은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잊었어? 우리에게는 수많은 인간들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 인사 자료에 활용하고도 남을 정도의.”
형진의 말에도 여전히 아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뭘 말씀하시는 건지, 저는 통.”
그제서야 형진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거짓된 천국.”
“아…”
아란은 그제서야 형진의 생각을 이해하고 탄성을 터트렸다.
일반적인 게임조차도 유저들의 로그를 기록한다. 하물며 허세와 망상에 의해 창조된 또다른 세상인 거짓된 천국에는 유저들이 거쳐 온 과정들이 일목요연하게 보관되어 있다. 그 모든 인과가 하나로 뭉쳐져 거짓된 천국이라는 또 다른 세상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게임 안에서 이루어졌던 행동들이 무슨 의미를 갖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실체를 가린 채 본성을 드러내기 쉽지. 그럴 수밖에 없어. 또 다른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지성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자들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커다란 유혹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일탈이 가능한 장소이기에, 잠재적으로 숨겨져 있는 본성을 알아차리기 더 쉽다는 얘기로군요.”
“본성만이 아니야. 그들에게 숨겨져 있는, 그들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재능이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
형진은 가만히 아란의 무릎으로부터 몸을 일으켰다.
“한두 시간, 또는 하루 이틀 정도의 만남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실질적인 인물상.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면접 방법보다도 효과적일 거라 생각하는데.”
“확실히. 부정하기 어렵네요.”
“그러니까 아란.”
“네.”
“당신이 사람들을 골라줬으면 해.”
“제가요?”
“응. 당신의 안목이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
“…”
정확히는 공포와 죽음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아란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하지만… 아란으로서는 아무래도 힘에 부치는 일일지도 몰라요.”
공포와 죽음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아란은 지부장이긴 해도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본 전력이 없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런 큰 일을 맡아서 훌륭하게 해결한다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 그 문제라면 걱정 마. 마침 쓸만한 인재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거든.”
“인재들이라면?”
“얼핏 봤을 텐데. 새로운 내 제자들.”
“아하. 그 분들 말이군요.”
“그 녀석들을 붙여줄게. 명목상 당신이 시녀장인 것도 사실이니까.”
메이드복을 입은 새로운 여성들의 등장에 왕성에 사는 식구들은 그렇지 않아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중이다.
사실 메이드복을 입고도 형진의 부인이 되지 않은 예는 많다. 하마란도 그렇고, 몇인지 세기조차 어려운 요정들도 그렇다. 절대적인 숫자로만 따져 보면 메이드복을 입고도 부인이 되지 않은 이의 숫자가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런 식의 눈초리를 받는 것 자체가 억울한 일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형진뿐이고, 그 와중에도 나티족의 쿠라는 건장한 남자의 존재가 처음부터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어쨌든 그렇다.
사실 아란으로서도 그녀들에 대한 것이 궁금하던 참이다. 형진은 그럴 일이 없을 거라 말하고 있긴 하지만, 만약의 사태라는 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니 그런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사자들을 직접 보고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종적인 결정은 형진이 하더라도, 모처럼 생긴 권한을 활용하는 정도는 아란도 가능한 일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좋아. 그럼 부탁할게.”
형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아란의 무릎에 얼굴을 기댔다. 제랄딘의 탱탱한 허벅지와는 다르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그야말로 엄마라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란이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형진은 모처럼 편안한 기분을 만끽하며 그대로 낮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두편째.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