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03)
〈 203화 〉 20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20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달도 뜨지 않은 어두운 밤.
유리아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걸었다.
그녀의 복장은 평소와는 달랐다. 검은색 핫팬츠는 허벅지 절반이 보일 정도로 짧고, 상의는 가죽으로 된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긴 청은색의 머리카락도 방해가 되지 않게 묶은 상태다.
그녀가 암살을 할 때면 종종 입는 움직이기 편한 옷이었다. 또한 그녀뿐만이 아니라 AM 부대가 주로 입는 옷이기도 했다.
참고로 평범한 옷은 아니다. 성유진이 현실에서 가져온 엄연한 헌터용 옷이라 어지간한 강철 갑옷보다 내구성이 더 뛰어나다.
“…….”
유리아의 조금 뒤에는 비슷한 복장을 한 여성이 있었다.
검은색 단발머리의 미녀인 그녀는 유리아 보다 키가 조금 더 크고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과 몸 곳곳에 작은 흉터가 있었다.
등에는 성인 남성도 다루기 힘들어 보이는 대검을 장비하고 있다.
체이시.
과거 어느 결투장의 검투 노예였던 그녀는 현재 AM 부대 소속의 메이드다.
-메이드장.
유리아의 귀속에 장착되어 있는 무선 무전기를 통해 아만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죠?”
유리아가 물었다. 목소리에는 감정이 일절 담겨있지 않았다.
-세니프 상단놈들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어.
“지금 말입니까?”
의외였다.
상단은 밤에 움직이는 경우가 잘 없다. 밤에는 몬스터가 낮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몬스터에게 습격당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응. 우리를 눈치 챈 걸까? 그럼 정말 대단한 걸. 세니프 상단.
“그럴 리가 없습니다.”
유리아가 단언했다.
AM 부대의 습격 계획을 알고 있는 건 6명이다. 현장에 있는 3명과 저택에 있는 성유진을 비롯한 3명.
정보가 새어나갔다는 건 배신 말고는 떠올릴 수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배신을 할 이유가 없다. 상대는 고작 중간 규모의 일개 상단에 불과하니까.
“……슬라웨드가 가까우니 무리를 해서라도 달릴 생각인 모양이군요.”
여기서 슬라웨드 도시와의 거리는 가까운 편이다. 지금 달리기 시작하면 오늘 아침에는 도착할 수 있다.
-으음. 가까우니까. 빨리 가서 쉬고 싶겠지. 이해해. 나라도 밖에서 노숙하는 것보다 조금 고생해서 빨리 도시로 돌아가 안전하고 편안한 집에서 자는 걸 선택했을 거야.
유리아는 아만다의 말을 흘려들었다. 말이 많은 편인 아만다의 말은 집중해서 듣는 쪽이 손해를 본다. 그녀가 내뱉는 말 대부분은 별 뜻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
“메이드장. 계획이 틀어졌군. 어떡할 거지?”
체이시가 무뚝뚝한 어조로 물었다. 원래 계획은 길에서 노숙하고 있는 스니프 상단을 습격해 전원 몰살하는 것이었다. 유리아 혼자서 나서지 않은 것은 체이시와 아만다의 경험을 쌓기 위함이다.
이 임무는 일종의 실습이기도 했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계획도 바꿔야겠죠.”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한 유리아는 가죽 블라우스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냈다.
이 세계에선 구하기 힘든 정밀한 지도였다. 드론을 이용해 공중에서 영상을 찍고, 찍은 영상을 바탕으로 만든 지도이니 정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체이시. 당신은 C포인트에서 대기하세요.”
“슬라웨드 도시로 가는 길목 중 하나군. 아예 대놓고 전투를 할 생각인가?”
“여기서 물러나 주인님에게 실망시켜 드릴 수는 없습니다. 체이시는 겁이 나십니까?”
체이시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싫어하는 말이 두 가지 있지. 약하다는 말과 겁쟁이냐는 말이야. 내게 맡겨준다면 혼자서 놈들을 쓸어버려주지.”
“안 됩니다. 당신의 실력으론 오히려 당신이 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체이시는 울컥해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욕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상대는 어느 정도 강한지 가늠도 되지 않는 유리아다.
유리아가 체이시를 빤히 쳐다봤다. 체이시는 유리아의 시선에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체이시에게 있어 유리아는 그 끝을 모를 괴물이었다.
