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908)
1920. 다크 문
다음날.
나는 교도소장실에서 케빈과 마주했다.
“어제 소장님을 습격한 놈들은 카브라힘 갱단의 말단임을 알아냈습니다.”
“카브라힘 갱단?”
처음 들어보는 갱단이었다.
내가 모른다는 건 원작 게임에서도 비중 없는 세력이라는 뜻으로 별 볼 일 없는 놈들이라는 거다.
“네. 서쪽에서 온, 소수 부족 출신의 갱단입니다. 도시 쪽에서 활동하는 갱단과 달리 지방에서 활동하는 갱단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소수 부족이 제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갱단이 되는 경우입니다.”
“카브라힘 갱단이 날 습격한 이유는?”
“현재 르멘 교도소에 카브라힘 갱단 보스가 수감 되어 있습니다.”
“놈의 짓인가? 왜지? 난 딱히 갱단의 원한을 살 일은 한 적 없다만.”
케빈은 개소리를 들은 것마냥 눈을 치떴다. 그는 곧 표정을 숨기며 말을 이었다.
“교도소에는 여러 갱단 보스와 갱단원들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구역을 차지하고 자기들끼리 으르렁거립니다. 따로 교도소에서 갱단을 만드는 놈들도 있습니다.”
“그게 내가 습격받은 거랑 무슨 상관이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얌전한 갱단은 무시당합니다. 특히 최근에 카브라힘 갱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카브라힘의 보스는 새로운 신입 소장님을 교도소 밖에서 죽이는 것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 겁니다. 갱단은 한 번 얕보이면 끝장이니 말입니다.”
“어처구니가 없군.”
“어처구니가 없어도 이곳에선 항상 일어나는 일입니다.”
“교도소의 주인은 간수다. 죄수를 관리하는 것도 너희 일이지. 죄수를 풀어줘도 너무 풀어주는군.”
“…어쩔 수 없습니다. 죄수들에 비해 간수들의 수가 너무 적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에 수감되는 놈들은 하나 같이 보통 놈들이 아닙니다. 전부다 한가락 하는 놈들이고… 일반인은 한 놈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봤자 죄수다. 죄수 따위에 겁먹다니… 실망이군.”
“…….”
실망이란 말에 케빈이 몸을 움찔 떨었다.
“대위. 예산을 빼돌렸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테판 중위처럼 예산을 빼돌렸냐고 물었다.”
“그런 적 없습니다!”
케빈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장부는 이미 내가 확보했다. 그걸 케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부정한다? 정말로 예산을 빼돌리지 않았거나,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내 감으로는 후자 쪽일 것 같다.
“알겠다. 그만 가보도록.”
“……스테판 중위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알아서 한다.”
“소장님. 간수들 모두가 소장님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소장님을 얕보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좀 더 부드럽게 대해주십시오. 간수들은 모두 소장님의 부하입니다.”
“감히 너 따위가 내게 충고하는가?”
“모두 소장님을 위한 말입니다.”
“나도 충고 하나 하지. 상관에게 그따위로 말하지 마라. 눈에 힘을 빼고 내리깔아라. 상관을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느껴져서 기분 나쁘다.”
“…절대로 그런 생각은 한 적 없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말하겠지. 케빈 대위. 나는 꺼지라고 말했는데 왜 아직 내 앞에 있지? 이게 항명이자 반역이 아니면 뭔가.”
“…저는 그래도 방금까지 소장님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다고 판단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이 틀렸군요. 나가보겠습니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당신을 존경하지 않을 것이고, 따르지 않을 겁니다.”
“건방진 새끼.”
탕!
권총을 뽑아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그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끄읍!”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 주먹을 쥐었다.
“대위. 난 그 누구의 존경도 원하지 않는다. 내가 부하들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복종뿐이다.”
케빈 대위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퍽! 퍽! 얼굴을 가격할 때마다 피가 튀었다.
