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317)
EP.2317 2317. 처녀 귀신
신위를 얻고 지구의 신이 되었다.
내가 지구 출신이라 지구의 신이 된 건 아니다. 트리니티 발동에 사용한 거인의 육체가 지구의 신의 것이라 자연스럽게 지구의 신위가 딸려 온 것이다.
‘브라마센. 그놈이 신위를 노리는 이유를 알겠군. 신위는 일종의 자격증이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제약이 풀린다.’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저 높은 곳에 발생한 차원 균열의 틈 사이로 역겨운 광기의 촉수가 꿈틀거리며 기어 나온다.
-인간 따위가 편법으로 신위를 얻다니… 이 차원도 명이 다했군.
“시끄럽다, 문어. 이제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인간인 네가 그 힘을 사용할 수 있겠느냐?
“내 힘이다. 사용하지 못할 리가 없다.”
오른 손바닥을 펼친다. 시퍼런 뇌전이 나타나 손바닥 위를 꿈틀거렸다.
“정리해야 할 일이 있다. 네놈은 얌전히 그곳에서 기다려라. 내 친히 네놈을 죽이러 갈 테니.”
뇌전이 하늘 위로 솟구쳐 번개가 되었다. 번개는 단숨에 차원 균열을 꿰뚫고 찢어발겼다. 브라마센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물러나는 게 느껴졌다.
힘이 통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가장 큰 위험이 사라졌으니….’
시선이 지상으로 향한다.
신의 눈.
내 시선은 지구의 구석까지 닿는다. 하지만 영 만족스럽지 않다. 지구의 신으로서는 반쪽짜리여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지구의 끝까지 닿는 눈이 있어도 볼 수 있는 건 한 곳뿐이다.’
멀리 볼 수 있고 특별한 걸 볼 수 있다. 그 점을 제외한 장점은 딱히 없었다.
뇌천류(雷天流) 전자기파(電磁氣波).
나를 중심으로 전자기 파동이 일어나 지구 전체로 뻗어나갔다. 머릿속으로 막대한 정보가 들어온다. 지구 그 자체인 정보.
살아 있는 자들, 죽어가는 자들, 도망치는 자들. 모두가 느껴지고 보였다.
‘하린이는 스마트폰을 보며 떨고 있군. 내게 연락할지 고민하는 건가.’
한하린이 망설이는 이유는… 나를 배려해서일 것이다. 유희 생활 어플에 대해 완전히는 몰라도 내게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으니. 게다가 이미 내가 한 번 회귀했다는 걸 알지 않나.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찾았다.
인도네시아.
사람이 바글바글한 도시에서 여자들이 날뛰고 있었다. 그중, 가장 뛰어난 미모를 갖춘 붉은 눈 여인의 몸에 처녀 귀신의 본체가 빙의한 상태다.
무저항의 남자를 죽이던 처녀 귀신이 시선을 느낀 것인지 고개를 번쩍 든다.
‘늦었다.’
키이이이이잉.
겁륜이 돌아가며 뇌광이 번뜩였다.
저 멀리, 인도네시아의 하늘에서 처녀 귀신을 향해 벼락이 떨어졌다.
처녀 귀신의 육체가 불타오른다. 처녀 귀신은 바로 빙의를 해제하고 내 시선을 피하고자 땅속으로 스며든다.
키이이이이잉.
뇌천류(雷天流) 악뢰(惡雷).
군청색 벼락이 인도네시아의 땅으로 떨어진다. 악뢰는 사라지지 않고 불꽃처럼 타오르며 그 크기를 더 키워갔다.
악뢰가 대지를 갉아 먹는다. 처녀 귀신은 도망치지 못하고 악뢰에 당해 사라졌다. 그럼에도 악뢰는 여전히 대지를 박살 내고 있다. 내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악뢰는 사라졌다.
전 세계의 미인 처녀에게 빙의하고 있던 200만 처녀 귀신 분신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처녀 귀신에 의해 미쳐 있던 여자들도 정신을 차렸다. 처녀 귀신에게 홀려 무력하게 살해당했던 남자들도 안심할 수 있겠지.
‘이것만으로 인류의 큰 위기 중 하나는 사라졌다.’