“…알았다. 명령대로 C포인트에서 대기하지.”
체이시가 C포인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유리아는 마치 어둠속에 녹아들 듯이 사라졌다.
•••
아만다는 산의 높은 곳에 돗자리를 깔고 엎드려 누워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소음기가 장착된 M24 저격 소총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소음기는 평범한 물건이 아니다.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는 사일런스 마법이 걸린 소음기다.
“흐으응~.”
아만다는 콧소리를 내며 스코프를 들여다봤다. 슬라웨드 도시로 달릴 준비를 분주하게 하고 있는 세니프 상단이 보였다.
마차는 총 5개. 호위 인원은 B등급 용병단 ‘청동 원숭이’로 총 24명의 용병. 세니프의 상단주와 휘하의 직원들을 합하면 총 57명의 대규모 상행.
아만다는 스코프를 통해 스니프 상단주, 홀프를 볼 수 있었다. 나이는 40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살이 뒤룩뒤룩 찐 남자였다. 무게만 해도 150kg은 족히 나갈 것 같다.
“으에. 못 생겼네. 거기도 작을 것 같아.”
무엇이 그리 힘든지 얼굴에는 육수를 주르륵 흘리고 있다. 보기만 해도 역겨운 얼굴이었다.
“아. 귀찮아.”
아만다는 본래 노예가 아닌 용병이었다. 어쩌다 유리아의 눈에 띄어 메이드가 된 케이스다.
그녀는 메이드의 삶은 만족하고 있다. 여자 용병, 특히나 미녀인 그녀는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된다. 남자 동료가 강간시도를 하는 건 흔한 일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성유진이 하는 성희롱? 용병들에 비하면 약과다. 그리고 잘 씻지도 않는 용병들과 성유진의 외형은 꽤 괜찮은 편이다.
“그냥 죽여 버릴까~?”
방아쇠에 닿아 있는 검지만 당기면 홀프는 황천길로 떠날 것이다.
아만다는 홀프를 죽여 버리고 빨리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아. 임무만 없었으면 지금쯤 주인님이랑 섹스를 한 판 하고 꿀잠을 잤을 텐데….”
아만다는 최근에 성유진과의 섹스에 푹 빠져 있었다. 마땅히 즐길 게 없는 이 세상에서 성유진과의 섹스는 삶의 활력소와 같았다. 섹스 한 번 하고나면 다른 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기분 좋다.
비단 섹스를 바라는 건 아만다 한 명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메이드도 마찬가지다. 그녀들의 주인님인 성유진은 다른 건 몰라도 섹스 하나 큼은 엄청나게 잘한다.
한 번 제대로 된 섹스를 맛보면 성유진과의 섹스에서 벗어나는 건 힘들었다.
“메이드장은 좋겠다. 거의 매일 주인님과 섹스할 수 있으….”
“아만다.”
“히윽?!”
갑작스레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란 아만다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무표정한 얼굴의 유리아가 있었다.
“메, 메이드장! 언제 여기에?!”
“방금 왔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인기척 좀 내주면 안 돼? 인기척 없이 나타날 때마다 귀신인줄 알고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딱히 인기척을 숨긴 적은 없습니다. 그보다 아만다. 당신은 혼잣말이 너무 많습니다. 줄이도록 하세요.”
“혼자 이런 곳에 있으면 심심해서라도 혼잣말을 하게 되는 걸 어떡해~.”
“…….”
유리아는 아만다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유리아는 아만다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아만다의 것과 똑같은 모델의 저격 소총이 튀어나와 손에 들렸다.
“오? 메이드장도 저격하게? 체이시랑 메이드장이 정면에서 싸우고 내가 엄호하는 게 아니었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유리아는 앉은 상태 그대로 총을 들어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댔다.
“체이시의 암살 실습은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의 임무는 아만다의 저격으로 빠르게 상황을 끝내고 저택으로 귀환하죠.”
“흐음. 나야 아무래도 좋아. 돼지부터 죽일까?”
“아니요. 용병부터 제거하고, 목표물은 마지막에 죽이겠습니다.”
“공포를 주려고? 그냥 돼지만 죽이고 돌아가면 안 돼?”
“이건 우리가 슬라웨드에 보내는 경고입니다. 세니프 상단은 여기서 몰살해야 합니다.”
“메이드장의 말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누구부터 죽일까?”
“당신은 뒤쪽에 있는 용병들부터 저격하십시오. 저는 앞에 있는 용병들부터 저격하겠습니다.”