마법사로서 좀 무식한 것 같긴 하지만… 주먹으로 패는 맛은 상당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마음 같아선 이 새끼도 팔다리를 자르고 독방에 넣고 싶군.’
스테판과 달리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또 이놈이 어디까지 엮여 있는지 아직 모른다. 그러니 적당히 패는 것으로 끝낸다.
“대위 부탁이니 제발 날 좀 실망시키지 마라.”
“끄어어억!”
케빈이 떠나고 새로운 인물이 들어왔다.
보라색 머리의 미녀였다. 푹 눌러 쓴 제복 모자 아래로 강렬한 인상의 얼굴이 보인다. 눈썹은 진하고 눈동자는 도발적이다. 서구 특유의 공격적이면서도 진한 화장을 하고 있다. 안 그래도 입체적인 얼굴이 더 입체적으로 느껴진다고 할까.
입고 있는 제복은 개조했다. 가슴골은 훤히 보이고, 치마는 짧아서 허벅지까지 보인다.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있었는데 검은색 T팬티가 은근슬쩍 엿보였다. 발에는 종아리까지 감싸는 하이힐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 자세는 굉장히 건방졌다. 태도만 따지면 케빈보다 훨씬 더 건방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안체 슐츠 중위.”
그녀는 여자 간수들을 관리하는 제 3 간수장이었다.
“네. 절 부른 이유가 뭐죠?”
목소리에는 띠꺼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나는 자꾸만 그녀의 치마 속으로 향하려는 시선을 붙잡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알다시피 내가 어제 교도소장으로 부임해서 르멘 교도소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
“더 이해할 수 없군요.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간단히 말하지. 내 수족이 돼라.”
“흐응…?”
“이 교도소를 위에서 아래로 싹 다 청소할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거슬리는 케빈 대위더군.”
“아까 보니 케빈 대위 꼴이 말이 아니던데…. 그냥 꼴리는 대로 하시죠. 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좀 더 확실히 정리하는 편이 낫지. 아니면 너도 케빈 대위와 붙어먹었나?”
“그 재미 없는 늙은이와? 설마요.”
“동료간의 의뢰는 없다는 건가. 다행이군.”
“그렇다고 해서 소장님에게 협력할 이유가 되진 않아요. 제가 소장님께 붙으면 뭐가 떨어지죠?”
“부교도소장의 자리를 주지.”
“흐음. 그건 좀 끌리네요.”
“따로 더 원하는 게 있나?”
그녀가 돈을 요구할 거라고 생각했다. 대다수의 사람은 돈을 원하니까.
“체벌권.”
“뭐?”
“제가 남을 괴롭히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르멘 교도소를 지원한 것도 죄수들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실제로 처음에는 만족스러웠어요. 말을 듣지 않는 죄수들을 합법적으로 괴롭힐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체벌이 금지됐어요. 네. 케빈 대위가 부교도소장이 되고 나서죠. 죄수들을 체벌할 수 있는 체벌권을 원해요.”
“좋다. 부교도소장 자리와 체벌권을 주지. 단, 내가 지정하는 죄수들은 체벌하지 마라.”
“어머. 조건을 거셨네? 그럼 저도 조건을 걸겠어요.”
“말해 보도록.”
“소장님은 미친놈이라면서요? 이미 소문 다 났어요. 전 그 소문을 확인해 보고 싶어요. 얼마나 미친놈인지 보여주세요.”
무슨 의도지?
웃고 있는 안체를 쳐다봤으나, 그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전 화끈한 걸 원해요. 지금 르멘 교도소처럼 미적지근한 게 아니라.”
안체가 웃는다. 도발적인 눈동자 속에서는 악의가 끈적인다. 그녀가 대충 뭘 원하는지 감이 잡혔다.
“좋다. 따라와라.”
나는 안체를 데리고 수감동으로 향했다.
남자 수감동.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남자들은 안체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씨발년! 존나 꼴리네!”