지금까지는 처녀 귀신 때문에 뭉치기도 힘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구에 남아 있는 다른 위기들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몬스터, 던전, 요괴, 뱀파이어, 브라마센의 광신도…. 죄다 거슬린다. 내 영역, 지구에 이것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난다. 내가 힘을 제대로 쓰려면 이것들이 없어야 한다.
‘내 힘도 시험할 겸… 전부 죽여주마.’
키이이이이이이잉.
겁륜이 격렬히 돌아가며 번개를 튀기며 뇌광을 내뿜었다. 뇌광이 전 세계의 하늘로 뻗어나간다.
기묘하게 빛나는 하늘이 요동친다.
쿠르르릉….
하늘이 지상의 모든 것을 위협하듯 으르렁거린다.
나는 지구의 모든 버러지에게 선고했다.
“죽어라.”
수천억 개의 번개가 일시에 지상으로 내려친다.
지금, 이 순간 지구는 뇌광으로 물들었다.
몬스터를 불태우고 던전을 찢어발긴다. 아무리 빠르게 나는 괴물이라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번개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니까.
설령 운이 좋아 번개를 피하더라도 그다음으로 내려치는 번개는 피하지 못한다.
이것은 천벌이었다.
귓가에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인간 대부분은 내게 감사 인사를 표하며 기도했다. 그들의 기도는 곧 나의 힘이 되었다. 뭐, 쥐꼬리만 한 힘인지라 큰 의미는 없지만.
‘다른 곳은 죄다 쓸어버렸는데… 중국 쪽은 아직 멀쩡하군.’
파이론.
그놈들은 보통이 아니었다. 멀리서 떨어뜨리는 천벌만으로는 정리할 수 없다. 나는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뇌천류(雷天流) 비뢰신(飛雷神).
나는 번개가 되어 중국 상공으로 이동했다.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중국 대륙 중심에는 커다란 붉은 나무가 있었고 그 주위에 검은 나무들이 빽빽이 우거져 숲을 형성했다. 붉은 나무는 저번에 봤을 때보다 컸으나, 그 성장 속도가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 지구의 신인 내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있는 생존자는… 없군. 방금 놈들이 남은 한 명까지 모조리 양분으로 삼아 삼켰다.’
중국에도 내 여자들이 있었다. 그녀들이 죽었으니, 복수는 해야지.
키이이이이잉.
겁륜을 회전시키며 오른손을 들었다. 오른손 위로 번개가 모여들어 창의 형태를 이룬다.
파이론이 뒤늦게 내 존재를 알아차리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대충 2천 명 정도. 허나 벌레가 모여봤자 벌레였다.
지상을 향해 번개를 던졌다.
붉은 나무가 빛나더니 방어막이 나타나 번개를 막아냈다. 나는 허공에서 흩어지는 번개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신의 힘이 느껴지는군. 저것도 일종의 신인가.’
그래봤자 지금의 놈은 내 절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키이이이이이잉.
세상의 이치를 담은 겁륜이 회전한다.
하늘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며 지상을 밝히기 시작했다. 나는 굳이 두 눈으로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미 그것은 내 인식 아래에 있으니.
뇌천류(雷天流) 만뢰(卍雷).
수억 개의 번개가 하늘 위, 우주에서 회전하며 중심으로 모여 하나의 번개로 변하고 있었다. 만뢰가 내뿜는 빛은 작은 태양과도 같았다.
-지구의 신이다.
-지구의 신은 지구를 버리고 사라졌을 텐데?! 어떻게 된 거지?!
-새롭게 태어난 신인 것 같군.
-불가능하다. 신의 탄생이 그리 쉽게 될 리 없다.
-함정이다! 우린 함정에 당한 거다!
-지구의 신이시여, 우선 고정하소서. 저희는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지구의 신이시여!
“시끄럽다. 모기처럼 윙윙거리지 마라. 나는 너희의 존재를 허락한 적 없으니, 너희는 마땅히 천벌을 받아들일지어다.”
우주에서 벼려진 하나의 거대한 번개가 지상으로 떨어진다.
붉은 나무가 어떻게 해서든 막아내겠다는 듯이 힘을 최대한 쥐어 짜내어 방어막을 형성한다.
방어막은 놀랍게도 만뢰를 막아냈다.
2초 정도.
그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진득하게 녹아내려 사라졌다.
