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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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들이 이번에 거짓된 천국을 경험하는 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엄마들끼리 다소의 논쟁이 있었다.
논쟁의 사유는 간단했다. 비록 지금은 온전하게 엘리시온의 기능을 모두 흡수하는 과정 중에 있기는 하지만, 거짓된 천국의 본질은 게임이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사회성 확립이나 생산직의 기술을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전투라는 분야였다.
형진이 타나토스에서 돌아와 벌인 몇 가지 일을 통해서 생산직의 위상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유저들이 엘리시온이라는 이름으로 인식되는 이 게임에 접속하는 가장 주된 목적은 바로 전투 컨텐츠를 즐기기 위함이다.
엄마들의 의견이 갈린 것은, 바로 이런 거짓된 천국의 본질 때문이었다.
“저는 사실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봐요. 적어도 자기 자신을 지킬 정도의 힘을 갖추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지구와 같은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사실 폭력이라는 것은 배제되어야 하는 요소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를 때리거나 상하게 되면 그것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치루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물론 지구라는 행성 안에서 반드시 이러한 원칙이 우선시 되는 것은 아니다. 폭력보다 법이 우선하는 것이 당연히 이상적인 일이겠지만, 때로 현실은 이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던지곤 한다.
더구나 이 아이들은 지구와 같은 곳만이 아니라 장차 다른 여러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는 형진이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곳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신의 자녀라는 위치를 노리고 그 아이들에게 뭔가 해코지를 하려고 들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은 경우의 수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전투 그 자체를 경험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하엘이 얘기한 내용에 저도 반대하지 않아요. 문제는 시기가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에요. 모두들 잊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아이들은 다른 흑요호들보다 너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육체적인 부분만큼 정신적인 부분이 따라줄지, 저는 그것이 걱정되네요.”
흑요호였다면 꼬리가 갖춰져서 어느 정도 힘을 갖추게 되는 시점에서 엄마에게 사냥을 배우기 시작한다. 하엘의 발언은 바로 이런 식으로 흑요호라면 누구나 거쳐야만 하는 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하엘의 의견과는 달리, 미엘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와 가깝게 지내는 제랄딘, 또는 그녀의 또다른 분신인 아란의 의견을 감안한 것이기도 했다.
“사실 저는 제 아이들이 다른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누리기를 바랬어요. 그래서 집행자라든가, 신에 대한 것도 함구하면서 키워왔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고, 또한 다른 아이들과 어쩔 수 없이 비교되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어요. 가급적이면 아이들의 선택에 맡기고 싶지만, 문제는 이 아이들이 아직은 자신의 길을 스스로 정할 만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저는 솔직히 이것에 대해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예상대로 아란은 그렇게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형진과 함께 하기로 하면서 아이들을 왕성에 데려온 시점에서 이미 니샤와 니야라는 이름의 두 아이에게 있어 평범이라는 단어는 이미 관계 없어진 것이나 다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란이 그 부분에 집착하는 것은 두 아이의 생부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파괴와 재생.
마치 주홍글씨처럼 낙인 찍혀진 그 이름이, 그 이름이 지닌 힘이, 혹시라도 두 아이에게서 발현되거나 하지는 않을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란은 그러한 걱정을 완전히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란의 말에 엄마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사실 파괴와 재생의 이름 자체가 이곳에서는 금구에 가까운 것이기에 일단은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을 아무렇게나 간단하게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장 이번에 거짓된 천국을 경험하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직 젖도 떼지 못한 달이 녀석은 물론이고, 조만간 태어나게될 다른 아이들 역시 언젠가는 같은 문제로 고민하게 될 것이 분명한 일. 그렇다면 조금 이르긴 해도 미리 대책을 마련하고 길을 열어두는 것이 옳은 일이다.
“신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겠죠.”
요안나가 가만히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자, 희망과 생명이 고개를 저었다.
“마찬가지야. 아이가 그렇게 쉽게 자라는 줄 알아?”
“그런가요?”
“그래.”
직접 아이를 키워본 적은 없어도, 추종자들이 워낙 그 분야에 대해 스페셜리스트들이다보니 희망과 생명 역시 어느 정도는 육아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었다.
평범한 아이는 평범해서, 특별한 아이는 특별해서. 그런 식으로 저마다의 고충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건, 그녀들이 겪었던 그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해도 좋은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다희의 경우처럼 신으로의 길이 예정되어 있다면 이런 식의 교육이 아니라 보다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어도 엄마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바로 그것이었다.
한쪽에 자리를 잡은 채, 조용히 그 모든 얘기를 듣고 있던 포트니아 테론이 문득 입을 열었다.
“저는 아이들의 엄마도 아니고, 이 자리에 참석해도 좋을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부족한 이에 불과합니다. 혹시 폐가 되지 않는다면,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여신들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살짝 눈을 찌푸렸지만 그렇다고 반대를 표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본질이나 정체야 어찌 되었든 간에, 최근 왕성 안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또한 포트니아 테론이라는 사실만큼은 여기 모인 엄마들 중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말씀하세요.”
