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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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와 균형 때와는 외모가 바뀐 탓인지 예전과는 달리 결연한 느낌마저 보이는 미아의 모습에 형진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미아, 이번엔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어. 클로리스인들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차분하게 다독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미아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제가 필요해요. 내 권능이라면 위험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도움이 될테니까요.”
“그거야…”
물론 형진도 계약을 통해 그녀의 권능을 얼마든지 빌려다 쓸 수 있지만, 여신 본인이 사용하는 권능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같은 권능이라도 추종자보다는 대리자가, 대리자보다는 여신이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 혹시라도 신급의 존재와 조우했을 경우 그녀의 존재 유무는 확실히 신의 권능에도 유효한 강력한 방어구를 하나 더 걸친 것과 같은 위력을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 더욱 중요한 것은 전투 경험의 유무이다. 비록 규설과 힐리에타가 여신들에 비해 힘이 부족해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수행할 수 있는 건 현장에서 전투 경험을 충분히 쌓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도 중요할 때 그 힘을 적재 적소에 활용할 수 없다면 오히려 짐덩이가 될 수밖에 없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당신은 전투 경험이 너무 부족해. 그러니까…”
“그런 거라면, 이렇게 하면 되죠.”
미아는 형진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얼른 말허리를 자르더니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사이즈로 변했다.
“이 모습으로 당신의 옷깃에 달라붙어 있으면 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
전같지 않게 적극적으로 대응책까지 생각해서 반박하는 미아의 모습에, 형진은 잠시 말문을 잃었다.
확실히 옷깃 안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 머문다면 그녀에게 위험이 닥칠 일도, 중요한 순간에 발목을 잡힐 일도 없다.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던 리페와 아란은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짓더니 미아를 거들었다.
“저렇게까지 하는데 그냥 데리고 가지 그래.”
“맞아요. 다소 과격한 싸움이 벌어지더라도 저 모습이면 짐이 되지도 않을 거에요.”
그나마 다행인건 리페와 아란까지 자신을 따라가겠노라고 나서지 않는 점이랄까. 결국 형진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작은 모습이 되어 혹시라도 거절하면 어쩌나 하고 안절부절하고 있는 미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할 수 없군. 하지만 약속해줬으면 해. 절대로 내 허락 없이 옷깃 밖으로 나오지 않겠다고. 그래줄 수 있겠어?”
“물론이죠!”
정말이지, 완전히 의존증 대폭발이다. 이 정도까지 떨어지고 싶어하지 않을 정도라면 나중에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 싶을 정도다.
미아의 일이 마무리 되자, 곧바로 출격 대기 중이던 은염랑 가운데 하나가 그들과 합류했다.
“어쩐지 낯익은 얼굴인데, 우리가 언제 만난 적이 있었나?”
형진의 말에 은염랑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아닙니다만, 제 아버지라면 밤의 신께서도 만나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저는 촌장 타스렐의 아들, 타스쿠라고 합니다.”
타스렐은 과거 형진을 찾아와 은염랑의 고향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인물이다. 이 일을 기점으로 은염랑이 형진에게 속하게 되었으니, 일족 내에서도 꽤 중요한 위치라고 볼 수 있다.
“아아… 타스렐의 아들이었나. 이렇게 장성한 아들이 있었는 줄은 미처 몰랐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잘 부탁하겠다.”
“맡겨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타스쿠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형진은, 곧바로 클로리스인들이 제공한 정보에 따라 곤충의 일족에게 식량을 전달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황량한 곳이군.”
인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마치 화성을 연상시키는 바위 행성 한 복판에 위치한 거대한 평야의 모습. 물자의 하역을 위해 정리가 되어 있긴 해도 이따금 불어오는 모래 폭풍 탓인지 얼핏 봐서는 그냥 버려진 불모의 행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곧바로 타스쿠가 나서며 지니고 있던 휴대용 인공 위성 발사기를 사용해 그곳에 위성을 설치하고는 형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조심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타스쿠는 예를 표하는 일을 마치자 눈을 감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형진과 두 비서, 그리고 옷깃에 모습을 감춘 미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그에게서 메시지가 전해졌다.
[도착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단숨에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사실 생각지 않고 있었다. 적어도 몇 번 정도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외로 타스쿠는 단숨에 목표로 하는 위치를 찾아낸 모양이다.
잠시 기다리자 황혼의 권능을 통해 경계가 발현되었고,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자 곧바로 형진을 비롯한 일행은 그곳으로 뛰어 들었다.
[이건… 상당히 어둡군.]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주 어두운 곳이었다. 바로 주위를 둘러본 형진은 자신이 지하 깊숙한 곳 어딘가에 도달했음을 알아차렸다.
[아… 아무것도 안 보여요. 어떻게 된 거죠?]형진은 물론이고 규설과 힐리에타, 그리고 타스쿠까지도 모두 주시자이므로 이 정도의 어둠은 시야 확보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아의 경우는 아무래도 얘기가 다를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지하 깊숙한 곳에 도착한 모양이야. 힘을 빌려주도록 하지.] [죄송… 해요.] [죄송할 것 까지야. 신경 쓰지마.]처음부터 문제가 생기자 그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던 모양이다. 형진은 얼른 미아가 주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권능을 빌려주는 일을 마치자, 타스쿠에게 물었다.
타스쿠가 드러내 보인 것은 정찰 위성을 통해 촬영한 하나의 영상이었다.
[벌레 녀석들이군.] [네. 무언가를 돌보고 있는 것 같더군요.] [흠…]혹시 알이나 새끼를 보살피고 있는 것일까.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지만, 아무리 은밀한 움직임이 가능한 정찰 위성이라도 너무 가깝게 접근하면 발각될 우려가 있다.
