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762)
1771. 뱀파이어 형사
부산 호텔 앞, 8차선 도로가 피와 뇌수로 물들었다. 머리 없는 시체는 쓰레기처럼 도로에 널브러졌다.
10만 명의 시민 중 95%가 머리가 터져 죽는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나, 나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 광경을 보고 있을 자들에게 더 강력한 경고를 날리게 된 꼴이니까. 핵폭탄을 썼을 때와는 다르다. 모든 걸 쓸어버리는 핵폭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끔찍한 광경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지.
이러면 보통은 날 향한 분노와 증오를 태우게 되겠지만… 이 전염병의 특성상 나를 적대하는 순간 머리가 터져 죽는다.
머리가 터져 죽기 싫으면 굴복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 전염병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너희는 이제 나를 적대하는 순간 죽는다. 날 원망하지 마라, 분노하지 마라, 증오하지 마라. 그저 받아들여라. 그것이 너희가 살길이다. 분노의 대상이 필요하다면 기어코 내게 전염병을 쓰게 한 놈들을 탓해라.”
나는 몸을 획 돌렸다.
김 비서는 당연히 무사했고, 내 경호를 맡은 병사 일부는 머리가 터져 죽어 있었다.
‘병사는 10% 정도가 죽었나.’
이쪽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들은 날 두려워할지언정 적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김 비서와 함께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베리 스윗룸으로 올라가는 중에도 시체가 보였다. 호텔 직원과 투숙객들의 시체였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죽었어. 시체를 치울 놈이 없잖아.’
일단 경고를 했으니 죽을 놈들은 줄어들 것이다.
“그런 엄청난 전염병을 만드셨다니… 대단하시군요.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다만, 전염병에 죽을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을것 같아 우려스럽군요.”
“내게 분노할 놈들? 아니. 죽을 놈들은 별로 없을 거다.”
“예?”
“공포는 분노와 증오를 이겨내는 법이지.”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 인간은 무력해진다. 아까 호텔 앞에서 죽은 10만 명. 그중 호텔 앞에 있던 놈 중에서 살아있는 자들은 없다. 뒤쪽에 갈수록 생존자가 많아졌다. 앞에서 머리가 터지는 걸 보고 내게 공포를 느낀 것이다.
“김 비서. 부산 시장이 전염병에 죽었다.”
“네. 저희에게 협력하는 척하더니 속으로는 저희를 적대하고 있었던 것이죠.”
“부산은 한국의 새로운 수도가 될 것이다. 대천 그룹의 거점이 될 도시지.”
“유능하고 이용하기 쉬운 자를 새로운 부산 시장으로 임명하겠습니다. …회장님. 이런 말 하기 송구스럽습니다만, 한국은 망했습니다.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편이 더 낫습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를 추천합니다.”
“한국인은 한국에 살아야지. 관리는 한국이 더 쉽다. 미국. 그 땅은 너무 지랄맞게 넓어.”
“알겠습니다.”
호텔 방 안으로 들어온 나는 공간 이동 스크롤을 꺼냈다.
“회장님. 어디 가십니까?”
“세계 곳곳에 전염병을 퍼뜨려야 한다.”
이후에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뻔하다. 전염병의 근원지가 한국이니 철저하게 한국을 격리하고, 국경을 폐쇄할 터.
‘이 전염병은 물은 물론이고 공기로도 퍼지지만… 30일 내로 전 세계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장담은 없지.’
내가 직접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염병을 퍼뜨려야 한다.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호주와 아프리카도 빠뜨릴 수 없지.’
찌이익!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골목길에 나타났다. 벽에 기대어 대마초를 빨고 있던 남자들이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당황하더니,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내게 겨누었다.
“오쉣.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이 퍽킹 옐로우는.”
“내가 누군지도 몰라보다니…. 머리에 든 게 없군. 그냥 죽어라.”
그들에게 뛰어간다. 이미 내게 총구를 겨누고 있던 그들은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찰나를 쓸 필요도 없다. 총구의 방향을 확인하고 몸을 움직인다. 총알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거리가 좁혀졌으니 주먹을 휘둘렀다.
쾅!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충격음과 함께 남자의 몸이 터진다. 옆에 있던 놈이 총을 움직여 내 머리를 겨누려고 한다.
‘느려.’
놈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내 팔꿈치가 먼저 놈의 몸에 닿았다. 쾅! 그것으로 끝. 허나 아직 2명이 더 남았다. 각각 주먹과 발로 처리했다. 그리고 당당히 골목길을 나섰다.
사람들이 달리면서 도망가는 게 보인다. 총성을 들었으니 당연했다.
‘김 비서가 추천한 캘리포니아… 역시 별로군.’
캘리포니아는 100년 전의 캘리포니아가 아니다. 과거 대천 그룹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씹창나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 말이 있듯이, 미국은 미국이었다. 경제가 폭망해도 웬만한 국가들 이상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경제 외의 부분. 특히 치안이 작살났다. 캘리포니아주는 좀 낫지만, 그 외의 몇몇 주는 법이 통하지 않는 무법지대가 된 것이다.
[전염병을 퍼트립니다. 남은 횟수 8]‘성공적으로 LA에 전염병을 퍼뜨렸다. 다음은 유럽 쪽으로 가볼까.’
“이런 미친!!”
미대통령 게인이 절규했다. 양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집무실을 돌아다녔다. 그의 비서와 경호원들은 조용히 게인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퍽킹 쉣! 마더 퍽커! 퍽유!”
한참 욕을 쏟아낸 그는 기운이 쫙 빠진 듯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가 비서에게 물었다.
