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287)
EP.2287 2287. 신의 아틀란티스
미국 문명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문명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자본주의.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 미국 시민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허나 돈이 최고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기 이전에 삶에서 실감하고 마니까. 그게 나쁜 건 아니었다.
미국 문명의 시민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상인들과 매주 발행되는 신문을 통해 비교적 쉽게 외국 문명의 정보를 접했다.
서쪽 섬에 있는 문명인 그레이트 브리튼. 현재 미국 시민들이 가장 경계하는 나라다. 경제적, 문화적, 군사적으로 미국과 비등한 곳이니까.
남쪽의 아즈텍 제국. 미국인들은 아즈텍을 무시하면서도 두려웠다. 허나 아즈텍의 땅은 군침이 나올 정도로 탐스러웠다. 개발한다면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최남단의 초미국 문명. 비슷한 이름의 문명인데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정보가 없었다. 확실한 건 남자가 아닌 여자들이 지도층인 세계다. 미국 시민들은 초미국에 대한 묘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추운 북쪽의 소비에트 문명. 미국 시민들은 소비에트를 증오하고 적대했다. 미국인들에게 소비에트는 150년 전부터 맞닥뜨린 적이었다. 그나마 70년 전부터 불가침 조약을 맺었기에 최근에는 평화를 유지하고 있으나, 불가침 조약이 끝나는 순간 서로에게 검을 겨누리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시민들은 도로를 내달리는 마차들을 보며 혀를 찼다.
“말을 아주 혹사 시키는군. 상회 쪽 마차인 것 같은데. 왜 저러는 거지?”
“아즈텍이 초미국의 식민지가 되고 경제가 하락했잖나. 특히 아즈텍과 거래하던 상인들은 죽을 맛이지. 저것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거지.”
“아즈텍이 식민지로 전락하다니…. 초미국이 부럽군. 아즈텍에서 나오는 자원이 그렇게 많다던데.”
“광산이 엄청나게 많다더군. 금광만 10개 이상이라는 소문도 있어. 황금으 땅이지. 황금의 땅. 미개한 식인종들이 갖고 있는 황금의 땅.”
“재빠른 개척자님께서 왜 아즈텍과 불가침 조약을 맺었는지 모르겠군.”
“소비에트 때문이지. 군사력을 함부로 뺐다가 소비에트가 뒤통수를 칠 게 아닌가. 그리고 자네. 그렇게 아쉬우면 자네가 군대에 가지 그러나?”
그들은 벽에 붙은 포스터를 힐끔거렸다. ‘나는 당신을 원한다!’라고 적힌 엉클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군인? 그런 위험하고 힘든 직업은 내게 안 어울려. 난 노동자로 사는 지금 삶이 좋다고.”
“하하. 그렇지. 자, 슬슬 공장으로 돌아가지. 너무 늦게 가면 공장장이 또 지랄할 테니.”
그들은 공장으로 돌아갔다.
산업 시대의 기계를 돌리는 공장은 아니었다. 복잡한 기계를 만들 정도로 복잡한 기술력은 없었으니까. 그들의 공장은 나무 생산 공장이었다. 공장 옆에는 강이 있어 물레방아의 힘을 이용해 커다란 나무도 어렵지 않게 가공했다. 다만 섬세한 작업에는 사람의 손길이 필수였다.
공장 안에는 노당자들이 제각각 맡은 작업을 이어갔다. 데이비드가 맡은 일은 나무에 사포질을 하는 거였다. 그는 오늘도 톱밥을 마시며 일했다. 근엄한 얼굴의 공장장은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근처 술집으로 가는 게 확실했다. 작업에 열중하던 노동자들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일주일 전에 올리버가 통나무에 깔려 죽은 건 알지?”
“안타까운 일이었지.”
“올리버 가족들이 공장장을 고소했어. 보상금과 사과를 하라고. 공장장은 10달러를 줬다더라. 사과는 하지도 않았고. 그에 열받은 가족들이 공장장을 고소한 거지.”