“따먹어달라고? 지금 당장 따먹어주마!”
“갈보년아! 여기 와서 다리 좀 벌려봐!”
“섹스! 섹스! 자지 보지 섹스!”
“엉덩이고 가슴이고 죽여주는구만!”
죄수들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여기에는 길면 몇 년 동안 여자를 못 본 놈들이 수두룩했다. 그런 와중에 도발적인 옷을 입은 미녀가 등장했으니 날뛰는 것도 당연했다. 하물며 얀체는 죄수들을 놀리듯이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걷는다.
“소장님! 죄수들이 너무 괴롭혀서 무서워요~”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만.
‘꽥꽥 소리 질러대는 놈들이 마음에 안 들긴 해.’
권총을 꺼내 손에 쥐었다. 묵직하고 서늘한 감각이 마음에 든다. 적당히 쇠창살을 양손으로 잡고 있는 놈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총성이 수감동 전체에 메아리친다. 쇠창살을 잡고 있던 죄수는 미간에 구멍이 뚫린 채로 뒤로 넘어졌다.
사방이 고요해졌다. 나는 천천히 권총을 갈무리했다.
“와.”
안체가 감탄했다.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길 줄이야. 놀랍네요. 심지어 그 죄수는 사형수도 아니었어요. 이거 감당할 수 있어요? 아니, 감당할 생각은 있어요?”
“죄수가 폭동을 일으킬 조짐을 보여서 제압한 것뿐이다.”
“아하. 그렇구나. 근데 제가 말하는 감당은 그게 아니에요. 그 죄수가 속해 있던 갱단. 분명 날뛸 거에요.”
“어떤 이유가 있든 폭동은 용납할 수 없다.”
“아하하하.”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감동 안쪽, 다른 수감실보다 조금 더 큰 수감실로 열댓 명이 들어있었다. 그 내부, 중심에는 온몸에 문신을 한 빡빡이 중년 남자가 있었다. 카브라힘 갱단의 보스다.
“신입 교도소장이 여기엔 무슨 일로 오셨소?”
그가 히죽 웃는다.
케빈 대위 이상으로 건방졌다.
나는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조막만 한 나이프를 본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린다.
“날붙이를 들고 있으니 무섭구만. 그걸로 우리를 어찌해보시려고? 아니면 선물로 주려고 왔소?”
대꾸하지 않고 나이프로 손바닥을 그었다.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갑작스러운 자해에 카브라힘 보스를 비롯한 죄수들이 눈을 치떴다. 안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누구 한 명 말리지 않는다.
“자해 쇼요? 이거, 이거 재밌구만. 신입 교도소장은 보통 미친놈이 아니라더니…. 근데 겨우 그 정도 자해로 되겠소? 나였다면 배를 갈라 내장도 보여줬을 거요. 크크.”
“혈계 이능이라고 아나?”
내가 입을 열었다. 핏물이 뚝뚝 바닥에 떨어진다.
“흐흐. 그거 누가 모르오? 피로 전승되는 이능. 귀족만큼이나 축복받은 혈통이 아니오. 태어날 때부터 힘을 가진다니. 부럽고 부러운 능력이지.”
“나의 슈나이더 가문도 혈계 이능을 가지고 있는 가문이다.”
“뭐야. 자랑하려고 왔소? 신입 소장이니 들어는 주리다. 어떤 능력이오?”
“물질 변환. 일시적으로 피의 물질을 변환시킬 수 있다. 가령 이렇게 황금으로 바꾸거나.”
아래로 흐르는 피가 반짝이는 황금으로 변한다. 죄수들의 눈이 커진다. 그들은 황금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기름으로도 바꿀 수 있지.”
나이프로 철창을 긁었다. 마찰이 일어나며 불똥이 번뜩였다. 불똥은 기름에 닿자마자 불타올랐다.
수감실은 순식간에 불꽃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