[이곳이 녀석들의 근거지라는 건 분명한 듯 하군. 수고했다.] [별 말씀을.] [문제는 과연 여왕이 어디 있는가 하는 점인데.]역시나 클로리스인들 때와는 여러 가지로 상황이 다르다. 상공에서 주거의 위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는 탓에 위성의 사용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정찰 위성을 더 사용해 보는 수밖에 없겠군.]자신의 위치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일. 때문에 형진은 정찰 위성 수십 개를 동시에 쏟아내 동굴 안을 살피는 일을 시작했다. 단숨에 여왕의 위치를 확인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동굴의 구조를 확인하는 것은 가능할테니까.
[이건… 혹시 버섯인가요?] [정말이군.] [아까 그 벌레들이 보살피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던 모양이에요.] [스스로 경작을 해서 식량을 마련하고 있는 건가.] [신기해라…]흔히 농경이 인간과 같은 지성체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기 싶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생물은 의외로 많은 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개미. 사회성을 지닌 대표적인 곤충인 이들은 자신의 집에서 균류나 효모 같은 것을 재배해 먹이로 삼는다. 지금 보이는 거대한 벌레들이 종족으로 불릴 정도의 존재들이고, 사회성을 갖추고 있다면 이 정도는 차라리 당연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클로리스인들이 제공한 식량의 용도가 뭔지 알 것 같군.] [뭔데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들은 자체적으로 식량을 수급하는 것이 가능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 예를 들어 갑자기 숫자를 불려야 하는 경우라든가.] [아…]그렇다. 클로리스인들이 이들에게 제공한 식량은 결국 갑자기 많은 수의 병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 등에 사용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가장 최근에 클로리스인들이 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한 것은?]형진의 질문에 규설과 힐리에타는 허둥거리며 자료를 살폈다.
[일년 전으로 기록 되어 있습니다.]그 대답을 들은 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쯧… 아직 상대는 총력전 상황조차 아니라는 건가.]총력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숫자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가 예비되어 있다는 뜻인지.
게다가 일년 전에 식량을 제공한 일이 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다.
[설마… 이 우주는 아직 완전히 하나의 신 아래 통일되지 않은 것인가.]확실히 형진의 경우엔 은염랑 같은 존재를 통해 생명이 존재하는 곳을 빠르게 발견하기도 했고, 초광속 항해를 통해 그런 식의 방법으로는 탐사할 수 없는 곳 역시 빠르게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중이다. 하지만 그런 서로 다른 두 가지 수단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면, 단순히 현재의 우주를 확인하고 탐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아직 자신들의 우주조차 완전히 탐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저들은 어째서 균열의 공략을 시도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먼저 앞마당부터 완전히 평정한 뒤에 다른 곳을 노리는 것이 순서일텐데.
하지만 사실 이건 형진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자신이 태어난 우주를 완전히 탐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다른 우주를 넘보고 있는 중이니까.
[알과 유충들이 있는 곳을 찾은 듯 합니다.] [어디…]잠시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중에, 정찰 위성들은 바쁘게 동굴 안으로 퍼져 나가며 정보를 전해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모여진 영상과 정보를 확인하던 규설이 마침내 알과 유충이 모여 있는 듯한 장소를 발견했다.
일단 실마리를 찾자, 그 다음은 쉬웠다.
[알을 옮기고 있는 개체들을 발견했습니다.] [반대로 되짚어 가면 여왕을 찾을 수 있겠군.]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앗!]급한 마음에 서두르다가 힐리에타가 실수를 해버렸다. 정찰 위성을 수동으로 조작하다가 천장으로부터 내려온 종유석과 부딪혔고, 그 바람에 은신이 해제되며 알을 옮기던 놈들에게 발각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발각 순간 위성이 보내온 영상은 알을 옮기던 놈들이 그것을 내려놓고 위성을 향해 일점사를 가하는 장면이었다. 별다른 방어 장비를 갖추지 않은 정찰 위성은 그 공격 한 번에 완전히 소멸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동굴 전체에 작은 진동이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놈들의 경고 신호인 모양이군.] [어떻게 하죠?] [파괴된 위성과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지?] [여깁니다.] [바로 이동한다. 혹시라도 여왕이 위치를 옮기거나 하면 낭패니까.]그들은 곧바로 위성에 설치된 황혼의 성물을 이용해 방금 전의 일이 벌어진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황혼의 권능으로 공간을 넘기가 무섭게, 무언가 육중한 것이 동굴 안을 이동하고 있는 듯한 진동이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저, 저건…] [크다…]일반적인 벌레들도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지금 문자 그대로 지축을 울리며 동굴을 가로지르고 있는 개체의 크기는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바보가 아닌 이상, 저것이 무엇인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
[여왕이군.]그러자 지금껏 옷깃 안에서 조용히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미아가 나섰다.
[혹시 모르니 보호의 권능을 사용할게요.] [부탁해.]여왕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막상 마주하고 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냥 앞으로 나서서 안녕하고 인사를 건다고 어떻게 오셨냐며 반응할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일단 방금 위성이 파괴되었을 때처럼 일점사를 당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미아가 나서서 보호의 권능을 일행들에게 사용했다.
하지만 그녀가 힘을 발현하기 위해 존재감을 드러낸 바로 그 순간.
동굴을 지나던 벌레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헛!] [들킨건가!]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면 괜찮겠지 했었는데, 의외로 이 벌레 놈들의 감각은 굉장히 민감했던 모양이다.
[어, 어쩌죠?] [일단 당신은 안에 들어가 있어.] [네.]곧바로 일점사가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지만, 바로 그때 다시 한 번 이변이 벌어졌다.
쿠구구구궁!
마치 지진이 울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있던 벌레들이 일제히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 작품 후기 ==========
일단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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