“뭐? 10달러? 월급의 절반도 안 되잖아. 공장장 새끼 깜방 가는 거냐?”
“아니. 재판은 공장장의 무죄로 끝났어. 변호사를 고용하는데 500달러를 썼단다. 그 절반만 올리버 가족들에게 주고 사과 한마디만 했어도 됐을 텐데.”
“…씨발. 그 새낀 우리를 깜둥이 노예로 본다고. 우린 백인이고 노동자인데.”
“부르주아 새끼들이 다 그렇지.”
“부르주아? 그게 뭔데?”
“아. 모르는 거냐.”
동료는 주의를 살피다가 품속에서 꺼낸 불은 책을 데이비드에게 건넸다.
“한번 읽어 보라고. 꽤 재밌는 책이니까.”
“난 책을 안 좋아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20년 전 학교에서 읽은 교과서야.”
“너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읽었어. 그렇지 않나, 친구들?”
주변에 있던 노동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동자라면 당연히 읽어야지.”
“씨발. 부르주아 새끼들. 진짜 개좆같다니까.”
“자본주의면 뭐해. 정작 돈을 버는 건 우리 같은 노동자가 아니라 부르주아 새끼들인데.”
노동자들이 하나 같이 부르주아를 욕했다. 데이비드는 그들의 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자신만 뒤처질 순 없었다. 퇴근하는 대로 집으로 가서 이 붉은 책을 읽으리라.
데이비드는 날이 어두워지고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는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아내 마틸다를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다. 노동으로 단련된 그의 손바닥이 마틸다의 뺨을 후려쳤다.
“꺄아아아악!”
“이런 개씨발! 남편이 하루 종일 일하다 왔는데, 마누라라는 여자는 집에서 잠이나 자고 있어?!”
“자, 잠깐 졸았을 뿐이에요….”
“닥치고 빵이랑 술 가져와!”
“수, 술은 없어요.”
“뭐?”
“돈이 없어서 못 구했어요.”
“씨발, 진짜.”
데이비드는 아내를 구타한 뒤 식탁 위에 놓인 빵을 대충 먹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물론 마틸다를 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애도 못 낳는 년이 하는 것도 없군. 식충이년.”
쯧쯧 혀를 차는 그의 손에는 붉은 책이 들려 있었다.
“어흐흐흑!”
마틸다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행복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마틸다가 유산하고 임신을 못하게 되자 남편의 데이비드는 변해버렸다.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품에서 보라색 책을 꺼냈다. 옆집 제니가 한번 읽어 보라며 건네준 책이었다. 그녀는 낮에 이 책을 잃고 빠르게 빠져들었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보라색 표지를 넘겼다.
-여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여성으로부터 탄생했다.
-모순의 괴로움을 견디면서 하는 게 페미니즘 운동이다.
-초미국은 여성들을 위한 국가다. 초미국에서 여성은 무시당하지 않는다. 사회 지도층도 모두 여성이다. 남자는 여성을 위한 노예일 뿐이다.
마틸다는 보라색 책에 빠져들었다. 초미국이란 나라는 꿈과 희망이 가득 찬 나라였다.
• • •
초미국의 여성들은 빨간 책을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노동자? 딱 봐도 남자들만 가리키는군.”
“미국의 북쪽에서 온 책이라던데. 소비에트라고 하던가? 거기선 여자를 가축처럼 다룬대.”
“그곳에서 고통받는 여자들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동탄 여성 의회에 알려서 소비에트 냄져들에게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을 구해야 한다!”
“……소비에트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전쟁은 안 된다더군.”
“뭐? 의원년들. 여성이 고통받고 있는데 그깟 거리가 문제야?!”
“대신 미국으로 망명시켜 준다더군. 미국에도 여성들이 고통받고 있으니, 우리가 가서 미국 여성들을 도와야 한다.”