“…그 빌어먹을 똥양인 새끼의 말이 진짜였어! 진짜 전염병이 있었다고! 빌어먹을! 그 전염병은 대체 뭐지?! 놈을 적대하면 머리가 터져 죽는다?! 그게 무슨 전염병이란 말이야?!!”
게인은 다시금 분노했다.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분노였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걸 포기하고 자살할지도 모르니까.
“지존 성유진 병은 감염되는 순간 유전자 자체를 변이시킵니다. 성유진을 적대하는 뇌파를 감지하면 머리에 피가 모여 압력이 급상승하며….”
“이런 퍽킹씨발! 그게 가능한 전염병이냐고?! 싸구려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저주지! 그게 무슨 전염병이야?!!”
“…전염병이 맞습니다. 바이러스의 존재도 확인했으며,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젠장할! 지존 성유진 병은 또 뭐야. 누가 이름 지었어?!”
“모르겠습니다. 이미 전 세계에 이 이름이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이 전염병을 지존 성유진 병이란 이름으로 부릅니다.”
“대책! 대책은?!”
“우선 위대한 아메리칸들이 죽지 않게 해야 합니다. 부산에서 일어난 일을 방송국을 통해 꾸준히 내보내야 합니다.”
게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몇 시간 전 부산에서 일어난 전염병 사건. 머리가 펑펑 터져 죽는 십만 명의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 영상을 퍼뜨리자고? 제정신인가?!”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아메리칸들에게 성유진의 위험성과 공포를 심을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에게 트라우마를 심는 일이다!”
“머리가 터져 죽는 것보다 낫습니다. 이 일을 축소하면 무식한 아메리칸들은 성유진을 적대하게 될 것이고… 머리가 터져 죽을 것입니다.”
“좀 더 근본적인 대책! 그 지존 성유진 병을 이 세계에서 치워버릴 방법은?!”
“지금 당장은 없습니다만, 전문가들이 노력하고 있으나… 백신을 만들기 위해선 최소 몇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백신? 저 빌어먹을 전염병이 순식간에 캘리포니아를 휩쓸고 미국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백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백신이 아니라 치료제야!”
“감염자들은 순식간에 유전자가 변이했습니다. 감염되고 유전자 변이까지 5초.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입니다.”
“난 치료제에 대해 물었어!!”
“…전문가들의 말로는 치료제는 가망이 없습니다. 이미 유전자 자체가 변이되었기에, 전염병을 치료하려면 유전자를 조작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은….”
“기술은 있어도 부작용은 심하지. 성공할 가능성도 낮지. 무엇보다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았어. 단기간에 아메리칸 전원이 치료받는 건 100% 불가능….”
게인은 머리가 나쁘지 않았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시점에서 ‘지존 성유진 병’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게인은 다른 걸 물었다.
“여기는 안전한가?”
“백악관의 지하 방공호입니다. 1년 이상의 식량이 비축되어 있으며, 방사능은 물론이고 전염병도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후우. 그나마 다행이군. 하지만 계속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순 없지. 각국 정상들에게 연락해.”
“각하. 지금이라도 성유진과 협상하는 게 어떻습니까?”
“지금 나보고 죽으라는 건가? 그 새끼가 내 죽음을 원할 건 뻔한데!”
“아닙니다. 다른 것을 내주면 성유진이라도….”
“그놈의 잔혹한 성정을 못 봤나? 대도시에 핵폭탄을 연달아 터트리고 끔찍한 전염병까지 퍼뜨렸지! 그놈이 협상을 제대로 할 것 같아? 우리 미국은 절대로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 각국의 정상들과 연락해! 그리고 부회장들도 같이!”
“…알겠습니다. 각하.”
각국의 수장들과 화상통화가 연결됐다.
게인은 매서운 눈길로 화상통화에 참석한 이들을 확인했다. 전 세계 118개국 중 화상통화에 참석한 국가는 40개가 넘지 않는다.
하지만 게인은 개의치 않았다. 그 40개국 중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은 모두 응했으니까.
“따거. 따거. 따따거!”
새롭게 중국의 수장이 된 이가 말했다. 현대 중국어였다. 게인은 귀를 두들겼다. 귀에 낀 작은 스피커를 통해 통역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중국은 독자적인 노선을 가기로 정했다. 우리는 성유진 회장을 적대하지 않는다.”
“이 빌어먹을 칭챙총 놈들! 여기서 발을 빼겠다고?! 여기서 발을 빼겠다고?! 제정신이냐?! 성유진이 너희를 그냥 둘 것 같냐?!”
“성유진 회장은 우리를 죽이지 못한다. 우리 중국은 성유진 회장의 일꾼이기 때문이지. 우리 일꾼들은 성유진 회장 밑에 들어가기로 정했다.”
“이 미개한 칭챙총! 대국을 볼 줄 모르는군!”
“뻑큐나 먹어라.”
중국의 통신이 끊어졌다.
게인은 집무실 책상을 주먹으로 쿵쿵 때리며 씩씩거렸다. 지금 그는 감정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구석에 몰려 있었다.
지켜보고 있던 러시아의 짜르가 말했다.
“우리 러시아는 성유진을 죽여야 한다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오. 계획이 있다면 말해보….”
탕!
“크아아악!”
총알이 짜르의 가슴에 날아왔다.
“아, 아들아! 감히 네가!”
“아버지. 이제 제가 짜르입니다. 미국은 들어라. 우리의 동맹은 끝이다.”
뚝.
러시아의 연결이 끊어졌다.
게인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