거대한 벼락이 지상을 내리친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붉은 나무와 검은 나무들이 모조리 불타오른다. 한 번 내려친 번개는 사라지지 않고 분열하여 사방팔방으로 날뛰며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번개 한 줄기가 움직일 때마다 땅이 찢어지며 부서졌다.
나는 가만히 서서 날뛰는 번개들을 느꼈다. 이 감각, [신의 아틀란티스]에서 제우스가 되었을 때와 비슷했다.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 지상에 있던 모든 것들은 사라졌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소멸했다. 땅이었던 그곳에는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번개는 그 바닷물마저 죽여대고 있었다.
“그만.”
날뛰던 번개가 멈춘다.
“돌아와라.”
번개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날아온다. 키이이이잉. 뇌광겁륜이 회전하며 번개를 빨아들였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기까지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지상에는 대륙 대신 바다가 있었다. 한반도는 섬이 되었다.
‘지구는 정리가 끝났군.’
나는 손등을 바라봤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건 트리니티 덕분이다. 허나 트리니티의 힘은 무한하지 않았다. 트리니티를 구성하는 영혼, 육체, 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영혼은 괜찮다. 절대 정신이 있으니까. 허나 신의 육체와 업은 그렇지 않았다. 신의 육체는 빠르게 소모되고 있으니 앞으로 1시간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업은 그 이상으로 소모되고 있으나, 그 이상으로 쌓인 게 많다.
‘멈춰 있을 수는 없다.’
시선을 위로 올렸다.
신이 되었기에 자연스레 볼 수 있는 것. 차원과 관련된 것.
키이이이잉.
뇌광을 손에 쥐고 휘둘러 차원을 찢어 길을 찾는다.
허수 공간. 차원과 차원 사이에 있는 공간. 이 공간 자체만으로 어마어마한 압력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차원으로 이동하는 건 문제없다. 상대 쪽 차원의 신이 입장을 받아주냐가 더 중요하다. 힘이 있다면 억지로 침입하는 거고.
‘브라마센. 그놈의 차원은 위쪽에 있나.’
나는 이미 놈을 봤다. 놈의 차원이 어디에 있는지 길이 보였다. 위에서 내려가는 게 아닌, 아래에서 올라가야 하는지라 제법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다.
‘견뎌야 할 압력이 보통이 아니겠군. 원래 지구의 신처럼 육신을 버리고 영혼만으로 올라갈 수도 없다. 신의 육체를 버리면 나는 신이 아니게 된다.’
키이이이이이잉.
‘그냥 힘으로 돌파한다.’
뇌천류(雷天流) 비뢰신(飛雷神).
번개로 변해 허수 공간으로 들어가 위로 솟구쳤다. 이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 힘이 소모된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앞서 나가는 무언가가 보인다. 새하얀 무언가. 형체는 따로 없었는데 굉장히 친숙했다. 나는 저게 원래 지구의 신의 영혼임을 알았다.
나는 몇 시간 전에 승천한 놈의 뒤를 따라잡은 것이다.
“내 앞에 서지 마라, 거슬린다.”
인간의 형태로 변하며 화련비도를 오른손에 쥐고 신의 영혼을 향해 휘둘렀다. 신의 영혼이 기겁해 물러나며 공격을 피했다.
-…불경한 자의 힘이 느껴지는구나. 나의 육신을 태우며 나를 쫓아왔느냐?
영혼의 시선이 내 등 뒤에서 회전하는 뇌광겁륜으로 향했다.
-어처구니가 없구나. 업을 태워 힘을 얻는다니…. 영원을 버리고 순간만을 위해 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진 업이 전부 사라지면, 너 또한 소멸할지니. 네겐 신의 자격이 없노라.
“그 누구도 내게 자격을 논할 수 없다.”
키이이이이이잉.
화련비도를 휘두른다. 칼날에서 붉은 번개가 뛰쳐나와 신의 영혼 일부를 갈랐다.
-크으으으윽…!
신의 영혼이 저 멀리 멀어진다. 공격당하는 순간, 자신의 힘을 사용해 내 힘과 반발하는 힘을 이용해 저 멀리 달아난 것이다. 놈을 따라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는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신의 영혼이 향하는 길은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었고, 내 목적도 신의 영혼을 죽이는 게 아니다.
뇌천류(雷天流) 비뢰신(飛雷神).
다시 번개로 변해 브라마센의 차원으로 향했다.