보호와 균형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포트니아 테론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저는 여기 이 자리에 함께 할 만한 자격이 없는 쪽입니다. 다만 제가 지금까지 겪어본 바에 비추어 한 마디 하자면, 이것은 결국 가능성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가능성이요?”
“이를테면, 아이들은 우주와도 같습니다. 어떻게 태어났는지, 어떻게 자라났는지에 따라 각각의 우주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되지요. 비록 저희들이 신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우주의 성장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적습니다. 단지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 뿐이지요.”
아이들을 우주에 빗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 거창한 얘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들은 그 말을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아이들을 기르는데 있어서는 초보일 수밖에 없는 그녀들로서도, 아이들의 부모의 뜻대로만 자라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진님이 이번에 아이들에게 거짓된 천국을 경험시켜주는 가장 큰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작은 하나 하나의 우주에게, 왕성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서 그 밖에 있는 더 많은 가능성들을 경험시킴으로서 저마다의 개성을 꽃 피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려는 것은 아닐까요.”
그 말에 희망과 생명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받았다.
“그 변태 녀석이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을 끔찍하게 여기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때론 질투가 날 정도죠.”
“그것 만큼은 확실히…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에요.”
진에 대한 일이라면 눈빛부터가 달라지는 보호와 균형은 물론이고 조금 뚱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하엘마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식으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유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말씀은 진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자는 말씀이신가요?”
포트니아 테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요?”
“지켜봐야 할 것은 진님이 아니라 아이들이겠지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지켜봐주고 뒷받침을 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포트니아 테론은 그렇게 말하고는 모여있는 엄마들을 돌아보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적어도, 저는 지금의 여러분들이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 말에 엄마들은 조금 부끄러운 표정이 되어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들이 이렇게 모여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과연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였기 때문이다. 과연 이 길이 맞는 것인지, 혹시 다른 길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하다 보니 서로 모여 의견을 나누게 된 것이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나온 모든 얘기들이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엄마들끼리만 모여서 이런 얘기를 나눌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나 할까요.”
“당사자라면, 아이들 말씀이신가요?”
“아이들은 물론이고, 진님도 포함되어야겠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의향이다. 여기서 엄마들이 결정하고 아이들이 무조건 그것을 따르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포트니아 테론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아이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아이들 역시 참여해야만 하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군요. 엄마들끼리만 생각하고 결정할 사안이 아니란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아이들이 과연 따라올 수 있을지.”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그걸 미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 아닐까요.”
“그렇네요. 확실히.”
아란의 아이들이 지닌 특수성까지 전부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건 나중에, 정말 나중에 그 아이들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성숙해서 그 모든 것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가 되어야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니까. 그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부분은 오히려 문제될 것이 없다.
의견을 모은 엄마들은 곧바로 형진과 함께 아이들을 불러모아 의견을 나누었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것이 왜 의논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몰라 조금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 역시도, 어른들이 자신들의 뜻을 알고 싶어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당장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중에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준비하고 부모에게 의견을 구하는 일에 대해 망설이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최소한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야 라는 식으로 미리 포기하는 일만큼은,형진의 아이들에게서는 일어나지 않을테고, 그것만으로도 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그만큼 더 큰 가능성을 지니게 되는 셈이다.
“빠아! 다녀왔어요!”
“오, 그래. 잘 전하고 왔니?”
“네!”
급히 다녀오느라 조금 땀을 흘리고 있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모두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군가의 부탁을 해결하고 그것을 인정받는다는 식의 과정을 이 아이들은 지금 이순간 직접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보잘것 없지만, 감사의 뜻이니 받아주십시오.”
“아니, 뭘 이런 걸 다.”
“아닙니다. 이런 것 밖에 없어서 그저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농부들이 건넨 것은 포대에 담긴 신선한 과일들이었다. 아마도 곡식을 옮기는 와중에 먹으려고 따로 준비했던 것인 모양이다.
“빠아도 드세요.”
“아저씨도 드세요.”
“아니, 우리들은…”
“허허, 이거참.”
형진이 포대를 넘겨주자 아이들은 그것으로부터 과일을 하나씩 꺼내 들더니 주위의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농부들은 아이들의 그런 모습에 잠시 난처한 기색을 보이다가 자꾸만 권하자 이내 허허 거리며 그것을 받아들고 같이 먹기 시작했다.
“나중에라도 저희 마을에 한 번 들러주십시오. 제대로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보답은요. 하지만 시간이 나면 한번쯤 들러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형진이 그렇게 농부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친밀도가 크게 올랐다는 메시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아이들로서는 이런 식으로 친밀도가 많이 올랐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가 없었다.
“그럼, 다시 가볼까?”
“네!”
========== 작품 후기 ==========
음, 이러다가 신작 연재 못하는 건 아닌지.
어차피 무료 연재 예정이라 시기는 크게 상관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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