“그렇단 말이지. 여성들을 위한 세계를 위하여! 페미 전사들이여 모여라!”
위대한 사명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은 자발적으로 망명하여 미국으로 넘어갔다. 그녀들은 미국 문명사회를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노예남 따위랑 결혼한다고? 심지어 노예가 가장?!”
“미국에도 의회가 있군. 투표해서 뽑는다라…. 근데 왜 여성에겐 투표권이 없지?”
“진짜 미개한 문명이야.”
망명한 페미 전사들이 거리를 걸었다. 근육질의 몸과 당당한 걸음걸이는 미국 시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남자들을 초미국의 여성들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오. 저 여자들을 봐. 근육이 너보다 단단하잖아.”
“저런 근육녀들이랑은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하군.”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페미 전사들에게 다가갔다. 온몸이 근육인 여자? 그래봤자 여자는 여자에 불과했다.
“아가씨들. 이 도시는 처음이지? 우리가 좀 가르쳐줄까?”
“가르쳐 준다고? 그럼 고맙지.”
페미들은 웃었다. 오랜만에 남자 좆맛을 볼 것 같았다. 그녀들은 남자들의 집으로 초대받았고, 그곳에서 남자들을 겁탈했다.
“이 새끼야! 좆을 더 단단하게 세워!”
“사, 살려주세요. 제발! 이젠 나올 것도 안 나옵니다!”
“10초 안에 좆을 세우지 못하면 죽여버린다!”
“으아아아아악!”
“감히 도망가려고 해? 주제도 모르는군! 내가 친히 주제를 알려주마!”
• • •
미국 문명의 지도자 재빠른 개척자, 존 콜먼은 요새 돌아버릴 것 같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빨갱이들이 모여서 노동자의 권리를 운운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소비에트 놈들의 수작이 확실했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는 것과 페미니스트들 또한 모여서 시위한다는 점이다.
‘내가 원하던 미국은 이런 게 아니었다고!’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닌데도 시간 스킵이 진행되지 않았다. 존 콜먼은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내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날 죽일 생각이 만만이다. 까딱 잘못하면 단두대 엔딩이야.’
존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노동자들의 불만은 이해하고 있다. 노동에 맞는 임금과 복지를 원하고 있다. 허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존은 문명의 큰 방향성만 제시할 뿐 세세하게 관리할 수는 없었다. 그럴 시간도 없다. 시간은 스킵되니까.
‘자본주의를 너무 빠르게 도입했어.’
가진 놈들이 더 많이 가진다. 그건 자본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가진 놈들이 없는 놈들을 수탈하는 건 문제가 있지. 법이 노동자들을 지켜줘야 하는데… 사법부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어. 부패한 거야. 가진 놈들은 가진 것들의 편이지.’
사법부를 쓸어버리고 법을 뜯어고치는 것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일이다.
‘설마 여기서 페미니즘까지 터질 줄은 몰랐지. 빌어먹을. 이건 초미국이 뒤에서 손을 쓴 게 확실해.’
그는 미국 문명에 성차별이 만연해 있는 걸 알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남자가 여자보다 신체적으로 뛰어난 건 당연하니까. 미국은 아직 중세 시대에도 돌입하지 못했기에 성차별 문제는 넘어갔다. 언젠가는 뜯어고칠 생각으로. 그러나 문제는 터졌다.
“우린 노예가 아니다! 노동자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
“우린 가축이 아니다! 여성이다! 남자와 같은 인간이다!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라!”
창문을 통해 시위대의 외침이 들린다. 수천 명이 악을 쓰며 시위를 벌이고 있으니 못 들을 수가 없었다.
‘수천 명이 모였다는 건 그를 유지할 수 있는 물자가 있다는 뜻이다. 소비에트와 초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거겠지. 항의해도 모른 척할 테니… 진짜 미쳐버리겠군.’
존이 해결법이 궁리할 때였다.
쾅!
백악관 정문에서 폭음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