“알았어. 우리 동시에 쏠까? 셋~, 둘~, 하나!”
•••
B급 용병단 ‘청동 원숭이’의 단장인 브레키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본래 일정대로라면 지금은 노숙을 하고 날이 밝은 아침에 슬라웨드로 가야 한다. 그들의 고용주이자, 세니프 상단의 상단주인 홀프의 억지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감이 좋지 않아? 개소리도 그럴싸하게 했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 거다. 돼지 새끼가. 빨리 가서 편하게 쉬려는 속셈을 누가 모를까.’
안전을 추구하는 브레키로서는 홀프의 결정이 영 마땅치 않았다.
‘제길. 돈만 아니었다면 진짜….’
브레키가 마음속으로 궁시렁 거리고 있을 때였다.
무언가가 브레키의 옆에 있던 용병의 머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브레키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홀프가 타고 있는 마차의 옆으로 향하면서 소리쳤다.
“적습이다! 적습이다! 적습이다아아아!”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길을 달리던 말들이 멈추고, 상단의 직원들은 마차의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용병들이 제각각 무기를 들며 앞으로 나섰다.
또 다시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용병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와 뇌수가 바닥에 후두둑 튀었다. 그것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날아온다.
상행의 뒤쪽에 있는 용병 또한 마찬가지로 죽어가고 있다. 브레키는 방금 죽은 용병의 시체를 보며 작은 무언가가 머리를 꿰뚫은 것을 파악했다.
“1시 방향에서 날아온다! 모두 마차 반대쪽으로 돌아가서 숨어! 빌어먹을! 이건 대체 무슨 마법이야?!”
용병들은 브레키의 고함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브레키는 검을 빼들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쳐냈다.
그는 최근에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이른 용병이었다. 고작 B급 용병단을 운영하고 있기에는 아까운 실력이다.
‘어디서 오는지 대략적이나마 느껴진다! 우리를 노리는 놈들의 마나도 무한한게 아닐테니 버티기만 한다면…!’
총알이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브레키는 곧바로 검을 휘둘러 총알을 쳐냈지만, 이어서 날아온 총알은 쳐내지 못하고 어깨가 관통했다. 더 이상 검을 휘두를 수 없게 되었다.
“두, 두 개 연속이라니!”
이어서 다음 총알이 쉬지 않고 날아온다.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브레키의 다리는 검보다 느리니까.
총알이 브레키의 머리를 관통했다.
적의 공격은 멈췄다가 재개되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부터 반대 쪽에서도 공격이 날아왔다.
홀프는 마차 속에서 입에 엄지를 물고 바들바들 떨었다. 부하 직원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며 시체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 이게 뭐냐! 이게 뭐냔 말이다!”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은 홀프는 생전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렸다. 자신도 다른 사람처럼 여기서 죽는다는 상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저벅저벅.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
홀프는 머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습격자가 틀림없다. 그는 굵고 짧은 팔로 허리춤을 더듬거리며 장식용에 가까운 화려한 단검을 꺼냈다. 단검을 쥔 손이 벌벌 떨린다.
덜컥!
마차 문이 열렸다.
“으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단검을 쥐고 달려들던 홀프의 양다리가 잘려나갔다. 홀프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가 손에서 놓친 단검은 늪지대에 빠지듯이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홀프는 이를 딱딱거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정면에 2명의 여자가 있었다.
한 명은 검은색 단발머리에 커다란 대검을 쥔 여자였고, 그 옆에는 공포마저 잠시 잊을 정도로 아름다운 청은발의 여자가 있었다.
“너, 너희들은 뭐냐! 누가 보낸 암살자냐!”
홀프가 호기롭게 소리쳤다. 그의 짧은 양팔은 삶의 이지를 나타내듯이 거북이처럼 땅을 짚으며 여자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유리아는 체이시를 빤히 쳐다봤다. 체이시는 유리아의 시선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깔끔하게 죽이면 안 되나?”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잔혹하게 죽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상단들이 제대로 알아들을 테니.”
“하려면 직접 하지…. 후.”
체이시가 대검을 휘둘렀다. 홀프의 양팔이 잘려나갔다.
“아아악! 내 팔!”
벌레처럼 꿈틀거리던 홀프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인지 갑자기 냉정해지더니 유리아에게 물었다.
“네년들… 설마. 테브라 영주가 보낸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